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든 곳은 묘하게 서양의 오두막같이 나무로 지어진 것 같은 작은 집이었다.
왠지 익숙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따닥따닥하고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서 벗어나기위해 이불을 젓히자 오한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바지만 입고 있던 터려서 그랬나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집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마음에 들어?"
뒤에서 들려온 한 남자의 소리에 놀라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차학연, 그 남자였다.
그가 연기가 올라오는 머그잔을 두 손으로 들고 씨익 웃고있었다.
"마음에 드냐구, 이 집."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하고는 머그잔에 든 코코아를 홀짝였다. 그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묘한 침묵 사이로 장작이 투툭하며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였어?"
"뭐가?"
"그거, 달려온 거."
재밌었지? 하며 내게 자신이 들고있던 머그잔을 건냈다.
향긋한 초콜릿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마음이 평온해지는듯 하다가도 그의 말에 신경이 쓰였다.
인상을 쓰는 내 표정을 보던 학연이는 정말 재밌었다는 듯이 웃어 재꼈다.
침대에 몸을 던져 구르며 깔깔대었다.
그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뇌로 스며들때 즘 그의 웃음 소리는 사라지고 침대에 반 쯤 누운 그는 내게 물었다.
"놀랐어?"
당연히 놀랐지. 인상을 찡그리며 코코아에 입을 대었다.
초콜릿 진한 맛이 혀를 감싸 맴돌았다.
좀처럼 알 수 없는 녀석이다.
그는 항상 나를 괴롭히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 같았다.
가만.
내가 언제부터 차학연이란 사람을 알고 있었지?
"당연히 놀라야지. 악몽인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디디고 있던 땅에 구멍이 생기고, 순식간에 나는 그 구멍을 빠져들어갔다. 그는 끝까지 나를 향해 해맑게 웃고있었다.
그는 악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