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아이유 - 라망
기다릴 수 있어요. 형이 내게 돌아올 때 까지.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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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 제가 일하는 가게에서 나왔다. 조금 낡은 목도리를 두른 채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섰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승현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승현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빈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런지 버스 안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승현은 매고있던 백팩 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아무 노래나 틀어놓고 창 밖을 보는데, 하필이면 나온 노래가 그가 좋아하던 노래였다.
'왜 하필 이거야...'
승현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걸 억지로 참아내며 다른 노래를 틀었다. 고개만 숙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승현이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승현이 이미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소매로 훔치며 걸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승현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일러를 켜지 않아 싸늘한 공기만이 승현을 반겼다. 승현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을 양손 가득히 받은 승현은 그대로 자신의 눈에 물을 갖다대었다. 울지 않으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승현이 울지 않으려고 해도 이미 승현의 눈물은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 사이에 섞여 있었다. 한참을 화장실에서 울고 나온 승현이 비틀거리면서 이불 위에 누웠다. 이불 위에 누운 승현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회색 배게에 금새 짙은 색의 얼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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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 다른 날과 같이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나온 후였다. 가게와 마주한 벽면에 한 남자가 기대 있는 것을 눈치챘으나, 괜히 말을 걸었다가 일이 복잡하게 꼬여버릴까, 생각이 든 승현은 그 남자를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가려고 했다. 승현이 가게 문을 닫고 한 발자국을 떼자마자 그 남자가 승현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그 남자가 승현에게 말을 걸었다.
"얘기 좀 해, 이승현."
일년 전, 승현을 그렇게 비참하게 버리고 떠나갔던 지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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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가 뭔데요."
"...잘...지냈어...?"
"보는 것 처럼요. 형은요?"
"나도 뭐 그럭저럭...지냈어."
"할 이야기가 이거에요?"
"..."
"저 그만 가볼게요. 약속 있어요."
약속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지용과의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자리를 피하려고 한 승현이다. 일년만에 보는 얼굴이 반갑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지용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거짓 약속을 지어 낸 것이다. 빈 의자에 놓아둔 백팩을 집어 든 승현이 지용에게 "잘 가요." 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승현은 그가 이해가지 않았다. 일년 전 저를 그렇게 비참하게 버려놓고 떠난 사람이, 왜 이제 와서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할까. 미안하다고 할까? 다시 시작하자고 할까? 분명히 이런 말들은 아닐 것 이다. 승현이 생각하기에는 딱히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옛 연인이 보여서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을 것이라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워서 그런 것 이라고 단정지은 승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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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승현이 일을 마치고 가게에서 나올 때 까지 가게 문 밖에 서 있는 지용이였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던 승현이였지만, 이젠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지용은 승현이 가게 일을 마치고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승현이 나오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 그제서야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음 날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가게에 와서 기다리기만 하는 지용이였다. 그 생활이 이주일 째 반복되고 있었다. 참다참다 못한 승현이 가게 문을 나와 지용에게 말했다.
"형, 저랑 이야기 좀 할래요?"
지용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승현은 가게 안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용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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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은 묵묵히 승현이 일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승현이 가게 뒷쪽에서 컵 두개를 내왔다. 하나는 커피, 하나는 주스. 커피를 좋아하던 지용을 아직도 기억하는 건지, 지용에게 커피잔을 밀어주며 주스를 한 모금 마시는 승현이다.
"여기 자꾸 오는 이유가 뭐에요?"
"..."
"대답해요."
"승현아."
지용이 불러 주는 제 이름이였다. 고백할 때도 저 목소리였다. 승현은 잠시 가슴 한 켠이 아릿해져오는 걸 느끼고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었다.
"왜요."
"나, 일년 동안. 많이 후회했어."
"..."
"내가 널 떠나보냈던 이유는, 내가 그때 많이 지쳐있었어. 이제 막 모든것을 시작하려는 너를 품어 줄 자신이 없었어, 난."
"그래서... 결론이 뭐에요..."
"승현아...사...귈래?"
지용이 떨리는 목소리로 승현에게 고백했다. 이년 전, 지용이 처음 고백했을 때와는 다른 설레임이 지용과 승현을 감쌌다. 승현은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분명히 자신을 버리고 떠난 그였지만 승현은 아직 지용이 좋았다. 싫어하기에는 자신에게 너무 큰 영향이였던 그였기에, 승현은 그를 미워하고 싶었지만 미워하지 못했었다.
"네가 싫다면 거절해도 좋아..."
"..."
"하지만 언제라도 날 받아줄 수 있으면 나한테 와줘. 이건 잊지마."
마지막 말을 한 지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등을 돌려서 밖으로 나가려는 데, 뒤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났다. 지용은 승현도 같이 나가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제 겉옷을 집어 든 채로 한 걸음을 떼었다. 그때, 지용의 뒤에서 승현이 지용을 안았다. 가게 안은 지용과 승현, 그리고 설레임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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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편지왔어용. 나는 편지 여러분의 쪽지창은 우체통
이거 짧은거 하나 쓰는데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생각도 못ㅋㅋㅋ했ㅋㅋㅋ는ㅋㅋㅋ데ㅋㅋㅋ
예상 외로 오래걸렸어요... 잉잉잉...
내사랑 암호닉들♥
지도도♥
브이♥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