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
심야<心惹> 약국
written by. 참이슬
-마음을 이끄는 약국, 그 여덟번 째 이야기-
" 저기요, 김여주 씨? "
" ...아아아! 네? "
" 무슨 생각을 그리 하길래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뭔 일 있어요? "
" 아, 아녜요 선생님. 왜 부르셨어요? "
" 3호실 인플루엔자 애기 보호자 아직도 안왔대요? "
" 네. 오면 바로 스테이션으로 오라고 연락 드렸는데 아직 안오셨나봐요. "
" 그렇구나, 그럼 오늘 끝나고 시간돼요? "
" 네... 네? "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며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시간있냐고 물어보는 재현씨 때문에 들고있던 약봉지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천천히 약봉지를 주워 건네주는 재현씨는 다시 한 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시간있는걸로 알게요. 라며 슥- 흰 가운을 여미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창 바쁘게 일을 하고 동료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왔다.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만하면, 머릿속은 온통 민형씨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밥이 정말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 없이 식사를 마치고 병동으로 올라가려다 약국을 들러야한다는 동기의 말에 밑으로 내려가 나는 잠시 비상구 쪽에 몸을 숨기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쪽이었나.. 여튼간에 몇 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상치 못하게 나의 이름이 들려와 핸드폰을 하던 손을 멈추었다.
" 그 우리 병원에 진짜 잘생긴 의사 하나 있잖아. 인터넷에서도 한 번 떴던 사람. "
" 아~ 어디지.. 소아과병동 주치의? 말하는 거죠? 진짜 잘생기긴 했던데. "
" 응. 근데 거기 같은 병동 간호사랑 뭐 있는 것 같던데. "
" 에? 누구요? "
" 응급실에서 소아병동으로 로테이션 한 애 있잖아. 이름이 여주 였나. 아영이가 둘이 영화보러 간 거 봤대. "
" 헐 진짜요? 말도 안돼.. 우리 병원에 그렇게 예쁜 간호사가 있었대요? "
" 몰라 나도 못봐서. 근데 걔가 꼬리친거 라는데. "
꼬리친거.. 라니... 엘레베이터가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을 밖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조심스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되는 곳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있음을 더 잘 느낄 수가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하, 핑그르르 도는 듯한 기분이 들며 잠시 주춤할 뻔 했지만 누군가 그런 나를 잡아주었다. ....재현씨.
" 여주씨, 이래놓고 괜찮은거 맞아요 정말? "
" 아, 네. "
"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같이- "
" 됐어요. 저 가볼게요.. "
재현씨의 눈길을 피해 뒤를 돌았다. 마침 동기 또한 볼 일이 끝났다. 무슨 일이냐는 동기의 말에 그저 말없이 팔을 잡아 다른 편 엘레베이터로 이끌었다. 몇 시지. 아직 퇴근하려면 좀 남았네. 괜히 시계를 풀렀다가 다시 차보았다. 불안하다는 신호였다.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병동으로 들어섰다. 왜인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사람들이 그 말도 안되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선 모두 나를 평소와는 다르게 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변했다. 나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이.
예민한 상태로 일을 하니 잘 풀릴리가. 수선생님에게도 혼이 나고 선배에게도 쓴 소리를 들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귀가 아플 정도로 컴플레인을 받았다. 찡그린 얼굴로 뒤를 도니 나의 등 뒤로 뭐 저런 불친절한 사람이 간호사라고, 라는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말에도 형체가 있다면 지금 내 등에선 피가 흐를 지도 모른다. 쫓기듯 일을 하니 퇴근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지나고서야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멍한 상태로 옷을 주워입고 오늘은 목도리를 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얼굴의 반을 목도리로 가린체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나는 참 운도 없게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려다 길을 헤매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며느리가 있을 분만실이 어딨는지 알려달라고 해서 엘레베이터까지 데리고 가 층수를 말해주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려 그 둘이 탈때까지 기다리다 엘레베이터에서 나오는 재현씨를 만나고 말았다. 그도 퇴근을 하려는 듯 평상복을 입고있었다. 애써 못본척 노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체 밖으로 나갔다. 목도리에 가려져 얼굴을 못 본걸까? 알아보지 못했다고 착각한 나를 보기좋게 잡아세우는 재현씨 덕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했다. 여기서 얘기할래요 아님 다른데 가서 얘기할래요? 빼도박도 못한 상황을 만들어놓고선 선택의 여지를 주는 재현씨도 너무한거 아닌가.
하아, 그래, 아무리 급해도 여긴 아니지.
" ..알았어요. 대신 병원에서 많이 떨어진 곳으로 가요. "
" 여주씨 집 앞 정도면 괜찮겠어요? "
어서오세요 ,
심야<心惹> 약국
고개를 끄덕이자 재현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까지 안내했다. 조수석에 앉아 벨트를 메고 집 앞에 민형씨와도 갔었던 카페에 도착할 때 까지 재현씨와 나는 말이 없었다. 카페에 들어서 똑같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받아서 자리에 앉고나서야 재현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니라 여주씨가 할 말이 많을거라 생각해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속이 따뜻해지며 그제서야 잔뜩 얼어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동안 뜸을 들였다.
" ...제가 재현씨에게 꼬리를 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아요. 혹시 아세요? "
" 아뇨. 지금 처음 듣네요. 여주씨는 언제 아셨어요? "
" 오늘이요.. 지나가다 들었어요. "
" 확실해요? 허투루 들은거 아니구요. "
" 네. 똑똑히 들었어요. 소아과병동 잘생긴 의사랑 그 병동 간호사랑 같이 영화본걸 누군가 보았고,.. 그 간호사가 꼬리를 친다구요. "
" 그래서 오늘 그렇게 나한테 차갑게 대했고. "
" 미안해요 그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 소문의 중심이 된 것도 처음이고, 무섭고... "
" 내가 더 미안해요. 그럼 오늘 여주씨가 진짜 평소같지 않았던 이유는 뭔데요? "
저 사람은 정말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다. 의사정도 되려면 눈치면에서도 똑똑해야하나.. 아니, 내가 진짜 얼굴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는건가? 골똘히 나의 표정문제에 심각해져 있다가 말을 걸어오는 재현씨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오늘 정말 이상하긴 한가보다. 근데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약간 오지랖인것 같아 말하기도 창피한데..
" 아니.. 실은, 저희 동네에 심야약국 있는거 재현씨도 알죠? 거기 약사님이 한 달 전부터 고등학생인데, 야자끝나고 오는 여자애가 어느 순간부터 고민상담도 하다가.. 그 약사선생님에게 번호도 달라하고 많은.. 음, 대시? 를 했는데 선생님이 거절한거죠. "
" ....네. "
" 그래서 거절을 했더니, 선생님 때문에 수능 망치면 책임질거냐 뭐 이런 귀여운.. 귀엽다고 치기엔 조금 무서운 말을 하기도 하고. 어느날엔 힘들다면서 안아달라고 울었대요. 안아주지 않으면 약국에서 나가지 않겠다구, 그래서 결국 안아줬는데- "
" 그래서 그게 여주씨랑 무슨 상관인데요. "
" 저랑요? 저랑은 상관 없죠.. 근데 그게 오늘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더라구요. 그 선생님이 학생을 잘 못 떼어내시는 것 같아서... "
" 하... 내가 바보네요. "
" 네? "
재현씨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놀라 엉거주춤 따라 일어났다. 재현씨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다. 뭐지? 나는 재현씨를 불르며 물었다. 왜그러세요? 재현씨는 약간은 화가 나 보이는 듯 했다. 나 뭐 말실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지 모르겠는 와중에 재현씨가 카페에서 나가려한다. 뭐, 뭐야 저사람. 당황한 나머지 일단 그를 따라 카페를 나왔는데, 말도없이 저러는 재현씨 때문에 나는 영문도 모른체 속만 답답하고 덩달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말을 해줘야 알지! 다급히 재현씨의 팔을 잡아 세웠다. 도대체 왜그러는거에요? 나의 물음에 재현씨가 답한다.
" 그 약산지 뭔지 하는 놈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줄 몰랐어요. "
" 네? "
" 그 사람이 하루종일 여주씨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할 만큼 영향력이 큰지 몰랐다고요. "
" 무슨 소리하는거에요. 알아 듣게 말을 해야- "
" 좋아하죠, 그 사람? "
나를 내려다보는 재현씨의 눈빛이 잔인하리만큼 건조하다. 항상 따뜻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재현씨는 무섭다라고 느껴질 만큼 차갑고 건조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나에게 재차 묻는다. 좋아하냐구요. 왜 대답을 안 해요. 재현씨가 아예 몸을 돌려 나를 마주보았다. 누구것인지 모를 입김이 나와 재현씨 사이를 메꾸었다.
" 왜.... 왜 그런걸 묻는거에요 갑자기? 나, 난 그냥 오늘 재현씨가 내 기분이 나빴던 이유에 대해서 답을 하고 있는데.. "
" 갑자기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이에요? 그냥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이유를 말했으니까 갑자기 물어본거 아니네요. 대답해보세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갑자기 대화가 그 쪽으로 빠지냐 이 말이에요. "
" 아 진짜, "
재현씨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겼다. 요, 욕했어요 방금!? 내 말에 재현씨는 아니거든요. 라며 맞받아쳤다. 그럼 말고.. 뻘쭘하게 서있는데 재현씨는 무언가가 그리도 답답한지 머리를 쓸어넘기고, 머플러를 풀고.. 도대체 왜이러지 이사람? 위로해주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나도 속상한 마음에 한 소리 하려는데 재현씨가 가로챘다.
" 좋아해서 물어봤어요. 이제 속 시원해요? "
" ...누가 누굴 좋아해요... ? "
" 내가 김여주씨를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여주씨는 그 약사놈 좋아하냐고 물어본거고. 하- 그러니까 이젠 대답해봐요. "
벙찐 나에게 재현씨가 다시 말했다.
김여주씨 그 사람, 좋아해요?
-여덟번째 이야기 끝-
안녕하세요... 저 지금 무릎으로 기어들어오고 있는거 보이시나요오...
ㅠㅠ 진짜 제가 할 말이 없네요 ㅠㅠ 분명 저번 화에서 다신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해놓구선..!
ㅠㅠ 정말 죄송하단 말 밖엔 나오질 않아요. 오늘에서야 종강을 했고 그 전까지 과제 수정해서 제출하고 과제하고.. 과제하고 과제하느라
진짜 미친듯이 바빴어요 ㅜㅜ 우리 독자님들 혹시.. 계신가요? ㅠㅠ 너무 늦게 돌아와 독자님들을 찾을 면목도 없네요 ㅠㅠ
이제 방학을 하였으니 꼭꼭 꾸준히 찾아뵐게요!
오늘은 재현이와의 이야기가 주된 화인데요. 재현이가 뙇..!! 고백을 해버렸어요.
공간스런 혼란.. 우리 여주는 어떤 대처를 할지!
그리구 저번 화를 기가막히게 끊었다고 했던 민형이의 뒷 이야기가 이번 화에서 밝혀졌는데요.
우리 민형이와의 관계도 어떻게 될른지 많이 기대해주세요!
이제 연말이고 수능도 끝나고 종강도 했겠다, 여러분들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ㅎㅎ
암호닉은 이번화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