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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관린 好雨時節의 spin off 입니다.
아래 링크 글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한 번 읽고 오는 걸 추천드려요♡



https://www.instiz.net/writing/4139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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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单相思




1)

누구나 학창시절 첫사랑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겠지. 같은 반 남자애든, 친구 오빠든, 최고 인기 배우든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이 어떻게 끝나던 간에 첫사랑은 그 이름만으로 가슴을 간지럽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난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는 공식을 나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내 상황에서 그 공식이 맞아떨어지니까 눈물이 참아지지가 않더라. 열심히 그 애를 바라보고 있어봤자 그 애의 눈이 향하는 곳은 다른 여자애가 머무는 곳이라는 걸 알아서, 더는 안좋아하려고, 뭐, 물론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안좋아하는 노력이라도 해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는데.


너를 다 털어낸 지금도 사실, 너를 닮은 시원한 비가 내리면, 그리고 그 비가 초가을에 내리는 비라면, 라이관린 너를 어쩌다가 머릿속에 그려내곤 한다.


그래서 라이관린 너, 잘 지내?


*


나의 그 애는 라이관린이었지만, 라이관린의 그 애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애였다. 갑자기 나타난 애라 나는 그 여자애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알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물론 그 여자애는 내가 라이관린을 좋아해서 그 둘이 사이를 질투하고 있었다는 것 조차도 모를 것 같지만. 그래서 보이지 않는 그 전쟁은 나 혼자만의 공격이었다. 정말 슬픈건 나 혼자 일방적으로 아무리 열심히 공격을 해도 그 여자애는 타격을 1도 받지 않는 다는 거였다.


아무튼 그 애가 나타난 건 1991년 늦여름, 음 아니 초가을이 더 가깝겠다. 그 여자애는 불쑥 라이관린의 삶에 들어온거다. 라이관린의 삶에 들어왔다는 건, 정말 피곤하게도, 그 여자애가 결국 내 삶 속에까지 침입했다는 걸 의미했다. 라이관린과 관련한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지켜보고, 또 가슴 아파해야 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방통행의 결과랄까. 짝사랑하면 늘 이렇게 아프다는 걸, 나는 그 과정을 깨닫는 것으로 10대를 통째로 보내야 했다.

라이관린의 그 애는, 한국에서 왔다. 이민인지 유학인지 모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관린의 뇌리에 박힌 애였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땐, 그냥 그랬었는데. 관린으로부터 빌린 노트 한 귀퉁이에서 그 여자애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부터는, 위기감을 느꼈다. 아니 그 계집애를 며칠봤다고? 짜증나게 그 여자애는 이름 뜻도 예뻤다. 麗皗, 고울 '여'에 밝을 '주'. 이름부터가 반짝반짝한게 라이관린과 퍽 잘어울려서, 나는 더 울적했었다. 십몇년 사는 동안, 다른 사람 이름리 부러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张天爱, 장톈아이, 내 이름도 예뻤거든, 적어도 여주, 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당시 라이관린에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동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건 나였잖아.' 였다. 비록 이 문장의 단 한단어도 직접 말해 본 적이 없지만, 그 여주라는 애랑 함께 있는 관린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속으로만 되뇌인 내용이었다.



(2)

내가 딱 한가지 한국에서 온 여주에게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나는 중학생의 라이관린이 농구를 하던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흠, 고등학생이 된 라이관린은 무슨 이유에선지 농구를 하지 않았거든. 농구로 이름을 좀 날리던 중학생의 관린이 옆학교 어떤 남자애와의 농구 내기에서 진 뒤로, 자존심이 상해서 농구를 관뒀다, 뭐 그런 깜찍한 이유로부터 더이상 농구를 안하게 됐을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유가 뭐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 여주라는 애가 못 본 최고의 순간들을 내가 봤다는 거라니깐.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톈아이, 옷 좀 맡길게.]


그 시절의, 아 그러니까, 중학교 시절의 라이관린은 정말 당연한 일인양 나한테 자기 체육복 윗도리를 맡기고 농구 게임을 했다. 그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건냈던 말을 관린이 너무 익숙한 듯 말해서 나는 더 흐뭇했다. '나랑 관린이는 이런 사이야. 서로 얼마나 익숙한데.' 이 일 하나로 그렇게 여긴 건 아니고, 뻔하게도 나는 관린을 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어린이 보육시설에 다닐 때였으니까. 그 때의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게, 내가 관린을 좋아한건 13살 무렵 때라 그 전의 라이관린의 세세한 정보는 기억이 안난다.기억이 나는 건, 6살 생일 날 케이크 촛불을 끄려고 앞에 나온 관린의 볼에 뽀뽀를 했던 찰나 정도....?(사실, 이 건 내 인생의 잘한 일 탑 5안에 드는 내용이다.) 철저히 내 주위이긴 하지만, 13살 부터는 정말정말 좋아했다고......

햇빛이 쨍쨍한 날도 나는 여김없이 내 친구들을 끌고 운동장에 나갔다. 맨날 앉는 스탠드 그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저 쪽에 있는 남자애들 무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관린이 있었다.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그 애가 가볍게 공을 드리블 해서 패스를 하고, 한 번은 또 그렇게 패스받은 공을 링에 넣어서 득점을 하고, 나는 그런 모습 하나하나 놓칠 수 없어서 열심히 그 애만 쫓았다.

라이관린과 그 시절의 관린이 좋아했던 농구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고, 내가 또 얼마나 그 종목을 열심히 공부했던가. 그렇게 시험공부를 했으면 타이완 대 수석입학은 식은 죽 먹기 였을텐데. 밤을 새서 농구 공부를 한 다음 날, 관린이 농구 경기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는데, 나는 후다닥 그 애 옆에 붙어 오늘 경기에서 사용된 기술이며 룰을 마구마구 얘기했다.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나보다 더 잘 아네. 같이 농구 경기봐도 되겠다.]


관린의 그 말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이용한 덕분에, 그 주말 나와 관린은 버스를 타고 우리 지역을 좀 벗어나 있는 체육관에서 열리던 농구 게임을 함께 보러갈 수 있었다.

경기 보는 내내, 나는 관린이 좋아하는 한 선수 이름을 죽어라고 불러댔다. 열심히 응원했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공통점을 만들어보려고 있지도 않은 최애 운동선수를 만들어냈다. 물론 관린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로. 자신과 같은 선수를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던 관린은,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나를 보고 경기 내내 웃었다. 이렇게 보니까, 내가 너무 필사적이어서 좀 슬퍼지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난 여주라는 애가 나타나기 전부터, 라이관린에 관한 것이라면 아주아주 필사적이었으니까 말이다.




(3)

다시 1991년,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여주라는 애의 생김새가  영 관린의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라이관린 그 애가 좋아하는 타입을 예로 들자면, 음...... 소피 마르소? (16살 때 쯤이었나, 걔가 선물받은 비디오 테입에 영화 <라붐>이 들어있었는데 그 걸 돌려보더니 어느 순간 그 애의 방 벽에 소피 마르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여주라는 애는, 뭔가 처음 봤을 땐 이목구비가 인상에 남지 않는, 그런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웬걸, 관린이는 처음엔 밍밍할 정도로 연하지만, 보면 볼 수록 기억에 남는 얼굴을 좋아했나보다. 나조차도 계속 보다보니 여주의 밍숭밍숭한 이목구비가 예뻐보였다.


내가 정말로 비참했을 때가 언제냐면, 그건 바로 관린이 제 방안을 떠나가라 노래를 불렀던 때다. 순전 내 앞에서는 노래를 부르질 않았다 ㅡ정확히는 대중가요나 영어로 된 팝송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땐 학교에서 동요나 부를 줄 알았지ㅡ 아무튼 나는 머리털 나고 관린이 팝송을 부르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라이관린이 팝송을 부르고 있던 때, 나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라이관린네 집에 계란을 두고 가려고 잠시 들렀던 차였다. 주스 한 잔 마시고 가라며 붙잡은 아주머니 덕에 방석 위에서 그 애의 듣기 어려운, 귀한(?) 노래를 감상할 수 있었다.


Cause I love your smile~I love your smile


그 당시 짧은 영어를 구사했던 나도 알아들을 만큼 쉬운 가사였으다. 엄청......뭐랄까.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의 내용이지 않나. 그냥 그런 가사를 듣고 있기만 해도, 이 가사를 관린이 부르는 거라 나는 무척 가슴이 뛰었다. 내가 웃는게 좋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잖아.

time came and showed me your direction
시간이  왔어 내가 어떻게 할 지 알려줬어
now i know i'll never ever go back
이제 난 알아 난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거야
taught me that
나한테 가르쳐줬어
i can be a better boy with love you give
니가 준 사랑과 함께라면 난 더 나은 남자가 될 수 있어
you rock my world
넌 내 세상을 흔들어
you dig
너도 알잖아

개사까지 하면서 노래를 마친 관린은, 방 밖에서 그 노래를 내가 다 듣고있을 줄을 모르고 그렇게 열창을 했을 것이다. 아주머니도 우스우셨던지, 그 애의 노래가 끝나자 소리없는 박수를 치셨다. 나도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잠시 뒤, 내가 주스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그 때, 관린이 제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선 나와 눈이 마주치고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하며 [톈아이, 니가 왜 여기있어?] 하는 것이다. 하긴 그럴만도 한게, 나같아도 방에서 혼자 큰 목소리로 팝송을 불렀는데 알고보니 거실에서 라이관린이 다 듣고 있던 상황엔, 제 정신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쪽팔려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리려고 했겠지.......


그 애가 너무 쑥스러워 하길래, 생전 부르지도 않았던 팝송은 무어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봤다.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그 여주라는 애가 흥얼거리길래 무슨 노랜지 물어봤어.
근데 찾아보니까....... 좋아서.]




내가 비참함을 느낀 포인트는 역시, 여주였다. 안그래도 요즘 스터딘가 뭔가 하고 있다는데, 이럴 줄 알았어. 공부는 무슨, 스터딘지 스티컨지 하는 그 약속에서 여주와 관린은 연애의 장을 펼쳤을 거다. 나는 겨우겨우 상처받은 걸 숨기고 얼렁뚱땅 인사를 한 뒤 관린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 간지러운 가사들은 모두 여주를 향한 것이었구나ㅡ하고 머릿속에서 정리되었을 땐, 그냥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던 거 같다.


매번 나혼자 상처받고, 정작 관린은 잘 못한게 없는데도, 나는 매일을 슬퍼해야했다. 처음에 관린이 여주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을때, 이 짓도 포기해야되나 생각했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단지 나는, 그 우는 날이 매일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애가 계속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내 10대는 라이관린, 그 애를 앓는 것으로 통째로 보낸 다고 해도 괜찮았다. 다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중이었다.



*



팝송 사건이 있은 후, 나는 라이관린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이 어려웠다. 왜냐고 물으면ㅡ 여주에 대한 라이관린의 마음이 얼마나 커져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나이기 때문이다ㅡ라고 답하겠다.  이제 그 애는 누가 보더라도, 사랑에 빠진 한 명의 소년,이었다. 내가 그동안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몰라주더니, 이젠 내 앞에서 여주를 좋아하는 티를 마구 내뿜는데, 솔직히 상처를 안 받는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라이관린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는 그 얼굴을 십몇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질투를 하면서도 계속 쳐다볼 수 밖에 었었다.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는 그 애의 모습을 옆자리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 날도, 나는 내가 아니라 여주가 되고 싶었다. 공책에는 여주네 나라 말이 주르륵 써내려져 가고 있었다ㅡ노래가사를 적고 있는 것 같은게 왼쪽 면에는 관린의 글씨체가 아닌,아마도 여주의 것임이 분명한ㅡ 해석이라고 써놓은 중국어를 쭉 읽어보니, 그 내용이 아주아주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 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我的爱请留在我身边
世上独一无二的唯一的你
若是疲惫的日子连你也离开的话
踌躇不前的我将要拥抱的地方在哪里


[아....여주가 추천해준 노래로 한국말 공부하는거야.]


하필 노래를 가르쳐줘도 이런 가사의 것을. 관린이 자신에게 푹빠져 허우적 거리는 꼴을 보고싶었나 보지. 괜히 심술이 나서 관린의 귀에 꽂혀있던 한 쪽 이어폰을 휙 하고 낚아채 내 귀에 꼽았다.


아...... 이게 저 노래구나. 한국말로 된 가사라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냥 느낌으로 알았다.


[한국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정도로 여주가 좋아?]


애써 장난인 것 처럼 물어봤지만, 속은 다 문드러졌다. 내 질문을 못 들은 척, 한국말을 꾹꾹 눌러적는 관린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여주야. 니가 너무 부럽다. 관린이가 너 정말 많이 좋아하는 구나.





(4)

나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날이 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주는 누가봐도 곧 떠날 분위기를 마구 내뿜고 있었는데, 관린에게 아무런 귀띔도 해주지 않았다. 관린은 그런 관린대로 여주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며칠 째 계속 가라앉아있는 상태였다.


여주랑 토요일 스터디도 다녀온 관린의 기분은 여전히 나아질 줄 몰랐다. 안 봐도 뻔했다. 여주가 또 아무런 얘기를 해주지 않은 거 겠지. 무언가 잔뜩 사연 많은 얼굴을 하곤 말이다.



.
.
.



1992년, 그 해의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고, 더운 날씨 만큼이나, 그 애의 상사병은 깊어갔다. 여주가 떠나고, 관린은 평소처럼 생활했다. 아니, 평소같이 지내는 척을 했다. 누굴 속이려고. 나는 그 애가 한국으로 떠난 여주를 그리워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여주 그 계집애가 정말 미운 건, 이렇게 자길 좋아하는 애한테, 한국 집주소 전화번호 뭐 하나 알려주지 않은 채로, 음성사서함에 그 메시지 하나 남겨놓고 갔다는 거다. ㅡ정말 좋아했었다. 엄청 보고 싶을 거야.ㅡ관린은 그 메시지 하나로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날까지 여주 널 바라보고 살 텐데.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관린의 워크맨에는 언젠가 여주가 선물로 준 한국 가요 테이프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공책에 끄적이던 그 가사의 노래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ㅡ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5)


관린은 대학도 일부러 우리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고른 것 같았다. 여주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혹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계속 머물러 있겠다 했다.


계속 타이베이에 머물러 있겠다는 관린은 두고, 이젠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인 물이 되기는 싫었다. 언젠가 썩어버릴 고인 물이 되기는 싫었다. 어차피 대학 진학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난 삼촌이 있는 동네에서 일자리를 소개받아 일을 했다. 꼬박꼬박 받은 월급을 모아 여행 갈 돈을 마련했으며,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쯤에 비행기를 탔다. 아이러닉하지만,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한국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남자애가 좋아한, 여자애의 나라를 여행하는 거, 우습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발을 딛은 곳이 한국이더라.

어쩌다 우연히 여주를 마주치면, 라이관린이 지금 몇년 째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말을 해줄까 했지만, 세상은 그리 좁지 않았다. 여주를 마주친 적은 없지만, 관린이 듣던 한국 가요는 길거리에서 몇 번 들었다. 관린의 새빨개진 귓바퀴가 생각났다.



.
.
.



한국에서 여주를 못 만난 것이 당연했던 건, 여주가 타이베이로 대학을 갔기 때문이었다. 둘은 떨어져있는 중에도 계속 서로를 생각하고 있던 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년이 지난 해의 가을이었다. 삼촌네 댁에서 계속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들른 타이베이의 고향집에서 받게 된 것은 뜻밖의 청첩장이었다.


新郎 신랑 :  賴冠霖 라이관린
新婦 신부 :  金麗皗 김여주


어쩌면 이미 마음속으로는 짐작하고 있었을 두사람의 이름을 읽었다. 너네 결혼하는 구나. 생각보다 담담한 내 모습이 이상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정이 많이 무뎌진 걸까. 그렇게 좋아했던 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게, 눈물을 흘릴 법도 했지만, 그냥 괜찮았다. 예전의 기억들이 조금 떠오르는 것 뿐이었다.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깔끔한 정장 스타일의 갈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간 관린과 여주의 결혼식. 이젠 두 사람의 행복을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결혼 사실에 많이 담담했었는데, 턱시도를 빼입은 관린의 팔짱을 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쁜 여주를 가까이서 보는 건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


결혼식이 모두 끝나기전, 나는 식장을 먼저 빠져나왔다. 후련한 느낌이 드는게, 이젠 정말로, 무의식적으로 내 기억속에 숨어있는 라이관린 그 애를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늦여름에 내리는 장마를 보면 어쩌다 떠올릴 수 있는 친구로 남기게.



가끔씩 안부를 묻는 고향 친구로 남기게.





그래서 라이관린, 너는 잘 지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여주가 타이베이에 온 해 : 1991년
💜 관린이가  비디오 테입을 돌려보고 좋아하게 된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영화 <라붐> : 1980년
💜 관린이가 여주 땜에 부르던 팝송 : I love your smile 1991년 팝 싱글 차트 2위
💜 여주가 관린이한테 알려준 한국 노래 : 내 사랑 내 곁에 1991년 고 김현식 6집
💜 관린이가 듣던 카세트 플레이어 : 워크맨

[워너원/라이관린] 单相思 | 인스티즈


💜 여주가 한국으로 떠난 년도 : 1992년
💜 관린과 여주의 재회 : 1994년 쯤







오랜만인 호우시절 라이관린,,,,,,

보낼 수 없서,,,,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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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6.12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 이 글 진짜 넘 좋아해요 호우시지절... 정말 그때당시 엉엉 울면서 봤다그ㅜ욧ㅠㅠ 진차 넘 좋아해서 북마크도 해놨는데... 이런 시선으로 보니 새롭네요! 작가님 화이팅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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