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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뻔한 이야기 8화 | 인스티즈

 

<제 8화, 백수탈출의 꿈上>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설거지를 하는 성규의 심기가 불편했다. 그 이유는 10분 전 부터 어수선하게 집 안을 돌아다니는 우현에게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험악한 표정으로 온 집안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우현에 성규가 이를 까득 갈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어슬렁거리던 우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설거지를 끝마친 성규가 고무장갑을 벗어 싱크대에 던져두고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실에서 쏴아- 하고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 나가나?"

 


고개를 갸웃한 성규가 금세 몸을 홱 돌려 쇼파로 걸어갔다. 외출을 하든말든 뭔상관이람? 설거지를 막 끝내 뻐근한 몸을 풀려 기지개를 켠 성규가 쇼파 위에 풀썩 쓰러질듯 누웠다. 따뜻한 공기가 맴도는 집안에 금세 나른해져버린 성규가 슬며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화장실 문이 열렸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김과 함께 옷을 갈아입고 나온 우현이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었다. 어느정도 물기가 사라졌다 싶자 젖은 수건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거실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드르릉- 컥, 헉... 드르렁... 쇼파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흠칫 놀란 우현이 쇼파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 소리의 주인이 괴생명체가 아닌것에 안도했다. 소리의 주인은 성규였다. 잠버릇도 술주정 못지않게 험악하네, 코를 뭐 저렇게 스펙타클하게 골아? 신기한 눈빛으로 성규를 쳐다보던 우현의 시선은 이내 거둬지고 뒤이어 우현의 발걸음은 침실로 향했다.

 


  "머리를 어떻게 망치지?"

 


화장대 앞에 앉아 대충 머리를 말린 우현이 구렛나루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대팔로 가르마 타서 여자한테 쪽을 줘? 아, 그전에 내가 쪽팔려 죽겠네. 패기 넘치게 왁스를 집어들었던 우현이 그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니야, 나는 지금 데이트를 망치러 가는거라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우현이 왁스를 집어들어 뚜껑을 열었다. 그러고는 그 안의 내용물을 손가락으로 퍼내어 머리에 찍어바르기 시작했다. 언젠가 들었던 '너는 포마드 머리 진짜 못봐주겠다'를 떠올리며 말이다.

옷장을 열어 제 옷들을 눈으로 훑던 우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샛노란색의 후드티를 집어들었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시절에 몇번 입었던 유물을 다시 꺼내어보니 감회가 색다르다. 침대 위에 갈아입을 옷을 던져놓고는 입고있던 티셔츠를 벗어던졌다. 노란 후드티와는 발란스가 맞지않는 왁스칠한 우현의 이대팔 머리가 반질반질한 도자기처럼 윤이 났다.

드르렁- 컥, 컥, 크흡! 거실 쇼파에 누워 코를 골던 성규가 제 코고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 깜짝이야. 자신의 코고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것이 한두번이 아니어 익숙한듯 뒷머리를 몇번 긁적인 성규가 코를 흥 들이마셨다. 그런데 집이 왜이렇게 조용하지? 눈을 아무리 굴려봐도 움직이는거라곤 외풍에 흔들리는 휴지조각, 귀를 아무리 기울여봐도 들리는건 벽시계의 초침소리인것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한 성규가 거실 바닥에 발을 디뎠다. 아까 씻는것 같더만 정말 나간건가? 화장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를 떠올린 성규, 이내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 안이 조용한걸 보니 뭉뭉이도 자는건가? 침실로 들어서는 방 문 옆에 얌전히 앉아 잠을 자고있는 뭉뭉이를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그래, 계속 자라. 넌 잘때가 제일 예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리려던 그 순간 벌컥하고 방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것은 성규뿐만이 아니라 뭉뭉이도 마찬가지였다. 뭉뭉이는 단잠을 방해한 주범에게 큰 소리로 위협을 주려고 했던것인지 눈을 뜨자마자 컹컹 짖어댔다. 그러나 그 주범의 얼굴을 확인한 뭉뭉이는 크게 놀라고는 갓잡아올린 생선마냥 퍼덕퍼덕 대며 바닥에 자지러졌다. 크게 놀란것은 성규또한 그랬다.

 


  "아... 그... 알죠? 요즘 유행하는 포마드 머리."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포마드 머리에 유치원생에게나 어울릴법한 노란색 후드티, 웬만한 남자들은 손도 대지 않는다는 쫙쫙 달라붙는 하얀색 바지, 일명 빽바지에 파란색 양말까지. 헉 소리 나오게 하는, 방문을 열고 나타난 우현의 답이 없는 패션 센스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성규다.

 


  "그럼 전 이만."

  "잠깐만요!"

 


스쳐지나가려던 우현의 팔을 붙잡고 그를 멈춰세운 성규가 물었다. 어디가요? 누구 만나러 가는건데요? 성규의 시선을 피하며 눈알을 굴리던 우현이 대답하기를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잠깐.. 여자 만나러..."

 


우현의 말에 성규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여자 만나러 가는데 이 꼴을 하고 나간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만! 입을 쩌억 벌리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현을 쳐다보던 성규가 우현의 팔목을 붙잡고는 그를 방 안으로 이끌었다. 성규의 행동에 입을 다물고 따라와준 우현이 잠시 생각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모습은 미쳤어.

우현을 화장대 앞 의자에 앉힌 성규의 손이 분주해졌다. 일단 이 이대팔 머리부터, 으익 왁스는 왜이렇게 많이... 드라이기 드라이기... 우현의 머리에 손을 대자마자 눈쌀을 찌푸린 성규가 중얼거리며 우현의 머리에 물을 칙칙 뿌리고는 헤어드라이기를 집어들었다. 전원을 키자 위이잉 하고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우현의 머리를 향해 쐬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머리를 한거에요? 여친한테 차이고 싶어요?"

 


드라이기 소리에 혹여나 제 말이 들리지 않을까 목소리를 키워 우현에게 말하는 성규의 목에 핏대가 약간 섰다. 여자친구 아닌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우현의 말은 헤어드라이기가 뿜어내는 기계적인 소리에 먹혀들어가 성규의 귀에 안착하지 못했다. 우현이 대답을 안하는 것으로 안 성규가 분주히 손을 움직이며 잔소리를 시작해갔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건장한 이십대 청년이라면 절대 우현씨같은 패션을 선택하지 않았을거에요. 왜 그런거에요? 정말 이 꼴로 나가시려 그랬나? 진짜 여친한테 차이고 싶어서 그런거에요?"

 


성규의 물음에 우현은 대답이 없었다. 침묵은 긍정의 뜻이다 생각한 성규가 오마이갓을 외치며 드라이기의 전원을 탁 껐다. 봐봐요, 우현씨는 이런 머리가 훨 나아요. 포마드? 이대팔? 그건 꿈도 꾸지 마. 검지 손가락으로 차분하게 내려앉은 우현의 머리를 밉지않게 톡톡 친 성규가 이번에는 빗을 집어들어 조심스레 우현의 머리를 빗어나가기 시작했다.

노련한 손놀림으로 빗질을 하던 성규의 움직임이 멈췄다. 빗질을 끝낸건지 손에 쥐고있던 빗을 화장대 위에 던지듯 내려놓은 성규가 등을 돌려 옷장쪽으로 걸어갔다.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제낀 성규가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우현씨가 입고있는 노란색 후드티에 딱 달라붙는 빽바지의 조합이 아니라면 나머진 다 봐줄만 하겠네요. 예쁘게 입고 나가요!"

 


옷장 문을 열어둔 채로 우현에게 되돌아가 그의 어깨를 몇번 토닥여준 성규가 방을 나왔다. 끼잉, 끼잉. 테러를 당했었던 우현의 모습에 받았던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듯 보이는 뭉뭉이가 아까 전 자세 그대로 벌러덩 누워 방문 앞에서 낑낑대고 있었다. 그런 뭉뭉이에게 안쓰러운 시선을 던져준 성규가 혀를 끌끌 찼다.

 


  "넌 주인을 잘못만난게 분명해."

 


빠른 걸음으로 거실까지 총총 걸어와 바닥에 깔려있는 카페트로 폴짝 뛰어든 성규가 앓는 소리를 내며 벌러덩 누웠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않아 우현이 깔끔한 검정색 수트 위에 코트를 걸치고 방에서 나왔다. 갔다올게요. 우현이 성규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들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성규다. 화이팅! 차이지 말아요. 그런 성규를 보고는 샐쭉 웃은 우현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멀뚱멀뚱 작은 눈을 깜빡이며 우현이 열고 나간 문을 쳐다보던 성규가 뭔가 생각난듯 손바닥을 맞부딪혀 박수를 쳤다. 맞다, 오늘이 1차 서류 합격자 나오는 날이었지! 그것을 깨닫고는 숨을 흡 들이쉰 성규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   *   *

 


세시가 넘고도 삼십분이나 넘은 시간. 손목에 찬 시계에 시선을 둔 우현이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인혜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연인도 아니고 한번 만난 사인데 약속시간을 안지키는건 무슨 심보야? 인혜가 아닌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시간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는 상대방의 행동에 마음이 상한 우현은 얼굴에 '나 화났어요'를 대서득필해놓은 상태였다. 그때, 잔뜩 인상을 쓰고있는 우현 앞에 고급스러운 검정색 세단이 멈춰섰다. 그 세단의 운전석에서 젊은 남성이 헐레벌떡 내리다 싸늘히 표정을 굳히고있는 우현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허리를 숙여 우현에게 인사한 남자는 뒷좌석으로 후다닥 뛰어가 문을 열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숙였다.

열린 문으로 다리를 내민것은 인혜였다. 도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인혜. 그런 인혜의 모습에 굳혔던 표정을 유하게 푼 우현이 인혜에게 아는 체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현씨."

 


환하게 웃으며 우현과 팔짱을 끼려 인혜가 손을 슬쩍 올렸지만 못본체 무시를 하고는 미술관 안으로 쌩 들어가버리는 우현이다. 그에 민망해진 손을 살며시 내린 인혜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푸흡.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린 인혜가 입을 가리고 웃고있는 제 비서를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았다.

 


  "미술작품 좋아하시나봐요?"

  "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좋아하시죠."

 


데이트 장소 정한거, 우리 아버진거 알지않나? 하얀 벽에 전시된 여러 미술작품들을 지나 앞서 걷던 우현이 인혜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런 우현의 모습에 당황한 인혜가 잠시 멈칫했으나 곧바로 도도함을 되찾고는 종종걸음으로 우현의 옆자리에 쫓아가 섰다.

 


  "그, 그래도 아버지가 좋아하시는거면 그 아들도..."

  "안좋아해요"

 


아... 예... 단호한 우현의 대답에 머쓱해진 인혜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무슨 드라마를 보신건지, 미술관에서 데이트를 하면 보는 눈, 걸엄걸이, 취향을 다 알수 있다나 뭐래나. 웃기죠? 간만에 우현이 먼저 걸어온 말 때문인지 얼굴에 화색이 돈 인혜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러네요 호호. 제 말에 맞장구를 쳐준 인혜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얼굴을 싹 굳힌 우현이 걸음을 멈추고는 인혜를 노려보았다. 그런 우현의 모습에 괜히 불안해진 인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웃겨요?"

  "네, 네?"

 


제 말에 벙찐 표정을 짓고는 말을 더듬는 인혜에게 비웃음을 날려주고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현이다. 그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알아챈 인혜가 눈을 심하게 깜빡이며 지금 자신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는것을 알려주었다.

 


  "우현씨는 연애 많이 해보셨어요?"

  "딱히..."

  "안해보셨구나"

  "그러는 그쪽은 여러 남자 많이 만나보셧나봐요?"

  "아니 뭐... 그렇다기보단,"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미술관에서 한적한 카페로 자리를 옮긴 인혜와 우현. 인혜의 질문에 적당히 대꾸해주던 우현이 음료가 나왔다며 인혜의 말을 뚝 끊어주는 알바생에 고마움을 느꼈다. 찾아오는 정적과 어색함이 싫었는지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인혜가 귀찮았었기 때문이었다. 앞에 놓은 오렌지주스를 집어들어 꽂혀있는 빨대를 빼내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반쯤 들이키고는 그것을 탁- 소리나게 내려두었다.

 


  "우현씨는... 여자... 많이 좋아하신다면서요"

 


오렌지 주스가 주는 청량감에 기분이 좋아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던 우현의 표정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제가 한 질문이 큰 실례였다는것은 잘 아는지 인혜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갈곳을 찾고 있었다. 누가 그래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물어오는 우현을 보고 겁을 먹어 잔뜩 움츠러들어있던 인혜가 이내 마음을 먹은 듯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그러던데 아니에요? 제가 듣기로는 그런데. 원나잇도 수도없이 많이 하셨다면서요."

  "아, 정확히 아셨네요. 근데 갑자기 왜요?"

  "무, 뭐 별다른건 없구요. 그냥 우리가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지금부터는 그런쪽의 놀이를 좀 줄여주셨으면 좋겠다는거죠"

 


인혜의 말이 끝나자마자 잠시 찾아온 정적. 얼마 지나지 않아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린 우현이 제 허벅지를 손으로 내리치며 마구 웃었다. 인혜를 비웃는것이 아닌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이었다.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우현을 보며 적잖이 당황한 인혜가 또다시 갈곳잃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카페 안의 시선들이 모두 자신에게 집중될 정도로 웃던 우현이 웃는것을 멈추고는 목소리를 크흠, 헛기침을 해 가다듬고는 말했다.

 


  "만나요? 우리가? 언제부터, 누구맘대로?"

  "아, 아니... 우린..."

  "우리가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는건 당신 희망사항이고, 나는 아직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싫고. 그리고 당신이랑은 섹스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러니까 혼자서 이상한 생각같은거 하지 말아요, 네?"

 


우현의 말에 결국엔 인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방금 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케 한 우현의 웃음 뒤에 이어진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수군대는듯한 느낌을 받은 탓도 어느정도 있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막 할수가 있어? 인혜의 소리없는 외침이 그녀의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   *   *

 


  "제발... 제발..."

 


컴퓨터 앞에 앉아 눈을 꼭 감고는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에 손을 갖다댄 성규가 중얼거렸다. 방금 전, 오늘이 1차 서류 합격자 발표라는것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확인했으나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문자는 오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 눈으로 합격 여부를 확인하려는 성규. 그의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대고 있었다.

달칵. 검지 손가락을 움직여 게시글을 눌렀다. 그에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잔뜩 긴장했던 아까와는 달리 눈을 부라리며 모니터를 빠르게 스캔한 성규가 천천히 스크롤바를 내렸다. 생전 처음보는 여러 이름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것들을 빠르게 읽어내려간 성규가 혀를 내밀어 바싹 마른 입술을 축였다.

 


  "김철수, 이영희, 강현철... 뭐야 이거 가나다 순으로 안돼있네?"

 


기준을 모르겠는 합격자들의 정렬방식이 마음에 안들었던 성규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컨트롤과 에프를 동시에 눌러 제 이름 석자를 타이핑 해보면 금방 나올 '김성규'의 존재 유무였지만 이 사실을 알리가 없는 현대사회에 흔치않은 컴맹 김성규는 열심히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뭐야, 불합격인가... 마음을 비우고 반 포기상태로 스크롤 바를 내리던 성규가 뭔가를 발겼했는지 그의 눈이 번뜩였다.

 


  "어! 어! 김성규! 여기, 김성규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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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포마드머리에다가 노란색 후드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기네요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글 너무 재밌게 잘 쓰시네요!! 아잌
성규가 코골이 한거 보니깐 가족의 탄생이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보고 가욧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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