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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도토리 전체글ll조회 592l 5

나는 항상 내가 김명수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있고 같이 행동하는 거라 믿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느껴서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김명수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김명수에게 있어 나는…

 


[수열]별
W.도토리

 

 


평소와 조금 달랐다. 어딜 가든 함께였는데, 김명수가 나를 떼어놓고 친구들과 어딘가로 가버렸다. 집에서 기다려. 그 한마디에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김명수와 정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야, 왜 아직도 안 와”

 

집에 도착한지 얼마 안 돼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밤 11시를 막 넘기고 있는 시간이었다. 연락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폰을 꺼내들었다. 김명수의 번호를 꾹꾹 찍어나가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눈을 깜박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환하게 웃는 김명수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얀 국화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었다.
내 어깨를 감싸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김명수와 어울려 다니던 아이들 중에 하나라는 걸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느꼈다. 미안해. 내 어깨를 감싼 아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얼마 안가 그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투명한 눈물이 아이의 뺨 위를 또르르 굴러 내려왔다.

 

“이 성열, 왜 거기 있어, 이리 와”

 

김명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손을 치워내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김명수는 없었다. 허탈함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숨이 찬 듯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무슨 일인데. 아까 그 아이였다. 멍하게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으니 아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이의 모습에 김명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누가 김명수 애인 아니랄까봐, 하는 것 봐라. 아이의 목소리가 잔뜩 떨렸다. 울음이 왈칵 터져 나왔다.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손 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찬 바닥에 누웠다. 뭐하는 거야,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조금 멎어들었다. 아이가 억지로 내 몸을 일으켰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이 보였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야”

 

누구였지, 김… 뭐더라. 어렴풋 기억나려는 이름에 애써 머리를 굴렸다. 내 어깨를 감쌌던 아이와 방금 나를 부른 아이가 나를 완전히 일으켰다. 이 아이들에게 이끌려 다시 아까 그 곳으로 되돌아갔다. 여전히 환하게 웃는 명수의 사진이 있었다. 아까보다 국화꽃이 조금 더 늘었다. 나를 한쪽 구석에 앉힌 아이들이 점점 멀어져갔다. 쉬고 있어. 그 말이 이렇게 슬픈 줄 몰랐다. 김명수가 해줬을 땐 좋았는데. 내 대신 일을 하던 김명수의 모습이 눈앞에 비추어졌다. 살며시 울음이 터졌다. 그림자의 주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림자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

 

 

학교 복도를 걷던 매점에 가건, 교실에 앉아있건 간에 나에게 시선들이 달라붙었다. 동정과 불쌍함의 시선들이 아프게 나를 찔렀다. 선생님도 이제는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셨다. 김명수의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채상을 바라보기만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명수와 어울려 다니던 아이들이 나를 찾아왔다. 대뜸 책상 위로 분홍색 상자가 놓여졌다. 매어진 리본에 김명수의 글씨들이 매달려있었다. To.우리 성열이. 아, 이제 보니 상자 밑 부분이 조금 찌그러지고 피에 물들어 있었다.

 

“명수, 사고 당한 날, 니 생일이었다면서”


“……”


“그 날, 니 생일선물 못 샀다면서 우리 데리고 사러갔다 오는 길에…미안, 내가 빨리 가보라고 해서 그만…”


“…내 생일이었구나”


“이거 꼭 전해달라고 해서…”

 

상자 뚜껑을 손가락으로 한 번 슥 쓸어보았다. 그 날이 내 생일이었구나. 리본을 풀어내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똑같은 분홍색 반팔 티 두 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금방이라도 김명수가 나타나 ‘어, 열아, 감동 받아서 우는 거야?’하고 물어볼 것만 같았다. 장난스러운 김명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상자 뚜껑을 닫고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교실에서 나왔다.
발이 가는 데로 무작정 발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멈춰선 곳은 집이었다. 상자를 한 번 내려다보고 문을 열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분명 김명수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가 나를 보며 웃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명수는 없었다. 상자를 침대 위로 던졌다. 뚜껑이 열리고 반팔 티가 상자 밖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김명수가 나타나 반팔 티를 정리하는 모습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김명수는 언제 나타났냐는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흐트러진 반팔 티가 여전히 침대 위에 놓여있었다. 침대로 기어가듯 다가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잔뜩 떨리는 손으로 반팔 티를 집어 품에 안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이 토해져 나왔다. 숨을 쉬기가 어려워져 왔다. 꾹 감은 눈꺼풀 사이로 뜨거운 무언가가 흘렀다. 눈을 뜨니 김명수가 보였다. 왜 울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 때문이잖아…”

 

김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손을 뻗자마자 김명수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몸을 벌떡 일으켜다. 신발을 대충 신고 집에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김명수를 찾았다. 저 쪽 모퉁이를 돌아가는 김명수가 보였다. 행여나 놓칠까봐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휑한 거리를 보다가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김명수가 나타나길 빌며 입술을 꾹 깨문 채 왠지 모르게 익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나를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다. 어쩌면 나는 미친 사람일지도 몰랐다. 김명수를 찾으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주저앉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려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여든 시선 중에 김명수의 시선을 없었다. 뺨을 타고 눈물이 죽죽 흘러내렸다. 내 쪽으로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김… 성규, 그래 드디어 생각났다. 내가 바란 김명수 대신 김성규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곧 세상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

 

김명수를 본 것 같았다. 어렴풋 보였던 김명수의 눈물에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김명수 대신 낯선 천장이 보였다. 얼마 안가 서서히 맡아지는 병원 특유의 냄새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난데없이 시야에 김성규의 얼굴이 툭 들어왔다. 뭐가 좋다고 웃고 지랄이야. 김성규가 내 뺨을 툭 쳤다. 몸을 일으켰다. 팔을 움직이는 데 팔이 무언가에 걸렸다.
내 오른쪽 손등에서부터 관이 주욱 이어져 머리맡에 높이 걸린 링거 병에 까지 연결 되어있었다. 거치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어 테이프를 떼어냈다. 그리고 링거를 빼냈다. 뭐하냐는 김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 않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잠시 비틀거렸지만 금세 괜찮아졌다. 내 팔을 붙잡아오는 김성규를 뿌리치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간호사가 내 쪽으로 왔다. 내 팔을 붙잡더니 링거를 왜 빼버렸냐고 물어 오기에 그냥 간호사를 뿌리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잠이 왔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니 앞에 김명수가 보였다. 왜 이제 와. 내가 중얼거리자 김명수가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성열아”


“왜에… 김명수 나쁜 놈아”

 

김명수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왔다. 자꾸만 김명수가 멀어지는 것 같아 발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김명수가 이윽고 도착한 곳은 집이었다. 뭐야, 김명수. 김명수가 웃으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김명수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김성규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아랑곳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김명수와 나 둘만 있을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다 채웠다.
얼른 오라며 김명수가 나를 재촉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김명수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방으로 들어선 김명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김명수의 모습에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방 안을 들여다봤다. 아까 내가 나온 그대로 이불은 엉망이었고 바닥에는 반팔 티가 떨어져있었다. 김명수가 재빨리 반팔 티를 집어 들었다.

 

“자꾸 커플 티 하고 싶다고 해서 산 건데”


“미안”


“빨리 입고 와”

 

김명수가 내민 반팔 티를 재빨리 받아들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갈아입고 다시 방으로 가니 김명수가 나와 같은 반팔 티를 입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김명수의 옆에 누우니 김명수가 나를 쳐다봤다. 잘 어울린다. 김명수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김명수의 손이 내 머리 위로 얹어지는 느낌에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래, 다 거짓말이었던 건가 봐. 김명수가 내 볼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손바닥이 내 볼을 덮는 느낌에 김명수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아아, 진짜 김명수야. 김명수의 가슴팍에 얼굴을 콕, 쳐 박고 숨을 들이셨다. 김명수가 내 머리칼을 헤집었다. 내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열아, 잘 자”

 

다시 일어났을 때 김명수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

 


“일어났어?”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 떠도 김명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새 갈아입은 건지 하얀 반팔을 입고 있는 김명수를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졸음이 눈꺼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잽싸게 고개를 훅훅 젓고 다시 누웠다. 손을 끌어올려 눈가를 쓸어내렸다. 으익, 눈곱 봐. 손끝에 매달려 나오는 눈곱을 침대 밖으로 툭툭 털어내고 김명수를 쳐다봤다. 김명수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서 밥 먹자. 김명수가 침대에서 내려가더니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 볼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 김명수가 나를 화장실로 떠밀었다. 여전히 달려있는 졸음에 찬물을 틀었다. 차디 찬 물로 세수를 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김명수가 내 쪽으로 오더니 내 손을 잡아끌었다. 식탁의자에 나를 앉힌 김명수가 나에게 수저를 내밀었다. 수저를 받아들고 김명수를 쳐다봤다. 김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돌아갈래?”


“…가면 있을 거야? 돌아가도 내 옆에 있을 거야?”


“…성열아”


“아니잖아, 그럼 여기 있을 거야.”

 

숟가락을 꽉 쥐었다. 그럼에도 눈물이 차올라 기어코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김명수가 말없이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숟가락을 던지듯 식탁 위에 내려놓고 방으로 향했다.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았음에도 김명수는 오지 않았다. 이불 속에 파묻혀 멍하게 김명수가 누워있던 자리만을 쳐다봤다. 가만히 그 자리를 쓸다가 이불을 꽉 쥐었다. 이불이 힘없이 구겨졌다.
베개가 점점 축축해져 가고 있었다. 젖은 베개의 느낌이 싫어서 베개를 치워버렸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김명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김명수가 침대에 앉은 건지 침대가 잠시 움직였다. 이불 위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김명수의 손이 느껴졌다. 김명수가 내가 뒤집어쓴 이불을 조심스럽게 들춰냈다. 무표정한 김명수의 얼굴이 시야 가득 담겼다.

 

“안 갔으면 좋겠어, 나도 니가 안 갔으면 좋겠는데…”


“……”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응? 울지 마…”

 

김명수의 손바닥이 내 눈을 덮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덮은 손바닥이 눈물을 닦아냈다. 김명수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내 눈을 덮은 김명수의 손바닥을 치워냈다. 여전히 무표정한 김명수가 보였다. 김명수가 천천히 허리를 숙일 때마다 김명수의 눈동자 안에 담겨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지금 내 눈동자 안에도 김명수의 모습이 보일까.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서서히 눈이 감겼다. 입술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무엇이 다았는지 어렴풋 알 것 같았다.

 

 

 

 

-

 

 

“야! 일어났어! 이 성열 일어났다고!”

 

뿌옇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졌다. 다급하게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니 병원 천장이 보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오른쪽 손등에서부터 머리맡까지 길게 이어진 관이 보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아마 의사인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게 무어라 질문을 했지만 내 귀에는 웅웅 거리는 소리로만 들려왔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그에 대한 대답이 즉각적으로 툭툭 튀어나갔다.
손등에서 주사바늘이 빠져나갔다. 느낌이 좋지는 않아 얼굴이 찌푸려졌다. 꾹 누르고 있으라는 말에 손등의 일부를 덮은 솜을 꾹 눌렀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는 솜을 떼어 휴지통에 버렸다.

 

“이 성열, 집에 가도 괜찮데”

 

문이 벌컥 열리고 김 성규가 들어왔다. 침대에서 내려와 김 성규를 지나쳤다. 문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옆쪽에 위치한 의자에 쪼르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번 홀끗 쳐다보고 병원 로비로 향했다. 쪼르르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병원 입구를 빠져나오고 멈춰 서서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바람이 폐 속으로 들어왔다. 후, 하고 숨을 내뱉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지만 아랑곳 않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까 반찬이 뭐더라… 노란 반찬을 본 것 같았다. 계란말이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집 문을 잠구었는지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집에 아예 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쉽게 열리는 문에 문을 꼭 잠군 뒤 한숨을 내쉬었다. 쾅, 하고 문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나를 따라오던 아이들 중 하나겠지. 방문을 열자 흐트러진 이불과 침대 위에 나뒹구는 반팔티가 보였다.

 

“…꿈이었나봐”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반팔티를 주워들고 빤히 쳐다보다가 살며시 웃었다. 입고 있던 티를 벗고 반팔티를 입었다. 다른 하나 남은 반팔티를 예쁘게 개어 품에 꼭 끌어안았다. 멍하게 서 있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로 된 책상 서랍을 열었다. 정리되지 않아 물건들이 잔뜩 널린 서랍 속을 뒤적이다가 직사각형의 연두색 통을 꺼냈다. 침대에 누워 통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불을 끌어와 덮었다. 뚜껑을 열자 쇳덩이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쇳덩이 하나를 꺼내고 뚜껑을 닫아 옆에 내려놨다.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

 


“후회 해?”

 

눈을 뜨자마자 김명수의 얼굴이 보였다. 내 뺨에 손을 얹은 김명수가 내게 물어왔다. 고개를 저으니 김명수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내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미소가 지어졌다.

 

“밥 먹자”


“응”


“내가 여기 구경시켜줄게”

 

김명수가 내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켰다. 김명수의 품에 안기다시피 해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의자에 나를 앉힌 김명수가 내 옆에 앉았다. 내가 쥐려던 숟가락을 대신 쥔 김명수가 밥을 한 숟가락 떴다. 김명수 제가 먹나 싶어 쳐다보니 김명수가 숟가락을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아, 해봐. 눈을 접어가며 웃는 모습에 멀뚱멀뚱 쳐다만 보니 다른 한 손으로 내 볼을 쿡 찔렀다.
아, 해보라고. 멍하게 있다가 아, 하고 입을 벌리니 숟가락이 내 입 속으로 들어왔다. 씹을 생각도 않고 밥을 머금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명수가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집어 나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에 밥을 대충 씹고 계란말이를 덥썩 물었다. 킥킥 웃는 김명수의 모습에 김명수의 배를 쿡 찔렀다.

 

“먹고 싶은 거 있어?”


“…없어”

 

내 머리를 쓰다듬은 김명수가 다시 밥을 한 숟가락 떴다. 김명수가 쥐고 있던 젓가락을 빼앗아 계란말이를 쿡 집었다. 내 쪽으로 향한 숟가락을 김명수의 입에 밀어 넣고 계란말이를 내밀었다. 계란말이를 문 김명수가 몇 번 씹는 가 싶더니 금세 꿀꺽하고 음식물을 넘겼다. 아. 작게 입을 벌리는 김명수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

 

 

“김 성규?”

 

집 밖으로 나와 김명수를 따라 걷다보니 호수 같은 곳이 나왔다. 멍하게 호수를 쳐다보는데 김명수가 누군가를 반기기에 고개를 돌렸다. 김 성규와 그 옆에 내 어깨를 감쌌던 아이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니 김 성규가 웃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니가 이 성열이구나? 김명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어어?”


“아, 얘는 남 우현이야!”

 

김명수를 쳐다보니 김명수가 웃으며 나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김명수의 품에 안겨있으니 김 성규가 욕을 했다. 그에 김명수가 웃으며 나를 좀 더 끌어안았다. 무어라 꿍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김 성규 안 죽었어, 거기 있는 김 성규도 김 성규고 쟤도 김 성규야. 김명수가 내 등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번갈아가면서 태어나는 거지, 태어날 때부터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나서”


“……”


“어느 순간 갑자기 죽어버려”

 

나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

 


“열아, 있지… 너는 내 별이야…”


“어?”


“너를 딱 봤는데 반짝반짝 거리는 거야”

 

김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호수 속에 담군 내 발에 김명수의 발이 닿아왔다. 툭, 치고 내빼는 김명수의 행동에 덩달아 김명수의 발을 툭 쳤다. 김명수가 갑자기 나를 확, 끌어안았다. 맞닿은 입술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Fin.

 

 

--

 

 

우와, 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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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잌아잌//이거 진짜 뭔가 간질간질하고 달달하고....☆★흐흫 그대 잘읽엇어요♥
12년 전
도토리
간질간질 달달!!! 우왁!! ㅠㅠㅠㅠㅠ 칭찬 ㅠㅠㅠㅠ 워엉 ㅠㅠㅠ 그대 진짜 고마워요 ㅠㅠㅠㅠ
12년 전
독자2
죄송해여 이해를 못하겠..ㅜ
12년 전
도토리
어어, 으음...어디까지 이해를 하셨나요? 이해 안 되시는 부분부터 설명을 해 드릴게요!
12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도토리
주,죽었다고 생각하셔도 되요!...... 그대 읽어줘서 고마워요 ㅠㅠㅠ 진짜루요 ㅠㅠㅠㅠ
12년 전
독자4
으아니 망하긴 뭘여! 진짜 대박 좋아요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도토리
ㅠㅠㅠㅠ 대박 좋다녀 ㅠㅠㅠㅠ 그대 진짜 고마워요 ㅠㅠㅠ 와 ㅠㅠㅠㅠ 아프다가 들어와서 확인 하는데 ㅠㅠㅠㅠㅠ 읗어허 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5
아프지말아요그대ㅠㅠㅠㅠㅠㅠ내가있잖아여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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