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구 남친을 다시 좋아하는 이유
“좋아해.”
“우리 헤어졌잖아.”
“그럼 다시 좋아하면 안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나 너 좋아한다?”
내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도운한테 가서 내가 널 좋아해, 그니까 너도 날 지금부터 좋아해! 하고 소리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수없이 했다. 상상에서만큼은 어떤 논리가 나와도 맞장 떠서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상상이고 이것은 현실이다. 현실에서 내가 저 소리를 했을 때. 도운이가 응 싫어.라고 한마디만 해도 쭈굴해질 내가 공개고백은 무슨. 아마도 그날 대숲에 올라오겠지. ‘오늘 예실 와서 고백한 사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도 함께 올라올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무자비하니까.
전남친을 아직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는 불과 세달 전에 헤어졌다. 사귄 기간도 무척 짧아서 사귀었던 걸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보다 적을 거라는 것에 무려 내가 천원을 건다. 아님 말고. 그걸로 맛있는 거 사먹으라지. 그랬던 우리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쩌다 너를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걸까. 나도 내 마음에 결론이 안 났는데 너한테 나를 좋아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다 도운이가 나한테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글쎄. 왜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전남친을 못 잊어서 좋아하는 것 말고, 다른 내용의 좋아함은 없을까. 나는 정말 못 잊어서 좋아하는 건 아닌데.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냥 가서 말하고 싶다. 앞뒤 안따지고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 도운이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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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