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흥수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침대 머리에 몸을 기대 한참을 꾸벅꾸벅 졸던 흥수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넓은 집, 그러나 텅 비어서 조용하기 그지없는 집. 흥수는 괜히 섭섭해져 머리를 찬물에 확 담가버렸다.
그날은 흥수의 첫 출근 날이었다. 설레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묘한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흥수는 그런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흥수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학교였다. 그것도 그의 모교인 '승리고등학교'. 흥수는 허허 웃으며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 사이로 교문을 통과했다. 마치 약 7년 전, 처음 이 학교에 전학 오던 그때처럼. 흥수는 익숙하고도 어딘가 낯선 학교 복도를 지나 교무실로 향했다. 2학기가 시작한지 조금 지난 어느 날, 그렇게 흥수의 교사생활이 시작하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 01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이 새로운 체육선생을 기다리며 회의하듯 빙 둘러 앉아있었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찬, 인재, 그리고 학년주임 엄포스. 7년이 지났는데도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 그들은 변한 것이 없었다. 그때 교무실 문이 열리며 키 큰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세찬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오호, 하고 낮은 탄성을 질렀다.
"아니 이게 누구야?"
“어?”
인재도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2학년 체육을 맡게 된 박흥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재가 웃으며 흥수를 바라보았다. 흥수가 따라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학년주임, 엄선생은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말했다.
“전 체육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시는 바람에 하마타면 못 구할 뻔했습니다. 앞으로 2학년 체육과 2학년 2반 공동담임을 맡게 되실 겁니다. 교사생활도 처음인데 담임까지 맡기게 돼서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정선생님과 함께 하는 거니 괜찮을 겁니다.”
흥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재를 바라보았다. 인재가 흥수의 등을 팡팡 두드린다.
“자 그럼 이제 다들 조회 들어갑니다.”
인재는 흥수에게 출석부를 건넸다.
*
“2반!”
교실에 들어선 인재는 시끄러움이 가시지 않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던 흥수가 말했다.
“여전하네요.”
“그럼. 여전하지. 어떻게 보면 시끄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
흥수가 허허, 웃으며 교실을 둘러보았다. 떠들고, 화장하고, 게임하고, 장난치고. 정말 그가 학교 다닐 때와 비슷했다.
“제가 조용히 시킬까요?”
“그래볼래?”
흥수가 출석부를 교탁에 내려친다. 쾅! 하는 출석부로 만든 소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아이들은 평소 충격과 뭔가 많이 다름에 일제히 교탁을 돌아보다가 흥수를 발견하고는 수군거린다.
“누구야?”
“키 완전 큰데?”
“야야, 잘생겼잖아!”
여전히 조금 소란스러운 교실에 흥수가 다시 출석부를 내려칠 듯 팔을 올리자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인재가 허허 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젊은 선생님이라서 그런 거야, 아니면 잘생긴 선생님이라서 그런 거야? 아니면 아직 죽지 않은 저 카리스마 때문이야? 내가 할 땐 그렇게 시끄럽더니 이제 좀 조용해지네?”
죽지 않은 카리스마라뇨, 부끄럽게 시리. 흥수가 큼큼하고 헛기침을 했다.
“자 앞으로 2학년 체육과 우리 반 담임을 맡게 되신 박흥수 선생님이시다. 음, 승리고 졸업생이기도하다. 선생님 제자이기도 했고.”
“잘 부탁한다. 박흥수다”
우와! 젊은 쌤이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재는 흥수의 짧은 인사에 웃음을 터트렸다. 7년 전 그때, 사나운 포스를 풍기며 전학 오던 그날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근데 아직 한이랑 시훈이는 안 왔니?”
교실이 조용해졌다. 인재가 한숨을 쉬었다.
“저 두 사람 오면 나한테 보내고. 일교시가 체육이네? 박선생님은 1교시 시작할 때까지 여기서 애들 얼굴이나 좀 익히시고. 조회 끝. 회장?”
차렷, 경례와 함께 아이들의 고개가 일제히 숙여진다. 흥수는 교실을 나가는 인재의 뒷모습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아니, 저기, 선생님 저만 두고 어디 가세요. 그러나 그것도 몰려든 아이들로 인해 오래 가지 못했다.
“쌤! 체육 밖에서 해요?”
“교실에서 한다. 앉아라들”
그리고 1교시가 시작되었다.
--
첫화이므로 조금 짧게?
오늘은 진지터지지만 앞으론 절대 진지터지지만을 아닐 것을 약속드리며 패기롭게 연재시작합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른이된 2학년 2반과 여전한 쌤들? 이야기고요.
저는 음.. 흥수과 남순이를 커플로 엮지 않을 거에요. 만약 제가 흥수와 남순이를 다른 여자분? 학생? 과 엮어도 섭섭하게 생각치 말아주세요
하지만 흥순의 애정넘치는 우정은 변하지 않을겁니다. 우정과 사랑사이??
아 참고로 맨 앞에서 흥수가 듣고 일어난 알람은 백인블랙. 아시는 분은 함께 폭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