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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은 거침없었다. 머릿속이 나를 지키겠다는 목적 아래 관군을 세운 오라버니의 행동으로 가득 찼다. 들키지 않게 하겠다며 아무도 쓰지 않을 것 같은 낡은 궁으로 보내놓고선, 군사를 세워두면 누가 의심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 오라버니가 있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황제가 자주 머무는 황안전과 교정전은 일하는 나인뿐이라 방향을 틀었다. 빈영전(賓寍殿). 큰 손님이 찾아오거나 혼인 예정자가 첫 만남을 가질 때에 황제가 드는 곳인 그곳에 궁녀가 이따금씩 드나드는 것을 봤다. 큰 손님이 오라버니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기엔 빈영전 앞이 지나치게 고요했고, 나는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정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을 열었다. 말이 멎었다.


 그제야 많은 것들이 눈에 들기 시작했다. 나를 보는 오라버니의 놀란 눈, 향을 풍기는 맑은 차. 그리고, 수많은 호위 속에 앉아 있는 어떤 한 사람. 화려하면서도 평범한 양반가의 복색이었으나 누군지는 대강 짐작이 가능했다. 빈영전에 들 수 있는 객(客) 중에서 지나친 호위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 함은, ……민(旻).



 “이번이 두 번째네요.”



 나를 가로막은 정국이가 몸을 뒤로 물렸다. 시야로 드러난 낯익은 얼굴이 나를 보며 웃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유한 얼굴이었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오라버니의 표정은 난처함이 역력히 서렸다.



 “현의 황녀를 황후로 맞는다.”

 “…….”

 “선황께서 좋아하시겠습니다. 이제야 바람이 이루어졌으니.”



 감각이 둔했으나 부드러운 말투 속에 가시가 담겨 있음은 확실히 알았다. 선황이 죽은 후에야 약속해둔 공녀를 받는다는 원망. 그리고 어떠한 다행. 그 자리에 꼼짝 없이 서서 이제 내 운명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도화궁 안에서만 머물렀던 뻣뻣한 생각들은 한 가지 결과만을 도출했다. 그의 말 대로, 민으로 가 그의 황후가 된다. 죽음을 면할 수 있는 또 다른 쉬운 선택지란…,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난, 이 순간에도 김태형을 떠올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황녀(皇女) 19 | 인스티즈



황녀(皇女)


十九





 “더 말은 필요 없겠습니다.”



 민의 황제가 남은 차를 들이킨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돌린 유한 얼굴이 나를 전체적으로 훑었다.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치맛자락에 새긴 오라버니와 똑같은 꽃 자수. 그것으로 눈길이 가나, 했다. 오라버니는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음에도 잘 떠오르지 않는지 당황한 얼굴이 식은땀에 젖어들었다. 내가 황녀란 것을 반증할 만한 것이 있을까. 이 상황에 무엇을 더 덧붙여야 더한 악화를 막을까.



 “저 아이는…!”

 “열여덟 해 전이었지요.”



 민의 황이 오라버니의 말을 끊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것을 옆에 선 호위무사가 칼집으로 막았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부드러운 선의 황제가 매서운 눈을 했다.



 “황녀가 죽었다, 고 공포한 것이.”

 “…….”

 “그 열여덟 해의 대가는 죽음으로 치루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남자가 오라버니의 옆자리로 몸을 옮겼다. 온화한 목소리와 대비되는 거칠고 찬 쇳소리가 났다. 칼날은 서늘했다. 현의 하늘이라고 불리는 황제를, 여태 누구에게도 목에 칼을 내어준 적 없는 오라버니를 겨누는 그것은 지나치게 더더욱. 삶을 잃은 듯한 공허한 눈동자가 민의 황제를 향했다.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킬 방법은 없다. 더한 악화만 있을 뿐이다. 가령,



 “사흘 후, 이 분을 데려가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민으로 잡혀가는 것이라든지,



 “황후가 될 분의 오라비를 죽이는 것도 달갑지 않으니.”



 알지 못하는 남자와 혼인을 하는 것.



 “연으로 가는 행차는 돌려야겠습니다. 일이 생겼으니.”



 연에게 연통하라. 황명을 내린 민의 황이 오라버니의 목에 겨눈 칼을 내렸다. 남자는 칼집에 칼을 꽂곤 빈영전을 벗어났다. 호위를 도맡은 남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빈영전을 벗어나는 발소리만이 폭풍우가 휩쓸고 간 궁을 울릴 뿐이었다.



 “거처로 모시겠습니다.”

 “…….”

 “민으로 가시는 것에 열중하십시오.”



 민의 황제를 따라 나가지 않은 내관이 내게 일렀다. 민의 황의 것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꽤 강압적인 말투가 나를 일으켰다. 어두운 표정의 오라버니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늘 오라버니가 주시하던 내가, 나가는 동태를 확인하지도 않고서.


 호위를 받는 도화궁으로의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세상에 숨겨진 입장이었으므로 가는 길조차 궁인들에게 피해 다니는 것이 맞았으나, 호위를 받는 입장이기도 했고, 이제 와서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만 두었다. 지나가는 길목에 선 궁인들이 일제히 호위와 함께 앞장선 나를 보며 수근댔다.


 김태형의 말을 듣고 도화궁에 있었다면, 어쩌면 나는 이 상황까지 나를 내몰지 않았을까. 오라버니를 이해했다면. 오라버니를 찾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면. 내가 한 선택에 따르는 후회는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오라버니를 찾다가 김태형을 처음 만났을 그 때처럼. 나를 말린 것도, 관군을 세운 것도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겠지. 이제 나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지켜야 할 비밀도, 도화궁과 그 연못도, 오라버니도. …김태형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꾸민 아무도 없는 낡은 도화궁이, 유난히 쓸쓸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황녀(皇女) 19 | 인스티즈



 태형이 자연스럽게 대궐로 들었다. 민의 황제가 갑작스럽게 궐을 찾았다는 사실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라, 태형 또한 모르는 일이었다. 도성 사람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해 전해 듣지도 못했다. 그 날 뛰쳐나가는 공주를 붙잡지 못하고 뒤에서 바라만 보다 사가로 돌아갔을 뿐. 여태 너무 큰 일이 많아서 공주에게 바깥세상 얘기도, 자기 근황도 얘기하지 못했다. 오늘은 꼭, 쌓아둔 얘기를 다 해야지. 태형이 다짐했다. 많은 것은 쉬이 바뀌지 않았다. 오늘 도화궁 또한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주야!”



 하지만, 쉬이 바뀌지 않는 것들은 한 번 변할 때마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꾸었다.


 태형이 늘 그러하듯 공주를 부르며 도화궁으로 들어갔다. 태형을 가로막던 도화궁 입구의 병조 관군은 얼굴이 바뀌어 있었으나, 태형에게 부러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별 신경을 두지 않았다. 일전에 공주가 관군 일로 화를 내기도 했고. 분위기가 평소보다 사뭇 더 음침해 보였으나, 도화궁은 그렇잖아도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공주야!”



 도화궁은 조용했다. 사람이 있는 것 같긴 했으나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때, 태형의 앞으로 군사가 들이닥쳤다.



 “…누, 누구신지,”



 공주야! 군인의 복색을 한 남자들이 태형의 팔을 붙잡았다. 발걸음이 의도치 않게 도화궁을 빠져나왔다. 태형이 다급하게 공주를 불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왜, 왜 이러시오!”



 태형이 물었지만 군사 중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민의 사람들이었다. 황제인 지민의 명에 응하는.








 빈영전을 빠져나가는 발소리는 셈을 할 수 없었다. 한 바탕 일이 벌어진 그곳을 나오는 지민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궐 앞에 세워둔 민의 사람들에게 현에서 사흘간 머물 거처를 찾아달라고 했다. 지금이 아침댓바람이니 여차하면 오늘 낮이나 저녁 즈음에 황녀를 데려갈 수도 있었겠으나, 굳이 황후가 될 여인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를 못 느꼈다. 기생집이나, 오두막집이라도 제가 참는 수밖에. 지민은 여태 자신의 비(妃)만을 바라볼 것이라는 결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게 공녀로 오는 현의 황녀일지라도.


 가마를 마다하고 걸어서 거처로 가려 궐을 가로지르던 지민이 멈칫했다. 황녀의 거처가 어디라고 했지? 옆에 선 민의 사람에게 물었다. 지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가자, 공주야.


 그때 그 저잣거리에서, 공주를 잡아 이끌던 해맑은 얼굴. 그녀에게 관심어린 눈빛으로 말을 걸던 사내.



 ‘도화궁에서 머무르는 군사에게 명하라.’



 그리고,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



 ‘그곳을 찾는 양반가 사내를 옥에 가두어라.’



 그는 한 눈에 봐도 궐의 사람이 아니었다. 황족도, 그녀의 가족도. 그녀를 공주라고 부르며 퍽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꼴부터가 그러했다. 그러면, 그들의 사이는 정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어. 거슬리는 것은 바로 없애야 뒤처리가 쉬웠다. 황제 자리에 오른 후 지민이 깨달은 것 중 하나였다.






 “대체 어디로 가는…!”



 태형을 끌고 가던 낯선 사내가 태형의 말이 멎기도 전에 그를 어딘가로 던져두었다. 태형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쾅, 하고 문이 닫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핏 봐도 어딘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죄인을 가두는 옥. 태형이 옥의 창살을 잡곤 방금 전 나간 군사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꺼내주시오! 그 소리들은 메아리가 되어 태형의 귓가에만 닿았다.


 태형이 왜 갇힌 것인지 영문도 모른 채 소리를 치다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러 생각이 오가던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만을 다잡았다. 공주 만나야 하는데….


 공주가 민으로 떠나기로 한 사흘의 아침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지민이 동이 트지 않은 새벽부터 찬바람을 맞았다. 이른 시각부터 밖으로 나온 까닭이었다. 지민이 걸친 값비싼 비단 도포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사흘간 머물렀던 거처를 벗어나 현의 중심으로 향했다. 대궐. 두 명은 거뜬히 탈 만한 황제의 가마는 부러 타지 않고 두 발로 궐로 대동했다. 자신의 황후가 될 여인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민의 황후 자리를 지키는 공주의 모습이 지민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래도 거의 초면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지민은 왠지 모르게 공주가 황후가 되는 것이 싫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 봤을 때 마주친 겁에 질린 눈동자가 꽤 귀여웠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민의 사람들이 꼭 닫힌 대궐의 정문 앞에 멈춰 섰다. 그 앞을 지키는 문지기가 지민을 보곤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늦은 시간에 교대를 서는 문지기는 밤늦게 입궐하는 자가 없으니 지민이 누군지 몰랐지만, 민이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궐에서 듣기도 하였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궐에 올 자는 손에 꼽았기에 민의 황제임을 대충 짐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소임은 아무나 황제의 궐에 발을 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기에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여시오.”



 지민의 호위가 그를 대신해 말했다. 그는 황제가 아니었기에 말을 높였으나, 그 말은 명령과도 같은 어조였다. 문지기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문으로 향하려는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폐하의 윤허가 있기 전까진 문을 열 수 없습니다.”



 현이 민에게 기는 입장이긴 했지만 치욕을 보여준 적국임은 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것이었다. 입궐 허가자에 양반가의 사람인 태형은 있어도, 민 황제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문지기의 모습에 지민이 얼핏 웃었다.



 “목에 칼이 들면 그 대단한 윤허를 기다린 게 후회될 겁니다.”



 문지기가 지민의 말에 흠칫 떨었다. 목소리에 날이 섰다. 지민은 문 앞에서 말싸움을 하며 진을 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목숨에 관대하지 않은 칼이 금세 문지기의 목에 지민과 같이 날을 세웠다. 차디찬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낱 문지기일 뿐인 남자에게 수만 가지의 생각이 오갔다. 여기서 죽으면 안쪽에서 궐을 지키는 군사가 달려와 이 모두를 제압할 수 있을까. 황제의 허가를 구하러 간 다른 이가 오기 전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문지기는 제 목숨이 아까워 별 수 없이 문을 열었다. 지민이 입궐했다.


 도화궁은 조용했다. 이 궁의 침실 주인이 잠들었기 때문에 부러 모두가 조용한 것일지도 몰랐다. 지민이 가마꾼에게 도화궁 마당에 가마를 내려놓으라 명하며 낡은 궁을 응시했다. 밤하늘이 어두웠지만 ‘桃花宮’ 석 자는 또렷하게 보였다. 동이 트면 사흘의 아침이 밝았다.












 사흘은 쏜살같이 흘렀다. 김태형을 기다리던 사흘이 언제 그렇게 길었냐는 듯이. 아침은 도화궁의 모두가 분주했다. 나와 나를 지키는 정국이를 제외하고. 내가 민국의 공녀로 들어간다는 소리를 들은 도화궁의 나인들이 나를 챙기려 바삐 움직이는 까닭이었다. 창 틈새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맞으며 그 움직임을 지켜봤다.



 “마마, 환복 하셔야 합니다.”



 고운 때깔의 비단옷을 들고 온 나인이 나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말투가 사뭇 느려졌다. 느려진 말투와 함께 손길 또한 답지 않게 더뎠다. 민국에 가게 되면 황후와 마찬가지였기에 혼례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민국의 전통에 맞는 혼례복이 사흘 안에 준비되지 않았을 뿐더러 민국까지의 여정이 꽤 길었기에 모두들 약간의 격식을 차린 옷차림으로만 환복을 시키자 판단했다. 머리를 곱게 손질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화장을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안의 어조였지만 혼례를 하러 가는 입장이니 거절은 불가결한 일이었다. 거울 앞에 앉아 분과 연지를 들고 온 나인을 향하며 눈을 감았다. 조심스럽게 닿는 것을 견디며 더 고요해질 도화궁을 잔뜩 느낄 쯤이었다. 조심스럽게 뜬 눈 앞으로 화장을 해주던 나인이 고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놀란 눈을 멀뚱히 떴다.



 “…마마.”

 “…….”

 “잘 사십시오.”



 물기를 가득 먹은 목소리였다. 더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꾹꾹 눌러온 것들이 그제야 터졌는지 나를 바라보던 다른 나인들 또한 울음을 터트렸다. 이제, 끝이었다. 민국으로의 시작.


 부축을 받으며 도화궁을 나왔다. 내 물건을 가득 실은 수레를 민국의 군사 중 한명이 들었다. 마지막 물건이라며 가마에 물건을 실은 나인이 발을 물러서 내 뒤에 섰다. 도화궁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던 민황제의 얼굴이 밝아졌다.



 “오셨습니까.”



 다정한 투를 한 민의 황제가 고운 손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부축을 해주던 나인이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놓았다. 몸이 자연스레 그의 쪽으로 움직였다. 손을 잡지 않은 채 도화궁 쪽문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김태형이 ‘공주야!’ 하며 저 문을 열고 달려올 것만 같은데. 허공에 들린 황제의 손이 홀로 거두어졌다. 얼굴은 여태 고운 호선이 가득한 채였다.



 “타실까요.”



 이대로 가면 민의 황후가 되는 걸까. 민의 여인이 되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던 열여덟 해의 시간이 이리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걸까. 그때 무료한 일상을 견디다 정국이를 만나겠다고 도화궁을 벗어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몸을 낮추어 민에서 준비한 가마에 올라탔다. 이제야 도화궁에서 허겁지겁 나온 정국이가 보였다. 가까이 오려 했으나, 민 사람의 손에 길이 저지당한 정국이는 둥그런 눈을 나를 향해 둘 뿐이었다. 가마의 문이 닫히고, 조그만 창문 틈새로 찬 공기와 함께 온화한 황제의 목소리가 새었다.



 “갈까요. 옆에 따라붙겠습니다.”



 황제의 짧은 말 한마디에 모두가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가마가 사람들에 의해 덜컹이며 허공에 들렸다. 그제야 눈가가 시큰해졌다. 어디까지 빠져나온 지도 모른 채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나와 관련된 수많은 얼굴이 전부 하얗게 잊혀졌다. 또렷하게도, 한 사람만이 그려질 뿐.


 사실 난 이 결말을 알고 있대도 그 날 정국이를 만나러 도화궁을 벗어났을 거야. 김태형을 만났을 테니까. …김태형이, 보고 싶었다.


















 민으로 가는 길은 꽤나 고요했다. 가마를 부러 타지 않고 그것의 옆에 붙어 여인에게 말을 붙이고 있는 지민을 제외하고서. 모두 자의가 아닌, 황제를 위해 침묵을 지킨 채 민국으로 가는 중이었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시렸지만, 공주를 빠르고 무사히 민국으로 싣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견뎌야만 했다. 푸르스름한 아침이 가고 점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지민이 민국으로 가는 발길을 멈춘 것은 그때쯤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폐하.”



 지민의 호위를 담당하는 사내가 지민에게 말했다. 사내의 말을 듣고 모두가 지민을 따라 발을 멈추었다. 지민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감쌌다. 무언가 잊은 것이 있었다.



 “말을 달라.”



 지민의 말에 사내가 말에서 내려 착지했다. 사내가 내리자마자 안장에 앉은 지민이 군사 몇을 불렀다. 호위무사를 선두로 가마를 보낸 채, 지민은 현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지민을 따라 민국의 사람들이 좁은 길을 텄다. 발굽 소리가 빠르게 산을 벗어났다.


 가자, 공주야.


 그리 신경 쓰였던 자를, 공주와의 혼인에 눈이 팔려 잊고 말았다. 민으로 가기 전에 옥에 들러 제 손으로 칼을 꽂으려 했건만. 그가 이 세상에 사라져야 차기 황후가 괜한 미련을 남기지 않을 텐데. 지민이 탄 말은 빠르게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다시금 지민이 현(賢) 황제의 윤허를 받지 않고 궁에 들었다. 이번엔 문지기의 목숨을 두고 옥을 찾기까지 했다. 어찌 목에 칼날만 대면 이리 일이 쉬워질까. 지민은 황제보다 목숨을 중시하는 현국의 허술함에 경탄하며 말에서 내렸다. 죄인이 많이 투옥되지 않은 그곳은 참 시리고 어두웠다. 밤이 아님에도 횃불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 지민이 문지기의 목에 댄 칼을 거두고 어두운 옥으로 몸을 옮겼다. 지민보다 앞선 군사가 지민을 선두에 세우기 위해 옥의 문을 열었다. 쭉 뻗은 눈매가 조금 커졌다.



 “…이게, 무슨 일이냐.”



 옥을 지키는 군사가, 바닥을 피로 적신 채 누워 있었다. 비린 향이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민이 죽어있는 군사를 찌푸린 얼굴로 훑다 안쪽으로 뛰었다. 무언가 수상했다. 태형을 가두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얼마 안 되었다. 그런데 왜, 이들이 칼에 베여 죽었을까.


 지민이 발을 멈췄다. 손에 쥔 검이 누군가를 베지 못한 채 바닥에 허무하게 떨어졌다. 태형이 투옥되어있을 나무 창살 속은,



 “없다….”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        *        *        *


3개월만에 쓴 한 편입니다. ^_ㅠ

개강전에 완결은 무슨..ㅎㅎ...ㅎㅎㅎㅎㅎ...ㅎ


(3개월만에 써서 뭐라고 쓴지 모르겠지만 도쨔님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ㅠㅁㅜ)




☞          제 사랑 드실 101분♥        ☜

0806 / 1214 / ♥김태형♥ / Remiel / 곤잘레스 카레 / 골드빈 / 공주야 / 군림 / 깻잎사랑 / 꽃게 / 꽃길 / 꽃단비 / 꽃소녀 / 꽃오징어 / 꾸꾸 / 꿈틀 / 끌로에 / 나너조아 / 냥군땡 / 노트북 / 뉸뉴냔냐냔 / 니케 / 다니단이 / 다홍 / 단아한사과 / 됼됼 / 뜌 / 라슈라네 / 룬 / 리자몽 / 리프 / 망개똥 / 망개하리 / 매직핸드 / 맴매때찌 / 먹고쥭자 / 모찌민 / 몽9 / 미스터 / 밍밍 / 방소 / 보고싶찐 / 복동 / 봄비 / 불나방 / 비데 / 빵빠레 / 삐삐까 / 사막여우 / 사용불가 / 새글 / 석진이시네 / 설탕파티 / 설팅 / 솔트말고슈가 / 쇼나이슝 / 순향 / 슈가나라 / 승댕 / 싸라해 / 아망떼 / 압솔뤼 / 여지여지 / 열렬히 / 예찬 / 오레오 / 오월 / 오징어만듀 / 온새미로 / 옮 / 우와탄 / 우유 / 유자쿠마 / 윤기 / 은갈칰 / 응캬응캬 / 이다 / 이스트팩 / 입틀막 / 자몽슈 / 정꾸야♥♥♥ / 줄라이 / 지호 / 진격 / 집수니 / 찬아찬거먹지마 / 천사소녀제티 / 체셔리어 / 초코빵 / 쵸코두부 / 커몬요 / 태형아뷔태해 / 틸다 / 퍄퍄 / 피쯔아 / 하트반지 / 핫초코 / 현질할꺼에요 / 호비 / 화학 / 황토색


(가나다순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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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사용불가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니뮤ㅠㅠㅠㅠ이게얼마만인가요 이게ㅠㅠㅠㅠㅠㅠ황녀 떴다고 쪽지 보자마자 달려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
순향입니다!! 세상에 이제 민의 황후가 되어버리면 태형이는 어쩌죠ㅠㅠ 태형이도 탈출한것같은데 빨리 공주를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6년 전
비회원63.110
낙솜입니다... 사실 전.. 지밈이가 더 좋아요..ㅠ 왜죠???? 몰라 그냥 태형지밈 듈다 무사해라:..ㅠㅠ
6년 전
독자3
호비에요!!!
작가님 보고싶었습니다ㅜㅜㅠㅜ 옥 상황이 저런거면 기누군가가 태형이를 구하기 위해서(?) 저런 행동을 한거 같은데 태형이의 행방이 어딘지 구금하네요..!! 여주가 지민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상황에 도망칠거같은데... 여주랑 태형이는 언제쯤 편하게 행복할지...ㅜㅠ 둘이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123.186
헐 ㅠㅠㅠㅠㅠ 어떻게 탈출한 거죵?? 신기.. 저는 민의 황제가 윤기인줄 알았어요.. 근데 지민이었다니...! 예전에 나와있었는데 제가 기억을 못했을 수도 있어여.. 됴륵
6년 전
독자4
ㅅㄷ
6년 전
독자5
단아한사과
작가님 ㅠㅠㅠ 오랜만이에요 ㅠㅠㅠ
여주가 민의 황후가 되면... 태형이는 ㅠㅠㅠ 태형이는 어찌되는건가요 ㅠㅠㅠㅠ
옥에 갇힌 태형이를 누가 구해준거 같은데... 누가 구해준건지...
마지막까지 궁금투성이네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독자6
으악 ㅠㅠㅠㅠㅠㅠ 황녀 너무 오랜만이에요..태형이도 좋은데 지민이도 너무 좋고 오늘도 잘 읽구 갑니다!
6년 전
독자7
정국이가 태형이를 찾은걸까요.... 아 정주행했습니다 암로닉을 받으신다면 [찡긋]으로 신청하고싶습니다 글 잘 읽고가요!!
6년 전
독자8
세상에...정주행했어요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어요 잘 읽고 갑니다ㅠㅜㅜ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65.37
네 뭐든 좋아오 너무 잘써요 ㅠㅠㅠ 완결만 제발 ㅠ!!
5년 전
비회원13.98
아아 이제 정주행하는데 언제 오세용 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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