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속의 상관관계
경수의 눈에 낯익은 인영 두개가 들어왔다. 복도 끝에서 유유히 저와 맞은편으로 걸어오고있는 두사람은 백현과 찬열이 분명했다. 사실 경수는 아직까지도 백현과 직면할 용기가 없었다. 변백현과 도경수, 도경수와 변백현. 두사람의 관계는 더이상 회복할 수 없을만큼 틀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속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백현이였다. 어느새 경수의 눈앞에 두사람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역시나 백현이 저를 내려다보고있는 느낌. 경수는 매번 백현을 마주할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백현과 자신의 사이가 틀어진 이후로. 백현과 저는 키가 비슷했다. 남고생들 사이에서는 작은키에 속했던 백현과 경수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경수는 백현이 저를 내려다보고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수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백현의 시선을 피하지않았다. 아무리 우위한 위치에 있다하더라도 절대로 눈을 먼저 피하거나 내리깔지않았다.
백현의 입술이 저를 향해 심하게 뒤틀여진것을 알았을때엔, 경수는 이미 백현과 부딪힌 상태였다. 두사람의 마른어깨가 탁- 하고 부딪혔다. 이어 경수는 어깨의 통증을 애써 참으며 표정에 변화를 주지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뒤틀어져있는 백현의 입꼬리가 그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는것만 같았다.
"괜찮아? "
백현의 옆에 있던 찬열이 큰손으로 백현의 부딪힌 어깨를 감싸안았다. 미친놈,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경수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경수 자신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은목소리였지만 찬열은 경수의 목소리를 듣기라도한건지 백현의 어깨에게로만 가있던 시선을 경수에게로 옮겼다. 찬열과 경수는 가까운사이가 아니였다. 찬열과 경수, 두사람의 관계를 표현할때에는 백현의 존재가 필요했다. 박찬열과 도경수, 도경수와 박찬열. 두사람의 관계에대한 정의를 내릴땐 백현으로 인해, 또는 백현으로 의한 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했다.
"씨발년. "
날이 선 백현의 목소리가 경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백현이 제 어깨위에 올려진 찬열의 큰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두사람의 손이 교차했을때 경수는 턱끝까지 차오른 욕설을 애써 삼켜야했다. 툭, 경수의 어깨가 다시금 틀어졌다. 백현의 고의적인 행동이였다.
경수는 유유히 제게서 멀어져가는 찬열과 백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않았다. 찬열의 팔은 여전히 백현의 어깨에 걸쳐져있었고 백현의 손은 어느샌가 교복바지 주머니속에 들어가있었다.
"……. "
경수는 순간적인 힘으로 자신의 무의식을 제어했다. 애써 그 자리에서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백현이 고개를 뒤로 돌렸기 때문이다. 백현은 마치 경수가 저와 찬열을 쳐다보고 있었을것이라는것을 예상했다는듯한 표정이였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라는 우위에 선 표정. 적어도 경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너, 백현이 입을 열었다. 소리는 들리지않았지만 입모양으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 역겨워.
백현이 조소를 띤 채로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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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후 5교시, 숙면을 취하기 딱 좋은 시간이였다. 5교시하면 숙면시간이라는 말에 다들 동조하는것인지 경수네반 대부분의 학생들은 책상에 얼굴을 묻거나 팬을 쥔 체로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경수 또한 팬을 손에서 놓치지않으려고 졸음과의 싸움을 벌였다. 수업을 하던 중년의 여교사는 칠판앞에서 절반이상 허리를 숙여 잠을 자고있는 학생들을 한심하단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성의 없는 수업을 진행하며 굳이 그들을 깨우지않았다. 자, 다음페이지. 여교사의 지루하기 짝이없는 수업과 목소리에 경수는 입을 쩌억 벌리며 하품을 했다. 졸지말자, 졸지말자, 경수는 제게 주문을 외우며 쭈욱 기지개를 폈다. 효과는 빵점. 기지개를 펴도 밀려오는 졸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곧 경수를 덮쳐오던 수많은 졸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빠져나갔다. 헙- 경수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무미건조한 여교사의 목소리만이 가득채우고있는 교실안, 경수가 팬을 쥔 손을 꽉쥐며 나즈막히 속삭였다.
"미친새끼. "
경수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곧 경수의 옆자리에서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웃음. 분명 경수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였다. 종인의 손이 경수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더니 곧 허벅지사이사이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마, 경수가 목소리를 깔았다. 수업시간이였다. 수업이 끝나려면 아직 20분이나 남아있었다. 하지말라니까. 연이은 경수의 말에도 종인의 손짓은 멈추지않았다. 오히려 경수의 이런 반응이 재밌기라도 한듯이 그의 입꼬리는 활을 그리며 위로 올라가있었다. 팬을 쥔 경수의 손에 점점 강한 힘이 들어갔다. 종인의 손이 경수의 중심부를 건드렸다.
데구루루……. 경수는 쥐고 있던 팬을 놓치고 말았다.
필독이요♨ |
어제새벽에 같은제목으로 팬픽올렸었어요. 그런데 제가 구상한내용이 대충 카디vs찬백 구도인데 너무 가볍고 경쾌하게..? 글을 쓴거같아서 ㅜ 어제 충동적으로 싸지른 글이라 삭제했어요.. 동일인물맞습니다. 지금 글도 잘쓴거도아니고 똥망이지만 재밌게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ㅜㅜ... 신알신 암호닉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