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여진구
유리방 안을 훑어보던 진구가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낸다
전에 정재가 선물로 준것인데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럽고 우아함이 뿜어져 나오는듯 하다
왠만한 선물엔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치는 진구때문에
사주고싶은게 있어도 사줄수가 없었던 정재는 진구에게 작은 나침반을 선물했다
나침반 뚜껑 안쪽에는 정재와 진구의 이니셜이 한자씩 박혀있는데
진구는 아직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한건지 이따금 무슨 뜻이냐며 물어오곤 했다
나침반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피아노 의자 위에 앉았다
진구가 유리방을 생각보다 좋아하자 정재는 유리방 안을 진구에 맞게끔 바꾸었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피아노를 들인것이었다
원래 잘 들어가지 않는 방에 피아노가 있긴 했었지만
피아노를 만질일이 거의 없어 그냥 장식용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잘치는 것은 아니지만 진구가 가끔은 피아노 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랜드 피아노를 유리방 안으로 옮긴것이다
벽지도 새로하고 서재에 있던 정재의 책상도 옮겨두었다
피아노 커버를 올리고 건반을 눌러보자 뚱하고 늘어지는 소리가 난다
다른 건반들도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늘어지는 소리가 나기에 방안에 놓인 전화를 들어 비서님께 전화드렸다
"비서님 유리방 안에 피아노 조율좀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재가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가지고 오자 진구는 정재를 뒤에서 안은채 뒤뚱뒤뚱 따라 걷는다
"피아노 조율 부탁드렸어요"
"잘했어 우리 진구"
"얼른 이쁘다 해줘요"
"어떻게?"
"이렇게"
까치발을 들어 입술옆에 살짝 뽀뽀하자 정재가 이걸로 되겠어? 하며 입술을 앙 문다
"우리 언제 갈껀데요?"
"음 다음달 초에 가자"
"얼마나 있다가 올껀데요?"
"얼마나 있고싶은데요?"
"한 보름?"
"한달은 어때?"
"그렇게 오래 회사 못비우잖아요"
"괜찮아 요새는 회사가도 할일 없어서 놀고있어 알잖아 나 바지사장인거"
베시시 웃는 정재를 보며 그런농담 하지 말라며 웃었지만 진구는 진짜로 여행에 갈수 있을지 걱정했다
가끔은 둘이 별장에 있을때도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회사로 갈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무산되더라도 진구는 할말이 없었다
"우리 체코에 가면 로레타 성당에는 꼭 가봐요"
"그래 가보자"
"거기서 꼭 뽀뽀해줘요"
"그래 꼭 해줄께"
"스페인가서는 매직분수도 꼭 보고 까딸루냐 미술관 들어가서 구경도 해요"
"매직분수 앞에서는 뽀뽀 안해?"
"뽀뽀는 언제든지 환영이니깐 걱정하지 말구요"
진구는 속으로는 걱정했지만 티내지 않았다
사실 정재는 진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진구의 마음이 훤했지만
딱히 내색하지 않고 기분을 맞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