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성규가 살아있다.
난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근수근대는 소
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쓰이지 않았다.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이 광경이. 내겐 제일 중요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
다. 지금 이 순 간이 꿈이 아니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바랬다.
손을 뻗자 닿는 건 차가운 유리벽이었다. 한때는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그
에게 나 안 보고 싶었냐고. 그렇게 말해도 그는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래
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설사 날 잊었어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어느새 김성규의 무대가 끝나고 다른 가수의 얼굴이 화면을 꽉 채웠을 때 난 정
신을 차렸다. 그를 만나러 가야 했다. 머릿속에 온통 그런 생각 뿐이었다.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머릿속이 하얬다. 처음 보는 낯
선 거리. 낯선 사람들. 난 왜 여기 와 있는거지.
혼자 멍하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주머
니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난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내 휴대폰보다 좋은 휴대폰이었다. 그리고 액정에 '장동우'라
는 이름이 떠 있다.
....잠깐. 장동우? 장동우다!
"여보세요!"
통화버튼을 튕기듯 누르고는 얼른 귀에다 가져다 댔다. 그랬더니.
-야아아아아악!!!!!!!!
하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잠시 휴대폰을 귀에서 뗐다가
다시 가져다 댔다.
"장동우야?"
-뭐? 장동우? 그래, 나 장동우다!!!!!!! 너 어디야! 너 미쳤어? 스케쥴이 2시까
진데 지금 1시 58분이야! 어쩔거야!!!!! 나머지 애들은 어딨어!!
"나머지 애들..?"
-어..어? 어!!! 야! 이성열!!!! 너 거기 안 서?!?! 야!!! 너 kbs 홀로 당장 튀
어와! 끊어!!!
.....하고 전화는 끊겼다. 읭? kbs 홀로 튀어오라니? 난 얼떨떨한 얼굴로 통화
가 끊겨버린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시계를 나타내는 숫자가 2시로 넘어
갔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 책 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뭐 이런 ㅈ같은.....헐?
그래도 일단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있다. 급한대로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kbs홀로 가주라고 한뒤 지갑을 살펴보았다. 지갑 맨 앞에 꽂혀있는 주민등록증
에는 내 사진과 이름과 함께 내 주민등록 번호와 주소가 적혀있다. 그리고 내
본지갑과 다르게 지폐를 넣어놓는 곳에 10만원짜리 수표가 가득하다. 헐. 나 부
자임?
"다 왔습니다."
그 사이에 택시는 벌써 kbs홀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내가 길을 잃었던
듯하다. 난 얼른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kbs홀로 돌진했다. 그
런데 그때.
"남우현!"
하고 날 부르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손목을 덥썩 잡더니 다짜고짜 어디론가
끌고가기 시작했다. 난 얼떨떨한 얼굴로 그 사람의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뭐지? 뭐야? 읭?
그 사람은 내 손목을 잡고 거의 10분동안 뛰어갔다.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사람
들이 놀라서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을 간간히 보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
지.
"야, 타!"
그때,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한 택시 안에서 낯선 남자가 머리를 내밀고
그렇게 소리쳤다. 날 끌고 도망치던 그 남자는 택시 뒷자석 문을 열더니 나를
쑤셔넣고는 자기도 뒤따라 탔다. 우리 두 사람이 타자마자 택시는 쏜살같이 출
발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앞좌석에 타고있던 그 남자가 뒤를 돌아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동우형은?"
"내가 따돌렸지."
날 끌고 온 남자가 그렇게 대답했다. 난 어버버한 얼굴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 날 끌고 온 남자가 더운듯 창문을 열고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넌 거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왜 다시 왔냐? 너 때문에 망칠 뻔 했잖아
."
"네? 뭘요?"
"뭘요?라니...너 뭐 잘못 먹었냐? 왜 존댓말이야."
".....응? 왜?"
"야, 이 새끼 이상해."
앞에 앉은 그 남자가 수상한 얼굴로 날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내 옆에 앉은
남자도 의심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근데 뜬금없지만 둘다 존나 잘생겼다.
"너 내가 누구야?"
"......"
"몰라? 나 누구야."
내가 어떻게 알아 방금 처음 봤는데...
내가 멍한 얼굴로 내 옆에 앉은 남자를 쳐다보자 그 남자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장난 까지 마라, 진짜."
"아니야, 얘 진짜 이상해. 야, 난 누구야?"
"....."
이번엔 앞에 앉은 남자가 내게 말했다. 난 또 멍한 얼굴로 그 남자를 쳐다보았
다. 뭐....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거지?
그때. 존나 반갑게 택시 아저씨가 말했다.
"다 왔습니다."
그 두 남자는 끝까지 수상하단 얼굴로 날 쳐다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 내렸다.
우리 셋이 도착한 곳은.....
만화방이었다.
"와우, 개신나. 그치 남우현?"
내 옆에 앉았던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난 억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만화방 안으로 들어갔다. 난 두
사람이 듣지 못하게 한숨을 크게 들이 내쉬었다. 아, 나 이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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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내일 드디어 학교가요......또르르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