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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헤이즈_Rainin' With U
(독자님께서 추천해주신 BGM입니다. 들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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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상한 냄새가 난다 했다.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그러나 악마들의 냄새는 아닌 좀 이상한 종류의 향기. 천사의 냄새를 맡는 건 처음이었다.
남색 슬랙스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석진이 세나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신기한 아가씨야. 윤기의 전화를 받고 달려오자 석진의 눈에 보인 광경은 태형과 대화를 나누는 세나와 숨어서 세나를 뚫어져라 보는 윤기였다. 윤기에게 다가가기 전 석진은 직감했다. 일이 복잡해졌다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면서 그 직감이 맞다고 확신하는 건 오래 살면 생기는 연륜 같은 것이었다. 함께 오면서 뺀질거리던 정국이 병원이라는 장소를 참지 못하고 결국 다른 방향으로 가버려 이 광경을 보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정국이 있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태형에게 들이닥쳤을 것이다. 석진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석진의 낌새를 눈치 챈 태형이 뛰어내려 버리자 옥상을 나오는 세나였다. 석진의 예상대로 윤기가 세나를 붙잡았다.
이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민세나? 태형이랑 저 여자는 어떻게 알고 민윤기 표정은 또 왜 저래. 석진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끼어드는 건 질색인데. 그 동안 지독히도 쫓아다닌 민윤기한테 정이라도 들었나. 아니면 태풍이 오던 날 도와준 민윤기가 고마워서 이러나. 복잡해 죽겠네. 석진은 결국 세나를 나지막이 불렀다.
“네.”
“나랑 얘기 좀 해요.”
무거우면서도 담담히 울리는 석진의 목소리에는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목소리와 함께 그의 부드러운 외모 안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단호함은 세나를 끌어당겼다. 상대가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연륜도 석진이 가진 무기였다.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을 인간들에게 써먹는 건 아주 쉬웠다.
“이름이 민세나죠?”
석진이 세나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 위함이었다. 세나와의 대화는 겉보기에 불과했다. 어차피 세나와의 시답잖은 대화로 깊숙이 가두어진 진심을 알 수 있을 거란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은 석진이었다. 진짜 목적은 세나의 생각을 읽기 위함이었다. 아까 자신의 냄새를 맡은 세나의 생각을 읽은 석진도 짐작하는 바가 없진 않았다. 악마와 천가를 알아 볼 수 있는 능력은 흔한 것이 아니다. 윤기와 세나에게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고 석진은 확신했다.
“아뇨. 박세나예요.”
석진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세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세나는 석진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석진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그저 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 까닭이었다. 신기하게도 세나의 생각을 읽을 수 없던 정국 때문에 세나는 그들이 인간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랬기에 세나는 석진이 저의 속마음을 알아내려고 한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민윤기 동생 아니었어요?”
세나가 원피스 끝자락을 또 말아 쥐었다. 내가 윤기 오빠 동생이란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윤기 오빠를 벗어났더니 더한 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태형이 모든 걸 알아 챈 판국에 자칫하다가는 정말 모든 걸 잃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이 병원 박지민 실장 동생이에요.”
자신을 전부 꿰뚫어보는 것 같은 석진에 세나는 숨이 막혀왔다. 석진은 전부 알고 있는 걸까. 그래서 저런 질문을 던지는 건가. 내가 정국과 계약한 것도 이후에 김태형과 계약을 한 것도 정국을 속인 것도 다 알고 있는 거야?
석진이 눈에 힘을 줬다. 아무래도 세나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 듯싶었다. 신기한 아가씨가 아니라 무서운 아가씨네. 윤기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석진의 정체는 눈치 챘을 터였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세나의 모습은 눈앞의 저 여자가 이 모든 일의 종착지라고 석진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천사고.”
“......”
“당신한테 궁금한 게 좀 많아요.”
바로 정체를 밝혀버리는 석진에 세나는 겁을 먹고 본능적으로 뒤로 발을 뗐다. 멀어지는 세나의 발을 본 석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겁먹을 필요는 없는데. 물론, 내가 묻는 질문에 똑바로 대답을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야.”
김태형보다 더한 존재를 만났다. 미소가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것을 세나는 석진을 통해 알았다. 천사라더니 악마보다 더 강하다. 석진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
“정여주!!”
정국은 내가 집으로 돌아오자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와락 안았다. 어쩐지 날 부르는 목소리가 애타게 들렸다. 그는 내가 으스러질 정도로 꽉 안았다.
“숨 막혀.”
“잠시만.”
“왜 그래.”
“잠시만 이러고 있자.”
갑자기 왜 이래. 의문이 들었지만 애처로운 목소리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내 호흡이 가빠지자 힘을 조금 푼 정국은 내가 숨을 들이쉬자 다시 나를 으스러질 듯이 안았다. 이상하네 진짜.
“정여주.”
“응.”
“정여주.”
“왜.”
“정여주.”
“뭐야.”
“정여주…….”
정국은 내 이름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입을 닫았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내 이름을 불렀다.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 마냥. 너른 그의 등을 찬찬히 쓸었다. 그가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여주야.”
“응.”
“네 이름이 정여주가 아니었다면.”
“무슨 말이야?”
“네가 정여주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만났을까.”
“내 이름이 왜?”
“당분간 집에 못 올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정국의 목소리가 처연했다. 이 세상 아픔은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온도가 뜨겁다. 오늘 낮까지만 해도 내게 말간 웃음을 보여주던 그가 지금은 우려고 한다. 눈물 하나 떨어지지 않는데 내 어깨 위에 있는 그의 얼굴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거란 것을 알고 있는데. 별다를 것 없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울고 있어. 운다고. 전정국이 울어.
“울지 마.”
덩치는 나보다 훨씬 크면서 지금은 그가 어린아이처럼 조그맣게 느껴진다. 무슨 일인지 묻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삼켰다.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말 대신에.”
“응.”
“다른 말 해줘.”
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물기를 가득 머금었다.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다. 터지지 않으려고 참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한 번도 해준 적 없잖아.”
“정국아.”
“사랑했을 거란 소리 말고.”
그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가 보다. ‘바랐다’가 ‘바란다’가 되었던 것처럼. 그 말에 내가 행복을 느낀 것처럼.
“사랑해.”
그의 눈에 가득 고인 물이 결국에는 터져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브금 넣는 방법을 몰라요...ㅠ
혹시나 저작권에 걸릴 염려도 있을까봐... 그냥 적어두기만 했습니당.
두 번째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네요.
브금 추천해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W. 사프란(Spring Cr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