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소년에게 축복을 03
-박꼬댁
소년에게 ; 조소 |
아침부터 지호의 집은 분주했다. 좁디 좋은 판자촌을 떠나 으리으리하게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호는 그렇게 기쁘진않았지만 지호의 엄마가 즐겁고 기뻐하니 지호도 따라 즐거운 척을 했다. 워낙 좁은 집이다 보니 짐 옮길 것도 별로 없었다. 애초에 지호는 공부와 음악말곤 관심이 없었기에 꼭 필요한 옷 몇 벌, 나머지는 다 책과 음반앨범 밖에 없었다. 지훈의 집에 지호의 방과 가구들까지 있으니 집에 있는 가구들을 꼭 가지고 갈 필요가 없었다. 차 한 대만 있어도 이삿짐을 다 나를 수 있어 지훈의 아빠가 보내준 차 트렁크 쪽에 이삿짐을 대충 실고는 뒷 자석에 엄마와 지호 둘이 탔다. 기사가 운전해주니 운전 걱정은 없었고 딱봐도 비싼차라 비싼값을 하는지 푹신한 그낌에 지호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곤 꾸벅꾸벅 잠에 빠져들었다. 지호가 자는 모습을 사이드미러로 본 기사는 살짝 웃으며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운전했다. 기사의 배려에 엄마가 기사를 향해 웃어주었다. 어느 새 다왔는지 차가 커다란 단독주택 앞에 세워졌다. 엄마는 지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지호를 깨웠고 지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목적지에 도착한 걸 인지해서야 지호는 차에서 내렸다. 지호가 트렁크에서 짐을 꺼낼려하니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이 나와 거들려했다. 지호는 자신의 책들을 들으려하는 메이드 복을 입은 도우미들을 거절하고는 자신이 책을 들었다.
여자한테 무거운 걸 들게 할 순 없죠
지호가 웃으며 말하니 도우미가 얼굴을 붉히며 지호의 뒤를 따랐다. 지호가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저씨와 지훈이 지호를 기다리고있었다. -물론 지훈은 자신이 원래서 기다린건 아니었지만-
"어서와라 지호야"
"제가 민폐는 아닐지 모르겠네요"
"민폐는 무슨! 너도 이제 내 아들이야"
"감사해요, 근데 제 방이 어디예요? 짐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지훈이 옆 방이란다, 지훈아 지호 좀 안내해주렴"
"...따라와"
지훈은 뭐가 못마땅한지 팔짱을 꾀고 지호를 쳐다보다 아저씨의 말에 팔짱을 풀곤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지호는 그런 지훈을 보며 들고있던 무거운 책들을 다시 고쳐들곤 지훈을 쫓아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꾀 고급스런 나무의 삐걱소리가 났다. 2층엔 방이 세개가 있었는데 제일 구석 방이 지호의 방이었다. -세 방 중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지호가 방으로 들어갈려하자 지훈이 지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지호가 지훈을 바라봤다. 아무런 감정도 기분도 느껴지지않는 냉담한 표정을 보니 지훈이 살짝 흠칫하며 몸을 뒤러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곤 지호의 눈을 똑똑히 마주했다.
"너 이름이 뭐랬지?"
"우지호, 그리고 너가 아니라 형이야"
"됐고, 듣자하니 진영공고 다닌다면서?"
"맞는데"
"얼마나 꼴통이면 그런 학교를 가냐?"
"알거 없고 비켜줄래? 팔이 좀 아파서"
지호가 화장실 때와 같이 지훈의 어깨를 치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지훈은 문 앞에서 눈을 감고 입술을 씹었다가 지호의 방문을 노려봤다. 들러붙은 주제에 저한테 기죽는 기색하나 없이 째진 눈을 더 째며 으르렁 대는게 꼴보기 싫었다. 지훈은 눈을 가늘게 떠 지호의 방을 쳐다보다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 시간 지호는 방에서 얼마 되지않은 짐을 풀기 시작했다. 옷은 끽해야 열 벌 남짓이었고 거의 책과 음반이 다였다. 지호가 책장에 책을 하나씩 넣다가 책장 구석에 박혀있는 작은 액자를 발견했다.
뭐지? 다 안챙겨 나갔나?
지호가 액자를 들었다. 열 살 남짓된 소년과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두 사람. 딱 봐도 지훈과 지훈이의 부모님이었다. 지호가 본 지훈의 어머니는 굉장한 미인이셨다. 지호는 지훈의 어머니께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 엄마 용서해주세요. 사실 저보다 불쌍한 분이세요.
지호는 액자에 입김을 불고 옷 소매로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닦아냈다. 지호가 제 방에서 나와 지훈의 방 앞에 섰다. 지훈의 액자를 돌려줘야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호가 가볍게 노크를 하니 지훈이 인사을 찡그리며 나왔다. 제 방 문을 두드린 사람이 지호란 사실에 조금 놀랐는지 움찔한다. 지호는 손에 들고 있던 액자를 지훈에게 건내줬다.
"뭐냐?"
"액자, 니꺼 같아서"
"넌 염치도 없냐?"
"시비 걸꺼면 좀 다른걸로 걸지 그래?"
"착한 척 하지마 역겨워"
"물건 주인 찾아주는 것도 착한 적이냐?"
"시발 니가 들고 있는 사진이 뭔 줄 아냐고!"
"언성 높이지마 어른들 다 부를려고? 이거나 받아"
"필요없어"
지훈이 지호가 들고있던 액자를 내리쳤다. 지호의 손에서 멀어진 액자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와 동시에 큰 파열음이 났고 도우미며 어른들이며 다 2층으로 뛰어올라 무슨 일이냐며 캐물었고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호는 지훈의 표정을 한 번 쳐다 본 뒤에 몸을 숙여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지호를 말리기시작하며 도우미 보고 치우가 시킨다. 아저씨는 지호의 어깨를 잡고 어디 다친 곳이 없냐며 이리저리 살펴보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본 지훈이 인상을 쓰며
난 자식도 아니야?
라고 소리쳤다. 아저씨는 지훈의 말을 들은채만채하며 무슨 일 있었냐고 지호에게 묻기 바빴다.
"아, 책장을 정리하다가 지훈이 가족사진을 찾아서요.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필요없다면서 던지더라고요. 제가 괜히 가져왔나봐요"
"야 우지호!!"
"표지훈 이자식!"
아저씨는 손을 들어 지훈의 뺨을 내리쳤다. 지훈이 돌아간 뺨을 붙잡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만히 있었다. 아저씨가 손을 들어 다시 한 번 때리려하자 지호가 아저씨의 팔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때리는건 아니예요.
지호의 말에 아저씨가 손을 내리고는 2층을 내려갔다. 지훈은 꽉 말아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곤 지호를 노려봤다. 지호는 가만히 지훈을 쳐다보다 시선을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갔다. 지훈은 그걸 보곤 입술을 씹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한 순간에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린 제 처지를 비관하며 지훈은 소리 없이 울었다. |
* 밤에 온다면서 낮에 왔어요 저 잘했죸ㅋㅋ 칭찬좀..
** 칭찬은 댓글로^^!
*** 댓글 달아주신 분들 ㅠㅠ 제가 이번 편부터는 꼭 답글 달아드릴께요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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