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 06
“그동안 잘 자냈니?”
“뭐 그럭저럭요. 쌤은요?”
남순과 인재는 마주앉았다. 인재의 물음에 남순이 웃으며 되물었다. 인재는 나야 뭐 항상 똑같지, 라고 대답하다가 문득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남순의 손을 발견했다. 인재는 그 불안해 보이는 모습에 속이 상했다.
“남순아”
“네?”
“많이 힘들지?”
인재의 말에 남순이 그녀를 새삼스레 바라본다. 그러다가 하하, 하고 공허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여전하시네요. 힘드시겠어요.”
“응?”
“여전히 애들 하나하나 다 이렇게 돌보실거 아니에요. 힘드시겠다고요.”
“힘들긴. 이게 내 일인걸?”
그리고 인재는 웃어보였다. 인재는 한참동안 남순을 바라만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남순아 중학교 때는 얼마나……그랬던 거야?”
“글쎄요.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그랬던 건지, 어떻게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요. 그땐 그냥 앞으로 정신없이 달리기만 해서 지금은 생각이 안나요.”
남순이 멍하니 대답했다.
“사실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물으면 답은 많은데 다 변명 같아서 말할 수가 없어요.”
“변명이 아니라 이유야, 남순아”
“그게 어떻게 이유에요. 결국에는 제 잘못을 어떻게든 정당화시켜보겠다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남순아. 변했잖아. 그리고 지금 후회하고 있고.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상처 낼 필요는 없잖아.”
“제가 달라졌다고 해서 세상이 저를 다르게 봐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요 선생님.”
“…….”
인재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들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고 들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말이었다. 남순은 어두워진 인재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서두르며 일어섰다.
“선생님 저 이제 가볼게요. 지금 못 나가면 진짜 큰일 나요.”
“그래. 가봐 남순아”
“제가 나중에 연락할게요. 집에 놀러오세요. 강쌤이랑 같이요.”
인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순이 웃으며 뒤를 돌아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교무실을 나가는 그 뒷모습이 고등학생의 어린 남순같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남순같기도 해서 인재는 기분이 묘했다.
*
며칠이 지났다. 남순의 루머에 관한 기사는 날이 지날수록 갱신되어갔지만 남순 깡그리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인터넷을 켜지도 않았다. 그렇게 남순이 집 안에서만 폐인과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을 때 쯤 어느 주말, 남순의 매니저가 집을 찾아왔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고 남순과 함께 늦은 아침에 취해있던 흥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전날 남순과 함께 놀다가 거실에서 아무렇게나 잠들었던 흥수는 미친 듯이 울리는 초인종이 눈을 떴다.
“아씨 아침부터 누구야. 고남순 너 문 좀 열어”
“니가 열어”
남순이 졸음에 취해 중얼거렸다.
“너 지금 나 바지만 입은 거 안보이냐? 웬만하면 상의 하의 둘 다 입은 니가 열지?”
“아 사내새끼가 웃통 벗은 것 가지고 지금”
남순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앞에 화를 꾹 참고 있는 매니저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형? 무슨 일이야? 왜 말도 없이 아침부터 집에 와?”
“야! 내가 너 전화 똑바로 받으랬지? 나 어제부터 전화며 문자며 톡이며 다해서 집에 간다고 내 의사 분명히 밝혔다?”
“아……그랬어?”
“아 그랬어? 일단 나 들어간다.”
하고 박력 있게 집안으로 들어가던 매니저는 급하게 셔츠를 목에 끼우고 있는 흥수와 눈을 마주치고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 흥수씨 계셨네요.”
“아 예. 주말이니까요.”
흥수가 마저 셔츠에 양팔을 끼우고는 대답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기 고남순이 전화를 안 받아서”
“아닙니다. 뭐 다 저기 고남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시는 건데요.”
“아 둘 다 나한테 왜 그래!”
남순이 칭얼거리듯 외쳤다. 매니저는 혀를 쯧쯧 차며 소파에 앉았다.
“고남순. 그만하고 여기 앉아. 할 얘기 있어”
남순은 아직도 졸린 눈을 비비며 매니저 앞에 앉았다. 매니저는 가지고 온 노트북과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일단 남순아. 첫 번째로 루머 유포한 사람을 찾았다.”
“뭐?”
“그런 표정 짓지 마. 우리가 이 사람 찾느라고 며칠을 야근했는지 알아?”
“찾아서 뭐하려고”
남순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매니저가 하, 하고 한숨을 쉬었다.
“뭘 할지는 이제 정하고. 근데 너 혹시 최영훈 아냐?”
“최영훈? 그게 누군데?”
“몰라? 너 중학교 동창이던데? 이 사람이 처음 너 얘기 올린 사람이라더라.”
남순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고남순. 너 걔 기억 안나?”
흥수가 부엌에서 커피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흥수는 그 커피를 매니저 앞에 놓고는 남순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걔 우리랑 초등학교도 같이 나왔잖아.”
“그랬냐?”
“이럼 알려나?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 너 엄마가 없느니 뭐가 없느니 하고 소문내고 다녔던 그 새끼”
“그 놈이 최영훈이야?”
아 이 사람 이름 지지리도 기억 못하는 새끼. 흥수가 중얼거렸다.
“흥수씨도 아는 사람이에요?”
“당연히 알죠. 저랑 고남순이랑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친했는데”
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는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 사람과 따로 만나봤는데 중학교 다닐 때 남순이한테 많이 맞았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왕따도 당했었다고요. 이거 사실……이에요?”
남순과 흥수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흠,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남순이 주저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형. 내가 정말 결백하다고는 못하겠는데 얘는 정말…….”
“아 물론 때린 적이야 있겠죠. 저쪽이 먼저 건드려서”
흥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매니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왕따나 뭐 그런 건 안했고?”
“난 저 놈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왕따 시킨 적은 없었어. 막살긴 했지만 진짜 나쁜 놈은 아니었거든”
“어이구 그래서 나쁜 놈이 아니라 그렇게 때리고 다니셨어?”
흥수가 남순을 비웃으며 말했다. 남순은 우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야 뭐. 반성하고 있다니까?”
“그래. 반성이야 했지. 근데 반성했다고 과거가 없어지냐?”
“그래서 지는 얼마나 결백하다고. 너는 뭐 그 뭐야 나랑 안 만나고 살던 그 시절에 잘도 착하게 살았겠다!”
“난 그냥 줄기차게 시비를 걸기에 줄기차게 걸려줬을 뿐이고”
“너나 나나거든?”
매니저는 투덕거리기 시작하는 남순과 흥수를 곤란한 표정으로 말리며 말했다.
“그만들 하시고 하던 얘기 계속 하죠. 근데 더 큰 문제는 이 사람 혼자만 올린 게 아니라 따라서 여러 명이 올린 거죠. 그것도 하나같이 모두 남순이랑 동창이었다는 증거를 확실히 올린 사람들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말이죠.”
“고등학교 올린 사람들은 다 고소하시죠. 거짓말이니”
흥수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남순은 그런 흥수의 팔을 잡으며 대답했다.
“뭘 고소를 해. 다들 올릴만하니까 올린 건데 뭐”
“아씨 이 새끼 또 신파 쓰고 앉아있네. 야, 고남순 넌 그렇게 너한테 자신이 없냐?”
“그래 없다. 어떻게 자신이 있어. 잘못한 게 있는데”
“그러니까 잘못한 것만 잘못했다고 하라고 이 멍청아”
흥수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남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남순은 고개를 숙일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매니저는 그런 남순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남순아. 그래도 이 일 해결을 해야지”
“…….”
매니저는 말없는 남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남순의 등을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알았어. 나중에 더 얘기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드라마 촬영 있는 거 알지? 내일 아침에 형이 데리러 올게”
남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는 흥수에게 나중에 또 뵙자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순을 보며 착잡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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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 전에 올리는게 꿈이었는데 열두시가 1분 남았네요. 고로 불가능함을 알았습니다. 포기하죠.
헐 12시에요. ......
매 화가 지날수록 약 100명가량 조회수가 주는 가슴아픈 관경을 발견했지만 전 한명이라도 보면 계속 쓸랍니다.
이번엔 꼭 다른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왜 저렇게 됬는지.
오늘 거 좀 이상해도 이해해요 사랑하는 여러분 갑자기 수정해도 이해해줘요.
설 다들 잘 보내셨어요? 인티가 아프네요.. 가슴이.. 찢어지네요..
전 요즘 김우빈 보려고 신품 보는 중인데 달달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ㅋㅋㅋㅋㅋ
비랑님, 이경님, 몽쉘님, 바삭님, 꼬꼬마님, 오징어님, 이진기님, 남순고남순님, 흥순홀릭님, 31님, 사탕님, 수열분자님, 미미님, 콘칩님, 꺆님, 깡주님, 맷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