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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랑 연애?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네-


W.춘북



**



#04: 훅하고, 내 심장을 파고들어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ㅇ,어....그게...구로니깐..

그..이짜나 ㅇㅇ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뭐."


"....ㄴ.내가...ㅂ,부쉈어."


"........뭘"


"너희 집 현관문고리를...."



*



여름빛이 조금씩 보이는 녹음이 창창한 캠퍼스의

중앙 운동장 한 가운데까지

끌고 와서하는 소리가.


우리집 현관문고리를 부쉈다는

개소리라니.


바짝 옆으로 다가와서 대화를 하던 어제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서 대화를 꺼내는

옹성우를 의심했어야했다. 시펄.

개미만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옹성우에

답답해짐을 느낀 나는 성큼 그에게 다가가자,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고개를 더더욱 숙이며

내 시선을 피하는 옹성우였다.


ㅅ,설마. 그 집이 그렇게

낡은 집도 아닌데.


종이인간 옹성우의 솜주먹으로

한방에 날라갈 우리집 문고리가 아니였다.

설마,설마,설마를 그렇게나 외치며

마음같아서는 옹의자(옹성우+용의자) 멱살을 잡고

집까지 끌고 가고싶었으나,

보는 눈이 있어서 팔목을 낚아채고

그대로 집까지 끌고왔다.


그러나

설마는 사람 잡는 걸

그렇게나 좋아했다.


현관문을 들어서기 전,

꼭 들어서야하는 대리석 바닥에 널브러진

문고리의 철제 파편과 구멍만 남은 집 문을 보니

경악을 넘어서 이제는 기이하기까지했다.


저 철문 부수는 것도

종나 용하다 새꺄.


어떻게든 처참히 부숴진 현관문을 고쳐보려

아등바등 조각들을 모으고,

구멍들에 직소퍼즐 껴 맞추듯 맞춰보지만.

그 모든게 헛짓거리였다.


아니, 고작 2시간동안 카페에서

과제를 하고 나왔는데.

 고작 그 2시간만에 멀쩡했던 현관문이

시체만을 남긴 채 이렇게 널브러져있다니.


"이걸 왜 부셔 이 헐크 새끼야,

누구 죽일 마음으로 찾아왔었냐?"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ㅇ,아니- 그 불러두 아무소리가

없어가지구....ㅁ,미안해."


옹성우는 진심 화가 나다 못해

환멸이 난 내 표정을 읽자마자,

진심으로 미안한 모양인지 힝구 표정을 지으며

시선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은 뒤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손가락을 꼼실거리면서 힝구 표정을 풀지 못하는

옹성우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평소대로라면,

'저 사발면같은 옹성우를 어떻게 조져야지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지만,

근 몇주 전부터 치명적인 급성 옹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여 중증도 환자로 분류되어 

ICU(중환자실) 까지 온 나레기는.


'물.개샊히 귀엽기는 오질나게 귀엽네.'


지금 상황과는 이질적인 사고를 하고있었다.

화를 내는 나에게 미안해져서 풀 죽은 옹성우가

종나 귀여웠기에, 조금 사악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나는 환장하겠다는 표정을 연신지으며

옹성우를 좀 더 몰아세웠고.



"이거,

문고리 계속 펄럭거리는데

.....어떡할거야."


"............"


"와아- 옹성우 덕분에

이번 주 내내 문고리없이 살아야겠네-

안 그래도 요즘 동네에

흉흉한 소문 돌던데-"


"............"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설마 장난으로 부순 건 아니겠지?"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몰아세우는 나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눈만 이리저리 굴러대는 옹성우에

오랫만에 한 방 멕였다는 뿌듯한 마음도 있었으나,

여기서 더 괴롭히다간 뿌힝- 하고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아서

한 발 물러서주기로했고.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야, 말도 안되는 소리 좀 하지마.

진짜 모르고 그랬다고.

불러도 대답없고,

핸드폰은 꺼져있다고 하고.

너 밖에 있는 줄도 모르고 걱정되서...

걱정되서 그랬다고... "


내 물음섞인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옹성우는 최후의 변론을 하듯,

내게 바짝 다가서서 힙합계의 손석희님. 매드 클라운에

버금가는 딕션으로 대답했다.


하긴, 나 같아도 불러도 대답없는 나레기가 걱정되어

문고리를 부시는 것까지는 아니여도 119 를 불러서,

내 친구가 고독사일지도 모른다며

순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나를 걱정했다는 우리 물개의 말에 흐음....하고

뜸을 들이며 생각하자,

언제 풀 죽어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내 정수리 위에

팔을 올려 걸치며

나를 팔걸이 쯤으로 쓰는 옹성우였다.


아쭈, 당당한 것 좀 보소?

가당치도 않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옹성우 팔을 찰지게 내리쳐냈다.

이유야 뭐 어찌되었든,

문고리없는 이 집에서 잠을 잔다는 말은.

거의 '나 좀 잡아가 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누구 덕분에 잠자다 봉변당하겠네- 

이제 어쩔거야,

설마 나 혼자 여기 두진 않겠지? "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내가?

정없게 널 버리고 모른체 한다구?

아까부터 왜 자꾸 바보같은 소리만 해?"


옹성우의 성격 중

가장 부러운 점 하나를 꼽자면,
'미안하다' 는 사과를 하고나면

언제 잘못을 저질렀냐는 듯.

뻔뻔하게 타인을 대한다는 점이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해도,

힝구표정을 지으며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쥬이니....떵우가 잘못해떠옹

....용떠해주세옹...'

라는 울망울망한 눈빛이였다면,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지금은 그 늘씬한 상체를 비스듬히 뒤로 기울고

다리는 짝다리를 짚은 채,

조각난 문고리를 애도하는

나를 고깝게 쳐다본다.


시벌샊히,

지금 살살 기어도 모자란 주제에.


한숨을 푹 쉬며 문고리들의 조각들을

수리 전문 업체가 잘 볼 수있도록 한 구석으로 밀어넣고

쪼그렸던 자세를 바로 고쳐잡자,

이제야 됐냐는 듯 건방진 옹성우는

고개를 살살 끄덕이며 말했다.


"나 먼저 가있는다, 뭐.

챙길 것 있으면 챙겨서. 빨리 와아-"


한 마디 툭 내뱉고는 "어익후야-" 라며

골골 앓으며 제 집으로 쏙 들어가는 건방진

옹성우에 어이無+100, 빡침+100, 환멸+100 을 느끼며

부서진 문고리 말고 또 다른 걸 부실 뻔했다만.

애써 바들거리는 주먹을 무시하고

거실과 침실을 쏘다니며

챙길 물건들을 챙기고있었다.


그렇게, 집안 현관문고리가 훤히 뚫린

을씨년스러운 이 집을 쏘다니며

필수품들을 챙기고 있을 찰나에.

'오늘 내가 내 무덤을 절로 팠구나.' 라는 

뭣 됐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분간, 옹성우 집에서 지낸다면.
매일 옹성우의 일거수 일투족을....

봐야할 것이고.


일거수 일투족,

그 순간 순간마다 내 심장을 훅치고 들어오는

옹성우의 킬링포인트에 난 또 어쩔줄 몰라하며

난리를 치고,

옹성우가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들려할텐데.


숨어봤자.

옹성우 집 안.


뛰어봤자.

옹성우 손바닥 안.

이라는 소리란 말이다. 


오 신이시여.

옹성우가 우리 집 문을 부신 것도 모자라서

왜 이런 시련을 자꾸 안겨주시나요.
절망+현타가 온 나는 그대로 거실바닥에 주저앉아

어떻게든 내가 옹성우를 덮치는,

적색경보 발령수준인 최악의 시나리오를 혼자 상상했고.

옹성우를 덮치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집에서 머물러 얼어죽던, 납치되던 간에

남아있는 것이 낫지않냐며

혼자 온갖 가설들을 세우고

머리가 터져라 경우의 수들을 계산중이였다. 


"뭐해애- 김ㅇㅇ, 세탁기 챙겨?

뭘 꾸물대-"


혼자 집에서 기다리다 제 풀에 지친 모양인지,

다시 우리집으로 찾아온 옹성우는

현관 앞을 기웃대며 빨리 나오라는 듯 보챘고.
보따리 보따리를 양손 가득 쥔 나는,

"옛 말 틀릴 것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잖냐," 라며

기압을 한번 훅, 넣고

옹성우의 물개 굴에 당당하게 입장했다. 
 


*


"김ㅇㅇ, 나 씻을거야."


"...? ㅇ,어쩌라구."


"오늘은 없는거야?"



ㅁ,뭘....임뫄.

너 씻는걸

왜 나한테 일일히 보고하고....
너 씻는데

왜, ㅁ, 뭐가 없냐는 거야.....


옹성우의 물개 굴에 입장한 이후로 모든게 불편해졌다.

아, 뭐 밥 한끼 먹고 다시

내집으로 돌아갈때는 별 긴장감 1도없이

내 집 마냥 옹성우의 집 이곳저곳을 벌려놓았는데.


오늘부터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동안 옹성우랑

동거 아닌 동거를 할 생각을 하니,

손부터 벌벌 떨리고 조금의 소리에도 크게 까무러치듯 놀라는.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옹성우가 씻는다니.


아 시벌. 옹성우가 씻는데.


아아아아앆!!!여러분!!


옹성우가 씻는데요!!!


고작 씻는다는 그 행위 하나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일이냐며

다들 이상하게 쳐다볼텐데.

여러분들은 옹성우가 씻고나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셔서 하는 말이겠지요.

 

혼자서 콧김을 훅훅 내뿜는 나는

마치 스테로이드 반 병을 꼴딱 꼴딱 원샷 해버린

광기에 물든 투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집에 들어온 후부터 점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친구의 모습에 옹성우는 눈썹을 짜부라뜨리고

"아니...네 의사가운.

흰 옷끼리 손빨래하게 있으면 달라고." 라는 말을 끝으로

내 실습 가운을 제 흰옷 전용 바구니에 담아

유유히 화장실로 사라졌다.


.....일차전은 이걸로 끝인건가.


옹성우가 손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있을때

나는 간신히 되찾은 일상같은

돼지런한 삶에 만족하고있었다.

옹성우가 씻고 난 후에 그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그런 안일하다 못해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나는 옹성우가 찬장에 꼭꼭 숨겨두었던 유자청을 꺼내

탄산수와 섞어 마시고,

유자 건더기는 냅다 싱크대에 털어 버리는.

꼭 그렇게 집주인에게 욕 먹을 짓만 골라했다.


내가 감자칩 부스러기를 소파 구석구석에 흘리면서

티비 브라운관에서 송출되는

예능 프로 재방송에 깔깔대고 있을 때 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내 허락도 없이

감히 유자청을 꺼내 드셨겠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내게 다가온

옹성우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가

저 협박이 담긴 말이라니.


조금 다른 의미로

난 내 죽음이 임박해왔다는 걸 느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그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이쯤되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모니터,

혹은

화면 너머로의 그대들도 눈치챌만 하지 않은가?

(음흉)


.......지난 생일선물로 선물해준

코발트 블루 색상의 티셔츠와

트레이닝 할 때 필요하다던 검은색 반바지.

종나 찰떡이다 못해

마치 인간 코발트 블루같은

옹성우의 모습에 오늘도 난 나의 참각막을

칭찬하면서도

위험인자 1순위인 옹성우를 피해

욕실로 피신을 했다.


욕실에서 시간 좀 끌면서 샤워하고 나오면.

그때는 보송보송한 옹성우가 있겠지.
설마,

나 죽일 심산으로 그 상태 그대로

이만 바득바득 갈면서

싱크대 청소를 하고 있겠어?


상쾌함과 걱정,

그 반반에 뒤섞여 샤워를 하고 나오면.
소파에 반 쯤 널브러진 옹성우와 눈이 부딪힌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
오ㅑ ㅐ........


와 잠시만.
온 집안 불은 왜 때문에 다 꺼져있는 것이고,

소파 옆에 세워진 그 길다란 오렌지

빛 스탠드등만 켜져있는 것인지.


코발트 블루 티셔츠는 옹성우의 슬림한 상체에

입혀졌다기 보다는

덮는 이불마냥 살짝씩 덮고 있다고 보면 됐다.

박시한 핏을 좋아하는 옹성우의 취향에 따라

박시한 사이즈로 사주었다만,

네크라인 부분이 저리 파업을 할 줄은 몰랐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단단한 나무 뿌리마냥 존재감을 내보이는 쇄골부분과

비리비리하다고 놀렸던 과거의 나를 세게 후려칠 만큼

굵기부터가 남다른 잔근육이 살아 숨쉬는 팔.....

손빨래 몇점했다고 팔근육이 불끈!

솟아난다는 게 실화입니까?


  섹                   도

  옹성우

시                발


.....이건 반칙이다 싶었다.
진짜 솔직히 불 다 꺼져있고,

고작 켜져있는 건 본인 옆에 음영감 오지는

오렌지빛 스탠딩 등이라니.

단 한마디없이 피지컬로

이미 사람 하나를 죽인 옹성우는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사람 하나를 또 죽일 예정인가보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젠장,

그런 눈빛 하지말고 말로 하라고

이 물개야.......


피곤한 상태에서 손빨래도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했으니.

긴장과 피로 따위는 모두 풀려버렸는지

옹성우의 두 눈은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는 것도 귀찮았는지

아직까지도 축 쳐져있는 생머리들은

옹성우의 이마를 덮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눈을 자꾸 찌르는 모양인지

풀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는 그 모습을 본 나는.


와씨.
코피날거같아.


아니, 이제부터 시작인데

시작부터 온갖 고비와 부비트랩들이 나오면

대체 나머지는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머릿속에서 "비상!!! 김ㅇㅇ 종나 비상!!!!" 하고

온갖 위험 수위 부저들이 윙윙윙윙- 울어대는 탓에

난 서둘러 치명섹시 옹성우가 있는

거실을 빠져나오려했다만.


그 순간을 벗어나려는 나를

뒤돌게 한 건

바로 그였다.


훅하고 내 팔을 낚아채면서

순간적으로 본인을 바라보게끔한 옹성우는

다른 한 손으로 거칠게 마른 세수를 두어번 하더니

뭐라 뭐라 혼잣말을 중얼거린것 같다만,

.....내 썩은 귀로 듣기에는 본인에게 하는 말이

'정신차려.' 라는 그 비스무리한

말이였는데. 아닌가.


뭐, 어찌되었든.

지금 이 순간, 얼른 퇴폐美 오지는,

분위기 다 씹어 드시고 계시는 옹비드 곁에서

멀어지지 않는다면.

정말 나는 이성을 잃은채로 옹성우와 절연을 할 만한

그런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할 말있으면 얼른 하라는 듯,

나름 인상을 팍씨- 구기고선 바라보니

그제서야 내가 알던 만사가 행복한 대왕행복이

옹청이로 되돌아와서는 헤싯- 하고는 웃어보이고

말도 안되는 노예짓 하나를 내게 건넨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우리 마당에서 이불빨래하자!"



*



"아니, 멍청아 오른쪽을 밟으라고-"


"아오- 이거 언제 끝나냐-"


"...야. 너 팍팍 안 밟아?"


근 한 시간동안 계속된 이불빨래에

인상을 험상궂게 짜푸린 나는

저 세 마디의 말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섹도시발 옹성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던 나는

그 대신 옹성우가 건넨 노예짓을 선뜻 받아드렸고.


"시부럴."


두 다리는 팥죽색 고무대야에 담근 채,

이불을 고기 다지듯이 밟아대며

지난 날의 나를 후려치고있었다.



"그래도 오랫만에 같이 이불빨래하니깐,

재밌지않아?"


"입술 꼬매놓는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웅....미안해.."



'고된 노동이라도 너와 함께한다면

매우 즐거운 소일거리야!' 라는

맘에도 없는 드립을 치려는 옹성우에

나는 얼른 입을 꼬매버리겠다는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힘빠지게 새끼,

저딴 드립이나 치고 있어.


물론, 우리도 첫 시작부터 이런 전투같은 이불빨래로

시작한건 아니였다. 

빨래를 하기위해 대야를 가져올때만 해도

우리는 저기 저 한국방송국에서 만든

하이스쿨 청춘 드라마였다.

그 전 날에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오늘은 하늘도 맑고 푸르렀고

바람도 세게 부니.

딱 빨래가 마르기 최적의 조건이였다.


옹성우의 말대로 오랫만에 함께하는

이불빨래에 나도 들떠있었다.

고딩때는 딱 방과후 째고

고무대야 끌어다가 했었는데,

고딩때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는 듯해서

대야에 담가놓은 이불에 세제를 풀어놓을 때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홍알대며 세제를 털어넣자,

내 옆에서 멋있게 슥- 웃던 옹성우는

난간에 세워진 걸레자루를 들고와

스탠딩 마이크 마냥 두 손에 움켜쥐고는

다음 가사를 퍽 애절하게도 불러댔다.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하얀 구름이 동동 떠다니는 소다색 하늘에

코발트 블루색 티셔츠를 입은,

언젠간

 제 노래를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작곡과 대학생.


짜식, 이렇게 보니깐

 제목은 [빨래하기 좋은 날.] 이란

뮤지컬 하나 찍어야 할 비주얼이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이미 청춘 뮤지컬 하나 다 본 듯했다.

하기야, 저 비주얼로 뭘 한들

안 어울리는게 있을까.


국립한국민속촌에 데려가

거적대기를 입히고 꽃거지 역할을 하라면

능청맞게 가던 행인들을 붙잡으며

역할을 톡톡히 해낼 옹성우였다.

옹성우의 개인 무대를 말없이 감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비주얼을 인정할 때,

내 끄덕임에 감동받은 듯 뿌듯한 미소를 짓던 옹성우는

끝까지 노래를 잃지 못하고 흥얼대며

수도에 연결된 호스를 대야에 가까이 끌고왔다.


그리고.

우리의 청춘 드라마는 그게 전부였다.


계속해서 밟아대도 계속해서 나오는 뿌연 구정물들에

우리 둘은 말없이 이불만 밟아대기 시작했고,

우리 둘 사이에는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은 채

'퍽퍽퍼퍽퍽...'
이불만 물에 불려지고 이리저리 치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안 그래도 쓸모없고 하자많은 체력때문에

과에서도 한 소리를 듣던 나인데,

내 HP를 공기처럼 갉아먹는 이불빨래에

아무 무리가 없을 내가 아니였다.

 

처음에는,

잘 빨리지 않는 옹성우의 회색 이불에 분개하며

나름 논리적으로 옹성우에게

너의 청소년기를 함께보낸 이 망할 회색이불을

당장 갖다 버리라는 소리를 했고.


다음에는,

그동안 쌓여있던 나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내면이 들려주는 소중한 소리를 그대로 입으로 옮겨,

헬리콥터 날개마냥 입을 털어댔다.

대학 교수진들의 성함이 존칭 없이

뉘 집 개이름처럼 내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마지막에는 깔끔하게

최송이 그 사발년의 욕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에는,

당이 떨어진 내 불쌍한 몸이 먼저 반응해

다리가 점점 후들거렸다.


옹성우의 몹쓸 짓에 화가 나서 부들대는 게 아니라.

진짜 몸 속에 포도당,과당....

오탄당..어쩌구...

하튼, 그게 떨어져서 몸을 가누는 것 자체가 힘이 부치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할 건 다해야겠다는

그런 쓸데없는 똥고집과 오기가 합쳐져

끝까지 밟아대고 있을때,

내 몸은 마지막 몸부림인지

급성 저혈당의 증세인 휘청거림을 시전했고

머리가 핑- 돌면서

(진짜 뻥 안치고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몸뚱이가 뒤로 넘어가려할때,

반사행동 쩌는 내 남사친은 훅하고 내 팔을 낚아채면서

순간적으로 본인쪽으로 날 잡아 당겼다.


의도적으로 연출한건 아니지만,

난 그대로 옹성우 가슴팍에

내 고개를 파묻었다.


그가 많이 놀랬다는 걸 심장리듬이

그대로 내게 알려주었고,

나는 역으로 그의 등을 진정하라는 듯 도닥였다.

이것마저 안 해주면,

곧이어 울먹일 것만 같아서 멈추지 않고 해주니

날 절대 뺏기면 안될,

소중한 곰돌이 인형 쯤으로 꼭 안고있던 옹성우는

점점 팔 힘을 풀더니 웅얼웅얼 내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말을 했다.


"놀랬잖아. 진짜,

사람 심장 멎을 뻔했다."


"뒤로 넘어갈때 얼마나...

얼마나...무서웠는 줄 알아?"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옹성우의 말을 듣고있자니

갑자기 공기가 더워지는 듯했다.


옹성우네 옥상이 이렇게 태양열 잘 받는 곳이였나-

급 더위를 느낀 나는 손 부채질을 하며

어디서 온건지 모를 더위에 의문점이 들면서도

손부채질을 하는데도

끝까지 날 꼭꼭 끌어안고있는 옹성우를

떨어뜨리려 노력했다.


"이제 괜찮으니깐,

이것 좀 놓으시지- " 


손에 힘을 풀고 몇번 내리치니

그제서야 꾀병을 부리며 느리게 팔을 푸는 옹성우였다.

웬일로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옹성우에

오올ㅋ 하고 감탄하고 있으니,

옹성우는 순정만화 속에만 있다는

그 전설의 잘생긴 선배의 션-사인 미소를 보이며

내게 한 마디 던지고는 이불을 들고 탈수기 쪽으로 향했다.



"너한테서 내 샴푸냄새 난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내 사람 친구의 연애 04 | 인스티즈


"......디게 잘 어울려. 너랑."



----------------------------------------------------


글에서 갓빨래한 보송한 냄새나지 않나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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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9.78
선생님 진짜 필력 와....진짜 글 읽다가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6년 전
독자1
하 선생님 정말 제 심장 어쩌죠 빠른 전개 원합니다 사실 선생님 글 뭔들이겠어요 다 좋아요 이 작품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6년 전
독자2
보리임니다ㅠㅠㅠㅠㅠ 아 잠시만 마지막 대사에서 저 멜팅 ,, 심장 녹아부러쓰요 .. 흗흑 아 진짜 어남옹이져,,? 그런거같아요 작가님 제 심장이 지금 말해주고 이씀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고가요❤️
6년 전
독자3
기요미입니닷 ! 와우 대박이네요... 소소한 것들에서 설레는 이 늑김,,,, 넘 재밌어용 ㅜㅜㅜㅜ 재밌게 읽고 갑니닷 :)
6년 전
독자4
코어입니다!!
아니 옹성우.. 그런 멘트 날리고 그러면.. 오예입니다!!!! 그런 거 좋아할 줄 알았다면 정말 제대로 정답이에요.. 옹성우 진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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