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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든 - 애별리고 

 


 


 


 


 


 

언젠간 닿을지도 모르는 너에게. 


 


 


 


 


 


 


 


 


 

w.소레동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봄비 치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애써 몸을 움츠렸다. 손등에 스치듯 닿아오는 물방울이 마치 칼날이라도 되는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뜨니 저절로 온몸에 한기가 돌아 이젠 발까지 동동 굴렀다. 손목에 가지런히 놓여진 시계를 보기도 잠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려오는 전화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복도 중간에 자리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사감께서 자리를 비우신건가? 현관에 서서 한참동안 전화기를 바라보자니 왠지 더욱 크게 울리는 듯 한 기분이 들어 결국 전화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시나 함부러 전화를 받았다며 핀잔을 줄 누군가가 있을까 주위를 힐끔거리며 머뭇거리다가도 수화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 여보세요… . " 


 


 


 

" 다행이도 네가 받았구나. 사감께선 자리에 안계시니? " 


 


 


 

…네. 그런데 어쩐 일로… . " 


 


 


 

" 미안하지만 네가 다시 이 곳으로 오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전해주려 전화를 했어. " 


 


 


 

" 오늘 오신다 하지 않으셨어요? 전 정말 기다렸단 말이예요. " 


 


 


 


 


 

  좀처럼 거칠어진 숨을 참아내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란에 두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힘든 거. 그럴 수록 저를 이 곳에서 빼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 할 말을 쓰게 삼키며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 


 


 


 

" 장담할 수 없어. 여긴 아직도 정리가 안됬으니, 그 곳에 사람을 보내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 


 


 


 

" 사감께서 오셔요. 먼저 끊을게요. 나중에 편지를 보내세요, 답장을 드릴테니. " 


 


 


 


 


 

 수화기를 급하게 내려 놓았다. 땀에 젖은 손바닥을 치맛자락에 대충 닦아내곤 다시금 기숙사로 향했다. 긴 복도에 울리는 구둣발 소리에 고개를 차츰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떠나오면서, 수만가지의 생각이 저를 덥쳐 올때에도 굳건히 믿었다. 학교를 다니기만 한다면 내 조국을 되찾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아버지의 말처럼, 늘 그랬듯이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여겼다. 죽기보다 싫었던 창씨개명을 하고 숨어지내던 집을 뒤로 하며 세상으로 나왔을 땐, 생각했던것 보다 더욱 쓰린 모습들이 자신을 붙잡았다. 그마저도 나에겐 뒤로 해야 할 바람에 불과했으니. 


 


 


 


 


 


 


 


 


 


 


 


 


 


 


 


 

 *** 


 


 


 


 


 


 


 


 


 


 


 


 


 


 

 " 스즈키 카즈에(铃木  一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 


 


 


 


 


 

 카즈에.. 재촉하듯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작게 끄덕였다. 어째서인지 제 눈치를 살피던 히토미는 책 사이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내밀어진 사진에 히토미를 바라보니 기다렸다는 듯 신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오늘 이 곳으로 전학을 온다지 뭐니. 나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 


 


 


 

 " 정인이구나. 일본 사람이니? " 


 


 


 

 " 아니, 경성에서 나고 자랐다 들었어. 어쩜 이렇게 남자답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너는 어떠니? " 


 


 


 

 " 미안, 잘 모르겠어. "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히토미가 건낸 사진을 밀어냈다. 벌써 결혼 생각에 들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켠이 턱 막혔다.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려 애쓰는 저와는 달리 아무런 생각 없이 어른들의 강요대로 이끌리는 히토미가 그저 안타까웠다. 일본 사람이 아니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히토미의 부모님처럼 그도 조국을 쉽게 여기는 그런 사람이란 것을. 쌀쌀해지는 기운에 옷을 더욱이 여미었다. 바람이라도 지나간 듯 오한이 끼쳤다. 소란스럽던 교실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앞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교수님이 들어왔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본말로 시작하는 아침 인사를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두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리에 앉았지만, 곧이어 들어오는 인영에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 석진, 석진아… . " 


 


 


 


 


 

 나의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꽂혔다. 석진을 뒤이어 들어오던 히토미의 정인까지도, 예상치 못했던 조국말에 인상을 쓰는 교수님과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게 지금 이따위의 분위기는 중요치 않았다. 내 눈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이 정말 석진이 맞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멍하니 석진을 바라보는 저의 모습에 교수님의 목소리가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 카즈에, 지금 뭐하는 짓이냐. 어서 앉지 못해? " 


 


 


 

" 하지만… . " 


 


 


 

 " 기무라 카이토 라고 합니다. 카이토라 불러 주세요. " 


 


 


 


 


 

 기무라 카이토… . 석진의 새 이름.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옆에선 히토미가 아는 사람이냐며 추궁해 오는 탓에 석진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조차 없었다. 너도 결국 이 곳으로 왔구나. 나처럼 이 곳으로. 교수님의 뒤쪽으로 물러나는 석진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별천지에라도 떨어진 것일까, 일관된 얼굴로 앞만 바라보던 석진과 눈이 마주쳤을때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와 그랬듯이 석진도 떠밀리듯 개명을 했고, 이 곳에 들어왔을테니까. 석진을 애처로이 바라보기도 잠시, 제 팔을 잡아 흔드는 히토미는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석진을 뒤이어 들어왔던 그를 가리켰다. 저사람이야, 나의 정인. 그는 히토미의 손짓에 기다렸다는 듯이 제 쪽을 바라보았다. 


 


 


 


 


 

" 저는 전정국 입니다. " 


 


 


 


 


 

 그는,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 


 

아직 프롤로그에 불과한 글이라.. 


 

앞으로 포인트를 조금씩 늘려갈 생각이니 갑자기 포인트가 늘어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ㅠㅠ 


 

그리고 석진이나 정국이, 그리고 히토미가 독자 여러분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차차 풀어 나갈거예요. 


 

프롤로그에서 다 보여주면 재미 없는거 아시죠?ㅠㅠ 아실거라 믿어요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 역사적 사실과는 많은 부분이 다를거예요. 


 

그래도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그럼 정식 편에서 뵙도록 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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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0.108
헐....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6년 전
소레동
비회원님 댓글이라 궁금했어요. 고마워요
6년 전
독자1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6년 전
소레동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와 오랜만에 필체 제 스타일인분 찾고갑니다! 다음편 기다리겟습니다❤️
6년 전
소레동
독자님 스타일이라니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6년 전
독자3
호오 신알신하고 갈게요!
6년 전
소레동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4
헐ㄹ...제가 왜 이걸 지금봣조ㅠㅠㅠㅠㅠ진짜 필력이 넘 지 취향이세ㅔ요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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