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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먼저 부족한 글 초록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림 울리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88


[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1

 "여기."

 "감사합니다."


 고백해버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둘 다 헤어지기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선배는 조금 걷지 않겠냐 권유했고 나는 끄덕임을 마지막으로 십 분 정도 걸었을까, 동네 인적이 한산한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선배가 사준 음료는 밤바람에 방울방울 물이 맺혔지만 나는 캔을 딸 생각조차 하지 못 한채 이 정적을 어떻게 깨뜨릴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예쁘네, 오늘. 닿을 곳조차 찾지못한 채 헤매이던 시선은 선배의 한 마디에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런 얘기 처음 들어봐요.


 "정말?"

 "네…. 고등학교 때까지는 꾸미고 다니지도 않았고, 대학교 올라와서도… 뭐…."

 "으음…, 그런가. 난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네? 조금은 저돌적인 선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이 붉어지는게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아니예요, 진짜…. 사실은 이 옷도 선배한테 잘 보이려고 산 건데…. 뒷 말은 차마 꺼내지 못 한채 내 마음 속에서만 새기기로 했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 손톱으로 음료캔의 마크를 이리저리 긁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오늘 죄송했어요."

 "뭐가?"

 "약속 취소한거요.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 아니면 더 얘기하기 힘들 것 같아서…."

 "……."

 "많이 화나셨을 줄 알아요. 저 같아도 당일 아침 약속 취소라니…. 저는 선배 만나고 나서는 쭉 선배한테 무례한 적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선배 처음 만난 오티 날 이후로 불편해서 피해다닌 거 맞아요. 시험기간에도 늘 바래다 주셨는데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구, 오늘 일만 해도 그렇잖아요…. 말 하면 말 할 수록 선배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나 상대를 배려하지 못 했구나. 늘 나를 배려해주던 선배의 모습이 생각났다. 화 안 났어. 네? 화 안 났다구, 오늘.


 "나도 당일에 급한 약속이 생겨서 취소한 적도 많고, 또 오늘 약속도 내가 급하게 잡은 건데 뭐."

 "그치만, 선배…. 오늘 연락도 한 번 없이…."

 "아, 그거…. 이것 봐…."


 내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선배는 주머니를 뒤져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내가 너 전화 받고 나서 다시 잠이 들었는데 그러다 잠결에 깔아 뭉갰나봐. 액정이 망가졌더라구. 걱정했었어? 깨진 액정을 보여주며 나를 달래는 선배의 말에 겨우 그친 눈물이 다시금 쏟아져버렸다. 이렇게나 상냥한 사람을 내가 상처 입히지 않고 만날 수 있을까. 우는 나를 보며 안절부절하던 선배는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많이 걱정했냐며, 미안하다 말했다. 아니예요, 그런게 아니라 너무 죄송해서요. 눈물에 말문이 막혀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고맙다는 말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늘 제 입장 생각해주면서 배려해주셔서 고마워요. 내가 이 사람에게 이 사람만큼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분명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따뜻한 사람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금 나는 작은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음, 그러니까 연애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2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말에 친구들은 다들 깜짝 놀라며 역시 사람은 대학을 가더니 달라진다며 연애가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다고 말한 사람은 누구냐며 나를 놀리기 바빴다. 분명 부끄럽기는 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그 날 이후 우리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글쎄. 연락의 주기가 짧아졌다거나 손을 잡는다거나. 그 이외에는 바뀐게 없었다. 선배는 선배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조금씩 편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하하호호, 떠들며 얘 예뻐진 거 보라며 여전히 대화의 주제는 나였고 나 혼자만 그 대화 속에 끼지 않은채 주문한 딸기 스무디를 먹을 뿐이었다. …선배가 만들어준게 더 맛있어. 문득 든 생각마저 선배라니, 그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작은 비밀이었다.


 "야, 너 전화 오는데?"


 선배 생각에 한참을 정신없이 있었을까. 친구들의 작은 소란에 듣지 못한 벨소리는 선배에게서 온 것이었다. 친구들은 남자친구 아니냐며 전보다 더 호들갑이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렇게 주책 맞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친구들의 요란에 웃기만 하고는 전화를 받으러 밖에 잠시 나왔다.


 "네, 선배."

 ㅡ친구들 잘 만나고 있어?

 "네…. 선배 얘기도 했어요.

 ㅡ정말? 친구들이 뭐래?

 "다들 엄청 놀라더라구요. 저 사실 선배가 첫 남자친구거든요. 막 다들 궁금해하기도 하고, 자기들이 더 좋아하더라구요."


 하하, 그랬어?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오빠의 목소리에 친구들의 수다로 조금은 지친 마음이 쉬는 기분이 들었다. 음, 보고싶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하며 선배와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선배는 친구들이 기다리겠다며 나중에 헤어질 쯤 연락하자고 했다. 네, 고마워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오자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따갑다. 뭐야? 이 시선? 당황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지도 못 하고 그대로 서 있자 친구 중 하나가 내 손을 당겨 앉히고는 입을 열었다. 방금 남자친구지?


 "…응, 뭐…."

 "너 그 사람 뭐라고 불러?"

 "음? 선배라고 부르는데?"

 "뭐? 야, 너 그 사람은 뭐라고 저장해놨어."


 친구는 반강제적으로 빼앗아가더니 핸드폰을 조금 살피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야, 이것 봐. 그 말에 나머지 친구들 역시 핸드폰으로 향했던 시선을 내게로 옮긴 뒤 다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왜, 뭐 잘 못 됐어?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 보니 별 이상한 점은 없었다. 뭐가 문젠데 나를 그렇게 보는 거야? 친구 중 한 명을 가슴을 퍽퍽 쳤고, 다른 한 명은 냉수를 좀 마셔야겠다며 물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보다 못한 친구가 내 손을 잡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친구야, 남자친구 이름이 임, 영자, 민자씨지?


 "응? 응. 임영민이야. 나랑 같은 과 선배."

 "그래서 남자친구 이름이랑 관계를 그렇게나 정직하게 임영민 선배라고 저장한 거야?"


 뭐? 친구의 말에 내 시선 역시 손에 쥔 핸드폰으로 향했다. 'OO학과 14학번 임영민 선배'.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뭐가 문제냐며 바라본 친구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한심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나 역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아 선배를 선배라고 저장해놓지 그럼 뭐라고 저장하냐며 작게 투덜거리자 맞은 편에 한 마디없이 조용히 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네 남자친구도 너 그렇게 저장해놨어? 그렇게 학과, 학번, 이름만? 너 네 남자친구랑 조별과제 해?"


 친구의 말에 무언가로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선배는 나를 뭐라고 저장해놨더라. 흐릿한 기억을 더듬으니 저번에 살짝 훔쳐본 선배의 핸드폰 속에는 작은 하트가 붙어있었던 걸로 기억이 났다. 아. 짧은 탄식을 내뱉자 친구들은 그제야 뭐가 문제인지 알았냐며 다행이라는듯 웃더니 그 다음 이야기의 주제는 어째서인지 선배에 대한 호칭으로 넘어갔다.


 "야, 일단 너 그 핸드폰에 이름부터 바꿔. 이름이 그게 뭐야. 다정하게 여보라고 저장해."

 "넌 여보라고 저장해놨어? 나는 내 남자친구 딱지라고 저장했는데."

 "그게 뭔데? 껌딱지?"

 "아니, 내 남자친구 성이 고씨거든. 그래서 영어이름으로 하면 코딱지야."


 한 친구의 말에 꺄르륵 웃음이 터지며 자기라던지, 내 강아지라던지. 당최 저장은 무슨 생각하기도 싫은 낯뜨거운 호칭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런 거 하기싫은데…. 선배는 선배라는 그 편안한 존재 그대로가 좋았다. 그 어떤 수식어도 대신 할 수 없고 다른 단어로 꾸미는게 어울리지 않는 그런 존재. 친구들 말을 한 귀로 흘리는 식으로 저장해놓은 선배의 이름을 바라보자 아까 그 친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거창한 이름말고 그냥 오빠라고라도 불러."

 "……."

 "남자친구 부르는 애칭이야 네 마음이지만 그래도 사귀기 전이랑은 조금이라도 바뀐게 있어야하지 않겠어?"


 오빠라…. 친구들은 오빠가 좋다며 오빠로 확정 짓자 다들 입을 모았고 나는 그 부담스러운 관심들 속에서 차마 거절하지 못 했다. 그러자 일단 번호 저장해놓은 것부터 바꾸라며 재촉했고 등 떠밀리듯 나는 이름을 바꾸었다. 임영민 오빠…. 성은 좀 빼!



 친구들과의 모임이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간은 열한 시를 조금 넘겨 하루가 얼마 남지 않은 조금은 이 하루를 보내기 아까운 시간이었다. 연락하라는 선배의 말이 생각이 나 핸드폰을 켜 선배의 이름을 찾았고 한참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 이름에 아까 전 저장해놓은 걸 바꾼게 생각이 났다. 영민…, 오빠…. 일 년에 말 할 기회에 한 손가락에도 꼽힐 정도로 낯선 단 네 글자의 단어에 심장 한 쪽이 무척이나 간지러웠다. 선배가 싫어하면 어쩌지. 통화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망설여지던 찰나 핸드폰으로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민 오빠'. 화면 가운데 떠 있는 그 글자들에 연결버튼을 누르는게 망설여졌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대었다.


 ㅡ응, 끝났어?

 "…네, 방금 끝났어요."

 ㅡ알겠어. 어디야? 데리러 갈게.

 "아니요! 그, 피곤하실텐데 괜찮아요…."

 ㅡ아냐, 내가 하고싶어서 그래. 학교 근처에서 만난다고 했나? 십 분정도면 도착할 것 같은데.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빠. 중얼거리듯 어렵사리 꺼낸 단어에 선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어져가는 정적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럼 학교 앞 편의점에서 기다리겠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수화기 너머로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ㅡ…한 번만 더 불러달라구….

 "……네?"


 아니, 그게… 아까 했던 말 말이야….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 …안 될까? 선배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왔다. 아니에요. 기다릴게요. 조심히 와요. ………. 오빠.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끊었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걸어가는 길 비춰진 내 얼굴은 양 볼이 붉다못해 데인 것만 같았다. 볼에 닿는 밤공기는 시원하고 머릿 속에 그려지는 모습은 선명했다. 일 분 일 초, 기분 좋은 설렘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3

 하루는 전공수업을 가는 길이었다. 수업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교내 셔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갈까 하는 여유도 부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십 분쯤 걸으니 단대건물이 보였다. 오빠는 도착했을까, 전화해보려 휴대폰을 뒤적거리려는 순간 숙인 고개에는 곧이어 분홍색 단화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지. 내 앞에 멈춰선듯해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생머리에 곱게 화장한 여자가 조금은 수줍은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여자는 내 말에 예쁜 입술을 앙 물더니 작은 선물박스를 내밀었다. 혹시 OO과 아니세요? 네, 맞아요. 그럼 혹시 이거 임영민 선배께 전해드릴 수 있을까요?  아. 쉽사리 그 선물을 받을 수가 없었다. 선배를 좋아하는 걸까. 두꺼운 안경 알 너머로 보이는 여자는 누가봐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예뻤다. 지금도 주위를 지나는 남자들의 시선이 힐끔힐끔 여자에게로 향했으니. 질끈 머리를 묶고 과잠을 입은 나와 다르게 여자는 긴머리에 입고 있는 원피스 끝자락이 바람에 작게 흩날리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내가 무안했는지 어려운 부탁이었다면 죄송하다며 나를 지나쳐갔다. 스쳐지나간 여자에게서 나는 냄새마저도 내 코 끝을 기분좋게 간지럽혔다.

 오빠가 인기가 많다는 건 사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티가 끝난 후 동기들끼리 모여있을 때도 여자동기들의 주제는 오빠였고, 오빠가 알바하는 카페에 놀러가 구석에서 과제를 하고 있을 때도 오빠에게 여자손님들이 종종 번호를 물어보고는 했으니. SNS를 하지않았지만 학교 대나무숲에 또 오빠가 올라왔다며 오빠를 놀리는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했다. 그런 오빠에 비해 나는 예쁘지도 않고, 애교도 없고….


 "수업 시작하겠다."


 언제 온 건지 오빠는 뒤에서 나를 깜짝 놀래켰다. 장난치는 오빠에게 함께 웃고싶은데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다행히 오빠는 그런 나를 보지는 못 한건지 얼른 들어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오빠와 함께 발 맞춰 걸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도저히 대화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약속한거다? 네? 갑작스러운 오빠의 질문에 깜짝 놀라 그제야 오빠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조금은 서운했던건지 내 얘기 안 듣고 있었지 하고는 입술을 조금 불퉁하게 내밀었다.


[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오늘 무슨 일 있어? 표정도 안 좋고. 영 집중을 못 하네."

 "아니예요. 어제 잠을 조금 늦게 자서 졸려서 그래요. 아까 무슨 얘기하셨어요?"

 "그래? 피곤하겠다.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저번에 우리 못 봤던 영화 이번 주 토요일이 마지막 상영날이라 같이 보러 가자구."

 "아, 네. 좋아요. 그럼 그 때랑 같은 영화관에서 만나는 거예요?"


 주말에 생겨버린 오빠와의 약속에 지금 내 옷장 상황이 생각났다. 입학 전 한 철 옷만 잔뜩 사놓은 터라 조금 더워진 날씨에 입을 옷이 없어 반팔티에 얇은 아우터만 돌려입으며 지냈다. 집에 가는 길에 옷이라도 한 벌 사야겠다며 수업이 끝난 후 친구에게 부탁할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주말 당일 친구가 골라준 원피스를 바라보니 한숨이 푹 나왔다. 요즘 오빠랑 논다고 밥도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살도 찐대다 친구가 사라고 강요한 원피스는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짧은 길이였다. 들어는 갈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편하게 입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길이가 짧은 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착용사진에 후기까지 꼭 남기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나 짧게 숨을 내쉬고는 화장대로 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며칠 전 그 여자가 떠올랐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화장을 해볼까. 인터넷에 화장법을 쳐보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화장실력을 보여주는 영상 속 주인공과는 다르게 턱없이 부족한 화장품에 이게 맞나 싶을정도로 더듬거리며 따라해 완성한 화장에 조금은 낯선 내 모습이 그려졌다. 어색하면 어떡하지. 묶었던 머리까지 마저 풀고 시계를 보니 지금쯤 출발하면 늦지 않게 도착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먼저 들어가있어 ㅠㅠ 얼른 갈게!]


 길이 막혀 오 분 정도 늦는다는 오빠의 문자가 귀여워 터지는 웃음을 참은 채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그런가 복작거리는 영화관에 겨우 매표소를 찾아 줄을 섰다.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줄에 오빠에게 어디쯤이냐며 연락하려던 찰나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오빠인가?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면 조금은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안녕. 누구지. 분명 익숙한 얼굴임에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이름에 어색하게 인사를 하면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냐고 묻는다. 으음, 미안. 기억이 잘…. 남자는 그런 내 모습에 하하, 웃더니 과팅하고 짧게 대답한다. 그제야 생각난 남자는 그 날 내 짐을 챙겨준 사람이었다.


 "아,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뭐, 그럭저럭.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네?"

 "그렇지, 뭐. 영화보러 온 거야?"

 "응. 친구랑. 너무 예뻐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잖아."


 장난스럽게 웃는 남자에 당황스러워 그런 말하지 말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여전히 낯은 심하게 가리네.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우연인데 번호 좀 줄 수 있어?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얼른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건내는 핸드폰을 덥썩 받았다. 얼른 주고 보내야지. 정신없이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데 또 다른 손이 나타나 핸드폰을 휙 가져가는게 아닌가. 남자애 역시 놀라 뭐지하는 눈으로 함께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자 조금은 굳은 얼굴의 오빠가 서 있었다.


 "어, 오빠. 왔어요?"

 "…응. 전화 했는데 안 받더라. 친구야?"

 "아…. 네. 다른 학과 친구예요. 인사해, 그… 우리학과 선배야."


[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꾸벅 인사하는 남자애를 조금 무시하는듯 시선을 돌린 오빠는 네, 하고 짧은 대답만을 하고는 내 손을 잡았다. 표 내가 끊어놨어. 가자.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오빠에 그 아이와는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로 헤어졌다. 상영관으로 가는 길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오빠의 여전히 굳어진 그 얼굴이 조금은 낯설었다. 영화 시작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듯해 상영관으로 들어가려는 오빠를 문 앞에 비켜세웠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오빠가 당황스러웠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문 오빠가 조금은 섭섭해지려는 찰나 이 전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너 네 남자친구랑 조별과제 해? 아, 실수했구나. 오빠와는 비밀 아닌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던 터라 굳이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 말하거나 티내고 다니지 않기도 둘 다 암묵적으로 약속했다. 오빠와 사귀기 시작 한 후 둘 다 SNS를 하지않아 티가 날만한 장소는 학교 이외엔 없었고 그래서인지 누군가 우리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 우리학과 선배야. 다른 학과인 애라 솔직하게 남자친구라고 말해도 괜찮았는데. 어쩌면 내 말이 오빠에게 굉장히 서운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갑작스럽게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찼다.


 "아까 일 때문에 그래요? 미안해요. 걔 아는 애가 저희 과 애라 솔직하게 말해주면 오빠 입장이 곤란하게 될까봐 그랬어요…."

 "……."

 "…나 안 볼거예요?"


 내 말에 약간은 풀린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굳어진 그 얼굴은 내 시선을 마주하지 못 한 채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오빠…. 그게 아니야….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입술이 열리며 오빠는 말을 이어갔다. 그것도 그렇지만…, 번호 물어보는 남자한테 그렇게 번호를 주면…. 끝을 맺지 못한 문장은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밉지않게 투덜거리는 오빠가 귀여웠다. 나 보다 20센치는 훌쩍 넘는 키로 시무룩해진 모습에 그건 무척이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쪽. 영화가 시작했을 때쯤 인적이 드물어 조용해진 통로에는 조금은 부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깜짝 놀란 건 둘 다 마찬가지였다. 내가 해놓고도 당황스러운 행동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오빠, 죄송해요! 놀란 토끼 눈을 한 오빠를 이제 내가 바라볼 수 가 없었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그럼 영화는? 내가 영화에 집중 할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동안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이러면 내가 잔소리도 더 못하잖아."


 수만가지 생각들 속에 결국 결말을 맺은 건 도망가자는 생각에 신발 끈이 단단히 묶여있는지 확인하려던 순간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나를 바라보던 오빠에 그제야 눈을 맞추면 조금은 얼굴이 가까워져 있었다. 얼굴 하나하나를 담기도 버거울 거리는 조금씩 더 좁혀졌다.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눈을 꼭 감으면 상영 시작한다는 직원의 목소리에 두 손으로 다가오는 오빠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쪽. 무슨 생각이었는지 한 번 더 들리는 그 부끄러운 소리와 함께 영화 시작하겠다며 오빠를 잡아 이끌었다. 오빠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하라며 작게 소리칠뿐이었다.


 "오늘은 또 왜 이렇게 예쁘게 입고 왔어."

 "네?"

 "그러니까 아까 걔처럼 막 번호도 물어보고 그러는 거잖아."

 "그게 뭐예요…."


 광고가 끝날 쯤 어둑해진 상영관에서 짧게 오빠는 내 귀에 속닥거렸다. 붉어진 얼굴은 어두워져 보이지 않겠지. 웃음을 참는 오빠가 조금은 얄미워 입에 팝콘을 넣어주었다. 쉿, 영화 시작해요. 팝콘을 가져간 내 손에 오빠의 입술이 느껴져 오히려 놀란 쪽은 저였다. 급하게 손을 떼려고 하자 오빠는 내 손을 잡더니 짧게 입을 맞췄고 그대로 손을 맞잡았다.


 "팝콘 어떻게 먹어요."

 "내가 먹여줄게."


 그 날, 그렇게나 보고싶었던 영화는 둘 다 줄거리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다음에 한 번 더 보기를 기약했다. 아마 영화보다 더 두근거렸던 건 나와 오빠겠지.




4

 하루하루가 달콤한 꿈을 꾸는 것 같았던 날들이었다. 남을 배려해주는 오빠의 습관을 닮아가 서로 기분 나쁠 일도, 싸울 일도 없었다. 그렇게 늘 행복할 것만 같았던 날들이 잠시 어긋났던 건 내 오만한 착각이었다. 종강을 앞두고 시험을 2주정도 남긴 때는 누가 그러지 않았나 대학생들이 가장 바쁠 시기라고. 이 맘 때쯤 교수님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과제며 쪽지시험이며 학생들을 괴롭힐 궁리만을 고민하는 것 같았고 마침 시험기간마저 겹쳐버리자 오빠와의 만남은 현저히 줄었다. 학교 생활만을 착실히 하면 되는 나와는 다르게 오빠는 알바까지 병행하느라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는 오빠는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다.


 "안 데려다 줘도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오빠도 많이 피곤하시잖아요."


 그나마 우리가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전공수업 시간이었다. 남은 과제를 마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가는 길, 오빠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데려다주지 못 할 것 같다며 미안해 했고 그런 오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오빠에게 괜찮다는 말과 힘내라는 말 뿐이었다. 말 뿐인 위로지만 오빠는 그마저도 고마워했다. 오빠와 헤어지고 무거운 책가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열람실 빈 자리를 아무곳이나 예약했다. 문 넘어로 보이는 열람실은 고 삼 야자시간과 다를 바 없이 삭막하고 답답해보였다. 그 모습에 목이 말라와 음료수라도 사먹을까 근처 자판기로 가자 며칠 전 만났던 남자애가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인사를 해야할까, 고민하던 중 먼저 인사를 건낸 건 그 남자애였다.


 "안녕, 또 만나네."

 "응. 너도 공부하려고 왔어?"

 "공부하려고는 했는데 영 집중이 안 돼서. 어디서 공부해?"

 "나 1층 열람실. 들어가기 전에 음료수 하나 사먹으려구."


 내 말에 남자는 거절할 틈도 없이 대신해 음료수를 뽑아주었다. 나 돈 있어! 내 맘이야. 늦게나마 거절하는 내 손에 음료수를 쥐어주며 자신도 1층 열람실에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네 친구들이 있으니 자신은 먼저 돌아가겠다며 그 애를 두고 뒤돌아 다시 열람실로 향했다. 마음만은 참 고마운 아이였다. 낯을 가리는 저를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오빠와 많이 닮은듯 했다. 자리로 돌아가면 오빠에게 연락해야지. 그간 정신이 없어 오빠와 연락이 끊긴지 꽤나 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의 말을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긴 건 4일이 지나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운하다고 말 할 법도 한데. 오빠에게 짧은 말이라도 보내려는 찰나 언제 온 건지 그 애는 열람실로 향하던 내 걸음을 방해했다.


 "뭐해?"

 "아, 남자친구한테 연락하려구."


 턱 끝으로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묻는 남자는 내 말에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남자친구 있었어? 그 애의 말에 말을 안 했던가 싶어 그 때 영화관에서 오빠를 소개할 때 과 선배라고 한 이후로는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거였다. 누군가에게 오빠를 소개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간지러워 볼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응, 있어. 남자친구. 아무런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 애가 조금은 부담스러워 먼저 가보겠다며 지나쳐가려고 하자 손에 쥔 내 핸드폰을 가져갔다. 그 때 내 번호 저장 못 했지? 못 한게 아니라 안 한 건데…. 조금은 무례한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남자의 번호를 받으려던 내 모습을 서운해하던 오빠가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지우면 되겠지. 그 애 몰래 한숨을 푹 내쉬고 얼른 핸드폰을 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자 번호를 입력하던 그 애의 손이 멈춘다. 너 내 이름은 알아?


 "어, 어…?"

 "내 이름. 너 내 이름 모르지?"

 "……."


 와, 이거 서운해 해도 되는 부분 맞지? 정말로 서운한 듯 그 애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 묻어났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미안한 일이었다. 이번 째로 세 번째의 만남인데 이름조차 모르다니. 아무리 관심이 없었어도 너무한 게 맞는 듯 했다. 미안해. 내가 너 만날 때는 계속 정신이 없어서 물어 볼 생각도 못 했다. 그런 내 모습에 장난이라며 하하, 웃더니 번호를 저장하고는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정 미안하면 연락하면 받기."

 "……."

 "약속했다?"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제 친구를 향해 그 애는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정말 저 아이를 만날 때마다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지켜야할 약속이 생기자 오빠에게 연락하려던 그 기억이 까마득히 잊혀졌다.

 그 후로 삼 일 뒤 전공수업이 모두 종강을 했다. 전공수업까지 종강을 하자 오빠를 만날 수 있는 일이 더더욱 줄었다. 주말에 오빠네 카페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다가 동네카페인지라 주말 오후만 되면 시장바닥과 다를 바 없이 시끄러워지는 탓에 나도 오빠도 무리라고 느꼈고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아무리 피곤해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같이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오빠는 오빠대로, 나는 나대로 힘든 하루 속에 지쳐있다가 서로를 보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사이 오빠에게 의지하는게 조금 더 늘었다. 오빠를 보면 말 없이 안기는 게 먼저였고 오빠는 그런 내 머리를 기분 좋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연락하는 습관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나에게 오빠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자신이 이해해주겠다고 먼저 말했다. 그렇게 매일 밤 함께 걷는 길 위에 떠있는 달은 조금씩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요, 제가 거기서 막…."

 "잠시만. 너 전화 오는 것 같은데?"

 "네? 제 거예요?"


 한참을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내 핸드폰에서 느껴지는 진동이었다.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핸드폰을 꺼내들면 그 때 그 남자애였다. 핸드폰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오빠가 볼까 숨기고 말았다. 누군데 그래? 당황한 내 모습에 걱정스러운 듯 묻는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거짓말까지 해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 사실을 안다면 오빠가 실망해버릴까 무서웠다. 그냥 모르는 사람이에요. 얼른 통화 거절을 누르고 오빠의 손을 잡았다. 그런 내 모습에 오빠는 아무런 것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누군가 이런 나를 보며 한 마디 해주었다면,사람 간의 사이에 비밀이 생겨버리면 그 사이의 신뢰는 조금씩 금이 간다고 말해주었다면 나는 솔직하게 오빠에게 말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간고사 때와는 다르게 이번 시험은 오빠보다 하루 더 늦게 끝이 났다. 마지막 시험만을 남겨둔 채 오빠가 준 노트를 열심히 보는데 어쩐지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이렇게 새내기의 반이 지나갔구나, 하는 시원함과 묘한 섭섭함. 그리고 며칠 전의 거짓말을 마지막으로 이어져오는 그 애와의 연락.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지친 오빠를 보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시험이 모두 끝난 후 말해도 늦지 않겠지. 어제 시험이 끝난 오빠는 오늘 알바를 한다고 했다. 오전에 끝나는 시험이라 집에 돌아가 조금 쉬다가 오빠를 만나러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가라앉은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어, 너도 오늘 시험이야?"


 그런 나를 방해한 건 그 애였다. 분명 좋은 애가 확실했으나 나는 이 아이가 부담스러웠다. 반갑게 인사를 건낸 그 아이에게 억지로라도 웃어주고 싶었지만 마지막 시험이라 그런지 온 몸이 피곤하다고 아우성치는 탓에 도저히 그럴 힘이 없었다. 그저 그 아이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해주는 걸로 대화를 이어갔다. 몇 시에 끝나? …한 시간 뒤에 시험이야. 아마 삼십 분 내로 끝날 것 같아. 남자애는 씨익 웃더니 끝나고 함께 밥을 먹지 않겠냐며 물었다.


 "어? 어…,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왜? 약속이라도 있어?"

 "남자친구 만나러 가려고 했거든. 시험기간이라 요새 통 못 만나서."

 "만나러 가려고 한 거면 약속이 확실한 건 아니네?"

 "응?"

 "뭐야, 시험 끝나고 계속 만날 거면서 나랑 밥도 한 번 같이 못 먹어줘?"


 배고프다며 배를 쥐어잡는 시늉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그 애의 태도는 몹시나 당황스러웠다. 오빠 얘기만 나오면 무례해지는 듯한 그 애의 태도가 분명히 오빠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그 애의 시선이 잠시 옮겨지더니 갑작스럽게 내 손을 가져가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놀란 탓에 얼른 손을 놓으려고 하자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MXM/임영민] 남자친구 임영민 | 인스티즈

 오빠…. 오빠였다. 실망 가득한 얼굴. 손에 든 초콜릿들은 나를 위해 준비한듯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었던 종류로 양손 가득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머물러 있던 오빠의 시선은 그 애에게 여전히 잡혀있는 손으로 옮겨갔다. 오빠는 무언가 말하려는듯 입을 벙긋거렸으나 이내 곧 아무런 말 없이 그대로 돌아섰다. 누가 보아도 명백히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었고 화가 날 상황이었다. 손을 뿌리치고 나를 부르는 남자애를 무시한 채 오빠를 뒤따라갔다.


 "오빠!"

 "……."


 내 부름에 오빠는 멈춰섰지만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런 오빠의 옷자락을 잡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뭐라고 말하지. 사정설명부터 해야할까.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야할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 상황에서는 그 어떤 말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으니. 오빠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아까 걔랑, 계속 연락하고 있었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그랬구나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푹 내쉬는 오빠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차라리 화를 내주었으면. 왜 거짓말 했냐고, 왜 숨겼냐며 화를 내주었다면 마음이 편할텐데 이 상황 속에서도 오빠는 여전히 혼자 화를 삭히고 있었다. 어떤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 입을 열려는 내 선수를 가로챈 건 오빠였다.


 "나는 그래도 우리 사이에 거짓말은 안 했으면 좋겠어."

 "……."

 "너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싶지 않은데…, 요즘 들어서는 나도 모르게 내가 불안해져."


 오빠는 말을 이어갔고 그런 오빠를 바라보고 있으니 작게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는 오빠의 말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나는 잡고 있던 오빠의 손을 힘 없이 놓아버렸다. 울면 안 되는데. 누군가 본다면 뭘 잘했냐며 다그칠 것 같았다. 머릿 속이 하얘지고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오빠는 그 사실을 알았는지 자신의 옷자락을 놓은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의 눈에 비친 나는 꽤나 엉망이겠지. 눈물이 가득 번져 닦을 생각도 하지못하고 있자 오빠는 그런 내 모습에 놀라 당황하더니 나를 품에 안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일까 오빠의 품에 안겨 부끄럽지도 않은지 엉엉, 소리내어 울었고 그런 내가 처음인지라 오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자왕했다. 미안해, 정말. 저는…, 오빠가…, 헤어지자는 줄 알고….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기조차 힘들게 터져나오는 말은 울음과 섞여 이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내 말에 오빠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았고 눈물을 닦아주던 두 손이 내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숨을 짧게 내쉬는 순간이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빠의 숨이 맞닿는 곳에 온기가 전해졌고 감은 두 눈은 속눈썹을 셀 수 있을만큼 가까웠다. 입술에 느껴지는 보드라운 온기에 혹여나 녹아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만큼 따뜻했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간절히 바라는 이 순간 속에 자연스럽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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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썰인 다툼 후 폭풍키스를 보고싶어 쓴 글이었습니다 !

아마도 조금의 수정은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8ㅅ8

조금 많이 마음에 안 들어서…. 쩜쩜….

더 이상의 소재가 없어서 분량이 짧을까 고민했는데

저번보다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난 건 착각일까요 ? 헤헤

댓글, 신알신 모두모두 감사해요 !

감사함을 표현할 방법이 글 밖에 없어 후다닥 쓰고 왔네요 ㅠㅅ ㅠ

혹시나 보고싶으신 글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느리더라두 꼭 써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

다들 영민이 많이 사랑해주신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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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51.18
1편에 댓글달고 바로왔어요 작까님!!!!! ♡ 영민이 너무 설레는거 아닌가요....(털썩).....영민이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172.61
아니 너무 좋아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여주도 반말하는 거 보고싶어요ㅠㅠㅠ
6년 전
59
아구 우리 비회원 독자님 소중한 소재 감사합니다(ˊσ̴̶̷̤ ₋̮̑ σ̴̶̷̤ˋ) 2편까지 쓴다면 너무 우려먹는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쓰게된다면 우리 독자님의 소재 꼭꼭 넣을게요♡⃜︎
6년 전
비회원203.237
아 ㅠ 너무 설레요 오랜만에 영민이 글 보고 너무 낭낭미 넘치네요ㅠㅠ 여주랑 영민이랑 씨씨인데 편한 사이여서 서로 츤츤거리는 번외 편 보고 싶어요!!
6년 전
59
비회원님 댓글 정말루 감사드려요 ! 독자님이 주신 소재가 제가 구상해놓은 영민이와 여주의 캐릭터상의 이미지와 달라서 혹시나 번외편에 넣지는 못하더라두 주신 소중한 소재로 글 가지고 올게요ʚ(❁ᴗ͈ˬᴗ͈)◞۶ˊ̱˂˃ ♡
6년 전
독자2
자까님... 영민이 글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 ㅠㅠㅠㅠㅠ 지짜 너무 좋네요 둘이 얼렁 화해하고 결혼이나 해버리라지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60.40
작가님ㅠㅠ 너무 설레요,, 2편도 보고싶습니다,, !!!
6년 전
독자3
이런ㅠㅠㅠㅠㅠㅠㅠ 그럼차라리 비밀연애를 하지맛!!! 서로 힘들잖아ㅠㅠㅠㅠㅠㅠ 그러다 거로 썸타는애있냐구 소문나겠다8ㅅ8 그치만 비밀연애가 더두근거려ㅠㅠㅠ 세상 이렇게 모순적일수가 쨌는 영민아 솨뢍홰
6년 전
독자4
분량...사랑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작가님 너무 재밌고 넘 설레요ㅜㅜㅜㅜㅠㅜㅜㅜㅠ잘 보구 가용
6년 전
독자6
아 ㅠㅠㅠㅠㅠㅠㅠㅠ 영미니 ... 끝까지 긔엽고자상하고멋지고 다하네요 너무좋아요 앞으로도 이ㅓㄴ좋은글자주써주세용 하트 .... 신앟신하고갑니당 허허
6년 전
독자7
부럽네요 여주 연애도 ㅎ고 ㅠㅜㅠㅜㅠ
6년 전
비회원70.88
작가님 ㅠㅠㅠㅠㅠ너무설레요 영민이글 보고싶었었는데 영민이의 따스함이 느껴지는것같아요ㅠㅠㅠㅠㅠ..어떡하죠...? 너무설레요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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