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 진도 나가봅시다!*
w.녹차하임
지갑을 주워든 크리스가 종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렇게 된거 아예 뻔뻔하게 나가기로 결정한 종대는 완전무장을 해제하고 크리스를 당당하게 마주했다.
"주세요. 지갑."
"아, 여기.. 이런곳에서 보네요?"
"그러게요. 하도 죽어라 쫓아오시니까 사생인줄 알았어요."
일부러 더 비꼬아 툭툭 말을 내뱉었다.
크리스가 그런 종대를 내려다보며 새삼 민석이 했던 얘기들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김종대는 자신에게 뭔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뭣때문에...? 크리스는 대답도 잊은채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또다시 무시당했다 여긴 종대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몇번째인지 모른다.
이젠 눈시울까지 붉어지며 속이 미식거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종대가 생각에 잠긴 크리스를 냅두고 몸을 틀어 걸음을 옮기려하자 크리스가 급하게 종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철썩
종대가 경기를 일으키며 크리스의 손을 쳐냈다.
그대로 크리스를 지나쳐 달린 종대는 전봇대를 짚고 기대서서 헛구역질을 토해냈다.
이렇게 속이 뒤틀린 적은 처음이었다.
괜히 나왔다... 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한 종대가 겨우 몸을 추스리고 뒤를 돌았다.
뒤에는 크리스가 서있었다.
벗어나고싶어도 다시 나타나는 그에 이젠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해가 안되는데... 얘기 좀 해요."
"할말 없는데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거 없어요. 그럼 이만."
차갑게 대답을 마친 종대가 다시 자리를 뜨려고하자 크리스가 다시 그를 잡았다.
또 뿌리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크리스가 너무 강하게 붙잡고 있는 탓이었다.
"이거 놔요!"
"왜 화가 나있는데?!"
"..."
크리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 종대가 놀라 눈을 꿈뻑이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인간이 지금 반말한거임?
기가 막혀 정신을 못차리고 크리스를 바라보다가 다시 떽떽거렸다.
"화 안났다구요! 그러니까 좀 놔요."
"너 누가봐도 나한테 화났어. 말을 해야 풀거아니야."
"그러니까 ... 아 진짜 미치겠네. 그래요. 화났다치고. 풀어서 뭐해요. 우리 이제 안보면 되거든요?"
"그건 안되지. 내가 너한테 관심이 생겨버렸으니까."
"에?"
크리스가 종대를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종대는 그대로 얼이 빠져 입을 굳게 다물고 올려다보았다.
"첸. 가수로써 하는 얘기야."
"아..."
크리스가 덧붙인 설명에 종대는 그제야 작게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계속 어어지는 크리스의 말에 종대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졌다.
"근데 지금 생각이 바뀌었어. 목소리뿐이 아니었네. 너 내 스타일이다. 너에 대해 궁금해졌어."
"..."
아무래도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종대가 순간 고개를 다시 올리고 크리스의 정강이를 콱 걷어차버렸다.
윽. 그대로 크리스의 손의 힘이 풀렸고 종대는 빽 소리를 지르고 집을 향해 죽어라 달렸다.
"이 미친놈아! 언제는 지 스타일 아니라며! 하다하다 이젠 장난질이냐?! 너 다신 내앞에 나타나지마!"
얼마나 힘껏 찼는지 벌써부터 퉁퉁 부어오는 다리를 문지르다 영문모를 소리를 하고 떠난 종대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그에게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지?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떠오르는 일이 없다.
무대의 루한을 보며 그런말을 하긴 했는데... 아! 크리스의 표정에 난감함이 떠올랐다.
역시 그는 오해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