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수능이 막 끝난지 얼마 되지않은 19세 (a.k.a 탈고삼지망생)되시겠다.
정말 여느 날과 같은 날이였다. 모든 논술고사들이 끝나고, 합격만을 기다리는 똥줄타는 수시합 정시합의 나날.
아직 합격이 뜨지않은 나는 '그래 똥줄타면서 기다려봤자 될놈될 안놈안이다.'라고 생각했고 밀린 드라마, 웹툰, 소설 닥치는대로 다 보기시작했음.
그러면서 시간은 흘렀고 정시합날짜가 다 됐는데도 내게는 합격 그 두 글자가 뜨는 법이 없었다.
좆같았지. 정말 서러웠고. 만화카페에서 합격조회할 때마다 정말 울고싶었고 아니 울었다. 죽고싶었지, 3년동안 개고생했는데.
만화 볼 기분도 아니여서 나는 어깨를 연신 딸꾹질로 들썩이며 정말 다른 때와 같이 청승맞게 집가고 있었음.
내 자신 너무 초라해보였고 이어폰 끼고 볼륨 내 귀 안 아프고 소음 다 차단 되는 수준까지 올리고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 봤는데 죽고싶다고 생각하기엔 존나 이쁘더라. 그래서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근데 옆에서 뭐가 살랑 거리길래 봤는데 까맣고 눈 노란 고양이가 나 가만히 보고있더라. 나 동물에 죽고 못사는 새럼이였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고양이 싫다는듯이 막 피하진 않았지만 마치 따라오라는듯 같이 있던 골목을 벗어났다. 그래서 존나 병신같은 나는 홀린듯이 쫄래 쫄래 쫓아갔고 그 순간 옆에서 뭔 빛이 번쩍하더니 몸이 붕떴다.나 장염걸렸을 때 토하면서 오바랑 진담섞어서 장기나올 것 같다했는데 너희 진짜 그런 말하지마라. 막상 진짜 겪어보니 무섭지도 않고 그냥 머릿 속 새하얘져서 뜨거운 액체만 계속 뱉었음. 아 이게 진짜 장기나올 것 같은 기부니구나^^.. 차에 치였구나 하고.
배가 너무 후끈하고 아렸고 겨우 눈 떠서야 내가 뱉은게 피라는 걸 알았다. 나 이렇게 죽는 구나. 여러분 말 함부로 하지마세요. 말 진짜 씨된다. 그렇게 오만가지 잡생각 중 갑자기 엄마 생각나더라. 가족 생각보단 엄마 우는 얼굴 생각나는 거야. 와 진짜 신기한게 그 전엔 피가 나오든 말든 솔직히 놀라서 못느꼈는데 엄마생각하니까 갑자기 존나 아픈 거야. 진짜 너무 아팠어. 그렇게 존나 서럽게 눈물인지 피인지 얼굴로 흐르는데 저 차로 날 친 사람은 확인도 안 하는지 나와보지도 않았다. 후래쉬 존나 키고 있으니까 차 안에 누구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근데 있잖아 어른들이 가끔 구담으로 말하는 거. 죽을 때 되면 본인이 제일 잘 안 다고. 내가 딱 그 꼴이였다. 막상 죽는다니까 엄마 걱정되는 것 빼곤 아무생각도 안 들더라. 막 대학교 신입생OT 이런거나 떠오를 줄 알았는데. 아 오늘 아침에 내 혈육이 내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냐했는데, 그때 핀잔주지말고 그냥 다정하게 건네줄걸. 별게 다 후회가 되더라.
그리고 이어폰 속에서는 개 신나는 팝송 나오고 있었다. 한참 죽을 때까지 지랄맞군아. 하고 있는데 드라마처럼 이어폰 한 쪽이 스르륵 툭. 빠지더라.
근데 아까 봤던 야옹이가 나한테 서서히 다가오더니 뺨 두어번 핥아주더니 말했다.
응? 존나 띠용이지? 하지만 정말 '말'했다.
고양이가 말을 했다. 뭐라고 했냐면,
"소원. 들어줄게. 네가 필요해, 도와줘, 구해줘."
그거 내가 할 말아닌가, 하는 순간 몽롱해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
정재현 만나기 10분 전.
그래, 눈을 떴는데 햇살이 눈에 비추고, 밖에선 애들 공 차는 소리, 떠드는 소리, 선생님 휘슬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몸은 포근한 이불과 함께. 여기가 천국인가, 아 근데 나 그렇게 착하게 살진 않은 것 같은데, 지옥가야하지 않나.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응? 보건실? 누가봐도 학교 내 보건실처럼보였다.
학교? 학교??? 알고보니 내 인생은 지금까지 다 꿈이였고 트루먼쇼! 알고보니 수능 전 ~~! 이런 염병 하는 것 아니겠지; 정말 돌아가기 싫은데. 그러기엔 우리학교는 아니고.
그러고나서 주위 둘러보는데 보건쌤 자리에 자리비움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일단 여기 나가야할 것 같아서 나왔는데 그 학교마다 언제 세워졌는지 연혁 적힌 큰 거울 1층 복도 같은 곳에 있잖아. 그래서 학교 이름 보는데 분명 우리 지역에 있는 학교 아니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했다.
'도시고등학교'
"도시고..음..도시고..아~도시고? ..?!!???!도시고????내가 아는 그 도시고??"
진짜 놀라서 눈알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명 사.이. 방금 내가 넋놓고 짓껄인 그것, 바로 내가 존나게 쳐읽고 좋은 글귀는 밑줄치고 한정판 무삭제판 책이랑 텍본은 기본이였고 부스까지 열 뻔했던 그 연애소설 속 배경이였다.
그렇다, 난 지금 소설 속에 있다.
-
우선은 침착했다. 아 그래 소설 속일 수도 있지 뭐. 웹소설에서 많이 봤다^^ 막 내가 백작가 영애일리 없어! 모 이런 클리셰 범벅의 그거..ㅎ근데 샹 내가 겪어도 좋단 얘긴 안했다. 뭐 들어오고 싶단 생각은 많이 했지. 소설 속 남주 정재현 때문에. 내가 진짜 여주보다 여주 잘 할 자신 그거 충만했거든.
진짜 그 이름 질리도록 되뇌였다. 하루는 정재현때문에 심장이 저릿해서 설렘에 잠 못잔 날도 있었다. 텍스트로 느껴지는 긴장, 떨림, 설렘, 그리고 외모때문에.
복숭아빛 피부, 단단하고 야한 몸, 큰 키에 대외적으로 모난 구석 없어 보이는 성격이지만 알고보면 까탈스런. 그러나 내 여자한테만큼은 따뜻한. 보석같은 눈동자 날렵한 콧대, 웃을 때 포물선을 그리는 예쁜 입술. 그리고 최고인 부분은 거짓말 못한다는 그 컨셉, 너무나도 좋았다. 거짓말하면 귀가 다 알려준다는 그 설정. 이러는데 어떻게 안 설레냐구요 엉엉. 완전 꿈에 그리던 만인의 이상형이잖아요. 거기다 내가 왜 여주보다 여주 잘 할거라는 근자감 있었냐면 여주 진짜 연알못(연애 알지도 못함)이였고 눈치없는 고구마 답답이였다. 그리고 더 답답한 건 여주가 하는 행동들 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인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작가님 오로지 정재현 위주로 서술하셨고 감정선도 재현이 위주였거든. 가끔 서술자 개입 되거나 여주 입으로 나오거나 여주 표정 묘사하는 부분 빼고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이 소설은 부제가 있었는데 팬들이 붙인 거였다. 모냐면 바로바로 남.다.소. 남주가 다 한 소설 이라는 뜻. 하. 근데 왜 이런 일이 갑자기 하필 나한테 일어나냐고요.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은 해왔지만, 정작 현실이 되니 내가 재현 꼬신다 꼬신다 꼬신다! 이런 마음 같은 거 1도 안 들었고 오히려 걍 착잡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안 가는데 뭘.. 마음의 준비같은 건 개나 줬지 아주.
그렇게 궁시렁 대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꿈속이든 현실이든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으로 사.이. 투어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갔던 곳 따라서 투어도는 마음으로.
소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리얼루 사.이. 드라마화 세트장인 줄 알았잖아.. 진짜 드라마화 되면 이렇겠구나. 엄청 리얼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도서실 이 세글자가 눈에 밟혔다. 여기는! 여기는! 바로 여주랑 남주가 운명적으로 얽히는 그 곳이잖어, 비밀의 텃밭과 해먹이 있고 봄에는 벚나무에서 흐드러지게 벚꽃 피는 정재현의 원앤 온리 스페셜 럭셔리 시크릿 플레이스를 갈 수 있는 건가. 수업시간이니까 아마 수업 듣고 있겠지,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터지겠는데 진짜 만나면 죽을지도 모른다. 얼른 다녀와서 흔적도 지워야겠다. 핸드폰은 왜 안 딸려온 걸까.
다행히 문 열려있었고 사서쌤 역시 자리비움이였다. 교직원 전체 회의라도 있는 건지 죄다 자리 비움이구만.
그래, 여주랑 남주가 어떻게 했더라? 우선 도서실에 들어와서, 맨 오른쪽 책장 옆 창문을 넘고, 뒷뜰 화단에서 서면 오른쪽 바닥에 있는 누런 바위 앞에 선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정확히 앞으로 여섯발자국 걷고 왼쪽으로 돌아서 스무발자국을 겅중 겅중 뛰면
"아아아아아악!!!!!!"
이거 진짜였구나, 눈 감은 채로 여섯발자국 걸을 때까진 괜히 코 끝 찡하고 설렜는데 뛰기 시작하니까 무섭더니 여주가 단 한 번도 멀쩡히 내려간 적 없는 그 마의 구간에 닿았는지 내 몸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풀썩-!
앞으로 거의 절하듯이 고꾸라져 쳐박혔다. 개아프다. 진짜. 그와중에 설레서 눈도 못뜨겠어. 존나 기대된다. 사랑을 나누던 재현이와 여주는 없겠지만 덕후인 나의 뜨거운 열정 온기 덕심은 있다. 근데 원래 이렇게 흙바닥이 푹신하고 따뜻하던가, 아무렴 재현이 낮잠 좋아하니까 매트리스 구해왔을 수도 있지! 그렇게 릴렉스를 한 오조오억번 외치고 심호흡을 했다. 훅훅. 이제 진짜 눈 뜬다, 하나 둘 셋!
근데 옆에서 뭐가 살랑 거리길래 봤는데 까맣고 눈 노란 고양이가 나 가만히 보고있더라. 나 동물에 죽고 못사는 새럼이였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고양이 싫다는듯이 막 피하진 않았지만 마치 따라오라는듯 같이 있던 골목을 벗어났다. 그래서 존나 병신같은 나는 홀린듯이 쫄래 쫄래 쫓아갔고 그 순간 옆에서 뭔 빛이 번쩍하더니 몸이 붕떴다.나 장염걸렸을 때 토하면서 오바랑 진담섞어서 장기나올 것 같다했는데 너희 진짜 그런 말하지마라. 막상 진짜 겪어보니 무섭지도 않고 그냥 머릿 속 새하얘져서 뜨거운 액체만 계속 뱉었음. 아 이게 진짜 장기나올 것 같은 기부니구나^^.. 차에 치였구나 하고.
배가 너무 후끈하고 아렸고 겨우 눈 떠서야 내가 뱉은게 피라는 걸 알았다. 나 이렇게 죽는 구나. 여러분 말 함부로 하지마세요. 말 진짜 씨된다. 그렇게 오만가지 잡생각 중 갑자기 엄마 생각나더라. 가족 생각보단 엄마 우는 얼굴 생각나는 거야. 와 진짜 신기한게 그 전엔 피가 나오든 말든 솔직히 놀라서 못느꼈는데 엄마생각하니까 갑자기 존나 아픈 거야. 진짜 너무 아팠어. 그렇게 존나 서럽게 눈물인지 피인지 얼굴로 흐르는데 저 차로 날 친 사람은 확인도 안 하는지 나와보지도 않았다. 후래쉬 존나 키고 있으니까 차 안에 누구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근데 있잖아 어른들이 가끔 구담으로 말하는 거. 죽을 때 되면 본인이 제일 잘 안 다고. 내가 딱 그 꼴이였다. 막상 죽는다니까 엄마 걱정되는 것 빼곤 아무생각도 안 들더라. 막 대학교 신입생OT 이런거나 떠오를 줄 알았는데. 아 오늘 아침에 내 혈육이 내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냐했는데, 그때 핀잔주지말고 그냥 다정하게 건네줄걸. 별게 다 후회가 되더라.
그리고 이어폰 속에서는 개 신나는 팝송 나오고 있었다. 한참 죽을 때까지 지랄맞군아. 하고 있는데 드라마처럼 이어폰 한 쪽이 스르륵 툭. 빠지더라.
근데 아까 봤던 야옹이가 나한테 서서히 다가오더니 뺨 두어번 핥아주더니 말했다.
응? 존나 띠용이지? 하지만 정말 '말'했다.
고양이가 말을 했다. 뭐라고 했냐면,
"소원. 들어줄게. 네가 필요해, 도와줘, 구해줘."
그거 내가 할 말아닌가, 하는 순간 몽롱해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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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만나기 10분 전.
그래, 눈을 떴는데 햇살이 눈에 비추고, 밖에선 애들 공 차는 소리, 떠드는 소리, 선생님 휘슬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몸은 포근한 이불과 함께. 여기가 천국인가, 아 근데 나 그렇게 착하게 살진 않은 것 같은데, 지옥가야하지 않나.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응? 보건실? 누가봐도 학교 내 보건실처럼보였다.
학교? 학교??? 알고보니 내 인생은 지금까지 다 꿈이였고 트루먼쇼! 알고보니 수능 전 ~~! 이런 염병 하는 것 아니겠지; 정말 돌아가기 싫은데. 그러기엔 우리학교는 아니고.
그러고나서 주위 둘러보는데 보건쌤 자리에 자리비움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일단 여기 나가야할 것 같아서 나왔는데 그 학교마다 언제 세워졌는지 연혁 적힌 큰 거울 1층 복도 같은 곳에 있잖아. 그래서 학교 이름 보는데 분명 우리 지역에 있는 학교 아니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했다.
'도시고등학교'
"도시고..음..도시고..아~도시고? ..?!!???!도시고????내가 아는 그 도시고??"
진짜 놀라서 눈알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명 사.이. 방금 내가 넋놓고 짓껄인 그것, 바로 내가 존나게 쳐읽고 좋은 글귀는 밑줄치고 한정판 무삭제판 책이랑 텍본은 기본이였고 부스까지 열 뻔했던 그 연애소설 속 배경이였다.
그렇다, 난 지금 소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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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침착했다. 아 그래 소설 속일 수도 있지 뭐. 웹소설에서 많이 봤다^^ 막 내가 백작가 영애일리 없어! 모 이런 클리셰 범벅의 그거..ㅎ근데 샹 내가 겪어도 좋단 얘긴 안했다. 뭐 들어오고 싶단 생각은 많이 했지. 소설 속 남주 정재현 때문에. 내가 진짜 여주보다 여주 잘 할 자신 그거 충만했거든.
진짜 그 이름 질리도록 되뇌였다. 하루는 정재현때문에 심장이 저릿해서 설렘에 잠 못잔 날도 있었다. 텍스트로 느껴지는 긴장, 떨림, 설렘, 그리고 외모때문에.
복숭아빛 피부, 단단하고 야한 몸, 큰 키에 대외적으로 모난 구석 없어 보이는 성격이지만 알고보면 까탈스런. 그러나 내 여자한테만큼은 따뜻한. 보석같은 눈동자 날렵한 콧대, 웃을 때 포물선을 그리는 예쁜 입술. 그리고 최고인 부분은 거짓말 못한다는 그 컨셉, 너무나도 좋았다. 거짓말하면 귀가 다 알려준다는 그 설정. 이러는데 어떻게 안 설레냐구요 엉엉. 완전 꿈에 그리던 만인의 이상형이잖아요. 거기다 내가 왜 여주보다 여주 잘 할거라는 근자감 있었냐면 여주 진짜 연알못(연애 알지도 못함)이였고 눈치없는 고구마 답답이였다. 그리고 더 답답한 건 여주가 하는 행동들 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인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작가님 오로지 정재현 위주로 서술하셨고 감정선도 재현이 위주였거든. 가끔 서술자 개입 되거나 여주 입으로 나오거나 여주 표정 묘사하는 부분 빼고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이 소설은 부제가 있었는데 팬들이 붙인 거였다. 모냐면 바로바로 남.다.소. 남주가 다 한 소설 이라는 뜻. 하. 근데 왜 이런 일이 갑자기 하필 나한테 일어나냐고요.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은 해왔지만, 정작 현실이 되니 내가 재현 꼬신다 꼬신다 꼬신다! 이런 마음 같은 거 1도 안 들었고 오히려 걍 착잡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안 가는데 뭘.. 마음의 준비같은 건 개나 줬지 아주.
그렇게 궁시렁 대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꿈속이든 현실이든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으로 사.이. 투어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갔던 곳 따라서 투어도는 마음으로.
소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리얼루 사.이. 드라마화 세트장인 줄 알았잖아.. 진짜 드라마화 되면 이렇겠구나. 엄청 리얼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도서실 이 세글자가 눈에 밟혔다. 여기는! 여기는! 바로 여주랑 남주가 운명적으로 얽히는 그 곳이잖어, 비밀의 텃밭과 해먹이 있고 봄에는 벚나무에서 흐드러지게 벚꽃 피는 정재현의 원앤 온리 스페셜 럭셔리 시크릿 플레이스를 갈 수 있는 건가. 수업시간이니까 아마 수업 듣고 있겠지,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터지겠는데 진짜 만나면 죽을지도 모른다. 얼른 다녀와서 흔적도 지워야겠다. 핸드폰은 왜 안 딸려온 걸까.
다행히 문 열려있었고 사서쌤 역시 자리비움이였다. 교직원 전체 회의라도 있는 건지 죄다 자리 비움이구만.
그래, 여주랑 남주가 어떻게 했더라? 우선 도서실에 들어와서, 맨 오른쪽 책장 옆 창문을 넘고, 뒷뜰 화단에서 서면 오른쪽 바닥에 있는 누런 바위 앞에 선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정확히 앞으로 여섯발자국 걷고 왼쪽으로 돌아서 스무발자국을 겅중 겅중 뛰면
"아아아아아악!!!!!!"
이거 진짜였구나, 눈 감은 채로 여섯발자국 걸을 때까진 괜히 코 끝 찡하고 설렜는데 뛰기 시작하니까 무섭더니 여주가 단 한 번도 멀쩡히 내려간 적 없는 그 마의 구간에 닿았는지 내 몸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풀썩-!
앞으로 거의 절하듯이 고꾸라져 쳐박혔다. 개아프다. 진짜. 그와중에 설레서 눈도 못뜨겠어. 존나 기대된다. 사랑을 나누던 재현이와 여주는 없겠지만 덕후인 나의 뜨거운 열정 온기 덕심은 있다. 근데 원래 이렇게 흙바닥이 푹신하고 따뜻하던가, 아무렴 재현이 낮잠 좋아하니까 매트리스 구해왔을 수도 있지! 그렇게 릴렉스를 한 오조오억번 외치고 심호흡을 했다. 훅훅. 이제 진짜 눈 뜬다, 하나 둘 셋!
근데 옆에서 뭐가 살랑 거리길래 봤는데 까맣고 눈 노란 고양이가 나 가만히 보고있더라. 나 동물에 죽고 못사는 새럼이였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고양이 싫다는듯이 막 피하진 않았지만 마치 따라오라는듯 같이 있던 골목을 벗어났다. 그래서 존나 병신같은 나는 홀린듯이 쫄래 쫄래 쫓아갔고 그 순간 옆에서 뭔 빛이 번쩍하더니 몸이 붕떴다.나 장염걸렸을 때 토하면서 오바랑 진담섞어서 장기나올 것 같다했는데 너희 진짜 그런 말하지마라. 막상 진짜 겪어보니 무섭지도 않고 그냥 머릿 속 새하얘져서 뜨거운 액체만 계속 뱉었음. 아 이게 진짜 장기나올 것 같은 기부니구나^^.. 차에 치였구나 하고.
배가 너무 후끈하고 아렸고 겨우 눈 떠서야 내가 뱉은게 피라는 걸 알았다. 나 이렇게 죽는 구나. 여러분 말 함부로 하지마세요. 말 진짜 씨된다. 그렇게 오만가지 잡생각 중 갑자기 엄마 생각나더라. 가족 생각보단 엄마 우는 얼굴 생각나는 거야. 와 진짜 신기한게 그 전엔 피가 나오든 말든 솔직히 놀라서 못느꼈는데 엄마생각하니까 갑자기 존나 아픈 거야. 진짜 너무 아팠어. 그렇게 존나 서럽게 눈물인지 피인지 얼굴로 흐르는데 저 차로 날 친 사람은 확인도 안 하는지 나와보지도 않았다. 후래쉬 존나 키고 있으니까 차 안에 누구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근데 있잖아 어른들이 가끔 구담으로 말하는 거. 죽을 때 되면 본인이 제일 잘 안 다고. 내가 딱 그 꼴이였다. 막상 죽는다니까 엄마 걱정되는 것 빼곤 아무생각도 안 들더라. 막 대학교 신입생OT 이런거나 떠오를 줄 알았는데. 아 오늘 아침에 내 혈육이 내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냐했는데, 그때 핀잔주지말고 그냥 다정하게 건네줄걸. 별게 다 후회가 되더라.
그리고 이어폰 속에서는 개 신나는 팝송 나오고 있었다. 한참 죽을 때까지 지랄맞군아. 하고 있는데 드라마처럼 이어폰 한 쪽이 스르륵 툭. 빠지더라.
근데 아까 봤던 야옹이가 나한테 서서히 다가오더니 뺨 두어번 핥아주더니 말했다.
응? 존나 띠용이지? 하지만 정말 '말'했다.
고양이가 말을 했다. 뭐라고 했냐면,
"소원. 들어줄게. 네가 필요해, 도와줘, 구해줘."
그거 내가 할 말아닌가, 하는 순간 몽롱해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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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만나기 10분 전.
그래, 눈을 떴는데 햇살이 눈에 비추고, 밖에선 애들 공 차는 소리, 떠드는 소리, 선생님 휘슬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몸은 포근한 이불과 함께. 여기가 천국인가, 아 근데 나 그렇게 착하게 살진 않은 것 같은데, 지옥가야하지 않나.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응? 보건실? 누가봐도 학교 내 보건실처럼보였다.
학교? 학교??? 알고보니 내 인생은 지금까지 다 꿈이였고 트루먼쇼! 알고보니 수능 전 ~~! 이런 염병 하는 것 아니겠지; 정말 돌아가기 싫은데. 그러기엔 우리학교는 아니고.
그러고나서 주위 둘러보는데 보건쌤 자리에 자리비움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일단 여기 나가야할 것 같아서 나왔는데 그 학교마다 언제 세워졌는지 연혁 적힌 큰 거울 1층 복도 같은 곳에 있잖아. 그래서 학교 이름 보는데 분명 우리 지역에 있는 학교 아니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했다.
'도시고등학교'
"도시고..음..도시고..아~도시고? ..?!!???!도시고????내가 아는 그 도시고??"
진짜 놀라서 눈알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명 사.이. 방금 내가 넋놓고 짓껄인 그것, 바로 내가 존나게 쳐읽고 좋은 글귀는 밑줄치고 한정판 무삭제판 책이랑 텍본은 기본이였고 부스까지 열 뻔했던 그 연애소설 속 배경이였다.
그렇다, 난 지금 소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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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침착했다. 아 그래 소설 속일 수도 있지 뭐. 웹소설에서 많이 봤다^^ 막 내가 백작가 영애일리 없어! 모 이런 클리셰 범벅의 그거..ㅎ근데 샹 내가 겪어도 좋단 얘긴 안했다. 뭐 들어오고 싶단 생각은 많이 했지. 소설 속 남주 정재현 때문에. 내가 진짜 여주보다 여주 잘 할 자신 그거 충만했거든.
진짜 그 이름 질리도록 되뇌였다. 하루는 정재현때문에 심장이 저릿해서 설렘에 잠 못잔 날도 있었다. 텍스트로 느껴지는 긴장, 떨림, 설렘, 그리고 외모때문에.
복숭아빛 피부, 단단하고 야한 몸, 큰 키에 대외적으로 모난 구석 없어 보이는 성격이지만 알고보면 까탈스런. 그러나 내 여자한테만큼은 따뜻한. 보석같은 눈동자 날렵한 콧대, 웃을 때 포물선을 그리는 예쁜 입술. 그리고 최고인 부분은 거짓말 못한다는 그 컨셉, 너무나도 좋았다. 거짓말하면 귀가 다 알려준다는 그 설정. 이러는데 어떻게 안 설레냐구요 엉엉. 완전 꿈에 그리던 만인의 이상형이잖아요. 거기다 내가 왜 여주보다 여주 잘 할거라는 근자감 있었냐면 여주 진짜 연알못(연애 알지도 못함)이였고 눈치없는 고구마 답답이였다. 그리고 더 답답한 건 여주가 하는 행동들 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인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작가님 오로지 정재현 위주로 서술하셨고 감정선도 재현이 위주였거든. 가끔 서술자 개입 되거나 여주 입으로 나오거나 여주 표정 묘사하는 부분 빼고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이 소설은 부제가 있었는데 팬들이 붙인 거였다. 모냐면 바로바로 남.다.소. 남주가 다 한 소설 이라는 뜻. 하. 근데 왜 이런 일이 갑자기 하필 나한테 일어나냐고요.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은 해왔지만, 정작 현실이 되니 내가 재현 꼬신다 꼬신다 꼬신다! 이런 마음 같은 거 1도 안 들었고 오히려 걍 착잡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안 가는데 뭘.. 마음의 준비같은 건 개나 줬지 아주.
그렇게 궁시렁 대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꿈속이든 현실이든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으로 사.이. 투어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갔던 곳 따라서 투어도는 마음으로.
소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리얼루 사.이. 드라마화 세트장인 줄 알았잖아.. 진짜 드라마화 되면 이렇겠구나. 엄청 리얼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도서실 이 세글자가 눈에 밟혔다. 여기는! 여기는! 바로 여주랑 남주가 운명적으로 얽히는 그 곳이잖어, 비밀의 텃밭과 해먹이 있고 봄에는 벚나무에서 흐드러지게 벚꽃 피는 정재현의 원앤 온리 스페셜 럭셔리 시크릿 플레이스를 갈 수 있는 건가. 수업시간이니까 아마 수업 듣고 있겠지,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터지겠는데 진짜 만나면 죽을지도 모른다. 얼른 다녀와서 흔적도 지워야겠다. 핸드폰은 왜 안 딸려온 걸까.
다행히 문 열려있었고 사서쌤 역시 자리비움이였다. 교직원 전체 회의라도 있는 건지 죄다 자리 비움이구만.
그래, 여주랑 남주가 어떻게 했더라? 우선 도서실에 들어와서, 맨 오른쪽 책장 옆 창문을 넘고, 뒷뜰 화단에서 서면 오른쪽 바닥에 있는 누런 바위 앞에 선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정확히 앞으로 여섯발자국 걷고 왼쪽으로 돌아서 스무발자국을 겅중 겅중 뛰면
"아아아아아악!!!!!!"
이거 진짜였구나, 눈 감은 채로 여섯발자국 걸을 때까진 괜히 코 끝 찡하고 설렜는데 뛰기 시작하니까 무섭더니 여주가 단 한 번도 멀쩡히 내려간 적 없는 그 마의 구간에 닿았는지 내 몸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풀썩-!
앞으로 거의 절하듯이 고꾸라져 쳐박혔다. 개아프다. 진짜. 그와중에 설레서 눈도 못뜨겠어. 존나 기대된다. 사랑을 나누던 재현이와 여주는 없겠지만 덕후인 나의 뜨거운 열정 온기 덕심은 있다. 근데 원래 이렇게 흙바닥이 푹신하고 따뜻하던가, 아무렴 재현이 낮잠 좋아하니까 매트리스 구해왔을 수도 있지! 그렇게 릴렉스를 한 오조오억번 외치고 심호흡을 했다. 훅훅. 이제 진짜 눈 뜬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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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니가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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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리 떨린다오 왜냐면 첫 글이거든여. 훅훅 재현이와 여주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