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원 번외
재민 (1)
[이선희 - 여우비(Acoustic ver.)]
1. 재민은 신나게 제 꼬리를 흔들었다. 아홉개의 금색 꼬리가 여주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여주가 꺄르륵 웃으며 재민의 꼬리털을 잡으러 팔을 쭉 뻗었다. 재민이 웃으며 닿을락 말락 꼬리를 움직였다. 여주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꼬리에 금세 울상을 지으며 울먹거렸다. 그때 제노가 막 복숭아 바구니를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딸-아빠왔어! 제노가 달려오듯이 여주에게 다가왔다. 여주가 제 아비를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인 채 환하게 웃었다. 제노가 여주의 눈꼬리에 달린 눈물에 표정을 확 굳히곤 재민을 쳐다봤다. 너 뭐했어. 재민이 얼른 꼬리털을 여주에게 한가득 안겨주었다. 여주가 금색 털을 한아름 안고는 헤헤거리며 웃었다. 아무것도 안했어... 재민이 제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제노가 한숨을 쉬곤 재민에게 복숭아를 내밀었다. 먹어. 재민이 웃으며 복숭아의 껍질을 까고는 한입 베어물었다. 재민이 제 꼬리털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보들보들한 꼬리털의 감촉에 여주가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았다. 여주야 밥먹... 제노가 복숭아와 작은 단도를 들곤 말을 멈추었다. 여주가 살며시 웃으며 자고 있었다. 애기라서 그런지 진짜 빨리 잔다. 그러게. 제노와 재민이 동시에 여주를 쳐다보았다. 내 딸 그만 괴롭혀. 괴롭힌게 아니라...! 재현이한테 갔다올테니까, 여주 깨면 연락해. 재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노가 동굴 밖으로 사라지고 난 후 재민은 조심히 꼬리를 움직여 여주의 품에서 빼려고 했지만, 어느새 제 꼬리털을 꼬옥 붙잡은 채 움직이지 않는 여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귀엽게 잔다. 재민은 꼬리를 빼는 것을 포기하고는 여주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조심히 누웠다. 폭신한 목화솜의 감촉에 저까지 졸린 듯 했다. 재민이 여주를 품에 꼭 안았다. 잘자.
오늘은 여주와 놀아주다가 여주를 울릴 뻔 했다. 이제는 절대 울리지 말아야지. 여주는 자는 모습도 귀엽다.
-재민의 일기-
2. 야, 우리 여주가 나보고 아빠라고 불렀어. 뭐라고? 재민은 제 귀를 믿을 수 없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어다니더니 말을 한다고? 재민이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제노를 쳐다보았다. 제노가 어깨를 으쓱이며 여주를 안아들었다. 여주야, 아빠해봐. 아-빠. 여주가 입을 잠시 오물거리더니... 아-바! 라고 말했다. 제노가 활짝 웃었다. 봤냐? 들었어? 재민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노가 여주를 안고는 재민과 같이 바닥에 앉았다. 우리 딸 너무 장해요옹. 제노가 여주의 말랑한 볼을 주욱 늘렸다. 여주가 제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제노가 여주의 웃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여주를 안아 재민에게 내밀었다. 잠깐만 안고 있어봐. 응?? 제노가 억지로 여주를 재민의 품에 안기고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우리 딸 너무 귀여워... 곧 있으면 코피라도 흘릴 것 같은 제노의 모습에 재민이 한숨을 쉬고는 여주를 쳐다보았다. 여주가 푸른 눈을 반짝이며 재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이름 불러줘... 여주야, 재-민. 나-재-민.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재민도 가슴을 부여잡았다. 너무 귀여워...! 여주가 활짝 웃었다. 째민! 나-째민! 재민이 뒤로 넘어갔다. 이제 좀 진정한 듯한 제노가 재민을 보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내 딸 귀엽지. 귀여운것도 맞고, 예쁜것도 맞은데... 멍하니 천장에 달랑이는 모빌을 쳐다본 재민이 갑자기 몸을 다시 일으키더니, 여주를 쳐다보았다. 재민의 금안과 여주의 청안이 마주쳤다. 재-민. 째-민! 재민이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귀여워서 숨이 안쉬어져... 콜록이는 재민을 여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제노와 재민이 동시에 당황하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노는 여주가 좋아하는 강아지풀을 들고 흔들었고, 재민은 제 꼬리털을 꺼내 이리저리 살랑거렸다. 여주가 울먹이는 표정을 짓다가... 재민에게 안겼다. 재-민. 재민이 제 품에 쏙 들어온 여주를 꼭 안았다.
오늘 여주가 내 이름을 불러줬다. 귀여워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여주는 누가 뭐래도 귀엽다.
-끝자락이 구겨져있는 재민의 일기장-
3. 어느새 여주는 쑥쑥 자라 아기에서 아이가 되는 성장통을 겪고, 아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성장통까지 겪었다. 키가 쑥쑥 자라 제노의 배에 머리가 닿던 여주가 이제는 벌써 제노의 어깨에 머리가 닿을락 말락했다. 이제는 내려다 보지 않아도 마주치는 시선에 재민은 밝게 웃었다. 원한다면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마주치는 푸른색 눈동자가 좋았다. 제 앞에서 책을 넘기며 집중한 여주의 모습도 좋았다. 여주야아. 재민이 여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여주가 살며시 웃으며 책을 넘기지 않는 한쪽 손으로 재민의 금색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에. 나랑 놀자아. 잠시만, 이것만 읽구. 재민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책읽는것에 집중한 여주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결국 여주의 하얀 뺨에 입을 맞췄다. 여주가 단박에 놀란 눈빛으로 재민을 쳐다봤다. 재민이 활짝 웃었다. 나랑 놀자. 재민이 제 귀와 꼬리를 내밀었다. 책상 위로 꽃받침을 하고 있는 재민의 뒤로 9개의 꼬리가 살랑였다. 여주가 웃으며 책을 덮고는 재민의 뺨을 늘렸다. 재민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여주를 쳐다보았다. 므 흐는그아(뭐하는거야?) 조금만 기다리랬더니, 그것도 못 기다리구. 여주가 계속해서 재민의 뺨을 늘렸다. 여주야 아파... 여주가 재민의 말에 뺨을 놓고는 부드럽게 쓸었다. 아팠어? 재민이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가 활짝 웃었다. 그리곤 재민의 목 깃을 잡더니... 그대로 끌어당겼다. 재민과 여주의 사이가 종이 한장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가까워졌다. 여주가 푸른 눈을 빛내며 재민을 쳐다보았다. 재민이 멍하니 여주를 쳐다보다가... 다가오는 여주의 얼굴에 눈을 꼭 감았다. 여주가 웃으며 재민에게 입을 맞췄다. 눈은 왜 감아? 재민이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말했다. 아니...그냥...너무 가까워서... 너가 먼저 유혹했잖아.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건 맞는데... 너가 먼저 할 줄은 몰랐지. 뭐를? 재민이 고개를 숙이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입...맞추는거. 여주가 웃으며 재민의 뺨에 손을 갖다 대었다. 재민이 움찔하며 여주를 쳐다보았다. 또 할까? 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강아지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재민의 꼬리에 여주가 활짝 웃다가...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무 말 없이 구겨져 있는 일기장-
4. 재민은 자꾸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연화가 귀찮았, 아니 사실은 매우, 정말정말 귀찮았다. 다만 밖은 위험하니까 내보내지 말라는 아버지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서고에 있게 한 것이였는데... 자꾸 따라다니며 오라버니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라며 자꾸 재민을 귀찮게 하니 신경질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재민이 차갑게 식은 금안으로 연화를 쳐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재민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무서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얼굴을 붉혔다. 재민은 짜증스럽게 한숨을 뱉었다. 저는 후계자 수업을 받느라 안그래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겨우겨우 여주의 얼굴을 보고는 쓰러지듯 잠드는데, 얘는 하루종일 할 것도 없이 그냥 저를 쫓아다니거나, 잠깐 식사를 하러 사라져서는 다시 돌아왔다. 넌 할거 없어? 재민이 참다참다 연화에게 물었다. 연화가 재민의 목소리에 활짝 웃었다. 오라버니 보는게 제 할일이에요. 재민이 연화의 말에 미간을 짚었다. 그냥 무시할까. 재민이 서고에 꽂혀있던 책을 하나 뽑아들고는 자리에 앉았다. 오라버니, 그건 무슨 책이에요? 재민이 책에 박은 고개를 들자 어느새 의자를 끌고 와 제 앞에 앉은 연화가 보였다. 재민이 연화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책에 시선을 돌렸다. 연화가 처량한 눈빛을 빛내며 재민을 쳐다보며 너무하다고 말할려는 순간, 재민의 서고 창틀에 커다란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재민이 날갯짓 소리에 창가에 고개를 돌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까마귀를 보곤 활짝 미소지었다. 제노나 여주의 편지를 배달해주는 새였다. 재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틀로 가서든 까마귀의 발목에 묶여있던 편지를 풀었다. 까마귀가 재민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재민이 한손으로 편지를 펴면서 까마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주에게서 온 편지였다. 간단한 한 줄이 적혀있었다. '이틀이 되었다.' 머리를 굴려보니 벌써 여주를 보지 못한지 이틀이나 되었다. 재민이 편지를 반으로 접어 소중히 제 주머니에 넣고는 까마귀를 다시 날렸다. 재민이 문득 든 연화의 모습에 뒤를 돌고는 차갑게 말했다. 이제 집에 가보도록 해. 재민이 창틀을 뛰어 넘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재민의 모습에 연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다 굳었다. 연화가 손을 꽉 쥐었다. 연화가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악--!!
이틀만에 여주를 만났다. 오랜만에 화관을 같이 만들었다. 여주 손재주가 많이 좋아졌다. 조금만 더 있으면 화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여주는 예쁘고 귀엽다.
-오랜만에 쓴 듯한 재민의 일기장-
5. 여긴 어디지? 앞이 보이지 않아. 소리를 질러봐도 들리지 않아. 무서워. 누가 저 좀 구해주세요. 여주야, 제노형, 재현이형. 내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내가 흐릿해져. 다들 어디에 있어?
*
무려 백만년만의 도화원...! 본편을 들고 오기에는 조금 연재 텀이 엄청 길어질 것 같아서 오랜만에 재민의 번외편으로 다시 왔슴니당.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으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재민-금호(구미호) 제노-흑룡 재현-봉황 여주-백룡
오랜만의 도화원과 동시에 엄청 큰 떡밥을 던졌는데... 독자분들이 금방 눈치채실 것 같네요 희희
아직 제 저장소에는 도화원이 있고... 계획한 다른 글들도 엄청 많아요!(느와르/체육물/등등)
다만 요즘따라 글이 잘 안써져서 고충이네요 흑흑 다시 잘 회복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슴니다!
오늘은 일찍 올립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내일이 월요일이지만 활기찬 하루 되시길 바라요 !<3
암호닉 확인 ♥
모찌 / 또잉 / 나나시티 / 909 / 엿기 / 인준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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