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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가락을 차갑게 얼리던 바람은 이제 발가락 사이를 따뜻하게 메꿔주었다. 소파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리모컨을 손에 쥔 성규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에서 채널을 멈췄지만 성규의 시선은 드라마가 아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잔뜩 등을 굽히고 있는 우현에게서 멈췄다.

 

 


“우현아.”
“잠깐만, 다 됐어.”

 

 


다 됐다는 말과 함께 십자드라이버를 흔들어 보이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턱 아래까지 차오른 한숨을 깊게 삼켜버렸다. 고장 난 시디플레이어를 고치려는 우현을 말려도 봤지만 그때마다 거의 다 됐다며 열심히 드라이버를 돌리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는 우현을 말리지 않았고 그 결과, 이틀 째 시디플레이어만 옆에 끼고 있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의 볼은 불어터진 만두마냥 점점 부풀어져 갔다.

 

 


“다 됐다.”
“........”
“성규야, 거기 시디 좀 줘봐.”
“........”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손만 뻗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옆에 있던 시디를 들고 일어서 발을 힘껏 굴리며 우현의 옆으로 다가가서는 우현의 손을 콱 물어버렸다. 갑작스런 성규의 행동에 놀란 우현이 아직 성규가 놓아주지 않아 손가락이 보이지 사라진 손을 바라보았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에 입에 물고 있던 손가락을 우악스럽게 뱉고는 시디를 우현의 다리 사이로 던져버렸다.

 

 


“화났어?”
“아니.”
“삐졌는데 뭐, 왜 삐졌는데?”
“안 삐졌다니까.”
“에이, 콧구멍 벌렁벌렁 거리는 거 보니까 삐졌는데 뭘.”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코끝을 건드리는 우현의 손길을 쳐낸 성규가 자신의 손으로 코를 가리며 우현을 째려봤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에 모습에 당황하기는커녕 넉살 좋게 웃으며 다리 사이에 성규가 던져 준 시디를 들어 올렸다.

 

 


“이거 볼까?”
“그러던가, 말던가.”

 

 


시디플레이어에 시디를 넣은 우현이 텔레비전에 영화시작을 알리는 화면이 뜨자 뾰로퉁하게 앉아있는 성규에게 다가가 성규의 어깨 아래로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서는 소파위에 앉혀주었다. 아직도 나 삐졌다는 표정이 가득한 성규의 다리사이로 지난 번 사왔던 과자를 놓아준 우현이 자연스레 성규의 옆에 앉아 과자 포장지를 뜯었고 성규는 그런 우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근데 이거 어디서 났어?”
“그냥, 굴러다니는 거 주웠어.”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하는 영화 때문인지 장난을 치며 투닥 거리던 둘은 스피커를 타고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울음소리에 영화에 조금씩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내용은 죽은 여자가 자신의 남편과 아이의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었고,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너무나 뻔히 보이는 결말에 어느새 우현에게 반쯤 기대어있던 성규의 몸이 똑바로 세워져있었다.

 

 


“........”
“성규야.”
“봄이 오고 있는데 어쩌지?”
“........”

 

 


영화의 배경이 여름이라는 점만 다를 뿐, 죽은 사람이 살아왔다는 내용과 여름이 지나면 살아 돌아온 여자가 떠나버리는 영화 내용에 성규가 우현의 팔을 끌어안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우현은 그런 성규를 바라봤다.

 

 


“저 여자처럼 우현이 너도, 너도 정말 계절이 바뀌면....”
“........”

 

 


이번엔 성규가 우현을 바라봤지만 우현이 그런 성규의 시선을 피했다. 엇갈린 시선에서 느껴지는 삭막한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 아슬아슬 했고 누구보다 그 아슬아슬함을 잘 알고 있는 성규와 우현의 표정은 굳어져버렸다.

 

 


“성규야.”
“.......”
“내가 없으면....”
“나 잘래.”

 

 


텔레비전 전원을 꺼 버린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현이 그런 성규를 바라봤고 성규는 자신을 보고 있는 우현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우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현의 입에서 나올 말을 듣기 싫어 잔다는 핑계를 댔지만 막상 혼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 사이 우현이 다시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에 성규가 침대에 누워서까지 마주잡은 우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영화를 본 이후에 성규는 급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현이 조금만 움직여도 불안한 표정으로 우현의 손을 붙잡았고 심지어는 잠에서 깼을 때 보이지 않는 우현을 찾아 성규는 신발도 신지 못한 맨발로 집을 나섰고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현을 발견하자마자 어린 아이가 잃어버린 엄마를 찾은 거처럼 목 놓아 울며 우현에게 매달렸다. 제발 나를 혼자 두고 가지 말아달라고, 제발 봄을 막아달라고, 성규는 우현에게 말하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듯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김성규, 너 자꾸 이러면 나 화낼 거야.”
“안 졸린데 어떻게 자.”
“이틀째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안 졸려?”
“난 안 졸려.”
“성규야.”
“자고 일어났는데 너 없으면? 싫어.”

 

 


붉게 충혈 되다 못해 파르르 떨리기까지 하는 눈을 억지로 잡아 올리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침대에서 일어나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고 성규는 그런 우현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손을 뻗어 우현의 팔을 움켜쥐었다. 가지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성규의 눈이 우현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우현은 그런 성규를 아무런 표정 없이 쳐다보더니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너 계속 이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
“김성규 니가 이러면 나는, 나는...”

 

 


흐느끼듯이 읊조리는 우현의 목소리에 우현을 바라보는 성규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고 떨궈졌던 우현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성규는 아, 하는 소리 없는 탄성을 내뱉으며 우현의 팔을 잡은 손을 아래로 툭 떨궈버렸다. 흔들리는 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울고 있는 우현의 눈이 어딘가 모르게 원망을 담고 있는 거 같아서 성규는 다시 우현의 팔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려주려고,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고 말하려고 온 건데. 반칙이잖아.”
“.........”
“나보다 더 괴로워하면, 김성규 너 반칙이잖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감싸 안고 있던 다리를 풀러 침대 아래로 내리며 일어서려 다리에 힘을 줬지만 성규의 몸은 일어서기가 무섭게 빠르게 바닥으로 넘어져버렸다. 넘어진 성규가 아찔하게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자 흐려지는 시선 사이로 우현의 발이 보였고 곧, 우현의 발이 땅을 향해 쾅쾅 내찢는 모습이 보였다.

 

 


“살았잖아. 그럼 나 같은 거 잊고 잘 살아야지.”
“.........”
“언제까지 이럴 건데? 언제까지 죽은 나 붙잡고 살 건데?”
“.........”
“이건, 진짜 나보다 더 심하잖아.”
“.........”
“이러면 나 아무것도,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잖아.”

 

 


우현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 울리는 탓에 제대로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던 성규가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개를 든 순간, 눈앞이 핑 돌며 곧, 모든 사물이 삐딱하게 보였고 그 중에는 우현의 발도 포함되어 있었다.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걸 안 성규가 모든 정신이 희미해지기 전 우현의 발을 향해 손을 뻗었고 손끝이 우현의 살과 맞닿은 순간,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다.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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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수타 뿌요 꼬불

10년 전
독자1
뿌요뿌요에요! 헐ㅠㅠㅠㅠ 우현이가 성규에게 알려줄려고왔다니ㅠㅠㅠㅠㅠㅠㅠ 너무슬ㄹ퍼여ㅠㅠㅜ 마지막엔 성규가 기절한거인가요ㅠㅠㅜ 다음편기대할께요ㅠㅜ!!
10년 전
독자2
아..작가님 이런말 해도 될까요? 미쳤다...진심 미쳤어요ㅠㅠㅠ문체도 현성 분위기도 그리고오늘 스토리도 다미쳤어요!!ㅠㅠㅠ엉엉 진짜완전금손 대박 얼마안남았다는 작가님말에 더슬퍼져여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하... 진짜 ㅠㅠㅠ 말재간이없어서 ㅠㅠㅠ 이 좋은 글을 보고도 뭐라 표현을 못하겠네여 ㅜㅜ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작가님을 사릉한다는것만 알아주세요 ㅠㅠㅠ
10년 전
독자4
수타에요!헐헐헐무ㅜ야뭐에요ㅠㅠㅠㅠ오늘재박성규가정신차리면우혀니가없는건아니겟죠ㅠㅠㅠ흐ㅓ유유ㅠㅠㅠ
10년 전
독자5
헐ㄹㅜ우현ㄴ이사라지는거예요ㅠㅜㅠㅜㅠㅜ성규야ㅠㅜㅠㅜ우현아ㅠㅜㅠㅜㅠ
10년 전
독자6
푸틴이에요!! 아이고ㅠㅠㅠ 우현이도 평생 있을순 없겠죠 ㅠㅠㅠㅠ 우현이가 성규한테 직설적으로 정신차리라고 말한게 왜이리 슬프죠?ㅠㅠㅠ 잘 읽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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