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조성을 위해 BGM 올려봤습니다.
written by.후
“죽였어? 다 죽이면 어떡해!”
“그게 대장 그놈들이 혀를 깨물고 자결을 했지 뭡니까. 손 쓸 새도 없었어요.”
친위대진영. 아침 댓바람부터 오범이 찬열에 큰소리를 내었다. 항상 자객은 생포해야 한다. 그리 일렀거늘. 어젯밤 습격한 자객들이 모두 죽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누가 이런 무도막심(無道幕甚)한 반역을 꾀하였는지 알아내지 못하였다. 다행히 내부로 들어온 자객이 없어 폐하의 옥체에는 아무런 탈이 없었지만, 그들은 독을 쓰는 자들이었다. 문밖에서 싸우던 친위대 몇몇이 독에 당해 중상을 입었다. 그 독은 특수한 자재(資材)로 만들어졌는지 해독하기가 쉽지 않았고 증상 또한 심각하였다. 검, 활, 창 등의 무기가 아닌 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독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을뿐더러 언제, 어디서 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위험한 적이다. 오범이 서둘러 관복(官服)으로 갈아입었다. 당장 폐하께 가야 한다.
홍화 녹엽
紅花綠葉
“폐하 분명 흉노족일 것입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국경선을 지키는 군이 약해져 다른 나라의 자객이 든 것이 확실하옵니다.”
“다시 태사의 부대를 국경선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자객이 든 일로 상소가 빗발쳤다. 습격을 당한 것을 들은 신하들이 곧바로 조회를 열었고 그런 신하들을 보고 있던 준면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일 다른 나라가 아니라면.”
준면의 말에 적잖게 당황한 신하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이며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그 중 태부 조석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당치도 않사옵니다! 폐하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하늘이 무서운지 모르고 감히!”
맞는 말이다.황제를 시살하려 한 자라면 그만한 배포가 있어야 하지. 준면은 오른손을 들어 태부의 말을 잘랐다.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다시 조회를 열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준면이 용상에서 내려오자 옆에 있던 경수가 가까이 다가갔다. 폐하 황룡전에서 오범이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준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정전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이 나라의 황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준면을 지키는 눈엣가시 같은 태사의 부대, 친위대를 다시 국경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을 뿐. 정전을 나가던 준면의 입가엔 씁쓸하고 외로운 웃음이 가만히 떠돌았다. 황제가 무엇인가. 그저 그들의 장단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구나.
“오래 기다렸는가.”
“아니옵니다. 간밤에 많이 놀라셨을 듯 한데 황룡전까지 침입하게 하여 송구하옵니다. 폐하”
“되었다. 그 얘기는 그만하지. 그래,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냈나.”
황룡전에 든 준면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범을 들였다. 마주한 그가 착잡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전멸하였습니다. 준면은 미간을 찌푸렸다. 또다시 공격해 오겠군. 준면의 말에 오범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준면이 마른 세수를 하였다. 매우 지쳐 보였다. 눈 밑이 그늘져 용색이 초췌했다. 그런 준면을 쳐다보던 오범이 말을 이어갔다.
“오늘 아침 조회 때 오간 이야기는 이미 들었사옵니다. 저희는 폐하의 부대이지 더는 태사의 부대가 아닙니다. 폐하의 사람이고 폐하의 것입니다.”
준면이 고개를 들어 오범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거짓됨이 없었다. 올곧게 준면을 바라보고 믿어달라 말하고 있었다. 내일 조회 때부터 저와 대원 몇이 폐하 곁에 있겠습니다. 또 호위무사를 곁에 두십시오. 대원 중 뛰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항상 폐하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 채 오범은 황룡 전에서 빠져나와 곧장 친위대 진영으로 향했다.
“예 대장.”
“알겠습니다. 대장.”
백현과 찬열이 연달아 대답하였다. 오범이 친위대진영에 돌아오자마자 그들을 불러내어 명하였다. 내일부터 오범과 함께 조회에 나갈 것이다. 둘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친위대에서 제일가는 궁수와 검사의 조합. 그렇기에 오범은 그 둘을 선택하였다. 세훈이 보고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 오범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오범 앞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던 찬열과 백현이 서로 마주 보고는 히죽 웃었다. 더 혼날 줄 알았는데 오범이 더는 간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에 안심하며 둘은 서둘러 세훈을 부르러 자리를 떴다.
자신의 처소로 들어온 오범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제가 잘한 걸까요 스승님. 오범은 고개를 젖히곤 팔로 눈가를 지긋이 눌렀다. 옛 생각이 났다. 여섯. 부모의 사랑을 넘치게 받아도 모자를 나이에 오범은 부모를 여의었다. 은위제가 군림하던 시절 일어난 전쟁 때문에. 나라의 강세가 약해지자 옆 나라에서 쳐들어와 오범이 살던 마을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전쟁이 나자 오범의 어미는 오범에게 숨바꼭질이라며 장롱에 숨겼다. 절대 나와선 안 된다고. 엄마가 찾으러 올 때까지 절대로 나와선 안 된다고. 그리 말하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장롱에 숨어 있던 오범을 발견한 것은 태사였다. 이미 마을은 잿더미가 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살아남은 자는 오범 오직 하나였다. 나이가 먹으면서 점차 오범도 왜 그때 전쟁이 났는지 부모를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황제 때문이라는 것을. 자연히 오범의 마음 한구석에는 황제에 대한 증오심이 자리 잡았다. 황제가 자신의 백성을 보살피지도 못할망정 지키지도 못하였다. 황제란 쓸모없는 것이다 하고 생각하였다. 태사가 천왕제는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그리 말하였을 때 오범은 믿지 않았다. 황제는 다 똑같은 쓰레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천왕제를 만나게 된 후 오범은 생각하였다. 어쩌면 태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똑똑, 한참을 생각하고 있자 하니 세훈이 오범의 방문을 두들겼다. 들어와. 짧게 대답을 마친 오범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여 늦잠을 자다가 온 모양인지 엉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세훈이었다. 머리엔 까치집이 지어져 있고 눈은 반도 뜨지 못한 채 제 앞에 앉아 길게 하품을 하는 게 영락없는 완장(緩囊)이었다. 호위무사를 세훈에게 맡길 것이다. 평소에도 게으른 성격이라 귀찮아 할 것이 분명 하였다. 싫다고 투덜댈 것이 분명 하였지만, 호위무사에 제격은 세훈인지라 싫다 하여도 어쩔 수가 없었다.
“폐하의 호위무사가 필요해.”
“…그럼 대장이 하면 되겠네.”
“아니, 내가 아니고 네가 할 거야.”
입을 찢어지라 벌리며 하품을 하던 세훈이 멈칫하였다. 빠르게 표정이 굳어갔다. 오범의 말투는 권유나 부탁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아무리 귀찮아하는 성격을 가진 세훈이어도 대장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대장은 나 잠 많은 것도 귀찮은 거 딱 질색인 것도 다 알면서 왜 나를 아 진짜. 입이 툭 튀어나온 세훈이 투덜댔다. 그런 세훈을 바라보던 오범은 작게 웃었다. 그래도 맡기면 잘 해낼 거면서. 폐하를 부탁한다.
세훈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눈앞이 깜깜했다. 황제 폐하의 호위무사가 되면 두 다리 쭉 뻗고 잠자기는 글렀다. 매일 밤 자객이 들지는 않나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났다. 주섬주섬 의복을 챙겨입고 있자니 오범이 보채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폐하께 가야 한다며 들들 볶는다. 벌써 자시(子時)에 가까워졌다. 폐하께서 침소에 들기 전에 뵈어야 했기에 세훈은 서둘러 친위대 진영을 빠져나왔다.
세훈은 황룡전을 가로질러 갈 수 있는 방법은 교각을 건너는 것 뿐이라 여겨 교각을 넘으려 태자전으로 향했다. 밤 공기가 매섭고 차가웠다. 태자전에 다다른 세훈이 교각을 향해 눈을 돌렸을 때 교각에 서 있는 준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공허하였다. 고독하고 적적해 보였다. 세훈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준면의 곁에 다가갔다. 나의 호위무사라는 게 너인가. 준면이 여전히 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떼었다. 밤바람이 차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세훈이 고개를 숙이며 청하였다. 그런 세훈에게 준면의 눈동자가 잠시 머물렀다.
“나는 황제다.”
“…예 폐하.”
“허나 다른 이들은 나를 황제로 보지 않는구나.”
“…….”
“너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느냐.”
암호닉 두번째 추가요~
딸기
귤
넌디
오리
홍홍
꼬마곰
도라지
고등어
망고
미개루만리장성
그린티
두유
뿡
식빵녀
작가의 주저리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제가 늦었죠?ㅠㅠㅠ
댓글달아주신 분들 너무 고마워요~
사실 글잡에 연재하면서 댓글하고 조회수가 예민한건 사실이예요
그래도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꾸준히 연재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사랑들 이예요! 댓글 달아준 분들 모두모두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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