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지? 난 분명 교무실에 있었는데... 영문 모를 이 상황에 어리둥절 해 있다가 뒷덜미가 잡히고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엄청나게 큰 거인이 나를 손가락으로 잡고는 가볍게 들어올렸다. 지금 뭐하려는 거지? 반항할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나를 집어든채 어디론가 가져간다. 어디로 가는거야 지금... 억!!!! 공중에 떠있는 내 발 밑엔 부글부글 끓고있는 물이 보였고 내 몸은 그 물과 점점 가까워졌다. 지, 지금 나를 잡아먹으려는 거야? 잠깐! 뜨거워!! 뜨겁다고!!! "....쌤! 조규쌤! 이제 종쳐요." "흐억..." 날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꿈이다... 나는 괴상망측한 꿈에서 살아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직 몽롱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두 손으로 두 볼을 짝짝 때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크게 움찔했던 내 모습이 상당히 웃겼는지 옆에서 창민이 소리는 크게 못내고 액션으로 박장대소를 했다. 민망해져서 쿡쿡 거리며 웃는 창민의 배를 주먹으로 살짝 치며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세상이 핑 돌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옆에서 창민이 재빨리 내 허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꼼짝없이 교무실 나무 바닥에 헤딩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창민쌤, 나이스 캐치." "왜그래요? 어디 아파?" "음... 얼굴이 좀 뜨겁고 계속 콧물이 나오고, 기침이 안 멎는데. 아픈거 맞죠...?" "아유 미련하게! 엄청 뜨겁잖아요!" 창민의 시원한 손이 이마에 닿으니 순식간에 따뜻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열이 나긴 하는 가보다. 그래서 그렇게 뜨거운 꿈을 꿨던 건가... 창민은 내 이마에 아프지 않게 땅콩을 먹이고 나를 부축해줬다. 하지만 말이 부축이지 이건 그냥 품에 안겨서 걸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절대 작은 키가 아닌데 키 186의 거인 창민에게 폭 안겨있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뭔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 안그래도 좁은 내 어깨를 더 구길듯 꽉 붙잡고 있는 창민에게 말했다. "저 다리는 멀쩡하니까 그렇게 중환자 다루듯이 부축 안해도 돼요." "그러다 엎어질려고? 애들 앞에서 자빠지는 것 만큼 쪽팔리는 게 어딨어요. 그냥 해줄때 가만히 있어요." 복도에 있던 애들이 다 우릴 쳐다보고 쑥덕대는 걸 보니 이것도 그에 못치않게 쪽팔린 행위라는 것을 창민은 아직 인지를 못한 것 같다. 저편에서 왠지 모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꺄르륵 거리는 여학생 무리는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내 어깨를 붙들고 있는 창민의 팔을 떼내고 한발짝 떨어졌다. 창민이 자신을 호의를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아, 이게 더 쪽팔리는 것 같아서요. 그냥 가다가 자빠질게요." "참 나... 그래요. 코 안깨지게 조심하고." 나는 창민의 등을 툭툭 치고는 내가 수업해야 할 2학년 8반으로 향했다. 그나마 여학생 반이라서 다행이다. "와아아악!!!!"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종이 친 줄도 모르는 지 한마리 들소처럼 뛰어다니며 괴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을 보며 머리가 갑자기 매우 지끈거렸다. 그래도 일단 수업은 해야되기에 교실 안에 들어갔다. "너넨 하루라도 여고생에 대한 나의 로망을 짓밟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쌤 아직도 그런게 남아있어요?" 그렇긴 하다만...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숭이란건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너희들의 웃는 모습에 난 또 실망을 하게 되잖니. "오늘 내가 몸이 좀 안좋거든? 자제해줘, 부탁이야." "어쩐지... 쌤 오늘 되게 청초하네여!" "자, 진도 어디까지였지?" 또 꺄르륵 웃는다. 그래,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는 시기니... 72페이지요. 맨 앞에 앉은 반장아이의 대답에 겨우수업이 진행되었다. 종 치기 십분 전 정도 됐을까, 역시 문과 여학생 반이라 그런지 반 이상이 전멸했다. 더이상의 수업은 나에게도 무리가 올 것 같아 이만 수업을 마치고 교탁 옆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았다. 이제 펄펄 끓는듯한 열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옆반에서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창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교실에서 옆반 창민이 수업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앉아 있으니 이젠 콧물이 질질 나오기 시작했다. 아, 가지가지 하네 진짜. 나는 전쟁터에 폭탄이라도 터진 듯 다 쓰러진 여학생들 사이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를 찾아 휴지를 구해 코를 풀었지만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건지 계속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콧물에 아예 양 쪽 콧구멍에 휴지를 박아버렸다. 35명의 아이들 중 살아남은 8명의 아이들이 나를 보며 풉 하고 웃었다. "내가 우습니?" "네엫ㅎㅎㅎ 아하하하핳!!!" 말을 하는게 아니였는데. 나의 코맹맹이 소리에 폭소한 여덟명의 아이들이 호탕한 웃음소리로 쓰러진 아이들을 살려내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다행히 마침 종이 쳐 날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그 교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이고...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내 어깨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져서 확인해보니 옆반에서 수업하고있던 창민의 팔이었다. "뭐야 그 꼴은? 진짜 코라도 깨먹은거에요?" "두쪽 다 막혀서요." "풉, 목소리 매력있네요. 빨리 갑시다. 애들 보는거 쪽팔리다면서요." 뒤끝이 있네 창민쌤. 먼저 가버리는 길쭉한 기럭지를 쫒아 살살 뛰어갔다. 뛰지마요 자빠지니까. 내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는지 창민이 길을 멈추고 날 기다려줬다. 츤데레도 아니고 뭐야. 그에 나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창민에게 다다르자 그가 내 이마에 대뜸 손을 올렸다. "열이 진짜 끓네. 오늘 보충수업 있어요?" "네. 절망스럽네요." "그럼 내가 바꿔줄게요. 오늘은 빨리 병원 가봐요." "진짜요? 창민쌤... 감동 받았어." 내가 감격에 젖은 눈으로 창민을 바라보자 그가 피식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어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창민의 탓도 있을 것이다. 닳아 없어진 게 분명하다. 안녕하세요...ㅎㅎ 몇만년만의 슈픽이 올라왔는데 상마이너 션규가 올라와서 당황하셨나요? 심지어 이편엔 최션도 안나와ㅋㅋㅋㅋ 보시는 분들은 많이 없겠지만 전 제 만족을 위해 글을 올립니다 똥손이 자급자족이란걸 처음 시도해봤네여 최션은 조규가 병원에 가면 만날 수 있구요 제목은 그냥 과자가 보여서 했어요 보시는 분들은 많이 없겠지만ㅠㅠ 이런 똥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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