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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온탬] 욕 (Obsession).txt) 배포는 맘껏 하셔도 상관없으나 내용은 건드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ㅠㅠ


*인스티즈 '잃어버린 로미오' 누나께서 쓰신 '욕'의 뮤비콘티를 보고 작성한 픽션입니다. 콘티 좌표는 http://instiz.net/fan/675680 여기에요*

*'잃어버린 로미오'께 바칩니다.*



욕 (Obsession) Written by. 달두



진기X태민





 “그제 새벽, 서울시 강남구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고있으며, 경찰은……”


 낡고 오래된 텔레비전안에서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알리는 앵커의 표정은 한없이 차분하고도 냉정하다. 곧 텔레비전은 지지직 거리다가 팟- 하고 화면이 꺼지고 만다. 방안에는 조용한 적막만이 채우고 있을 뿐이였다.



*




 “안녕….”


 소년은 슬픈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한없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위태해보였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는 그것을 보지 못한듯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소년이 점점 멀어져감에도 계속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던 남자는 아무런 표정도 짓고 있지 않았다. 끝끝내 소년이 사라지고서도 남자는 그대로 앉아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자취를 감췄고 공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각기 자신들의 일행과 함께 행복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미동도 없었다.


 이윽고 해가 다지고 공원에 사람이라곤 남자 한명뿐이였다. 표정이 없는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무도 없이 휑한 공원은 낮에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고는 생각할수 없으리만큼 적막하고 휑했다. 남자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것을 알고선 걸음을 옮겼다.







 붉고 진득한 액체가 온 바닥을 적셨다. 피. 그것은 피였다. 아직 다 자라지못한 미성숙한 소년의 피. 그것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을땐 이미 소년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남자는 멍하니 그 액체를 바라보다가 피비린내가 코끝에 닿자 화들짝 놀라며 주춤주춤 뒷걸음칠을 쳤다.  태민아…? 조심스럽게 입을 떼는 남자의 목소리가 안쓰럽게 떨렸다. 태민아…태민아…. 자꾸만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눈동자가 갈피를 잃고 휘청였다.


 “태민아!!”


 대답없이 자신의 목소리만 메아리쳐 들려오자 남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쓰러진 소년을 안았다. 어느새 눈 가득히 눈물이 차올라 아슬하게 눈꼬리에 매달렸다. 소년의 몸을 흔드는 거친 손에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남자의 옷이 핏빛으로 젖어감에도 남자는 상관도 하지 않고 소년의 몸을 흔들었다.


 “일어나봐…태민아…태민아…!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내 잘못이야…제발 눈 좀 떠봐…. 날 버리지마…날 혼자두지마, 제발…. 태민아…일어나봐, 어서…태민아……!”


 미친것처럼 울부짖던 남자는 이내 오열하기 시작했다. 온몸을 사시나무떨듯 바들바들 떨며 남자는 오열했다.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지만 남자는 끝없이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태민아…태민아….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피범벅이 된 소년의 얼굴만 닦아내던 남자는 피가 닦이지 않고 자신의 손에 묻은 피때문에 더 피로 얼룩지자 이내 머리를 감싸안고 울부짖었다. 왜, 왜 깨끗해지지 않아, 왜…!!


 “ㅈ……진…기……혀…엉”


 “ㅌ…태민아?”


 “사…랑하지마……날…사랑하지…마…형을…ㅂ…버린거잖아….”


 “태민아…태민아!!”



 입만 겨우 열어 말을 잇던 소년이 온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지자 남자는 차가워지는 소년을 안고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태민아…사랑해…미치도록 사랑하니까…제발 돌아와, 제발 다시 눈을 떠서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제발….






 “왜 죽였습니까.”


 “…제가 죽였습니다.”


 “아, 그니까 왜요.”


 “…제가 죽였어요…태민이 제가 죽였어요….”


 “아나! 최형사, 니가 해라!”




 성질머리 나쁜 김형사가 나오자 투덜거리며 최형사가 취조실안으로 들어섰다. 자기 앞의 형사가 바뀌든 말든 아무런 미동조차 없는 진기는 여전히 텅빈눈으로 회색 책상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 진기를 답답하단 눈으로 내려다보던 민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진기씨, 대답하세요.


 “네….”


 “…이진기씨가 범인이라는 자백만으로는 벌을 받을 수 없습니다. 충분한 확증이 있어야 합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든 진기가 민호를 똑바로 쳐다봤다. 제가…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텅 빈 눈안에 여러감정이 섞여들어갔다. 사람이라기엔 너무나 창백한 진기를 안쓰럽게 보던 민호는 취조실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다시금 민호대신 종현이 들어왔고 종현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이진기씨가 죽인 증거를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그게 없다면 진기씨가…그 범행과정을 증언하면 됩니다.”



 그제야 진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제가…제가 범인이에요…. 제가 태민이를 죽였어요…. 기이하게 웃는 진기의 모습에 종현이 눈가를 찌그러뜨렸다.





 “죄수번호 11509번을 징역 15년 실형을 선고한다.”


 탕- 탕- 탕-. 법정안은 고요했고, 오직 판사의 목소리와 판결을 내는 경쾌한 소리만 법정안을 메꿨다. 교도관이 다가오자 조용히 일어난 진기는 얌전히 교도관을 따라갔다. 걷는동안 진기의 손에 채워진 수갑이 짤랑짤랑 소음을 만들어냈다. 아무런 표정없는 진기를 교도관이 힐끔보고선 발걸음을 재촉했다. 진기는 바닥만 보던 시선을 들어 손목에 채워진 수갑에 초점을 맞췄다. 차갑고, 금속이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붉은색 진득한 그것…. 내 손에 취어진 날카로운 금속. 차가워지는 태민이…그 앞에 울고 있는 나. 그것이 모두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진기는 마구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태민아!!! 태민아!!! 이태민!!! 으아아아악!!!!!“


 “이새끼 왜 이래!!”


 “가만히 못있어!!!!”


 “태민아!! 태민, 이태민!!!”



 진기의 몸을 간신히 제압한 교도관들은 진기의 수갑을 등뒤로 채우고선 끌고갔다. 어느새 눈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던 진기는 끊임없이 태민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교도관들은 잠시 그런 진기를 안쓰럽게 봤다가 발을 옮겼다.

 
 교도소는 어둡고 추웠다. 얇은 교도복 하나만 입은 진기는 몸을 오돌오돌 떨었다. 옆에 있던 다른 수감자가 그런 진기를 이상하게 보았다. 하나도 춥지 않은데 왜 떠는거지…. 별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넘긴 수감자는 곧 자신의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진기는 덜덜 거리는 손으로 낡은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었다. 어쩌면…어쩌면 꿈에선 태민이가 나올지도 몰라…태민아…태민아. 보고싶어. 진기는 눈을 감았다. 끝없는 영겹의 세계로 진기가 사라졌다.








  “며칠전 새벽 서울시 강남구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고 합니다. 범인은 20대 중후반의 건장한 남성으로서 피해자와 애인관계였던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범인은 15년 실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음 속보입니다, 어젯밤……”

 

 지루하고 따분한 뉴스화면에 태민의 사진이 떴다. 환하게 웃고있는 태민의 사진이 곧 사라지고 뉴스는 다음 속보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진기가 작게 말을 뱉었다.


 “태민이…태민이가…죽었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진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곧 손부터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야…무슨 소리지…?


 “태민이가 죽었을리가 없잖아…어제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줬는걸…? 근데…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깄는거야…. 태민이가 죽었을리가 없어, 그렇지. 전화해봐야겠다…. 근데 내 전화기가 어딨지…? 아니, 내가 이런 옷이 있었던가…?”


 정신이상자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진기의 얼굴이 곧 울그락붉으락 해지더니 진기가 발작을 일으켰다. 온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바닥에 쓰러진 진기에 옆에 있던 다른 수감자들이 놀래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중엔 교도관을 부르러 달려간 사람과 진기의 팔과 다리를 눌러 몸부림을 막는 사람도 있었다. 곧이어 교도관이 도착하고 진기의 팔에 진정제를 투입했다. 한참후에야 겨우 진정이 된듯 잠잠해진 진기를 데리고 교도관들이 사라지자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만 있던 다른 수감자들이 뿔뿔히 흩어졌다. 이곳에서 그런일은 흔치 않은 일은 아니였으니…. 진기를 끌고 간 교도관들은 비상사태를 대비한 구급실에 한쪽에 놓인 침대에 진기를 눕히고 상태를 체크했다. 맥박, 호흡이 모두 정상적이고 편안히 잠든 상태인것을 확인한 후 교도관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진기의 발작을 보고하고선 격리수용을 결정했다. 교도소에 온 이후로 하루에도 몇번씩 현실을 부정하고 자꾸만 ‘태민’ 을 찾는 진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편히 생활할수 없었기에 교도관들은 성급히 결정을 내렸다. 잠든 얼굴조차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미간을 구긴채 숨을 색색 몰아쉬는 진기를 교도관들은 안쓰럽게 쳐다봤다. 진기는 자꾸만, 기억을 부정하고 버리고 있었다.




 차갑고 눅눅하다. 몇번씩이나 본 그공간에 진기는 구석으로 몸을 구겼다. 매일 밤 꿈에 나오는 이곳은 태민이 마지막을 맞이했던 그 공간이였다. 진기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며 다리를 더 끌어안았다. 비디오재생되듯 또 다시 재생될 그 잔인한 영상에 진기는 하루하루 미쳐가고 있었다. 끔찍한 비명, 코끝을 찌르는 역한 피비린내. 진기는 도리질을 쳤다. 더이상은…더이상은 싫다. 그리고 진기가 그 공간을 벗어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피에 젖은 태민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하얀니트를 입은 태민이 나타났다. 그 눅눅하고 소름끼치게 차가운 공간에서 태민만이 따뜻하고 하얗게 빛이 났다. 진기는 넋을 잃고 태민을 쳐다봤다. 그제서야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태민이, 아이스크림이 차갑다면서 인상을 찡그리던 태민이, 눈이 팅팅 부었다면서 제 얼굴에 휴대폰을 들이민 그 짖궃은 얼굴. 태민이, 사랑했던 그때의 태민이 모두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는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태민이 진기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따뜻했다, 태민의 손이. 죽을때 마지막으로 잡았던 손처럼 차갑지 않고 너무나도 따뜻했다. 진기는 태민의 니트에 얼굴을 묻었다. 태민아…, 태민아…. 태민은 가만히 손을 들어 진기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제발 눈치채 주길, 난 또다른 너인걸, 니 어젯밤의 악몽까지 감싸안아….”


 “태민아…? 태민아!!!”



 마지막 그 말만을 남긴채 태민은 하얗게 부숴졌다. 눈앞에서 흐려지는 태민을 잡으려고 진기는 손을 허우적거렸지만 태민은 점점 사라져버리고 결국 따뜻했던 온기는 언제있었냐는듯 차가운 공기만이 진기를 감싸안았다. 진기는 허망함에 쓰러지듯 무너졌다. 아아…. 너는…태민아, 너는……. 진기는 아무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댔다. 그냥, 그냥 보내줄걸 그랬다. 너와 내가 이렇게 힘들거라면, 그럴거라면 그냥 간다는 널 붙잡지 말걸…그럴걸…. 이제와서야 고개를 내미는 죄책감이라는것 때문에 진기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미안해, 미안해…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 말이 진기의 입안에서 맴맴 돌았다.






 “…….”


 진기는 뻑뻑한 눈을 떴다. 눈가에 말라비틀어진 눈물자욱때문에 피부가 따가웠다. 진기는 마른손으로 눈가를 매만지다가 몸을 일으켰다. 꿈이였구나….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진기는 다시 도로 침대에 누웠다. 꿈에서 만난 태민이…내가 죽인…. 또다시 죄책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내가 왜…왜 죽인걸까…. 하지만 또 꿈속에 그 따뜻한 기운이 다시금 몸을 감싸는 착각이 들었다. 꿈에서조차 따뜻해서 그래서 웃음이 났다. 다시 행복해진듯한 착각이 들어서, 돌아갈수 있을것만 같아서…. 근데 눈을 떠보니 그건 모두 끝이였고, 태민이는 죽고 없었다. 이제 내 옆엔 아무도 없고, 내가 돌아갈 곳조차 없었다. 진기는 살짝 올라가있던 입가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베게속을 뒤졌다. 처음 들어올때 숨겨온 작은 칼이 보였다. 머릿속에서 생생한 기억이 재생되려했지만 애써 머리를 털어 기억을 지우곤 칼을 손목에 갖다 댔다. 하지만 그을수 없었다.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죽으면 내가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난 태민일 죽인 죄로 평생 괴로워해야할지도 몰라…그게 맞아. 그래. 진기는 칼을 내려놨다. 힘없이 떨궈진 칼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부딪혔다. 미안해, 태민아.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 진기의 마른손이 바지춤을 움켜잡았다. 나는…평생을 이렇게 살아야해. 나는 그래야해.




 진기는 8년만에 세상빛을 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본 바깥풍경은 안변한듯 많이 변해있었다. 진기는 찬란한 햇빛을 차마 똑바로 받을 수 없어서 고개를 떨궜다. 고개를 숙이고 걷던 진기의 시야에 낡은 구두가 보였다. 고개를 들자 누군가를 닮은 눈에 한가득 눈물을 담고 있는 중년의 여자가 보였다. 이…이 나쁜 새끼야….


 “왜 죽였어…! 우리아들 왜 죽였어!! 착하고 말도 잘듣는 부모속한번 썩힌적없는 그런애를 왜죽였어, 대체 왜!!”



 진기는 울부짖는 여자앞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저 자신의 새 신발과 그녀의 신발을 바꿔드렸다. 낡은 구두를 손에 들고 맨발로 진기는 세상으로 발걸음을 뗐다. 뒤에서 여자가 주저앉아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진기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한번 들지못하고 느리게 발을 옮겼을뿐이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의 자취방은 고요했다. 하지만 먼지가 쌓여있지도 않았다. 어머니와 누나가 왔다 간것이겠지. 진기는 고요한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낡은 텔레비전 옆에 덮어진 액자가 있었다. 그것을 바로 세우자 환하게 웃고있는 태민과 진기의 낡은 사진이 드러났다. 진기는 한참을 그것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엄지로 태민의 얼굴을 쓸었다. 8년동안 한번도 마음 편하게 잠을 잔적없었다. 죄책감은 끝을 모르고 진기를 갉아먹었다. 진기는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가지고 피를 흘리며 8년을 홀로 걸어왔다. 어느새 진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조금은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태민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견딜수없을정도로 아파왔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마른 주먹으로 가슴팍을 세게 쳤지만 여전히 숨을 트이지 않고 진기의 숨통을 죄어왔다. 진기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색을 더 해 더욱이 짙어졌다. 태민은 점점 더 잠식했다. 8년이라는 세월동안 돌덩이처럼 불어나 진기를 눌러왔다. 진기의 눈앞으로 8년전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내 다리를 베고 누워서 웃던 태민이. 사진찍자며 자기를 끌어당기는 역광을 받아서 더 찬란했던 태민이. 같이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웃음이 터져서 한참을 배를 부여잡고 웃던 태민이. 요리하는 태민이. 영화보다가 눈물을 흘렸던 태민이. 그 벅찬 기억들이 진기를 한순간에 덮쳐왔다. 그리고 진기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흐억…!! 하악…하…허억…흐….”



 이불을 둘둘 감싸안고 자던 누군가가 숨을 몰아쉬며 벌떡 일어났다. 그에 옆에서 졸고있던 간호사가 화들짝 깨어났다. 일어나셨어요? 살갑게 웃은 간호사는 빛을 가리던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을 열었다. 눈부신 햇빛이 병실에 들어왔다. 진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간호사를 봤다. 간호사는 개의치않고 창문을 다 열고 점심을 가져오겠다며 병실을 나갔다. 그 모든게 진기의 꿈이였다. 교도소도, 자살시도도 그 모든것이 모두 다 진기의 꿈이였던 것이다. 진기는 그제서야 사실을 떠올리고 멍하니 굳어버렸다. 자신은 지금 정신병원에 있었다. 치료를 받기위해. 진기는 망상장애와 동반한 우울증을 앓고있었다. 태민을 잃은 후 진기는 거의 반 미친 상태였다. 자신의 손으로 태민을 죽이고서 진기는 죄책감에 못이겨 결국 반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반년전, 갑자기 태민이 진기에게 이별을 고했다. 진기는 소유욕이 강하고 집착이 강한 남자였고, 태민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진기의 집착을 보다가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더 미치기전에, 막아야한다. 그날로 태민은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유서를 작성하고 진기를 찾아가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갑작스런 이별통보에 진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결국 돌이킬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앞엔 태민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고 자신의 손은 이미 피범벅에 오른손엔 피로 물든 칼이 들려있었다. 진기는 죄책감에 매일밤을 악몽으로 시달렸지만 태민의 죽음은 유서와 증거불충분으로 자살로 판명이 났다. 자신이 죽였는데 사건이 자살로 마무리되자 점점 더 불어난 죄책감이 진기를 짓눌렀고 결국 진기는 미쳐버리는 수준에 이르고야 말았다. 결국 진기가 미쳐날뛰는걸 더 보지 못하겠는 진기의 부모가 진기를 정신병원에 수용시키고 세상과 단절시켰다. 이제서야 모든 상황이 기억나고 정리된 진기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느린발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진기의 텅 빈 눈엔 더이상 아무것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진기는 차근차근 층계를 밟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보통은 잠겨있는 옥상인데 마치 오늘을 위한듯 옥상문이 열려있었다. 진기는 옥상 난간 끝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얇은 병원복안으로 들어왔지만 진기는 개의치 않고 아슬하게 난간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태민아, 거기있니?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바람이 진기의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았다. 진기는 살풋 눈을 접어 웃고선 난간위를 걸었다. 태민이는 지하철선로에서 손을 뻗어서 걸어보는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진기가 발걸음을 뗐다. 하나아, 두울, 세엣. 수를 셀때마다 진기의 몸이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진기는 아는지모르는지 발을 옮길뿐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걸음이 남았을때 진기는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고인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 버리지마….”


 그대로 떨어진 진기의 몸은 한마리 나비가 떨어지듯, 한떨기 꽃이 낙화하듯 약하고 여리게 사라졌다. 한방울, 두방울 비가 오기 시작했다. 끔찍한 꿈의 연속이였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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