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속의 상관관계
" 이거 놔. "
이거 놔! 제발, 좀 놓으라고! 참다못한 경수가 결국 빽- 고함을 질렀다. 보통 남고와 다름없는 시끌벅적한 교실안의 소음들이 순식간에 하나도 남김없이 빠져나가 버렸다. 온갖 욕설과 잡음이 난무하던 교실안은 마치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마냥 조용했다. 조용한 교실에는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남학생들의 걸죽한 목소리만이 흘러들어올 뿐이였다. 경수는 종인을 피해 일부러 자리까지 바꿨다. 반장, 미안한데 나랑 자리좀 바꿔주면 안돼? 어, 어? 싫어할거라는거 알아, 그치만 며칠동안만 바꿔주면 안될까? 아……, 그래. 종인의 옆자리가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던 반장이였지만 경수는 그를 이해할 겨를이 없었다. 경수는 조금이라도 빨리 종인과 떨어져있고 싶었다.
' 야 너 뭐야. '
' 어? '
' 너 뭐냐고, 니가 왜 여기 앉아있는데. '
그, 그게 …경수가 바꿔달라고 했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반장의 목소리가 경수의 귓가를 미세하게 파고들었지만 애써 경수는 그들을 모른체 했다. 종인이 있는 곳에는 눈길한번 주지않고 오로지 수업에만 집중했다. 쉬는시간이 되면 그대로 책에 얼굴을 묻은 채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아니 잠을 청하는 척을 했다. 뒤에서 저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종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경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너 같은 새끼랑은 더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아. 예상 외로 저를 건들지 않는 종인에 경수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아니 묻으려고 했다. 성큼성큼, 제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머지않아 제 시야는 종인으로 가득찼다. 후, 입김으로 제 앞머리를 들썩거린 종인이 다짜고자 경수의 손목을 잡아챘다. 놔, 냉기가 가득 묻어난 경수의 목소리에 종인은 코웃음을 쳤다. 되려 경수의 손목을 더 억압할 뿐, 종인은 경수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 일어나. "
" 놔라고. "
" 도경수, 서. "
저를 마치 애완견을 다루는듯한 종인에 경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너란 새끼는 한결같구나, 억지로 저를 일으키려는 종인에 경수가 결국 고함을 지른것이다. 교실안 수십개의 눈이 저와 종인만을 향하고 있었지만 경수는 지금 이 순간 종인과 저외엔 시간회로가 정지된듯 했다. 고요한 벌판에 종인과 저만 존재하는듯 했다.
" 일어나. "
경수 자신에 비해서 지나치게 침착했다.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고 종인을 올려다보고 있는 저에 비해 종인은 한치의 미동도 없었다. 그저 억지로 경수를 일으키려 힘을 더 가할 뿐이였다. 싫어, 마른 입술을 축인 경수가 힘겹게 내뱉은 말이였다. 싫어, 내가 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우당탕-, 둔탁한 소리를 내며 경수의 책상이 앞으로 쓰러졌다. 교실바닥은 책상위의 필기구들이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쳐지고 빼곡한 필기로 채워진 노트또한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졌다. 처참하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교실 내 학생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혹시라도 저희에게 피해가 될까봐 그들은 종인의 뒤로 자리를 피해 두 사람을 방관하기 시작했다.
씨발, 욕짓거리를 나즈막히 읊조린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 바닥에 떨어진 필기구들을 줍기 위해 경수가 몸을 구부렸다. 이에 종인도 경수와 시선을 맞췄다. 여전히 압박된 손목이 욱신거렸다. 아무 말 없이 노트와 필기구들을 줍는 경수를 바라보던 종인이 경수의 앞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제 앞머리를 정리해주는 서투른 손놀림에 경수는 개미새끼들이 줄줄이 줄을 지어 제 몸을 기어가는것 마냥 소름이 돋았다. 하지마, 하고 고개를 틀어봐도 종인은 끈질기게 저를 따라왔다.
종인이 마구잡이로 경수를 일으켜 세웠다. 저를 끄는 종인에게 온 힘을 써 저항해 보았지만 체구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는 종인과 경수였다. 종인에게 훨씬 우세한 몸싸움에 결국 경수는 종인에게 교실 뒷편까지 이끌려가게되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옮기는 대로 방관하던 학생들은 속속히 자리를 피했다. 어느새 교실 뒷편에는 종인과 경수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는 자는 없었다. 그저 몇몇 질이 좋지않은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그 외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저 종인이 경수의 복부를 차 넘어뜨리는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교실바닥에 주저앉은 경수가 제 복부를 움켜쥐고 달뜬 숨을 내쉬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의 큰 충격은 경수에게 치명적이였다. 모든 통증이 배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 저를 차갑게 내려다 보고 있는 종인이 제 앞에 서있는 것도 망각할 정도로 경수는 심하게 앓는 소리를 냈다.
구겨진 종잇장처럼 잔뜩 미간을 찌푸린채 앓는 소리를 내는 경수에게 종인이 시선을 맞췄다. 경수야. 웃음이 서려있는 목소리가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싶었다. 도대체 니 녀석은 어디까지인걸까, 낯설기만한 종인의 폭력에 경수가 질근 눈을 감아버렸다.
안녕하세요 |
이번편은 심하게 짧습니다. 그래서 13화는 1,2로 나눠서 올리려구요. 죄송하구요 항상 봐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댓글다시는분들 제 애정 마구마구 드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