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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4 (재업로드) | 인스티즈

House of Cards


14. 고백(告白)




※복구되지 못한 11 ~ 14화의 재업로드입니다.※















“사람을 죽인 거야.”




그 말을 내뱉는 우진의 표정을 봐. 힘껏 참아내느라 새빨개진 얼굴, 그게 화든 눈물이든. 일그러져서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 사이로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보여. 배어 나오는 눈물에 촉촉히 젖은 속눈썹, 그 가운데 검은 눈동자에서 그가 듣고 싶은 말을 찾아 봐. 



“바닥은 온통 피였고, 진영인 소리지르면서 울었고, 나는, 나는……”

“……”

“……나는 동생을 끌어 내렸어요. 그리고 끌어안고, 가만히 있었어요. 둘 다 피투성이인 채로. 형만 기다렸고……형이 올 때까지 우리 둘은 꼼짝도 못했어요.”



우진이 떨리는 손으로 제 눈가를 우악스럽게 비벼 닦았다. 순식간에 퀭해진 눈가가 시뻘갰다. 



“왜 놀라지 않아요?”

“네?”

“사람을 죽였다니까.”



그는 마치 당장이라도 내가 놀라 뛰쳐나가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놀라긴 했다. 그가 사람을 죽였단 사실에 놀란 건 아니었지만. 그는 한 수트의 에이스였다. 사람을 죽였어도 백, 천 명은 죽였을. 그는 내가 제 정체를 알고 있단 사실을 모르지만……내가 놀란 건, 그가 회상하는 그 시기가, 너무 어리단 것뿐이었다. 10살, 11살 남짓? 그건 사람을 죽이기엔 너무 어렸다.



“놀랐어요.”

“……”

“티가 안 났을 뿐이에요.”



그가 코를 훌쩍였다.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끔찍해요.”

“……뭐가요?”

“내가.”

“……”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아니. 그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랐다. 애원하는 거였다. 내가 널 끔찍하게 여기기를. 살인자라고 비난하기를. 



“아뇨.”

“……”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왜요?”

“……”

“왜 날 위로하려고 해요?”

“그런 적 없어요.”

“지금!”

“……”

“지금 그러고 있잖아.”

“……”

“위로보단 욕이 나아. 차라리 욕을 해요. 난 살인자니까.”



이제 날 쫓아내고 싶죠? 내가 싫죠? 무섭죠? 우진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단지 온몸으로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을 뿐. 



“난 잘 모르겠으니까, 그만 해요.”

“……”

“난 정신병자고, 당신은 살인자고. 끼리끼리 잘 만났다고 해요. 이제 됐죠?”

“……그러지 마요.”

“뭘요?”

“제발 날 이해하려고 하지 마요……”

“이해 못해요.”

“……”

“오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황민현은 킹이고, 김종현은 에이스다. 내 오빠는 살인자고, 내 친구도 살인자이다. 익숙지 않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진은 여전히 날 이해하지 못한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랬죠.”

“……한 명이 아니에요.”

“……”

“그 이후로도……죽였어요.”

“……”

“셀 수가 없어요.”

“……”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4 (재업로드) | 인스티즈


“너무 많아요.”















우진은 원했다. 그녀가 욕을 하고 때리기를. 당장이라도 그의 과거를 비난하고, 그를 두려워하고, 그를 쫓아내기를 원했다. 우진은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지 않은 지난 세월은 그를 언제나 목 졸랐다. 말할 수가 없었다, 전부 다는. 그는 제 과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말했다. 그가 죽인 수많은 목숨 중 가장 최초의 것만을. 그리고 그는 비난을 바랐다. 타인의 비난만이 그의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수백, 수천…… 세다가 포기했어요.”

“……”

“난 살인마고, 정신병자고……”

“……”

“……그렇다고 말해요.”



노골적으로 애원했다. 우진은 죽고 싶었다, 지난 10년 간 늘 그랬듯이. 불과 몇 시간 전엔 적어도 그녀의 앞에선 죽기 싫다고 빌던 그가, 이젠 그녀의 손에 죽길 바랐다. 죽여줘, 난 이 과오를 더 이상 짊어질 수가 없어. 현실에서 비롯된 악몽이, 악몽과 다름없는 현실이, 날 죽기 직전까지 몰아세우고, 마지막 비수는 꽂지 않아. 날 지옥에 보내줘. 난 지옥에 가야 해.



“원했나요?”

“……”

“그러게 되길 원했나요?”



우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뇨.”

“……”

“아니……아니.”

“……”

“한 번도 원한 적 없었어……”



그럼……원하나요? 내가 당신을 살인자라고 불러주길? 이 자리에서 당신을 밀치고, 신고하길? 우진은 이제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우진이 무너져 내린다.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가, 제 앞에 놓인 그녀의 손을 붙잡는다.



“아니……”

“……”

“아니……그러지 마……”

“……”

“제발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여태 아무도 날 바라보지 않았어. 당신처럼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 당신처럼, 날 챙겨주지 않았어. 당신처럼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없었단 말이야. 이곳처럼 날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 없었어. 내 악몽. 날 악몽에서 깨워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란 말이야.



“미안해요……”

“……”

“날 살려줘요……”



우진은 살고 싶었다.

그건 모순이었다.















바닥에 꿇은 무릎, 떨어질라 굳세게 쥔 두 손. 우진의 울음소리가 커져만 간다. 나는 그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사제의 역할. 제정신일 리 없는 상대라도 좋다면, 난 기꺼이 당신의 죄를 비밀에 부칠 수 있어.



“……난 매일 악몽을 꿨어요. 당신처럼.”



고개 숙인 뒤통수가 흔들린다. 



“죽은 사람들…… 내가 죽인 사람들이 나와요.”

“……”

“꿈 속은 아무 것도 없고, 온통 시꺼멓기만 하고. 목소리들이 들려요.”



내가 죽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살려주세요, 온통 애원을 하고. 날 원망하고. 날 살인자라고 부르고. 또 내게 빌고. 살려달라고, 끊임없이. 난 알아요. 난 단 한 명도 살릴 수가 없어. 내 역할은 언제나 죽이는 것이었고, 그 사람들은 모두 죽었죠. 하루하루 지날 수록 내가 죽인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꿈속에 들리는 목소리도 함께 늘고, 더 이상 내 머릿속이 감당해낼 수가 없어요. 



“절대 스스로는 깨어날 수가 없어요.”

“……”

“혼자 잠결에 소리를 지르고 앓다가, 발악을 쳐서 침대에서 떨어져 깨곤 했죠.”

“……”

“나중엔 잠을 안 잤어요.”



꿈을 꾸는 게 두려워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정말 무서웠는데, 정말 그만 두고 싶었는데, 정말 죽고 싶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어요.”

“……”

“난 살아남아야 했어요.”



난 형도 있고, 동생도 있고…… 우진이 고개를 숙여 제 팔뚝에 눈을 문대어 닦는다.



“……고아원을 나오면서 형이 그랬어요.”

“……”

“강해질 거라고. 성공할 거라고. 그래서 우리 셋이, 행복해질 거라고.”



나중에, 놀이공원도 가자고. 그랬어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훌쩍이는 우진의 등이 들썩거렸다. 



“형은 뭐든 다 했어요.”

“……”

“성공하려고. 강해지려고. 그 덕에 나랑 동생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

“새벽같이 집을 나가면서…… 형이 늘 그랬어요.”

“……”

“우진아……형은……너 믿는다.”



그게 이유였어요. 그게! 형은 날 믿었어요. 나는 그걸 깨트릴 수가 없었어요. 나이를 먹을 수록 알았어요. 내가 사람을 죽일수록, 형은 더 강해진다는 걸. 형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나는 형이 없는 동안 동생을 지켜야 했고, 또 형을 위해 앞길을 닦아줘야 했어요. 난 믿음직한 형이었고, 믿음직한 동생이었으니까.



“난 끊을 수가 없었어요!”

“……”

“힘들다고, 죽고 싶다고. 내가 형한테 얼마나 빌었는지 알아요?”

“……”

“형은 너무 바빴어요.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

“믿음에 중독돼서, 그 믿음이 뭐라고. 믿음이 뭐라고……”



우으으, 짐승 같은 웅얼거림이 들렸다. 우진은 형을……사랑했다. 제 형을, 동생을 사랑했다. 그게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그는 형제들을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모든 희생을 도맡고자 했다. 한 명의 희생이 과연 삼 형제를 행복하게 할 수 있었던 걸까?



“형을 사랑해요……”

“……”

“형을 너무 사랑해요……”



꿇은 무릎으로 우진이 엉금엉금 내게로 기어온다.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젖은 숨결이 허벅지에 닿는다. 



“결국 놀이공원에 가지 못했어요.”

“……”

“벌써 10년이 지났고, 동생도 다 컸고, 형은 성공에 가까워졌어요.”

“……”

“그런데 왜 난 아직도 사람을 죽이고 있죠?”



그만하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10년을 죽고 싶다고 바랐어요. 언제 죽어도 상관없을 삶을 살았어요. 악몽과 죽음이 반복되는데,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성공하는 형을 보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웃으면서 날 부르는 동생을 보면서 죽고 싶었어요.



“죽으면 속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

“그런데……”



처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으로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고 잠들 수 있었어요. 바로 여기서. 이곳에서.



“후회해요.”

“……”

“여기 오면 안됐었어요.”

“……”

“당신을 만나면 안됐었어요.”



그가 고개를 든다. 한바탕 울고 난 어린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이 미워요.”

“……”

“이름 씨……”



그리곤 다시 얼굴을 묻는다. 다시 한 번 긴 울부짖음이 내 다리 사이로 먹혀 들어간다. 엉엉 우는 그의 진동이 내 몸 속을 꿰뚫는다. 나는 언제부터 울고 있던 걸까. 울지 말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내 울음을 삼켜내느라 바빴다. 아니에요, 우진이 웅얼거린다. 아니에요. 밉지 않아요. 거짓말이에요.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4 (재업로드) | 인스티즈

“사랑해요……”



널 어떡하면 좋지.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우릴 어떡하면 좋지.





*

※복구되지 못한 11 ~ 14화의 재업로드입니다.※

유실된 모든 글 재업로드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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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옹앤옹
14화를 끝으로 유실된 모든 회차는 복구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정상적으로 신규 회차가 업데이트 됩니다.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너무 감사드리고 댓글들 잃어버린 게 제일 가슴 아픕니다,,,흙ㄱ흑

추가로 15화 업데이트 이후로 암호닉 공지 올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달류~~~~~!

5년 전
독자1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우진이 너무 슬퍼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마음이 애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
독자1님의 말을 빌려서 진짜 너무 마음이 애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마음 아프고 ㅠㅠㅠㅠ슬퍼요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3
아 우진이의 마음이 너무 짠하네요ㅠㅠㅠㅠ 밉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이 ㅠㅠ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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