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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첫만남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아니,평범하다면 평범했다.

오랜만에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 자판기 앞에 서있던 백현이 한참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 하나를 고르고,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지폐 사이에 껴있던 동전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바닥을 구르고,끝내 몇 개는 자판기 옆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갔다. 백현은 운이 조금 나쁘다고 생각하며 쪼그려 앉아 동전을 주웠다. 하나하나 줍다가 이내 소파 아래에까지 손을 밀어넣었다. 아무리 더듬어도 잡히지 않아 낑낑대며 애를 쓰고있을 때,백현의 팔을 짓누르던 소파가 조금 들렸다. 백현이 놀라 고개를 위로 들었지만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때문에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얼른 동전들을 주워 먼지를 털며 일어났을 때,그제야 백현은 제게 호의를 베풀어준 소년을 볼 수가 있었다. 끙차,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있던 소파 한 쪽을 조심조심 내려놓은 소년이 앳되게 웃어보였다. '슈퍼맨 같았죠?' 하며. 살갑게 말을 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낯을 가리는 백현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년의 천진한 웃음때문인지 백현도 말갛게 웃어버렸다. 고마워요. 작은 인사와 함께.


그게 끝이었다. 소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백현을 지나쳐 걸어갔다. 전화를 받아 '어. 여기 5층. 잘못 내려서. 바로 올라갈게.'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게 되고,끝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져버릴 때까지 백현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년은 교복 차림이었다. 새하얀 와이셔츠에 곤색 넥타이,그 위로 입은 조끼와 적당히 줄인 바지가 단정하게 보였다. 눈썹을 가린 앞머리도,깔끔하게 정리된 뒷머리도 그와 잘 어울렸다. 커다란 눈이 접히며 웃을 때에는 정말 잘생겼다는 걸 느끼게 했다. 쭉 뻗은 콧대와 날렵한 턱선도,긴 팔다리도. 모두.


그러나 그것때문에 소년을 빤히 쳐다본 것은 아니었다. 물론 누구나 한 번씩은 돌아볼법한 외모였지만 백현의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그것보다도 그의 성격이었다. 사글사글한 웃음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이 병원에 입원한 후로 다른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은. 그래,백현이 입고있는 옷은 새하얀 환자복이었다. 병원 마크가 무늬로 박힌.


백현은 한동안 그가 사라진 곳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애꿎은 옷자락을 오른손으로 꽉 쥐며 천천히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지나쳐서,원래 있던 병실로. 마시려고 했던 음료수는 결국 뽑아오지 못했다. 왼손에 쥐어진 동전을 침대 옆 탁자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다. 제 건녀편 침대에 엎드려 조그마한 손으로 게임기를 쥐고 그것에 열중하던 작은 아이가 저를 보자마자 게임기도 던져놓고 후다닥 달려온다.

 

"형아. 오늘 의사선생님이 그랬는데,나 곧 집에 가도 된대!"

 

제 옷을 잡으며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민석을 내려다본 백현이 활짝 웃었다.

 

"진짜? 우리 민석이 좋겠다!"
"응,나 퇴원하고 나면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도 가고,치킨도 먹고,할머니도 보고 그럴거야!"
"부럽다. 민석이 진짜 신나겠다. 그러려면 남은 약도 꼬박꼬박 잘 먹고 씩씩하게 주사도 맞고 그래야겠네?"
"응응. 이제 약도 잘 먹고 주사도 잘 맞을거야. 민석이는 남자잖아!"
"그럼,민석이는 늠자지. 사나이."
"근데 형아,형아는 집에 언제 가?"

 

민석의 물음에 백현의 말문이 꽉 막혔다. 집,사실은 백현에게는 막연한 단어였다.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누군가에겐 안식이고 평화이며 퇴원의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백현에게 그 말은… 죽는다는 의미였다.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 머지않은 귀향이었다.

 

"…글쎄,민석이가 퇴원하고 나면?"
"그럼 나 여기 있는동안 형아랑 맨날맨날 놀 수 있겠네?"
"응. 형아랑 맨날맨날 놀자."

 

백현의 말에 아싸아! 하며 환하게 웃는 민석을 보자 백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다리로 다다다 뛰어가 침대에 올려둔 게임기를 가져온 민석이 '형아,나 게임할래.' 하고 손을 뻗었다. 백현이 익숙하게 읏차,하며 민석을 안아들어 제 옆에 앉혔다. 포동포동한 손이 게임기를 건넨다. 민석은 항상 그랬다. 제가 게임을 하고 싶을텐데도 백현에게 먼저 양보했다. 민석의 부모님이 음식을 사와 민석이와 잘 놀아줘서 고맙다며 백현에게도 한 아름을 안겨주는 것을 보았음에도 민석은 제가 먹을 것을 백현에게 먼저 건넸다. 민석이 가장 좋아하는 고로케를 사와도 그랬다. 제가 제과점 봉투에서 고로케를 꺼내면 눈부터 반짝거린다. 금방이라도 침을 흘릴 듯 고로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도 포장을 벗기고 먹기 좋게 포장 비닐로 빵을 감싸 손잡이를 만들어 민석에게 쥐어주면,그 조그만 손으로 고로케의 절반을 뚝 떼어내 망설임없이 더 큰 쪽을 백현에게 건넸다. 고작 아홉살 난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너무 예뻐 무슨 행동을 해도 그렇게 천사같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들어온 이후로 생긴 백현의 유일한 친구였다. 사실 백현이 입원해있는 5층에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어른들이었다. 젊으면 30대,그렇지 않으면 7,80대 노인까지 훌쩍 뛰어버린다. 그 안에서 어린 백현과 더 어린 민석은 자연히 예쁨을 받게 되었다. 백현의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이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게임을 했을까. 민석의 눈꺼풀이 내려앉고 손가락이 느려지더니 이내 졸리다며 제 베개를 베고 눕는다. 민석에게 이불을 덮어준 백현이 게임기를 끄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동시에 백현의 눈이 그 옆에 있는 동전을 향했다. 그것을 보자 왠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딱히 답답함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고싶었다. 백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곤히 자고있는 민석의 머리칼을 정리해준 뒤 병실을 나섰다.


백현의 손에는 동전이 쥐어져있었다. 왜 가지고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열 개가 조금 넘는 동전을 하나라도 떨어트릴세라 주먹을 꼭 쥐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백현이 버튼을 누르고도 한참을 7층에 멈춰있던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5층입니다.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발을 떼던 백현이 '아….' 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어,안녕하세요."

 

안에는 소년이 있었다. 친구인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던 환자복을 입은 다른 소년과,교복을 입은 또 다른 소년. 그리고 그. 백현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제 뒤에서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아는 사이야? 의아한 듯 묻는 친구에게 단호하게 아니. 하고 대답하는 늦은 목소리에 왜 그렇게도 가슴 한 켠이 쿵,떨어지는 느낌이었을까. 그 후로도 무어라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1층에서 문이 열리고,백현이 먼저 내리자 뒤따라 소년들이 내렸다. 저를 앞질러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백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고등학생인가. 교복이 참 예뻤다. 이제 못보려나…. 멀어지는 소년을 멀거니 쳐다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가까운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숨통이 트였다. 왠지,그 소년은 바람을 생각나게 했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닮은 것 같았다. 백현은 여전히 손에 쥐어져있는 동전을 만지작거렸다. 한 번씩 이렇게 앉아있곤 했다. 병원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이곳 벤치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건 생각보다 편했다. 머릿속을 잔뜩 흐트러뜨리고 있는 생각들이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지고,풀밭에 누워있는 듯한 안정감을 주었다,이곳은.

 

그래서 백현은 누군가가 제 옆에 앉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온통 바람에 정신을 빼앗겨 있느라고. 백현의 옆에 앉은 것은 소년이었다. 바람을 닮은,백현이 그리고 있을. 그는 씨익 웃으며 백현의 옆에 조용히 앉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가만히 그를 들여다보았다. 차분히 내려앉은 속눈썹이 에뻤다. 소년은 숨을 헙,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백현이 하는대로 눈을 감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몇 분을 그렇게 있었는지도 몰랐다. 제 옆의 백현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것이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되었고,어느새 몸을 옆으로 틀어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손으로 턱을 괸 자세로 백현을 보고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기같았다. 솜털 보송보송한 아기. 살이 하나도 없이 말랐음에도 하얀 볼은 말랑거리게 보였다. 긴 속눈썹이 이따금씩 파르르 떨릴 때면 소년의 가슴도 찌르르하게 떨려왔다.


축 처진 눈꼬리를 따라 내려와 곧게 뻗은 코에 시선이 닿았다. 흠잡을 곳 없이 말그대로 곧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코끝을 지나,얇으면서도 도톰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의 입술이 볼만큼이나 말랑말랑할 것 같았다. 한참을 뚫어져라 입술을 쳐다보던 소년이 제 시선을 깨닫고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뜬 백현이 제 옆을 돌아보았다. 동그랗게 커진 백현의 눈과,못지않게 당황해 커진 소년의 눈이 공중에서 얽혔다.

 

"……짠."

 

제가 옆에 앉아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다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백현에 소년이 속으로만 머리를 쥐어뜯었다. 짠이 뭐야,짠이…. 혼자 자책하면서.


…푸흐.


어색하게 웃던 소년이 백현의 웃음에 굳었다. 통했나…? 어느새 간절해진 눈으로 백현의 반응을 좇는다.

 

"왜 여기 있어요?"

 

예쁘게 웃던 백현이 소년에게 물었다. 남자 목소리임에도 나긋나긋한 분위기가 흘렀다. 소년은 그제서야 진짜로 웃을 수 있었다.

 

"앞에 병원 매점갔다가 혼자 앉아있길래요. 왜 혼자 여기 있던 거에요?"
"음… 그냥요. 시원해서."

 

그러면서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게,만약 이곳이 사막 한가운데의 바람이 전혀 없는 더운 날이었다 해도 그의 말을 믿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소년은 대뜸 말했다. 그 정도로 편안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처음이라서.

 

"…저는 박찬열이에요."

 

뜬금없는 통성명에 그는 놀란듯 웃더니 대답했다.

 

"변백현이에요."

 

반갑다며 손을 내미는 그의 앞에서 왜 그리도 떨었는지,찬열은 알 수 없었다.

 


알고보니 백현은 찬열보다 한 살 많았다. 백현은 고 3인 찬열을 다독거려주었다. 힘들겠지만 나중엔 그게 다 추억이 될 거라고.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싶어도 못한 사람도 있다며 위로했다. 그러고나서는 찬열이 사온 빵을 나누어먹었다. 백현이 고맙다고,다음에 제가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괜찮다는 찬열에게 몇 번이고 꼭꼭 약속한 다음에야 벤치에서 일어섰다. 병원 입구로 향하면서 찬열이 입을 열었다.

 

"저기…."

 

망설이는 찬열에 백현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닌다. 찬열은 아무래도 '형'이라는 말이 어색했다. 저보다도 어려보이는 앳된 얼굴에,저보다 키도 훨씬 작았다. 그런 사람에게 형이라 부르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저보다 한 두 살은 어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다. 결국 찬열은 '형' 소리를 하지 못했다.

 

"백현아. 내일 또 와도 돼요?"

 

그러면서도 차마 완전히 반말을 쓰기도 미안했는지 부르기는 반말로 불러놓고 말끝에는 존댓말을 붙여썼다. 백현이 제게 반말을 하는 찬열에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그 어색한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은 낑낑대는 강아지처럼 약간 인상을 쓰며 제 눈치를 살피는 게,정말로 커다란 강아지같았다.

 

"그게 뭐에요,형이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존댓말은…."
"그냥요.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고…."

 

백현은 그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더 이상 찬열에게 형이라 부를 것을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간 찬열이 자연스럽게 먼저 형이라 부를 것 같아서. 대신 백현은 찬열의 물음에 대답했다.

 

"내일 또 와요. 친구 문병오는 길에."

 

그 말에 찬열이 환하게 웃는다.

 

"근데,친구는 많이 다쳤어요?"

 

백현이 걱정스럽게 묻자 찬열이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에요. 그냥 팔 하나 부러졌는데,걔네 어머니가 워낙에 극성이셔서."
"아…. 그래도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뭘,걔는 좀 다쳐야돼요. 또 그래야…."

 

그래야? 되묻는 백현에 찬열이 멈춰섰다. 뒤따라오지 않는 찬열을 뒤돌아본 백현 역시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찬열의 귀가 붉어진다.

 

"그래야 더 오래 병문안 오지."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과 다르게 두 눈만은 올곧게 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백현은 아무 말없이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사실은 아무 말도 안한 게 아니라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 것이었다. 찬열이 저를 어쩔 줄 몰라하는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는 백현에게 빠르게 걸어왔다. 민망한지 백현의 어깨를 감싸고 걸음을 빨리 걷는다. 백현이 작게 웃었다. 귀여웠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찬열의 휴대폰이 웅웅 울렸다. 찬열이 전화를 받자마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빨리 팔을 쭉 뻗어 휴대폰을 멀리 든 찬열이 소리가 잦아들자 그제야 귀에 가져다댄다.

 

ㅡ박찬열,어디야!
"로비. 지금 올라가."

 

찬열이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동안은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없었지만 찬열의 대답으로 봐서는 대강 왜 이렇게 늦냐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귀아파,그만 소리 질러. 너는 아무래도 팔 말고 입이나 목을 다쳤어야 돼."

 

전화로도 투닥대는 찬열과 친구의 대화를 유추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 사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5와 7을 눌렀다. 어,어떻게 알았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찬열에게 백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까 내려갈 때요. 7층에서 오래 멈춰있었잖아요. 찬열이 오오ㅡ. 하고 웃으며 엄지를 척 치켜세운다. 똑똑하다.

 

ㅡ야,내 말 듣냐?

 

휴대폰 건너편에서 성화였다. 찬열이 대충 '어어.' 하고 대답했다. 5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백현이 내렸다. 뒤돌아서서 찬열을 마주보자 찬열이 손을 흔들었다. 백현이 웃으며 따라서 손을 흔들었고,곧 문이 닫혔다. 아쉬운 마음에 엘리베이터가 7층까지 올라가 멈추고,그것이 더 올라갔다가 1층으로 내려가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에도 백현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야 더 오래 병문안 오지.

 

고등학생다운 솔직함과 당당했던 말과는 달리 붉어졌던 그의 삐죽 솟은 귀가 떠올랐다. 가슴 전체가 콩콩 뛰고있었다. 백현은 겨우 스무살밖에 되지 않았으면서도 애늙은이처럼 중얼거렸다. 요즘 애들은 참 패기가 넘치네…. 그러면서 쑥스러운 듯 웃었다. 찬열의 환한 웃음이 생각나서. 박찬열. 그 아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백현은 제 가슴께를 손으로 살살 쓸어내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오늘은 잠을 잘 자지 못할 것 같다고.

 

 

 

 

제 예상대로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든 백현이 점심때가 조금 못 된 시간에 눈을 떴다.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옷가지를 들고 공동 샤워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몸에 뿌리니 찌뿌둥하던 것이 날아가는 듯 했다. 느긋하게 머리를 감고 몸까지 다 씻은 백현이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다가 제가 칫솔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옷을 입고 머리를 대충 털어냈다. 수건을 머리에 쓰고 샤워실에서 나왔다. 병실에서 칫솔에 치약을 짜 입에 물고 다시 샤워실로 향했다.


그러던 중에,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제처럼 단정한 교복을 입은 찬열이었다. 찬열이,이 시간엔 왜?


엘리베이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그가 가만히 멈춰서서 저를 쳐다보고 있는 백현을 발견했다. 금세 그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백현아!"
"이 시간에 왠일이에요?"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풀 자습이라 점심시간에 몰래 빠져나왔어요."
"아… 들키면 혼날텐데…."
"괜찮아요. 토요일이라 감시가 허술해서."

 

하며 씩 웃는다. 그러다가 장난스럽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다.

 

"방금 샤워했어요?"
"네."
"아…."

 

찬열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백현이 물었다.저 양치해야 되는데,샤워실에 같이 갈래요? 백현은 별 생각없이 한 말이었지만 이미 찬열의 귀는 어제보다도 더 붉어져 만지면 뜨거운 열을 낼 것 같았다.


…네. 겨우 대답한 찬열이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아무래도 음란마귀가 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샤워실은 방금 백현이 샤워를 한 탓에 더운 열이 가득했다. 샤워실 전체에 감도는 달큰한 향이 백현의 몸에서 나는 향과 같았다. 찬열이 제 붉은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까 싶어 손으로 쓱쓱 문질렀다.

 

"잠깐만 기다려요. 양치만 하고."

 

칫솔을 입에 물고 웅얼거린 백현이 입을 헹궈냈다. 제 머리에 올려두었던 수건을 내려 입을 닦으며 백현이 찬열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밥 안 먹었죠?"

 

찬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현이 다시 물었다. 배 안 고파요?

 

"음… 조금. 곧 배고플 것 같아요."
"밥 먹으러 나갈까요?"
"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백현은 괜히 그와 마주보고있던 눈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느낌이었다. 샤워실을 나가려는 백현을 찬열이 붙잡았다. 수건 이리 줘봐요. 백현에게서 수건을 가져간 그가 그것을 손에 잘 펴서 들고는 백현의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 괜히 감기 걸릴라.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잖아요."

 

잔소리하듯 저를 걱정하는 찬열의 말에 백현이 정말로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찬열이 제 얼굴을 못볼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키가 작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혹시라도 제가 아플까봐 조심스럽게 수건을 움직이는 손에서도 찬열의 배려가 보였다.


몇 번을 더 닦아준 찬열이 수건을 제 팔에 걸치고 짐짓 심각한 얼굴로 백현을 쳐다봤다. 백현은 그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찬열이 손을 뻗어 백현의 머리를 만졌다.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빗어내듯이 가지런히 정리해주는 그의 표정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진지해서 백현은 웃음이 났다.

 

"됐다."

 

부드러운 손길이 사라지고,찬열이 뿌듯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백현의 볼이 붉어졌다. 찬열이 헛기침을 하며 백현을 잡아끌었다. 가요,밥 먹으러. 배고프다.


샤워실이 더운 것인지,제가 더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것은 찬열이 잡은 백현의 손목이 뜨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이코, 오글거려!!!!!!><!!!!!!!!!!!!!!!!!!!!!!!!!!!!!!!!!!!!!!!!!!!!!!!!!!!!!!

달달한 찬백이 보고싶었다능.........하.......상상만 해도 발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수니 주금. ㅇ<-<

찬녈아...나도....나도 머리말려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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