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끝자락에서 너를 만나다
“…지훈아 제발…”
“…….”
태일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맺힌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고 안타까우리만치 흔들리던 눈동자는 오직 자신의 앞에서 몇 십분 째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던 지훈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태일은 그런 지훈의 옷자락을 움켜쥐고는 고개를 저으면서 애원했지만 단호한 지훈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태일 자신조차도 말리지 못할 것만 같이 분노에 차 있는 지훈의 눈은 그렇게 천천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태일은 더 이상 지훈이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고, 이유모를 지훈의 행동에 태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렇게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만 할 뿐 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이야….”
“…”
언제부터 였을까, 지훈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은. 태일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변해버린 지훈이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태일은 도저히 변해버린 지훈을 감당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태일은 그런 지훈에게서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고, 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지훈의 모습을 보았다. 지훈이 말하기를, 그것은 사랑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것은 그저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 뿐인 ‘집착’이었다. 계속해서 하루가 다르게 자신에게 집착해오던 지훈의 증세는 도저히 여리디 여린 태일의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심각해져만 갔고, 태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또 사랑하던 지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지훈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모두 헛수고, 헛된 희망일 뿐 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만큼 변해버린 지훈이 돌아올거라 굳게 믿었던 태일은 그렇게 점점 자신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만 가는 지훈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었고, 그런 태일을 지훈은 계속해서 옭아매고, 또 옭아맸다. 이미 지훈을 떠날 수 조차 없어져 버린 태일은 그렇게 지훈에게서 지쳐만 갔고, 처음 사랑했던 지훈에게서 놓고싶지 않았던 작은 희망까지도 이미 메말라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가슴 속 밑바닥에서 사라지지 않는 지훈에 대한 태일의 미묘한 감정은 태일 자신과 지훈의 관계를 끊어지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이어주고 있었다.
“…다시는 그러지 마.”
“…응…알겠어.”
하지만 그것 뿐. 태일과 지훈의 관계는 단지 그것 뿐이었다. 적어도, 적어도 태일은 그렇게 생각했다. 단지 그는 자신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태일은 그저 이미 지훈에게 남아있는 감정이라고는 이미 바닥을 들어내버린지 오래였다. 그저 그렇게… 태일이 생각하는 자신과 지훈의 관계란 그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만 같은 족쇄, 그것 뿐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날이 지속될 수 있을까. 지훈이 나타내는 자신의 대한 집착의 정도는 이미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배 안고파?”
“…응? 아, 응 조금.”
“그럼 형이 좋아하는 스파게티 먹으러 가자.”
태일은 지훈이 무섭다. 이렇듯 시시때로 변하는 지훈의 태도는 마치 자신이 사랑했던 지훈의 가면을 쓴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만 같았고, 전혀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던 이런 패턴 역시 태일에게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태일은 이런 익숙함이 무서웠다. 이해할 수 없었던 지훈의 태도에 익숙해져가는 것처럼 자신 역시 그 처럼 변해버릴까봐 두려웠다.
지금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건 내가 사랑했던 그의 모습이었다. 해맑고 순수했던, 늘 되지도 않는 농담을 하며 나를 웃기려 애쓰던…내가 사랑하는 그런 지훈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마저 낯설어지기 시작한 것은 왜 일까. …이 악몽은 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형.”
“…응.”
“사랑해.”
아니, 그건 어쩌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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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집착소설이 쓰고싶었어요☞☜ 죄송함다
창피하니까 회원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