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 미역국
하하..일요일에 올리려던 편이였는데 바보같이 임시저장을 누르곤 나가버렸네요..ㅎ
오늘이나마 허겁지겁 올려요, 많은 분들이 학교, 직장, 아르바이트 다니시느라 피곤하실텐데 다들 일찍 자야해요! 내일을 위해서!
그리고 독자님들의 건강을 위해서, 꼭. 착한어린이들은 일찍 코~ 낸내 하러가야해요.
투표기간을 제가 또 멍청하게 너무 길게 잡아놨더라구요ㅎㅎㅎ 일단, 지금 마감한걸로 치고 특별편은 두편만 들고오는 걸로 수렴하겠습니다.
투표해주셔서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제 글들을 보니까 생일과 관련된 글을 안썼더라구요..그래서 이번 편에서 현실부정남매의 생일들을 갖고왔어요.
마침 글을 수정하는 오늘 민석의 생일이네요, 생일축하해요;)
아, 다들 비현실적 비현실적이라고 하시는데 그래도 나름 모델인 남매가 있어요...(눈물) 물론 픽션이 더 많지만요...
자, 그래서 제 오빠는 어디에 있죠?
오빠가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제 오빠는 도경수입니다.
(35; 우리가 생일을 챙기는 방법)
35
요즘 생일인 친구들이 정말 많다. 어제와 오늘 합쳐서 6명이 생일이라면 말 다했지 않나,
힘들게 6명이나 챙겨주곤, 문득 나와 오빠는 서로의 생일을 어떻게 챙겼더라...? 라는 의문이 들면서
집에와선 오빠들이 준 선물, 편지들과 사진을 보며 오랜만에 회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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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내가 열세살이던 해.
매우 추웠던 겨울날.
"민아야 민아야"
"왜에?"
"모레 우리오빠 생일이다?"
"아 진짜?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됬어?"
"뭘 해줘야할까.."
"용돈 많이 있어?"
"많이는 없는데...어쩌지.."
"그러면 도화지같은거 알록달록하게 사서 쿠폰같은거 만들고 다른 작은거랑 같이주면 안돼?"
"우와...민아야 천재야 천재"
"그럼 학교마치고 문방구가자!"
"그래!"
한참을 고민하던 내게 민아는 현명한(?) 답을 내게 던져주었고, 나는 덥썩 물어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교근처의 문방구로달려갔다.
물론 그 곳에 가서도 색깔, 재질, 내용, 싸인펜종류, 색연필종류등 별것 아닌 것에도 둘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나름 오빠를 생각하며 고민한것이기에 어린마음에 이것 마저도 뿌듯해 했었다.
"이 종이는 어때?"
"너무 두껍지않아?"
"그럼 이건?"
"음...이건 괜찮은거 같아, 근데 이 색말고 다른 색으로 하자"
"노란색!"
"오오, 좋다. 그거랑 하늘색하자"
"그래, 색연필은 이게 좋겠어"
"싸인펜은 내꺼 빌려줄게"
"그래 고마워, 색종이는 나 집에 많아"
"그럼 다산건가?"
"편지지 안샀어!"
"편지지는...이게 이쁘다"
"아냐, 이게 더 귀엽지않아?"
"오빠는 남자잖아"
"아, 그렇지? 그럼 이게 좋겠다"
"응응"
그렇게 고심해서 고른 종이들과 색연필, 작은 박스, 편지지를 바리바리 싸들곤 둘이 손을 잡고 집으로와 목마를 것을 대비하여 물 한병을 챙겨들곤,
손을 씻고 내 방으로가 집에 아무도 없지만 비밀로 해야한다는 사명감에 방 문까지 꼬옥 잠구고 작업(?)을 시작했다.
"자어딨어?"
"여기!"
"그럼 내가 선을 그을 테니까 너는 편지쓰고 있다가 내가 부르면 잘라"
"응! 내가 맛있는거 꼭 사줄게"
"그래!"
고사리 같은 손들로 한 명은 30cm 긴 자로 도화지에 선을 긋고,
또 다른 한명인 나는 편지를 쓰다가 민아의 부름에 가위를 손에 쥐곤 도화지를 카드 모양으로 하나 하나 잘라나갔다.
카드모양으로 자른 빈 종이에는 안마쿠폰, 설거지쿠폰, 심부름쿠폰, 리모컨쿠폰, 뽀뽀쿠폰으로 각각 네장씩 꾸며 나갔고.
덤, 서비스 차원에서 스페셜쿠폰ㅡ아무거나 원하는 것을 할 수있는 쿠폰ㅡ 두장을 꾸몄다.
물론, 편지도 다썼기에 조심스럽게 접어 편지 봉투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이렇게 완성된 쿠폰들과 편지는 문방구에서 구입한 작은 상자에 넣어 포장을 하였고, 생일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오빠(경수)(아들) 생일 축하합니다~"
"아들 생일축하해~"
"경수야 생일선물 받아야지?"
"감사합니다"
"OO아, 오빠한테 줄거있다며~"
"어...그러니까...오빠아 이거!"
"고마워~ 뭐야 이거?"
"그게 말이지.. 좋은거 사주고 싶었는데 용돈이 많이 없어서..미안해.."
"아냐, 고마워. 직접만든거야?"
"응! 내가 만들었어"
다행히 기분좋게 오빠가 받아주었고, 그 쿠폰은 몇장 쓰이다가 스페셜 쿠폰을 제외한 각각 한장씩만 남겨둔체 긴 기간동안 쓰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남았던 쿠폰들을 내가 고2이던 작년 11월에 쓰였었지...
그렇게 늦게 쓰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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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하거나, 선물을 주거나, 특별한 날에 축하해주는 것은 좋아하고 잘 챙겨 주었지만.
정작 나에게 특별한 날을 챙기거나 선물을 받거나 칭찬을 받는 것에는 굉장히 어색해 하고 몸둘바를 몰랐다. 지금도 마찬가지 지만은.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 생일이 '언제'다 라고 누군가의 질문없이는 말한 적이 없고 챙겨달라는 소리도 한적도없다.
심지어는, "갖고 싶은거 있어?"라는 질문에도 "아무거나","안 줘도돼"라는 대답이 내게는 최선의 대답이였고, 안 챙겨줘도 서운함은 딱히 못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 오빠, 친구들은 내게 선물을 건낼때마다 한 마디씩들 한다. 똑같이, "엄청 고민한거야"라고.
그래서 미안한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친구들이 서프라이즈로 생일파티를 해주면 놀랍긴한데, 어떻게 행동을 취하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어쩡쩡하게 "고..고마워'라고 말하며 한번 미소 짓는것이 내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리액션이다.
나를 오랫동안 봐온 친구들은 '저 반응이 최고의 반응이구나..'하고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겐 늘 오해를 사기도한다.
이런 나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늘 꾸준히 내 생일에 온갖 정성을 쏟는 사람들중,
내가 어찌할바를 모르면 그냥 나를 안고선 자신이 준비한 말들을 뱉어내는 사람이 한 명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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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내가 고등학교 1학년생이던 가을.
이제 고등학교에 적응을 다 했지만, 수업 후 너무 졸린 탓에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엎어져 잠에 들었다.
10분이란 짧은 시간에 내 모든 피곤함을 떨치기 위해 짧고 굵게 잠에 들어 한 마디로 '꿀'같은 잠을 자고 있는데,
펑,
'펑'이라고 표현하기엔 매우 작은 폭죽소리와 내 머리위에 얹어진 무언가에 잠에서 깨버렸다.
순간적으로 밀려온 짜증에 밝지 않은 표정으로 그 소리의 원인을 찾기위해 몸을 일으켰는데,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도OO,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해!!!"
"어?"
"오늘 니 생일이다 이것아! 설마 또 까먹었냐? 촛불부터꺼"
"어...아, 그렇구나"
"자, 선물이다. 엄청 고민해서 샀다.. 맨날 아무거나, 필요없어, 괜찮아..힘들어 죽겠다 매년"
"고마워"
"케잌도 특별히 니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니까 남기지말고 다먹어야함"
"응, 안남기고 싹싹 긁어먹을게"
이렇게 친구들의 깜짝파티에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소란(?)덕에 같은 반 친구들은 물론이며,
다른 반 친구들도 오늘이 내 생일임을 알게되어 지나가면서 "생일이지? 생일축하해!"라며 한마디씩 하며 생일빵이라며 한대씩 때리고 지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둘 쌓이는 생일 선물들을 가방에 챙기고, 큰 물건들은 싸안아 일찍 마친 덕에 밝을 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섰을때, 불이 꺼져있었고 미리 부모님께서 오늘 늦으신다고 문자를 주셔서 걱정할일도 없이
거실 불을 켜고 내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씻기위해 나왔는데, 불이 또 꺼져있었다.
"..어? 분명 불 켰는데.."
순간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집 안을 살피고 있는데,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도OO(우리딸) 생일축하합니다~"
케이크를 들고 있는 오빠의 주도하에 부모님이 폭죽을 터뜨리시며 큰 방에서 나오셨다.
"어..."
"딸~ 놀랐지? 놀랐지?"
"오빠..스케줄..."
"오늘 마침 일이 없더라고, 도망나온거 아니니깐 걱정말고 초녹는다 불어"
"딸, 소원 빌어야한다~"
고이 양손을 모으고 소원을 빈 후 촛불을 껐다. 그리곤 아버지께서 거실의 불을 켜주셨고 엄마는 축하한다며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미역국과 케이크를 비롯하여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 찬 식탁에 둘러앉아,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물론, 엄청 뿌듯한 표정으로 부모님께선 선물을 내미셨고, 오빠도 마찬가지로 선물을 내게 주었다.
"고맙습니다, 오빠도 고마워"
"뜯어봐야지?"
엄마는 저번에 백화점 구경갔다가 내가 이쁘다고 말했던, 지갑을 선물로 사주셨고, 아버지께선 여자애들은 뭘줘야 좋아할지 한참을 고민하셨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시며 목걸이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건네주셨다. 마지막으로 오빠는 조금 큰 상자를 건네주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좋은건 못샀어, 다음에 좋은거 사줄게"
상자 안에는 편지를 비롯하여 텀블러, 아이스텀블러, 핸드크림, 색색의 양말들, 후드점퍼, 이어폰, 담요, 머리끈, 빗과 거울등
정말 내게 필요한것들을 모아 담아 주었다. 친구들과 부모님의 선물에도 큰 감동을 받고 고마운 감정을 느꼈지만,
정말 내가 사소하게 필요한 것들을 선물해주니 '떨어져 있어도 오빠가 내 생각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왠지모를 또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고마워, 진짜."
그리고 몇일 후 교복을 입고, 오빠가 준 양말을 신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후드점퍼를 입고 다리에 담요를 둘둘 싸메고,
MP3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귀에 꽂고 텀블러를 왼손으로 들고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야...인증샷 제대로다 진짜.."
"그치?"
"어...오빠가 사진받으시면 감동이 아니라 웃을거같아"
"웃겨?"
"좀"
"....뭐 어때"
"그래...뭐 어때"
"따로 따로 보내기에도 그렇잖아?"
"그래, 나랑은 상관없으니"
당장 오빠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