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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5~6 | 인스티즈 

 

 

 

 

 

최악의 이웃 

W.문달 

 

 

 

 

 

 

 

 

 

 

 

 

 

 

 

 

 

 

 

 

 

 

 

 

 

 

한 주를 순삭당했다. 신입 환영회로 금요일 오늘 회식을 하기로 일정이 잡혔다. 사원들은 부서장님 카드 슬래쉬를 간만에 보게 됐다며 좋아라 했다.  

 

 

 

 

 

"저 평소에도 여러분들한테 카드 잘 긁지 않았어요?" 

 

 

 

 

 

"맞아요~"  

 

 

 

 

 

내 옆에서 눈가에 주름이 지게 웃으며 서영호의 말에 콧소릴 내며 맞장구치는 김미영 대리는 실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보면 김미영 대리가 오히려 서영호를 좋아하는 티를 막 내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내 앞에선 깐깐하게 굴다가도 서영호가 보이면 목소리가 누그러진다던지, 자기에게 한 마디 칭찬이라도 해주면 그걸로 물꼬를 터서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려 한다던지-서영호는 칭찬이 상당히 후한 상사였다. 복사기 옆에 하품을 하고 서 있던 나에게도 열심히 한다며 어깨를 토닥이고 갔으니까- 그런 모습이 그녀를 사수로 두고 있는 나에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꼴볼견이었다. 승진을 빨리 하고 싶다기 보단 남자 서영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서영호는 다정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다. 그래서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았다. 그렇지만 서영호를 탐탁치 않아하는 내 눈에는 적어도 여사원들에게 둘러싸여 그걸 즐기는 꼴로 밖엔 안 보였다. 서영호는 분명 바람끼도 많을거야, 흥. 

 

 

 

 

"우린씨 또 부서장님 쳐다보고 있죠." 

 

 

 

 

"악..인기척 좀 내요. 소리 지를 뻔 했네."  

 

 

 

 

바로 뒤에서 조곤거리는 목소리에 겨우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걸 막고 주먹을 꽉 쥐었다. 동환씨가 내 옆에 앉으며 킬킬거렸다. 이 사람 나 놀리는 재미로 입사한 것 같다. 

 

 

 

 

"그거 알아요? 회사 내에 부서장님 팬클럽 있대요." 

 

 

 

 

 

동환씨의 말에 마시고 있던 커피가 코로 들어갔다. 그가 내게 티슈를 뜯어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저도 거기 가입했어요."  

 

 

 

 

 

 

"아니 무슨, 지가 아이돌도 아니고 뭔 팬클럽 씩이나."  

 

 

 

 

동환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린씨는 부서장님 얘기만 하면 왜 그렇게 치를 떨어요? 누가보면 내 부모의 원수 이쯤 되겠네."  

 

 

원수란 말에 찔려가지고 티슈를 돌돌 뭉쳐 손 안에 쥐었다. 

 

 

 

 

"그냥..그 비슷한데.."  

 

 

 

 

 

"헐,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인데 우린씨? 뭐예요?"  

 

 

 

이걸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며 입만 우물쭈물 거리는데 날 따라 입술이 덜덜 떨리는 동환씨를 보며 힘겹게 한 마디 뱉었다. 

 

 

 

 

 

"..어릴 때부터 알았어요."  

 

 

 

 

 

 

"대박. 대박!" 

 

 

 

 

 

"조용히! 앉아요..스름들 드 브즈느.."  

 

 

 

 

내 말에 놀래서 박수를 치고 만세를 하고 입을 틀어막고 야단법석인 동환씨에 내가 다 주변 눈치를 보며 그의 팔을 철썩 내리쳤다. 

 

 

 

"그럼 부서장님 어릴 때부터 어땠고, 학창시절은 어땠고 다 알아요?"  

 

 

 

 

 

"뭐..네. 중고등학교 선밴데요." 

 

 

 

 

 

"미쳤,대박." 

 

 

 

 

 

알고 싶지 않아도 잘난 그 서영호의 위대하신 업적들을 읊을 수 있었다. 누구 때문에. 잠결에도 서영호 몇 살 때 라고 물어도 줄줄이 대답할 정도였다. 나는 서영호라는 자그마한 인물의 역사를 강제로 암기하게 된 피해자이다. 생각하니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오른다. 내가 서영호를 싫어해야 하는 이유를.  

 

동기부여가 되니 전투력이 상승한다. 새삼 기억을 끄집어내준 동환씨가 고마웠다. 불끈 주먹쥔 내 손을 동환씨가 소중하게 감싸더니 말했다. 

 

 

 

 

 

"당신을..서사모 브이아이피로 모십니다.."  

 

 

 

 

 

"피보고 싶으세요? 죽어도 생각 없어요."  

 

 

 

 

 

 

"하다못해 모임에 초청이라도 당해주세요..부서장님 썰만이라도 좀 풀어주시고 가세요." 

 

 

 

 

 

 

사람 눈빛이 뭐이리 애처로운지 똥강아지 같은 표정에 결국 허락을 해주고 말았다. 내가 마지못해 알겠으니 손 좀 놓으라고 하니까 방방 뛰며 딴 소리하기 없기라며 으름장을 놓고 갔다. 사실 그의 간절함이 통했다기 보단 동환씨와 그러고 있다가 정면으로 마주친 서영호의 눈빛이 알게 모르게 서늘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니 그새 노을이 졌다. 평소 같았으면 시계만 쳐다보며 퇴근하기를 기다렸을 사람들이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켜며 각자 떠들고 있었다. 회식보단 집에나 가고싶지만 선택권이 없는 인턴은 최대한 느릿느릿 김미영 대리가 맡긴 문서 정리나 마무리 단계를 작업하고 있었다.  

 

 

 

 

"우린씨, 서사모는 꼭 부서장님 가까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내 옆으로 다가온 동환씨가 나직이 귀에 속삭였다. 

 

 

 

"저는 그런거 아닌데요. 멀리 떨어지고 싶은데요."  

 

 

 

 

"우린씨..부탁해요. 부디 인맥으로 상사들을 제치고 부서장님 근처 자리를 꿰차주세요." 

 

 

 

 

"저는 여기 연고 없이 제 힘으로 들어왔고, 상관들 제치고 오야붕 근처 자리 꿰찰 생각도 없습니다."  

 

 

 

 

 

"우린씨 진짜 신기한 사람이야. 훠어..진짜 신기해."  

 

 

 

 

 

연신 신기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동환씨는 고개만 갸웃거리다 자기를 부르는 사수에게 후다닥 달려갔다. 원래 사수란 저렇게 부하 직원을 잘 챙기고 다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비교 되게 김미영 대리는 업무상 지시나 교육 말고는 나와는 교류가 일절 없었다. 내가 김우린인지 길우린인지 구분은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우린씨, 안 가고 뭐 해요."  

 

 

 

 

 

"네? 아..가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 빠져나가는 걸 목석 같이 서서 바라만 보다가 안 가고 뭐하냐는 서영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불을 전부 소등한 후 모니터가 켜진 곳은 없는지 빠짐없이 확인한 서영호가 뒤를 슥 돌아 나를 보더니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 기다려준거예요? 약간 감동인데." 

 

 

 

 

"네? 그럴리가요!"  

 

 

 

 

 

서영호가 좋은 쪽으로 오해하는 건 정말 싫어서 순간적으로 나온 말에 바로 숨을 참았다. 이래봬도 공 과 사 구분은 확실히 하는 편인데 싫어하는 티를 너무 냈다. 적어도 회사 건물 안에서 서영호는 서영호가 아닌 부서장님 이었으니까. 서영호는 개의치 않는지 다른 반응은 하지 않고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아뇨, 저는," 

 

 

 

 

"나랑 둘이만 타는거 아니고 다른 직원들이랑 같이 타고 가는 거니까 부담갖지 않아도 돼요."  

 

 

 

 

"아, 그렇군요.."  

 

 

 

 

또 너무 안도하는 티를 냈다. 서영호의 눈치를 보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서영호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는지 한 데 모여 잠깐 잡담을 나누고 있는 (온통) 여사원들이 보였다. 물론 거기엔 당연하다는 듯 김미영 대리가 한 자리 하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머, 아니에요~ 그나저나 우린씨 먼저 간 줄 알았는데..부서장님이랑 같이 나왔네." 

 

 

 

 

 

"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냐. 그래봤자 서영호한테 잘 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까 내 짧은 두 마디로 그에게도 잘 전달 됐을 터이니. 김미영 대리를 지나쳐 뒷좌석 문을 열었다. 뒷좌리에만 나를 포함한 네명이 어깨가 딱 붙어서 타고,김미영 대리는 친절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서영호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우아한 척은 다하며 탔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수십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서영호가 회식 장소로 잡은 곳은 강남의 유명한 이자카야였다.  

 

 

 

"먹고 싶으신거 알아서 각자 다 시키세요."  

 

 

 

 

그 한마디 딱 하고 서영호는 자리에 앉았다. 의도한건 아니었는데 같이 차를 타고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주 가깝지는 않더라도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건너 테이블에선 뭐 마려운 똥강아지마냥 낑낑 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동환씨가 있었다.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앞 뒤 다른 사람 아닙니다. 부디 오해나 말아 주었으면 싶었다. 맛도 없고 건강만 해치는게 술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슬며시 물병을 내쪽으로 가져왔다. 술잔은 다 받았지만 척만 할 요량이었다. 제발 술 권하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름 긴장한 상태에서 돌려지는 술을 받았다. 서영호의 간단한 건배사가 이어지고 지금쯤이면 집에 있어야 할 몸뚱이가 과로를 하고 있는 중이라 나온 하품을 하다가 마주보고 앉은 김미영 대리의 눈치를 봤다. 회사 생활도 난생 처음일 뿐더러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다들 안주충이라 식사하기 바빴으므로 공감대 없는 회사 사람들과 노가리 까기도 힘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나 빼고 다 흥에 겨워 있는 분위기에서 맞은편에 있던 박과장이 붉어진 얼굴을 하고 내게 삿대질을 했다.  

 

 

"거, 이름이 뭐더라.우리?"  

 

 

 

 

"길, 우린입니다."  

 

 

 

 

 

"어어,그래 길우린~발음하기 존나 어렵네~"  

 

 

 

 

조절하지 않고 튀어나오는 욕에 내가 박과장 대신 서영호의 눈치를 봤다. 서영호는 언제 이동했는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은 김미영 대리가 건네는 술을 받고 있었다. 

 

 

 

 

 

"뭘 그리 로봇처럼 앉아만 있어? 이리 와서 한 잔 해야지."  

 

 

 

 

 

박과장이 손에 들린 맥주병을 짤짤 흔드며 흉측하게 웃었다. 취할거면 곱게 취하지, 험한 소리 나오게.  

 

 

 

 

"제가 술을 안 마셔서요. 대신 음료 원샷 하겠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답한 성의도 모르고 박과장은 내 대답에 화를 내며 입에 잔도 안댄것 같은데 아무리 안 마셔도 예의상 상사가 주는 한 두잔은 받을 줄 알아야 사회생활 잘하는 거라며 좆같은 갑논리를 펼쳤다. 우리 새아빠도 날 혼내킨 적 없는데 그깟 술로 사람의 사회성을 판단하며 훈계하는 박과장에 당장이라도 테이블 위를 가로질러 뺨이나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지 말고 일단 건너가서 마시는 척만 해요. 저 사람 원래 저렇게 진상이야. 이해해줘요."  

 

 

 

 

 

내 옆에 앉아 계시던 남자 사원 분이 작게 귀띔해주었다. 왜 이해는 내가 해줘야 하는데. 불편하다 못해 불쾌해서 배가 다 아팠다. 화장실 핑계로 몰래 빠져나갈까보다. 자리가 넓지는 않은지라 사이에 껴 있는 나로선 앉아있는 사람들 다리에 무조건 치여가면서 지나가야했다. 거리로 따지면 왼쪽보단 서영호가 앉아있는 오른쪽으로 죄송합니다,지나갈게요 하며 그들의 무릎에 인사를 하는게 더 빨랐다. 그렇지만 서영호를 빗겨 지나긴 싫었다. 팔다리만 무식하게 길어가지고 아무리 제가 몸을 틀어 길을 터준대도 무릎끼리 스칠 것 같았다. 박과장은 화를 내고 있고, 나는 갈팡질팡 중이었다. 

 

 

 

"여기로 지나가요." 

 

 

 

 

눈이 마주친 서영호가 말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허리를 완전히 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일어나서는 그 좁은 틈을 지나다니며 상사들과 뜻밖의 무릎 스캔들을 겪어야 했다. 만취자 한 명 때문에 이게뭐람. 박과장 욕을 씨부리며 서영호를 지나가려는데 그만 중심을 못 잡고 그의 다리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차라리 엉덩이를 들이미는 자세가 나을 뻔 했나 마주보고 그의 다리 위에 앉아 있으니 상당히 민망한 장면이 나왔다. 서영호도 나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눈동자만 흔들리는데 어디서 이상한 연출을 조장하는 호응 소리가 들려왔다. 인턴이 과감하다느니 어쩌니, 계속 그러고 있을 거라느니 하는 소리에 버벅거리며 일어났다.  

이거 사내 성희롱 아닙니까? 노란 조명 아래서도 얼굴이 발그레 해진게 보이는 서영호가 내가 일어나는 걸 도와줬다.  

 

 

 

"나 덕에 좋은 짓도 하고, 얼마나 감사해? 안 그래?"  

 

 

 

작고 단단하더라도 박과장에게 이런 비슷한 소리를 한번이라도 더 들었다간 손에 들린 소주잔을 충분히 깨부실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머리 뚜껑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도 마시고~나도 마시고~" 

 

 

 

 

 

"우린 입니다, 과장님."  

 

 

 

 

 

"여자가 유연할 줄을 몰라. 우리든 우림이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지!" 

 

 

 

 

 

"박기홍 과장님. 그만하세요."  

 

 

 

 

 

서영호가 한 마디 하자 그제서야 무안한 듯 민머릴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하는 박과장이다. 계속 방관만 하다가 늦게서야 히어로인 척 하는 것에 울화가 치밀었다. 그 뒤로 막 나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지금 처한 환경이 좆같아서, 좀도 아니고 존나게 좆같아서이다. 

 

 

 

 

"우린씨 쩐다. 멋있어요." 

 

 

 

 

상사들 자리에 조무래기가 껴서 뭐하냐, 바로 자리를 옮겨서 언제 형성되었는지 인턴끼리 모여있는 테이블에 멍석을 깔았다. 흑장미를 요청한 알쓰 동환씨가 원샷으로 소맥을 들이키는 나를 보며 감탄사를 지었다. 

 

 

 

"존나 맛대가리 하나도 없는 이런거 왜 마셔요?" 

 

 

 

 

 

"..우린씨? 취한거 같은데요?" 

 

 

 

 

"뭔 개소리예요, 나 아직 눈 안 풀렸는데."  

 

 

하며 눈에 힘을 부릅 주고 동환씨를 쳐다봤다. 동환씨는 취한게 맞다며 내게서 술잔을 뺏어 들었다.  

 

 

 

"그렇지. 이렇게 술 대신 물을 줘야지, 요즘 같은 세상에 술이나 강요하고 말이야! 어? 그걸 또 방관만 하고 말이야아! 그러면 안되는 겁니다. 알겠죠?"  

 

 

 

 

 

"네네..우린씨 뒤로 좀 기대서 앉아 있어요."  

 

 

내 어깨를 뒤로 밀며 말하는 동환씨의 손을 팍 잡고 한쪽 입꼬리에 힘을 풀었다. 

 

 

 

"동환씨 나 두고 어디가요..난 동환씨 밖에 없는데에! 동환씨 나 말고 친구 생기지마요. 우리 둘이 짱친 먹어요~ 헐! 설마..서사모 가요? 나도 가요! 내가 서영ㅎ!"  

 

 

 

 

동환씨가 내 입을 막고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우린씨는 되도록 기분 좋을 때 술 마시세요.. 주사가.."  

 

 

 

 

동환씨가 바람 좀 쐬며 술 좀 깨라며 나를 가게 앞에 앉혀두며 편의점에 빨리 다녀올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하고 떠났다. 나는 후- 하고 입술을 오므려 입김을 내며 뜨거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얼굴을 푹 수그렸다. 아래로 내려간 시선에 정갈한 남성의 구두가 있었다. 

 

 

 

"와..동환씨 날개 있어요? 어엄청 빨리 왔네." 

 

 

 

 

 

"동환씨가 아니라 미안해요."  

 

 

 

학 같은 다리가 꺾이더니 비슷한 눈높이로 내 앞에 그가 쭈그려앉아 나와 눈을 맞췄다.  

 

 

 

 

"어. 서영호다."  

 

 

 

 

 

"네. 서영호 입니다." 

 

 

 

 

 

"후..서영호야. 또 서영호야. 왜 그래 나한테. 끈질긴 서영호. 언제까지 붙어다닐거야.."  

 

 

 

 

 

"..." 

 

 

 

 

"진짜 진짜 속상한게 뭔지 알아요?"  

 

 

 

 

 

"뭔데요."  

 

 

 

 

그 큰 몸을 겨우 접고 앉아 있는 것 같아 푸스스 웃음이 새어나왔다. 앞으로 기울여서 웃다가 땅에 얼굴을 박을 뻔한 걸 그가 잽싸게 받쳐 올려줬다. 내 어깨에 얹어진 큼지막한 손을 잡아 내려서 주물주물 만졌다. 묘하게 중독성 있었다. 

 

 

 

 

"너무 속상한 게..너무 속상해요.." 

 

 

 

 

 

"뭐가 그렇게 속상해요." 

 

 

 

 

 

"나 정말 서영호 너무너무 미워하는데 그 얼굴만 보면.. 아니 엄마 진짜, 그 정도로 잘생겼다고 미리 말을 해주지. 서영호 잘생겼더라구요..짜증나..저 잘생긴 거 좋아하거든요.."  

 

 

 

 

 

"아아, 그랬어요? 우린씨 잘생긴 거 좋아하는구나. 서영호 잘생겼어요?"  

 

 

 

 

 

 

"네. 시발, 본인도 알겠죠? 개빡친다."  

 

 

 

 

 

머리 위에 온기가 얹어졌다. 그다지 싫지 않아 고개를 더 쳐들었다. 

 

 

 

 

"글쎄, 본인은 잘 모르던데." 

 

 

 

 

 

"헐. 더 싫다. 차라리 대놓고 잘생긴거 이용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서영호가 왜 싫어요?"  

 

 

 

 

 

"..엄마가 맨날 서영호 얘기만 했어요..지겨워요 이제.. 나도 똑똑한데 나도 잘 하는데 엄마는 서영호만 칭찬하구. " 

 

 

 

 

 

"그랬구나. 우린씨 서영호보다 더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고마워요..서영호도 그렇게 생각했음 좋겠다아."  

 

 

 

 

 

허전해졌다. 크고 두꺼운 손이 내 손아귀에서 스르륵 벗어났다.  

 

 

 

 

"우린씨, 집에 갈까요?"  

 

 

 

 

바지 깃을 털고 나서 그가 물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위아래로 끄덕였다.  

 

 

 

 

 

"갈래요. 집에 갈래요."  

 

 

 

 

 

 

 

 

 

 

 

 

 

 

 

 

 

 

다단계도 아니고, 한 번 밟으면 더 깊어지는 계단처럼 우린의 주사가 꼭 그랬다. 처음엔 멀쩡하게 말도 잘 해서 얘 취했네, 소리가 아예 입 밖으로도 안 나오게 했다. 그래서 한 잔 두 잔 더 얹어 마시면 그때부터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했다. 술자리에선 안주킬러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끔 분위기 타서 술을 들이킬 때에 우린은 알아서 그 타이밍에 나갔다, 2차 주사가 시작되기 전. 

 

남자 상사의 희롱을 받아내야 하는 대한민국 직장인 여성으로서 울분이 머리 끝까지 찬 우린은 속도를 낸다고 적정선을 넘겨버렸다. 제 앞에 있는게 서영호인지 누구인지 구별도 못 할 정도로 속풀이를 하는 것을 보면 가늠이 됐다. 갈래요 갈래요 하며 일어난 우린은 한 발짝을 겨우 떼곤 영호의 부축을 받았다. 영호는 자기 차로 가서 우린을 먼저 태워놓고 부리나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많이 취한 친구가 있어서..마침 같은 방향이라 태워다주고 올게요. 

아, 아니다. 윤차장님, 카드 드릴 테니까 실컷 드시고 내일 돌려주세요." 

 

 

 

 

윤차장에게 자신의 카드를 건네주고 인턴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가서 우린의 짐을 챙겨갖고 나오던 영호는 우린을 찾고 있던 동환과 마주쳤다. 

 

 

 

 

 

"어,억, 부서장님 가십니까?" 

 

 

 

 

 

"네, 네. 적당히 즐기다 가요." 

 

 

 

 

 

어깨를 두들겨준 뒤 나가는 영호의 뒷모습을 얼빠진 표정으로 보던 동환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우린의 행방을 동기들에게 듣게됐다. 

 

 

 

 

 

 

 

 

 

"우우.." 

 

 

 

 

 

"왜 그래요." 

 

 

 

 

 

백미러로 운전하던 대리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영호는 어깨에 기대 자는 우린을 보며 조곤조곤한 톤으로 달랬다. 우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영호를 올려다봤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일정한 간격의 엠버색 불빛들이 둘의 얼굴로 지나갔다. 

 

 

 

 

 

 

"나 토할 구 가타.." 

 

 

 

 

 

"어어..?토 할 거 같아?" 

 

 

 

 

 

뒤에서 들려오는 토 할 것 같다는 소리에 대리 운전 기사는 운전석 주위를 살폈다.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부담되는 비싼 차 안에서 토라니, 제가 다 초조했다. 

 

 

 

 

 

 

"뻥이야!" 

 

 

 

 

 

 

"아..놀랬잖아요. 물 마실래요?" 

 

 

 

 

새삼 해맑은 우린을 보며 영호도 따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물을 건네는 손을 밀어낸 우린이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나 토할 거 가타아.." 

 

 

 

 

 

 

 

"어..어떡하지..잠깐만요." 

 

 

 

 

 

 

 

"히히 뻥이얀!" 

 

 

 

 

 

 

"어우.." 

 

 

 

 

 

 

"아니야아..나 지짜 토 할 거 가타아..." 

 

 

 

 

 

"기사님," 

 

 

 

 

 

"진짜 진짜 뻥이야!" 

 

 

 

 

 

"..죄송합니다. 계속 안전 운전 해주세요.." 

 

 

 

 

 

우린의 주사 중 하나는 토 할 것 같다고 거짓말하기였다. 친하다고 자부 할 수 있는 그녀 친구들 가운데서도 아는 사람이 몇 없는 주사였다. 우린이 평소에 술 자리에서 철저하게 선을 지키기 때문에 잘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홀로 신나고 영호와 대리 운전 기사는 가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결국 그 거짓말은 영호가 대리비를 건네드릴 때 진짜가 되었다. 

 

 

 

 

"토 다 했어요?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등을 살살 두들겨주는 영호에게 우린은 그만, 이라는 사인을 보냈다.  

손으로 입 주변을 닦아내곤 더러워졌다고 울자 자켓 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영호가 손수 내밀어진 우린의 손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이제 괜찮죠? 집 들어가도 되는거죠?" 

 

 

 

 

 

 

"넹." 

 

 

 

 

 

"귀여워. 가요, 얼른." 

 

 

 

 

 

손수건을 쥐고 있는 손이 아닌 반대쪽을 내민 것에 우린이 자기 것을 척 올려놓았다. 영호는 바로 맞잡지 않고 저보다 작은 우린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 다음부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누구의 부축을 받고, 누군가의 차를 탔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집 안에 들어갔고, 눈을 떠보니 망치로 맞은 듯 머리가 지끈거리고 술 냄새가 났다. 화장실로 달려가 똥꼬에 불타는 터널을 뚫고 나오니 출근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각이었다.  

쌍욕을 지르며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급하게 물을 적시고 나와 파우치를 털어 화장품을 다 쏟아냈는데 토요일이라는게 생각이 났다. 

 

 

 

 

"와..식겁했네."  

 

 

 

 

 

침대 위로 쓰러지며 더듬거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동환씨에게 부재중과 문자가 와 있었다.  

 

 

 

 

ㅠㅠ우린씨 어디에요ㅠㅠ  

우린씨 어디 갔어요ㅠㅠㅠ  

우린씨 집 갔어요? 우린씨!!!  

부서장님이랑 집 갔다면서요!!!  

대박대박 우린씨 ㅠㅠ  

 

 

 

 

동환씨의 문자를 읽고 나서 나는 그에게 차마 답장을 해줄 수가 없었다. 취해서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하는 서영호, 사람들에게 먼저 나를 집으로 귀가시키겠다 말하는 서영호, 자신의 차에 나를 태우는 서영호 그 외의 서영호들이 생각났다. 어제 꼬장을 부렸다거나, 말실수를 했다거나는 기억에 없었지만 혹시나 취기를 빌미로 김미영 대리나 박과장에게 욕이라도 했을까 겁이 났다. 이래서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거구나. 덜 마른 머리를 쥐어뜯으며 신음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저예요,우린씨!" 

 

 

 

 

 

"저라고 하면 누군지 어떻게 알아."  

 

 

 

 

 

물론 목소리만으로도 저 다정함의 종류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문을 열러 가면서 혼잣말로 툴툴댔다.  

 

 

 

 

 

"방금 일어난거예요?"  

 

 

 

 

 

"아니요, 좀 전에 일어났습니다."  

 

 

 

 

 

문을 여니 밖에는 역시나 서영호가 서 있었다. 운동을 갔다 온 건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가 내게 방금 데운 듯 따뜻한 꿀물이 든 병을 건넸다.  

 

 

 

"속 쓰릴까봐요. 우린씨 어제 엄청 마셨잖아요."  

 

 

 

 

"..감사합니다."  

 

 

 

딱 이것만 전해 주려 했는지 가려는 서영호의 옷자락을 소심하게 붙잡았다. 

 

 

"저, 부서장님!" 

 

 

 

 

"네."  

 

 

 

 

"저기 혹시..어제 저 데려다주신 거 부서장님이신가요?" 

 

 

 

 

"아, 네. 그렇게 됐네요. 아무래도 우린씨 집 잘 아는 사람이 저니까 제가 데려다 주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참 저는 딱 데려다만 드렸습니다. 혹시나.. "  

 

 

 

 

"아아, 네!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  

 

 

 

 

"그래요. 그럼 쉬어요."  

 

 

 

 

 

"아, 저! 부서장님..혹시 저 어제 실수한거 있나요? 제가 기억이 잘 안나서.." 

 

 

 

 

 

"..없었어요. 걱정 말아요. 우린씨 회식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었고 집까지 조용히 잘 왔어요."  

 

 

 

 

"감사합니다..월요일날 뵙겠습니다."  

 

 

 

 

 

내 인사에 간단히 손을 흔들어주며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맞아, 바로 옆집이지. 새삼 가까운 거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내게 있어 서영호는 늘 멀기만 한 사람이니까. 걸리는 건 아무 일도 없다고 할 때 미묘하게 바뀌는 그의 표정이었다. 떠올린 어떤 기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찜찜했다. 

뜨거워서 소매를 길게 늘려 잡고 있던 꿀물 차가 알맞은 온도로 식어있었다.  

 

 

 

 

 

 

 

 

 

 

[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5~6 | 인스티즈 

 

 

 

 

 

 

 

 

 

 

 

 

 

 

 

 

 

 

 

 

 

 

 

 

부서장이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이냐 하면, 원래 출근 시간보다 30분 빨리 가는 나와 똑같이 출근한다는 것이다. 내가 좀 더 시간을 늦추던가 해야지 저번 주말 이후로 찝찝한 사이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가는 게 고문 수준이었다. 서영호와 눈만 마주쳐도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던게 생각났다. 퇴사해야 하나. 

인턴십은 마치고 때려치우려고 했는데. 

 

 

 

 

"우린씨는 늘 자전거 타고 출근해요?" 

 

 

 

 

"네." 

 

 

 

 

"되게 부지런하다. 역시." 

 

 

 

 

당신도 만만치 않게 부지런해요.. 

바로 이웃집인 내가 알기론 내 기상 시간에 그는 아침 조깅이라도 갔다 오는지 현관문 도어락이 열렸다 닫히는 소릴 내고 다녔다. 신문 배달을 그가 할 리가 없잖아. 

근처 공원으로 조깅을 하러 가는 모습이 찰떡같이 떠올라서 그럴것이다~ 하고 단정지었다. 

관심 갖고 싶지 않은데 이웃이다 보니 큰 소리라도 들려오면 무얼 할 지 상상하게 된다. 

 

 

 

 

"좀 있다 회사에서 봐요, 우린씨." 

 

 

 

 

"넵." 

 

 

 

 

회사 안 시차와 회사 밖 시차가 달랐으면 좋겠다. 회사가 한 세시간 정도만 빠르면 퇴근 했을 때는 세시간 전이니까 기분도 좋을 것 같고. 내 말은 시간이 그만큼 안 간다고. 

바쁠 땐 밥도 거를 정도로 일이 많아서 바쁘고, 안 바쁠 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할 게 없어서 상사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약간 달라진 게 있다면 점심시간마다 서사모 회원들에게 시달린다는 거? 

 

 

 

 

"역시..우리 부서장님. 날 때부터 잘 났어. 어떡하지." 

 

 

 

 

"사이보그 덕질하는 기분이에요." 

 

 

 

 

"..저 이제 가도 돼요? 항마력 딸려요." 

 

 

 

 

"우린씨는 부서장님 다음으로 저희가 추종하는 사람이에요.. 성덕이잖아요, 완전 성덕." 

 

 

 

 

동환씨가 부럽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내 손목을 붙잡고 올려다봤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친하지도 않은데 서영호랑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되어버렸다. 원래 남 얘길 하다보면 흥분해서 본래와 다르게 과장도 되고 그런다지만.  

 

 

 

 

"저 먼저 내려가 볼게요." 

 

 

 

 

옥상 직원 쉼터에서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바로 아래층에서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 숨부터 죽이고 허리를 숙여 살폈다.  

 

 

 

 

"..솔직히 이러는 거 부담스러워요. " 

 

 

 

 

비상구라 목소리가 울리긴 해도 분명히 이 목소리는 서영호였다. 또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영호씨, 그래도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무해요.  

어차피 같은 부서도 아니라 눈치 볼 일도 적은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저에게는 채영씨 그저 알고 지내는 좋은 회사 동료라서," 

 

 

 

 

"그러니까 저는 영호씨한테 그런 존재밖에 안된다는게 싫다구요. 저 자존심 다 내려놓고 티도 엄청내고 있잖아요. 그럴거면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지 그랬어요. 왜 사람 헷갈리게 잘해줘요? 당연히 오해하잖아요. " 

 

 

 

 

아. 우연찮게 사적인 대화를 들어버렸다.  

벽에 바짝 붙어서는 진땀을 흘리고 있는 서영호가 보였다. 

쩔쩔매는 대형 고양이.  

지하철이라면 몰라도 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게 도리라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올라갔다. 

배 안에 마그마라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점심을 잘못 먹었는지 중심부가 뜨겁고 바지 단추가 갑갑했다. 

 

서영호, 

그는 아마 비상구 계단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지 않았을까. 

그쯤 되면 부러 매번 곤란해하는 척을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 

단호한 쓰레기보단 상대를 그런 식으로 어르고 도리어 미안하게 만드는게 이미지 손상이 덜 될테니까. 

역시 지능적이야.  

나는 이렇게 꼬인 사람이어야 후련하다. 

장이 좀 편안해졌다. 

 

그나저나 나 심하게 하루종일 서영호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야, 아니다. 이 또한 세뇌 교육으로 나타난 비극적 결말이다. 

아니꼽다. 

여우같은 서영호.  

이미지 관리하는 서영호. 

가면 쓴 서영호! 

 

내가 서영호를 신경 쓰는 건 딱 열등감, 그 줄 위에서만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잘못됐다. 쓰린 위를 뜯을 수만 있다면! 

허리도 바로 못 피고 구부정한 자세로 엎드려 있으니 김미영 대리가 지금 노닥거릴 시간이 있냐며 뒤에서 바가지를 긁었다. 적어도 회사 내 엄마역할은 김미영 대리가 해먹는다. 

 

 

 

 

"대리님..저 속이 안 좋은데 잠깐 약국 좀 다녀오겠습니다." 

 

 

 

 

"술이라도 거하게 마셨어? 몸관리도 능력이에요. 잘 해요." 

 

 

 

 

"넵.." 

 

 

 

 

거지같은 소릴 대단한 논리나 인생의 경험이나 되는 것처럼 늘어놓는 게 같잖았다. 

 

 

 

 

"우린씨! 어디가요?" 

 

 

 

 

최대한 잰걸음으로 회사 근처 약국에 가기 위해 비상구 계단 쪽으로 향하는데 서영호가 나를 불렀다. 시간 순삭의 타임이 되었나 싶어 이번엔 절대 말려들지 않으려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딱 그의 정갈히 맨 넥타이에만 시선을 두었다. 

 

 

 

 

"속이 쓰려서 약국에 가려고 합니다. 서둘러 다녀오겠습니다!" 

 

 

 

 

"왜 약국을 가요, 병원을 가야죠." 

 

 

 

 

"그 정도는 아니라..그냥 약국에서 약만 타 먹으려구요. 다녀오겠습니다." 

 

 

 

 

서영호가 남 걱정 잘 하는 말로 계속 잡아둘까 내 선에서 먼저 끊고 후다닥 내려갔다.  

 

 

 

 

 

약을 사와 탕비실에서 물과 함께 먹고 있는데 동환씨가 달큰한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더니 델리만쥬 여러 개를 품에 안고 있던 종이봉투 안에서 꺼내 내게 건넸다. 

 

 

 

 

"좀 식었긴 했는데 그래도 맛있을 거예요." 

 

 

 

 

“대박, 델리만쥬다..고마워요." 

 

 

 

 

진심으로 감동을 먹어서 두 손으로 그 작은 델리만쥬들을 들고 나왔는데 서영호가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손 허리를 하고서 말했다.  

 

 

 

 

"속 쓰린데 기름기 있는 거 막 먹어도 괜찮아요?" 

 

 

 

 

"아..혹시 부서장님도 델리만쥬 드시고 싶으셔서.." 

 

 

 

 

"아니에요. 난 그저 우린씨 더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요." 

 

 

 

 

검색해 봤는데 속 쓰릴 때 기름진 거, 매운 거, 자극적인 거 먹으면 안된대요. 

 

 

보통은 그렇구나, 속이 쓰리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남 일을 서영호는 굳이 제 일인 것처럼 나선다. 

사람들은 그런 점을 보고 그를 친절하다, 사려 깊다, 센스 있다 등으로 평가한다.  

이 사람보다 못났다는 평만 받고 자란 나라 더욱이 인정하기 싫은 부분은 서영호가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게 절대 잘 보이기 위한 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닌 내가 가진 사랑은 넘치니까 너도 사랑 받으렴,의 식이다. 내가 열등감에 가득한 환경에 처해서 그게 쌓이고 쌓여 서영호에게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는 길우린이 되었듯, 서영호 역시 이러저러한 환경에서 배우고 느끼며 지금의 젠틀하고 살뜰하게 남을 잘 챙기는 서영호가 된 것이다. 아마 서영호는 내가 면전에다 대고 네가 뭐 그렇게 잘났냐며 삿대질을 해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도리어 어쩌다 내가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안타까워하며 손을 잡고 얘길 들어 줄 인간이다. 

모두가 그렇겠지, 무결점으로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결코 완벽하게 설계되지는 않는다. 반드시 흠이 있다. 

그 조그만 결점이 평소 그 인간의 성품에 따라 '인간적인 면모' 라고 불릴 수도 있고, '꼬투리' 잡을 만한 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서영호는 그마저도 전자이다. 

 

 

 

 

"우린씨, 왜 울어요..많이 아파요?" 

 

 

분통이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이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얼마나 자기를 경멸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순수한 호의에 스스로가 더 못나보였다. 열등감의 취약점은 다양하고 이 상황은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남에게 눈물 보이는 걸 싫어할까 봐 목소리를 낮추고 조곤조곤 상태를 물어오는 거 하며, 

 

 

 

 

"나갈까요? 일찍 퇴근해도 돼요. 중요한 건 우린씨 몸상태니까." 

 

 

 

 

부동의 자세로 목만 앞으로 푹 꺾여 있는 내 어깨를 살살 토닥이며 다른 회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밖으로 함께 나가주는 것 하며. 

 

 

온통 다정 투성이인 서영호를 난 절대 이길 수 없다. 

자신보다 남이 우선인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절대 될 수가 없다. 

 

견딜만 하다고 했지만 울음에 삼켜 그저 어리광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서영호는 기어코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속은 밤 10시를 넘겨서야 편안해지더니 금방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간 애매한데..그냥 잘까." 

 

 

 

 

챙겨먹는 것도 귀찮고, 자기 전 화장을 지우는 것도 귀찮을 때 주먹으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일순 모든 동작을 멈추고 현관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밖에서 핸드폰 터치음이 들리는 듯 하더니 손에 쥔 폰으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우린씨, 저 서영호 부서장입니다. 김미영 대리 통해서 연락처 받아냈어요. 다른 사람 통해서 알아낸 거 미안해요. 아픈건 좀 어때요?" 

 

 

 

 

"아아..괜찮습니다." 

 

 

 

 

"밥은 좀 먹었어요? 약은요?" 

 

 

 

 

"아..아직요." 

 

 

 

 

"퇴근하는 길에 우린씨 생각이 나서 죽 좀 사왔는데 현관 문 앞에 두고 갈게요. 부디 부담스럽게만 생각 말고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푹 쉬고 내일 봐요." 

 

 

 

 

"헐, 네.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꾀병을 부리게 된 나는 옆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문을 열고 그가 놓아 둔 포장 봉지를 집 안에 들일 수 있었다. 

뚜껑을 열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은 원래 부하 직원을 이 정도로 챙기는지. 

아니면 내가 당신의 이웃이기 때문인지,  

그 전에 당신의 원더우먼이라선지. 

 

 

 

 

이번년도 최대의 실수는 지하철에서 서영호를 도와준 것이다. 애석하게도 서로에게 괜찮은 첫인상만 심어줬다. 시나리오 대로라면 나는 그를 무조건 나쁘게 만났어야 했다. 

사실 나는 실제로 만난 서영호가 싫지 않았다. 

오랜 시절 엄마의 입을 통해 형성되고 굳어진 이름 뿐인 서영호는 점점 부서지고 있었다. 

 

 

 

 

 

 

 

 

 

 

 

 

 

 

 

"부서장님." 

 

 

 

 

"네, 우린씨. 얼굴 좋아보이네요." 

 

 

 

 

"네..덕분에요.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죽 든든히 비우고 왔어요.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챙겨준 줄 알겠다. 고작 죽 사다 준게 다인데요,뭐.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그거 알아요?" 

 

 

 

 

"네?" 

 

 

 

 

"우린씨 입사하고 처음으로 나한테 먼저 말 건거 같은데. 아닌가? 하여튼 저도 기분 좋네요." 

 

 

 

 

그의 말에 얼이 빠져 있는 나를 두고 서영호는 웃으며 먼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날 서영호는 다른 직원들에게 무슨 좋은 일 있으시냐는 말을 지겹게 듣고 다녔다. 

 

 

 

 

 

 

 

 

"우린씨, 저랑 어디 좀 같이가요." 

 

 

 

 

한창 업무전결규정을 숙지하고 서류 결재 방식을 배우고 있는 중에 틈을 노려 동환씨가 나를 끌고 외진 곳으로 갔다.  

 

 

 

 

"무슨 일이에요? 서사모는 점심 시간만이라면서!" 

 

 

 

 

"서사모 일 아니고 우린씨 본인 얘기예요." 

 

 

 

 

"저요? 저 뭐요?" 

 

 

 

 

"우린씨 지금 사내 소문이 좀 안 좋게 퍼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저요? 저 존, 그냥 짜져 살았는데." 

 

 

 

 

"..그..우린씨가 부서장님 얘기 해준 것도 되게 누군가에 의해 징검다리처럼 퍼지고, 우린씨랑 부서장님이랑 잘..붙어다니잖아요. 그래서 소문이 좀.." 

 

 

 

 

나한테만 불리하게 난 거겠지. 내가 후리고 다닌다든가. 

근거 없는 루머의 주인공이 설마 내가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저절로 주먹이 쥐어진 상태로 내 옆에 바로 있는 아무 벽이나 쿵쿵 두들겼다.  

 

 

 

 

"아니, 어떤 주둥이 자유로운 인간이 내가 해준 얘길 떠벌리고 다녀요? 서사모 내 사람일 거 아냐. 와, 누구냐. 걸리기만 해 아주.“ 

 

 

 

 

 

 

 

 

둘이 붙어 다니는 거야 해명 이라는 말을 감히 붙이기도 하찮아 가치가 없고, 내가 해준 학창시절 서영호 얘기가 퍼졌다는 게 제일 화가 났다. 내가 충분히 왜곡해서 말한 소지도 있고, 악감정으로 똘똘 뭉친 상태로 격양된 채로 떠들었을 텐데 당사자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끔찍했다. 동환씨에게 그 얘길 듣고 나서부터 나를 보는 시선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인턴십만 끝내고 뜰 회사라지만 당장에 매일을 보는데 그 눈빛들로 내게 다들 삿대질을 하는 것 같았다. 일단 애써 무시하고 최초 유포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은 지도 2주가 더 지나 첫 번째 부서장, 사수 평가를 받는 날이 되었다. 

김미영 대리는 별로 잘 가르친 것도 없는 주제에 평가 할 때는 자로 잰 듯이 딱 딱 맞춰서 하나하나 지적질을 했고, 다음 부서장 평가를 받으려고 서영호에게 갈 때 쯤엔 이미 녹초가 되어 말 할 기운도 없었다. 서영호는 일단 점심은 맛있게 먹었냐는 의례적인 인사부터 건넸다.  

 

 

 

 

"한 달 정도 보냈는데 어때요? 할 만 해요? " 

 

 

 

 

"..어.." 

 

 

 

 

"우린씨?" 

 

 

 

 

"네? 아, 네! 괜찮습니다." 

 

 

 

 

"우린씨 원래는 전략기획 가고 싶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게 전략 기획보다는 마케팅 베이스에 신규 사업이랑 홍보 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그에 따른 불만이나 그런건 없어요? 버겁다거나, 안 맞는다거나. " 

 

 

 

 

서영호는 일방적인 평가보다는 회사 고충 상담에 가까웠다.  

 

내 앞에 놓인 머그컵을 만지작 거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 하루 시키는 것만, 가르쳐주는 것만 하라면 하는지라 의욕도 의지도 없었다. 

 

 

 

 

"그다지 힘든 점은 없습니다." 

 

 

 

 

"진짜?" 

 

 

 

 

"진짜.네." 

 

 

 

 

"앞에 동환씨는 제가 이렇게 말하면 그다음부터 엄청 쏟아내던데. 우린씨는 정말 잘 맞나 보네요." 

 

 

 

 

저는 어차피 4주 뒤면 없을 사람이라 괜찮습니다.  

라고 어떻게 말하냐. 

그 뒤로도 서영호는 계속 질문 형식으로 말을 붙여왔지만 머릿속이 텅 비어있는 나는 닫힌 대답만 내놓을 수 밖에 없었고, 들어온 인턴 중 내가 제일 빠르게 평가가 끝났다. 

 

 

 

 

"밖에 눈 와요. 봤어요?" 

 

 

 

 

"정말요? 못봤어요." 

 

 

 

"꽤 쌓여서 자전거 타고 가는거 힘들거예요." 

 

 

 

 

서영호가 블라인드를 올리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창문을 통해 본 바깥은 온통 백색이었다.  

 

 

 

"그렇겠다..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거는 하는 수 없이 회사에 두고 지하철 행을 결정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서영호가 말을 걸었다.  

 

 

 

 

"우린씨는 참," 

 

 

 

 

"네?" 

 

 

 

 

"우린씬 남들이랑 좀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주 좋은 쪽으로 특별해요." 

 

 

 

 

"아아..칭찬으로 알고 있으면 되는건가요." 

 

 

 

 

"네. 매우 칭찬이죠. " 

 

서영호가 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보였다. 나는 멋쩍게 웃는걸로 답을 대신했다. 

슬쩍 둘러 본 그의 책상 위에는 스탠드 옆에 우뚝 서 있는 원더우먼 피규어가 눈에 띄었다. 그걸 보는데 가만 잘 뛰고 있던 심장이 크게 한 번 삐끗했다. 서영호의 표정은 나와 다르게 한없이 평온했다. 

 

 

 

 

 

어둠이 하늘을 점령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엔 느긋하게 남아서 일지 작성을 했던 나도 이제는 일 분이라도 더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후다닥 날려쓰고는 몰려 나가는 인파에 껴서 같이 떠밀려 간다.  

퇴근 시간 피크를 즐기고 싶지 않지만 집에는 가고 싶은. 

내일부터는 멋 부리지 말고 패딩입자 하고 스스로를 혼내키며 코트 안으로 몸을 꼭꼭 숨겼다. 

열차 하나를 문 앞에서 떠나보내고 그 다음께 오기만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데 무심코 돌아본 옆에 서영호가 서 있었다. 식겁하며 짧게 소릴 지르다가 뭉개진 발음으로 인사를 했다.  

 

 

"차, 차, 차 안 타시구.." 

 

 

 

 

"저 오늘 일부러 차 놓고 왔어요. 출퇴근 둘 다 지하철 이용 중입니다." 

 

 

 

 

"그러시구나..놀랬어요. 여기 계실 줄이라곤 생각도 안했거든요." 

 

 

 

 

"저도 대중교통 이용하는거 좋아해요. 우린씨만큼은 아니라도." 

 

 

 

 

"하하.." 

 

 

 

 

내가 타야 할 열차가 방금 전 역을 출발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노란선으로 한 걸음 가까이 붙어 부디 사람이 적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 시간에 씨알도 먹힐 리가 없다. 들어갈 수는 있는지 득실거리는 전철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조금 빠져나왔다. 앉는건 당연히 포기하고 다섯 정거장만 참자고 생각하며 인파를 비집고 들어갔다. 서영호는 사람들이 모조리 나올 때까지 옆으로 길을 터주고 있다가 늦게서야 서둘러 올라탔다. 서류가방을 품에 안고 있는 자세로 거의 문에 붙어 있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손잡이를 잡을 필요도 없이 가만 있어도 크게 쏠리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밀집을 보이는 가운데 빠져나가려는 사람과 들어오려는 사람, 길을 터주려는 사람들의 콜라보로 서영호 등에 껌딱지 비슷하게 붙게 되었다. 

나는 혹시나 그가 당황해 할까 봐 속사포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댔다. 

 

 

 

 

"저 우린이에요!" 

 

 

 

 

예전에 성을 떼고 내 이름을 남에게 말 해주다가 귀여운 척 하는 거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저 이름을 묻기에 알려주었을 뿐인데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린이' 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나를 빙 둘러싸고 심술궂은 애들이 우린이는 어린이에요! 하며 놀린 적도 있었다. 그 뒤로는 항상 성을 붙여 길우린 이라고 말을 해왔는데 급하다보니 우린이에요! 하고 외치고 말았다. 꼴에 귀여운 척을 한다고 생각할까 봐 앞의 말을 수습하느라고 어물거리며 제가 뒤에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더 이상하게 여겨져서 나중 가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예 꼬매버리자. 

마침내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고 서영호의 뒤를 졸졸 따라 내렸다. 맑게 트이는 숨통에 크게 심호흡을 하며 슬며시 뒤를 돌아보면 내가 저기에 있었다니 할 정도로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꽉막힌 전철 안 모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우린씨." 

 

 

 

 

"..네!" 

 

 

 

 

"뭐해요,안 오고." 

 

 

 

 

"가, 가요!" 

 

 

 

 

나, 이 사람한테 적립되는 흑역사가 소소하게 많아진다. 

 

 

 

 

아파트 단지까지 나란히 걸어가는 길은 늘 그렇듯 대화가 없었다. 처음 서영호와 같이 퇴근을 했을 때는 타고 왔던 지하철보다 더 숨이 막히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면역력이 생긴건지 그와 같이 걸어도 전보다 어색함은 줄어든 것 같았다. 정작 서영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익숙해졌나보다.  

 

 

 

 

"우린씨, 많이 피곤해요?" 

 

 

 

 

"네? 어..조금요?" 

 

 

 

 

"괜찮으면 집 들어가기 전에 근처 어디 가게에서 술 한잔 마실래요? 물론 이건 거절해도 돼요."  

 

 

 

그가 걷는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나도 따라 자동으로 멈춰졌다.  

 

 

 

 

"아직 혼술 할 용기는 없어서. 아,우린씨 술 안 좋아한다 그랬죠?" 

 

 

 

 

마음 약해지게 처량함으로 무장한 팔자눈썹을 하고서 쳐다보면 당연히 희망적인 답을 줄 수 밖에 없잖아. 

 

 

 

 

"안주 맛있는 곳 아세요? 마침 배고픈데." 

 

 

 

 

내 말에 그가 환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진짜 그거 다 먹을 수 있어요?" 

 

 

 

 

"네." 

 

 

 

 

"우린씨 몸에 그게 다 들어가요?" 

 

 

 

 

"당연하죠. 그리고 적당히 배출되죠." 

 

 

 

 

내가 주문하는 걸 보고 기함하며 묻는 서영호에 겉모습만 보고 무시하는 것 같아 오버를 좀 했다. 길우린 단어 선택 건성으로 한다. 똥오줌까지 안 간 걸 다행으로 여기자. 내 대답에 웃음보가 터진 서영호의 눈이 완벽한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서영호는 은근히 웃을 때와 평소 나른한 얼굴의 온도 차가 크다. 웃음 소리와 같이 튀어나온 귀여워 라는 말은 고개를 돌림으로써 못 들은 척 했다.  

 

둘이 마주보고 앉는 자리는 칸막이가 쳐 있는데다가 위치 상 가게 안쪽이라 더 아늑했다. 푹신한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대 입에 힘을 풀고 멍 때리고 있다 서영호와 눈이 마주쳤다. 어떡하지, 그냥 웃자. 

 

 

 

 

"우린씨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있네요." 

 

 

 

 

"아니에요. 오이상이라 긴 얼굴이에요.전혀 안 작아요.." 

 

 

 

 

"우린씨는 느끼는거지만 너무 겸손해요. 자기 능력치는 이~만한데. 좀 거만해도 돼요." 

 

 

 

 

가지런히 공중에 띄운 손 중 하나가 위로 높이 올라간다. 

서영호의 올라간 오른손이 그가 생각하는 나의 능력치이다. 어깨가 살짝 으쓱거렸다. 나중에 엄마한테 전화오면 거짓말 좀 보태서 내가 더 잘난거 인정 받았다고 자랑해야겠다. 

 

대화는 여전히 짤막하게 끊겼다. 술이 제일 먼저 준비되고 나는 그가 직원에게 잔을 받을 동안 수저를 꺼내 그의 앞에 셋팅해주었다.  

 

 

 

 

"우린씨 정말 탄산 같은거 안 마셔도 돼요?" 

 

 

 

 

"음..마실까요? 저 그럼 복숭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뒤 시킨 안주들이 나오고 나는 안주킬러답게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부서장님.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많이 먹어요." 

 

 

 

 

"부장님도 드세요. 와 오뎅탕 엠에쓰지 맛 지린다. 앗.죄송합니다..너무 맛있어서." 

 

 

 

 

평소 애들이랑 안주충으로서 충실하게 안주평을 할 때의 말투가 그대로 배여나왔다. 오늘 날이 아닌갑다. 손으로 입을 톡톡톡 치며 사과를 하자 서영호가 제법 호탕한 소릴 내며 웃었다. 

 

 

 

 

"우린씨 너무 귀여워요." 

 

 

 

 

"에, 아닙니다." 

 

 

 

 

"본인 칭찬할 때마다 말투 딱딱해지는 것도 너무 귀엽고." 

 

 

 

 

"..부서장님 벌써 잔을 내려 놓으실 때가." 

 

 

 

 

진담 반으로 꺼내든 농담에 서영호가 손사레를 치며 잔에 술을 꼴꼴꼴 따랐다. 내가 따라드려야 하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서영호가 편하게 먹으라며 손짓했다. 

 

오뎅탕이 바닥을 드러내고, 똥집튀김이 부스러기가 더 많아질 때 쯤 서영호가 취했다. 

본인은 아직 괜찮다고 말하지만 헤실거리는 폼이 본인 주량을 갓 넘긴 게 맞았다. 

 

 

 

"우린씨." 

 

 

 

 

"네." 

 

 

 

 

"우린씨 이름 너무 예뻐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자꾸 우린씨 부르는거예요. 우리 우린씨." 

 

 

 

 

"그러셨구나.." 

 

 

 

 

"우리 우린씨~ 우리 우리..으리으리?" 

 

 

 

 

"부서장님. 이제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다 먹었어요? 우린씨 정말 대단해요. 그걸 벌써 다 먹었어요?" 

 

 

 

 

"네. 저 돼지라는 소리를 하고 싶으신거죠?" 

 

 

 

 

"이렇게 귀여운 돼지가 어딨어요~" 

 

 

 

 

확실해졌다. 서영호는 나를 귀여워하고 있었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누르며 일어나 서영호 옆으로 갔다.  

 

 

 

 

"얼른 일어나세요. 이제 집 가요." 

 

 

 

 

그의 팔을 잡고 위로 당겼지만 그는 반항하듯 비스듬하게 누워선 더 마실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더 시켜요. 우린씨 더 먹을 수 있잖아요! 어차피 내가 사는건데." 

 

 

 

 

"이씨, 아니거든요! 저는 배불러요. 이제 집에 가요 부서장님, 네?" 

 

 

 

 

서영호의 옆에 앉아 그를 흔들며 집에 가자는 말만 반복했다. 그가 테이블 위에 엎드리면서 영어로 1분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 와중에 현지인 같은 영어 발음에 감탄하며 시카고로 유학 갔다 왔었지 하고 생각이 났다. 

 

 

 

 

"우린씨..나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뭐요?" 

 

 

 

 

"비밀이에요." 

 

 

 

 

"..네. 이제 가요." 

 

 

 

 

발그레해진 그의 뺨에 과감하게 찬 물이 든 컵을 갖다 붙였다. 어차피 취했으니까 이 정도 기어오름은 괜찮겠지. 나..나 귀엽다잖아. 

 

 

 

 

"아, thanks." 

 

 

 

 

내게서 컵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던 그가 이번엔 뒤로 기대서 또 한참을 초점 없이 있었다. 

나는 슬슬 포기하고 그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제 갈까요?" 

 

 

 

 

한 십분 정도 지났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아까보다 훨씬 멀쩡해진 톤으로 서영호가 말했다. 그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과 가방을 챙겨 나왔다.  

 

 

 

 

"부서장님 괜찮으세요?" 

 

 

 

 

"네. 저 잘 취하고 빨리 깨는 편이에요. 저 그렇게 많이 마신 편도 아니라니까요?" 

 

 

 

 

"되게 놀랍다. 이렇게 빨리 술 깨는 사람 처음 봐요." 

 

 

 

 

"그래서 저도 되게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인데 후식으로 붕어빵 어때요?" 

 

 

 

 

"헐, 좋아요! 제가 사겠습니다." 

 

 

 

 

"저도 좋아요!" 

 

 

 

 

다이어트는 이미 물 건너 갔고 나는 서영호가 가리킨 노점상으로 달려가 슈크림 3개와 팥 3개를 각각 샀다. 서영호는 이렇게나 많이 살 줄은 몰랐다며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자꾸 그러시니까 저 엄청 돼지 같잖아요." 

 

 

 

 

"아니에요. 잘 먹는거 좋죠. 앞으로 안 놀랠게요." 

 

 

 

 

"다 놀래 놓고서 그러지 마세요." 

 

 

 

 

"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어, 부서장님 지금 제 말투 따라하신거죠?" 

 

 

 

 

"아닌데요? 슈크림 좋아해요, 팥 좋아해요?" 

 

 

 

 

그가 종이봉투에서 슈크림 붕어빵과 팥 붕어빵을 번갈아 꺼내 보이며 물었다. 내가 괜히 말 돌리지 말라고 하니까 슈크림 먼저 먹으라며 호호 불어주더니 꼬리부터인지 머리부터인지를 물었다.  

 

 

 

 

"머리요, 왜냐면 전 꼬리를 더 좋아해서 나중에 아껴두고 먹거든요. 그래서 머리부터 먹어요." 

 

 

 

 

"아..우린씨 너무 귀여운거 아니에요? 오늘따라 심하네요." 

 

 

 

 

"정말..그러지 므스으.." 

 

 

 

 

달달하게 녹아드는 슈크림과 함께 말이 씹혀들어갔다. 

많이 샀다고 할 때는 언제고 공동 현관 앞에 도착했을 때 붕어빵은 동이 났다. 나는 은근히 빈정거리며 둘이서 거뜬히 해치웠다고 바닥에 기름이 베인 종이 봉투를 거꾸로 들어 탈탈 털었다. 서영호는 소탈하게 웃으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저번까지만 해도 중압적인 침묵만 흐르던 엘리베이터에 훈김이 가득 찼다. 아쉬울 정도로 빨리 도착한 12층에 내려서 복도를 걷는데 서영호의 집 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여성이 나왔다. 

 

 

 

"엄마?" 

 

 

 

 

"에? 어머님이요..?" 

 

 

 

 

얼음처럼 굳어 서 있는데 나는 드디어 말로만 듣던 두번째 이름의 주인공인 임지민 조향사님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지만 왠지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녀는 무시못할 아우라가 있었다. 김미영 대리와는 차원이 다른 격식 있는 깐깐함이랄까, 매서움이랄까. 

 

 

 

 

"보통이면 집에 오고도 남았을텐데 안 오길래 기다리다 지쳐서 가려고 했는데, 옆은 누구? 여자친구?" 

 

 

 

 

기습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혀서 눈만 크게 뜨고 있는데 옆에서 서영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은 아니고 엄마도 아는 친구일거예요, 길 우린씨. 우린씨,저희 어머니세요."  

 

 

 

"..아직..?" 

 

뭘 잘못 들었나 싶어 갸웃거리다 임지민 조향사님과 시선이 맞아버렸다. 그녀의 흰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예쁜 웃음꽃이 피었다. 일자로 주름이 지는 눈웃음이 고우셨다. 

 

 

"추운데 들어와요! 저녁 먹었어요?" 

 

 

"네! 부서장님이랑 오는 길에 같이 먹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저희 엄마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향수 선물은 정말 감사해요. 딱 제가 좋아하는 향이였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따뜻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녀는 노심초사했는데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얼떨결에 서영호의 집으로 같이 들어가 난데없는 집구경을 하게 됐다.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블랙, 그레이 계열의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고급지게 만들어줬다. 간간히 배치한 소품들이나 소도구들은 깔끔한 베이지 톤으로 흑과 백이 조화로웠다. 딱 서영호스러웠다. 

 

 

 

 

"그런데 둘이 왜 같이 들어와요? 혹시 나 둘 사이에 눈치 없이 꼽사리 낀건가?" 

 

 

 

 

자주 드나드시는지 익숙하게 부엌으로 가서 와인을 꺼내오신 임지민 조향사님이 얄궂게 그런 말을 하셨다. 

 

 

 

 

"아아니요! 사실 우연히도 제가 부서장님 옆집에 살아서요." 

 

 

 

 

"어머, 무슨 인연이람. 신기하다. 그나저나 회사 밖에서도 영호한테 깍듯하게 부서장님이라 불러요? 편하게 오빠 동생 하지. 둘이 중?고등학교도 같은 데 나왔는데." 

 

 

 

 

도대체 엄마는 어디까지 떠벌리고 다닌건지.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저희 오늘 조금 친해진거예요. 우린씨, 호칭에 부담갖지 마요. " 

 

 

"네." 

 

 

"내가 빠지면 되겠어요? 정말 나 때문에 둘이 뭔 얘길 못하는 것 같은데?" 

 

 

나와 서영호를 무슨 이유에선지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시던 조향사님이 그런 말을 하시며 외투를 입으셨다. 나와 서영호는 아니라고 말하며 같이 일어나 어쩔 줄 몰라하고 그녀가 갈 준빌 하는 걸 눈으로만 좇다가 현관까지 뒤따라갔다. 

 

 

 

"배웅 안 해줘도 돼요. 엄마 간다 아들. 허튼 짓 하지 말고." 

 

 

 

 

"..네. 조심히 가시고 도착하면 연락해요." 

 

 

 

 

"우린씨 다음에 볼 수 있으면 어머니랑 같이 봐요." 

 

 

 

 

"넵! 들어가세요!." 

 

 

 

 

조향사님을 따라 문 밖까지 나갔다가 따라오지 말라고 들어가라는 말씀에 엘리베이터 쪽으로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져 안 보일 때까지 문을 연 채로 걸쳐 서 있었다. 

둘 다 복도 방향만 보고 있다가 동시에 딴짓을 했다. 

 

 

 

 

"저..저도 이제 집 들어가 볼게요." 

 

 

 

 

"그럼..." 

 

 

 

 

절묘한 타이밍으로 찬 밤 공기가 우리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내일 봐요." 

 

 

 

 

 

 

 

 

 

나른하고 길게 찢어진 눈이 오랫동안 껌뻑이지도 않고 잘도 나를 응시한다. 나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급하게 안으로 우겨넣은 몸이 억울해서 부들부들 떨었다. 

큰 소릴 내며 세게 닫힌 현관문이 원망스러워죽겠다. 

당황한 게 그대로 묻어났다.  

바깥은 겨울의 절정인데 우리 집만 한참은 지난 여름을 가둬놓고 있나보다. 

집 안 공기가 후끈했다. 방금 들어와 난방도 안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으아아아..." 

 

 

 

 

젠장할 우린아, 

 

그도 자기 집에 들어가고 없을텐데 자꾸 내 마음은 내일 보자는 그 얼굴을 끄집어온다.  

 

 

 

 

"나..나..어떡해." 

 

 

 

분명 그는 나의 절대적인 원수였는데. 

이를 부득 갈며 만나게 되면 꼭 주먹부터 나가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원수는 무슨, 보은 관계로 시작해서 이웃에 직장 동료에. 

어느 하나 나쁘게 엮인게 없다.  

 

 

 

"어떡해? 어떡해 진짜? 우린아 너 어떡해애 진짜아!" 

 

 

 

 

큰일났다. 서영호가 싫지 않다. 

그것도 그냥 싫지 않은게 아니라,  

 

 

 

 

 

 

 

 

 

 

 

 

 

 

"좋아하나 봐.." 

 

 

 

 

 

 

 

 

 

 

 

------ 

 

 

짠. 영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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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끄앙 저 김피디이여ㅜㅠㅠㅠㅠㅠㅠㅠㅠ영호...... ..럽ㅍ. ..
6년 전
문달
안녕 김피디님!! 영호는 사랑...(。・//ε//・。)
6년 전
독자2
우오앙.... 항상 일요일이 딱 되자마자 오시네요! 요즘 영호 셀카? 사진들 보면서 설레고 있는데, 글 읽으면 자꾸 더 설레는거 같아요ㅠㅠ
6년 전
문달
네! 요즘 일이 없어서 살벌하게 업뎃한답니다 ㅋㅋㅋㅋㅋ크킄...더 설레신다니..제가 아예 억지로 다정함을 짜낸 건 아닌가봅니다 ㅎㅎ
6년 전
비회원191.71
아 진짜 현실 영호랑 너무 비슷한거 같아서 더 설레요ㅠㅠㅠㅠㅠㅠ 막 대입되고 그래서 심장 두들겨맞는 기분이랄까요....ㅎ 일요일만 기다리게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 글써주셔서 감사해요진짜ㅠㅠ
6년 전
문달
우왕 비슷하다는 칭찬 너무 죠아요~! 마치 내가 글을 잘 쓴 것 같다는 착각 막 들고 ㅋㅋㅋㅋ 제가 더 감사합니다 ㅎㅎ
6년 전
독자3
늘 느끼지만 스윗한 영호 행동부터 말 하나하나까지 너무 잘 표현되어있어서ㅠ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하 감사함니다ㅠㅠㅠ
6년 전
문달
ㅠㅠㅠ칭찬 감사함미다..앞으로 보여드릴 이웃 영호에 더 착실하게 설레주세요 (뻔뻔) 감사함다
6년 전
독자4
악!+!!!!!!!!!!!!!!!서영호대스윗!!!!!!!!!!!!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긴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영호를어떻게안좋아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호 우린이귀여워하능거 너무 ㅠㅠㅠㅠㅠㅠ발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문달
그죠그죠 이러고도 영호를 안 좋아할 스가 이써?!?!?! ㅋㅋㅋㅋㅋ감사합니당 ( ்́ꇴ ்̀)♡
6년 전
독자5
솔직히 영호를 안좋아하는건 말이 안되는거 아닌가요???? 아니 근데 작가님 두개를 붙여서 분량이 많은줄 알앗는데 그냥 한편도 분량깡패에요.... 사랑합니다...
6년 전
문달
말이 안되지요...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죠? ㅋㅋㅋㅋㅋㅋ 제가 더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6
아 진짜 저 입 틀어막고 계속 봤어요ㅜㅜㅜㅜㅜㅜㅜ 엉엉 암호닉 신청 가능하다면 [탱구]로 신청하겠습니다!ㅜㅜㅜㅜ아 진쯔아 작가님 사랑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문달
네넹!암호닉이 그렇게 특별한건 없고 그저 저와의 친밀도를 올려주는 수단이지만 ㅎㅎ 저도 마니 사랑합니다 (입틀막
6년 전
독자7
어떡해요 심장아파요 ㅠㅠㅠㅠㅠㅠㅠ 영호하세요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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