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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단편 1 : 어부바 | 인스티즈 


 

 

BGM - 노랑가방 (Agnes) 


 


 


 


 


 


 


 


 


 


 

단편 

: 어부바 


 


 


 


 


 


 


 


 


 


 

 젊을 때 다니는 여행이 최고의 인생 경험이라며 2년을 통째로 휴학해 반토막은 알바에, 나머지 반은 유럽 여행에 쏟았던 대학 생활. 제 값 주고도 못 살 그곳에서의 낭만은, 후에 시간이 흘러 다시 가본다고 하더라도 절대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그렇기에 후회는 남지 않았다. 큰 탈만 없다면 무사히 100년을 살다 갈 세상에서 고작 2년 쯤, 오로지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에만 제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고 운 좋은 일이기도 했지. 난 그 귀한 경험을 한 거고. 

 근데 참 아이러니한 건, 그 나이는 다시 안 돌아온다며 젊음을 즐기라는 꿈 같은 말을 뱉는 사람들의 마음은 판타지로 가득 차있지만, 그들의 이성만큼은 무서울 정도로 냉혹하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경력 단절' 다음으로 끔찍한 것을 고르라면 '전공 단절'이라는 말을 만들어 꼽을 수 있을 만큼, 취직에 있어서 나이라는 조건은 당락을 좌우했고 난 매번 그 소싸움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같은 포트폴리오, 같은 입상 경력, 같은 학점. 면접까지도 같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 동일선 상에서 추락하는 참새가 내가 되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꼭 죽으란 법은 없는지, 졸업하고 3년을 전전긍긍하다 어렵게 붙은 대형 출판 기업에서 수습 사원 딱지를 뗀 지 이제 막 한 달 째. 4개월 차 신입사원은 업무와 인간관계에 치이고, 또 그 외 잡일을 하느라 바빠서 미칠 지경인 상황이 그리 익숙하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던 때부터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통하는 공원에서, 족쇄처럼 느껴지는 구두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풀썩 옆에 벤치에 앉았다. 하루종일 높은 구두를 신고 부서를 뛰어다닌 탓에 아파죽겠는 발바닥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야 만 것이었다. 앞으로 몇 분은 더 걸어야 하지만 더 이상 일어설 체력이 없어, 멍하니 허공에 맨발을 둥둥 놀렸다. 생각없이 시간을 소모하다가 홀로 있는 고요한 공간이 서늘하게 느껴져 흘긋 시계를 보니, 시계 바늘이 마침 12시에 도달하고 내 입꼬리는 슬쩍 올라간다. 

​ 

 "아, 추어." 

​ 

 역시나. 내 앞에 익숙한 검은색 구두가 나타났다. 

​ 

 "다 큰 놈이 뭐해, 여기서." 

 "니는." 

 "나는, 뭐. 또 네 뒤치다꺼리하러 왔나 보지." 

 "본분을 잘 깨우치고 있네." 

​ 

 다리가 퉁퉁 부을 것 같이 아파올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주는 박지민. 퇴근했냐는 네 문자에 내가 기력이 없어 답장을 하지 못 하면, 신데렐라 같은 너는 12시 정각 쯤에 이 공원에 등장한다. 그때마다 차에서 슬리퍼를 챙겨와 내 앞에 내팽개치듯 던지곤 하지. 지금처럼. 

​ 

 "여기 공원은 주차 자리 널널하니 다행이지. 네 오피스텔 주차장은 입구부터 지옥." 

​ 

 많이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부산스럽게 등장한 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약하게 고개를 저으며 싫은 소리를 한다. 물론 진심은 아니다. 편하게 차로 태워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너만의 방식이었다. 며칠에 한 번 이렇게 야근을 면치 못할 때마다 넌 말을 조금씩만 바꿔 네 진심을 까칠하게 포장했다. 아마 넌 네가 꾸준하고 완벽하게 주차 투정을 하는 걸로 생각하겠지만, 너를 꿰뚫고 있는 내가 네 속을 모를 리 없다. 

​ 

 "앗, 차가. 완전 얼음장이야. 너 어떻게 앉아있냐." 

 "엉덩이가 무거우면 안 될 게 없어." 

​ 

 추위 때문에 팔짱을 낀 채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네가, 외로이 넘어져있는 내 구두를 주섬주섬 챙겨 벤치에 잠깐 앉으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일어난다. 그에 무미건조하게 상사에게 새로 연락 온 건 없나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대답하면, 다른 세계 사람 같다는 듯한 무언의 눈빛이 전해져오고 난 그 쓸데없는 신호를 자연스레 무시하곤 한다. 또 지금처럼. 

​ 

 "니 내일 뭐 하냐." 

 "엊그제 말했잖아. 소개팅한다고." 

 "야. 스물 후반에 무슨 소개팅이야. 맞선이지." 

 "앞자리 2면 아직 소개팅이야. 시비 털지 마라." 

​ 

 그냥 한 번 싱숭생숭해서 물어봤다, 뭐. 결국 앉지 못하고 계속 팔짱을 낀 채 서있는 박지민에게 괜히 불퉁하게 한 방 쏘아대니, 퍽 억울하지만 신경질이 난 기색으로 반문한다. 난 티비와 함께 하릴없는 주말을 보낼 예정인데, 넌 어떤 여자와 하하호호하며 보내겠구나. 짜증나게. 

​ 

 "오늘은 얼른 가자, 춥다. 어부바해." 

 "응." 

​ 

 네가 오늘도 내가 앉은 의자 밑으로 등을 보이면, 난 오늘도 네 목을 감고 슬리퍼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업힌다. 사실 요즘 별 것도 아닌 걸로 부쩍 네 신경을 살살 긁는 내가 미울 법도 하지만, 본인도 야근하고 왔으면서 꼬박 지치지 않고 챙기러 와주는 네가 참 신기하고 과분했다. 

  

 "야, 너 살 빠졌냐." 

 "그런가." 

 "일이 힘들어도 잘 처먹고 다녀야지. 몸 버려." 

​ 

 어두컴컴한 공원에 남자 구두 소리만 규칙적으로 옅게 울리다 조곤조곤한 네 목소리가 귀에 든다. 일이 너무 고된 탓에 잘 챙겨먹고 다닐 생각도 들지 않는 내 요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네가, 또 속되게 진심을 전한다. 하여튼, 입이 예쁘면 뭐해. 말을 못되게 하는데. 

​ 

 "내일 뭐해? 집에 있어?" 

 "나도 남자 만나러 나갈 거야." 

 "웬 남자? 남자 생겼어?" 

 "그런가 보지." 

​ 

 있지도 않은 남자 얘기를 하며 초딩처럼 유치하게 답하니, 네 목소리 톤이 경악스럽다는 듯이 높아지고 안 보여도 네 땡그래진 얼굴이 상상된다. 내가 남자 만난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본인은 잊을 만하면 때마다 소개팅 잡아서 여자랑 놀면서. 오늘따라 하얗고 부드러운 네 뒷목을 찰싹 때리고 싶어져서 그냥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더 대화하면 내 자신에게 화가 나, 죄 없는 네 어깨를 소심하게 한 꼬집 할 것 같았기에.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하긴 하다. 남들은 이르게 결혼하면 지금 내 나이일 텐데, 정작 나는 이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 여기엔 여유가 없었던 일상도 한몫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네가 그 지분을 독차지한다. 너한테 낯선 감정이 들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해보려 하지만 그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그냥 어느 날, 어느 순간. 저 멀리서 오는 너를 지켜보는데 가슴이 두근거려 어디 건강이 나빠졌나 싶은 생각이 들던 때. 아무렇지 않게 끼던 팔짱을 피하게 되는 이유를 점점 알아차려가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시도때도 없이 생각나는 네 얼굴을 전처럼 맘 편히 보지 못하게 됐을 때. 그때부터 나는 맘에 주문을 걸어대며 너를 그냥 친한 강아지일 뿐이라고 되뇌었다. 말 잘 통하고 웃는 게 귀여운 강아지. 맨날 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 

​ 

 "오~ 오랜만에 아버지를 다 뵈러 가고. 효녀네." 

​ 

 그리고 세상에 남자라면 아빠밖에 없는 줄 아는, 내 맘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강아지. 아무것도 모르고 놀려대며 웃는 너의 주말에 훼방 놓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그럴 명분이 없고, 혹시 그걸 너한테 말한다고 한들 우리 관계가 평생 지금 같을 수 있을까 싶다. 아쉬운 마음에 네가 눈이 삐어서 우리가 사귀게 된다는 상상을 잠깐 해보지만 그것도 언젠가 끝은 있을 테니, 그때의 우리는 분명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거라는 자명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죽기보다 무서울 것 같았다. 그래도 딱 한 번. 100번 정도 다시 태어나 같은 인생을 산다면, 마지막 100번째 삶에서 고백 한 번은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네가 날 받아주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제 오지 마. 나 업어주러." 

 "이번엔 또 왜." 

 "그냥." 

​ 

 말과 달리 네 목을 다시 고쳐 안으며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다. 나도 너처럼 진심을 숨겨보려고 하니 눈 앞이 금방 캄캄해진다. 아무도 모르게 눈을 감으면 모든 것들이 후회투성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쪼끄만 전학생이 꼬물꼬물 우유 팩을 못 까는 것이 귀엽다고 같이 놀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나보다 작았던 그때의 네가 축구화를 잃어버렸다며 울상 짓는다고 업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남들이 아무리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떠들어대도, 우리만은 그럴 리 없다며 안심하는 게 아니었는데. 

​ 

 "오늘은 또 무슨 심통이야." 

​ 

 널 좋아하는 게 아니었는데. 

​ 

​ 

​ 

​ 

​ 

​ 

​ 

​ 


 


 


 


 

​ 

​ 

 꼭 나중에는 아 내가 그때 왜 그랬지, 하며 너랑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젊은 날의 똘빡이 괜한 착각을 해 골머리를 앓았다고 키득거리며 날 놀려대고 있을 너를 상상해봐도 될까. 그래도 내가 대수롭지 않게 웃고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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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헐 .? 헐 ...!! 저 정도면 쌍방통행 아닌가요 ㅠㅠㅠㅠ으앙 ㅠㅠ... 지미니 너 왜 맞선보러 나가 ㅠㅠㅠㅠㅠㅠㅠ 바로 옆에 평생 함께 할 여자가 있는데에..!! 자까님 이러케 지민이 단편 들고와주시다니.. 완전 너무너무 기쁜데요 ! ㅋㅋㅋㅋ 비록 열린결말이지만 되게 신선했어요 ! 흑흑 .. 저는 제 망상으로 해피엔딩 시킬겁니당 ㅠㅠㅠㅠ(´°̥̥̥̥̥̥̥̥ω°̥̥̥̥̥̥̥̥`)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용 ㅠㅠ💜💜💜
5년 전
라잇나잇
세상에 요정이 실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독.자.님♥ 댓글요정 독자님 덕분에 단편도 더 막 쓰고 싶어지고 그러네요!! 항상 알라뷰합니다😍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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