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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난쟁이 전체글ll조회 825l 5

 

 


 

 

 

 

"위대한 영혼이여, 어서 오시오. 우리는 당신을 원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시인의 사랑 (poète de l'amour)
1

 

 

 

 

파리의 기차역은 언제나 그랬듯 소란스러웠다. 덜컹거리는 기차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공중에서 섞였고 그 소리는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낡은 건물들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하쉬쉬를 입에 문 채 기차에서 내린 한 소년은 소음 속을 헤치며 역을 벗어났다. 소년의 발걸음은 꽤나 가벼워 보였고 그가 하쉬쉬를 한 번 빨아들이고 내뱉을 때 마다 나오는 회색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소년은 계단을 오르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처녀들의 치마를 잡아당기거나 신사들의 귀에 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그들을 놀래키는 등의 장난을 치곤 했다.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들에게 소년은 그저 익살스러운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목적지에 가까이 온 듯 소년은 가볍던 발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얼굴에는 아직 웃음기가 남아있었다.
머지 않아 소년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고풍스러운 저택 앞이었다. 눈 앞의 저택을 올려다 보는 소년의 표정이 좀 더 밝아지더니 제 키의 두 배는 족히 될 법한 높이의 문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쥐고 문을 세게 두드렸다. 쾅쾅 소리와 함께 문이 흔들렸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고 사람이 나올 때까지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시죠? 하녀 한 명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며 소년에게 물었을 때 소년은 입에 물고있던 회색 연기를 내뿜으며 품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찬을 만나러 왔는데요."

 

 

 

 


소년과 마주 선 중년의 여인은 누가봐도 부르주아 임을 알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도 그러했지만, 소위 말하는 '있는 사람' 만의 가톨릭 적인 품격있는 행동이 그 이유였다. 그녀 옆에 서있는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중년의 여인은 자신의 집을 찾아 온 손님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
"디오."
"아, 그래요. 디오."


디오는 성의없이 대답하고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저택을 관찰했다. 여인은 그런 디오의 태도에 꽤나 당황한 듯 싶었지만 곧 그런 낌새를 지워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녀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마틸드에요. 찬의 아내죠. 저는 이 아이의 엄마구요."


디오는 저택을 구경하던 시선을 거두고 여인의 옆에 있는 마틸드와 눈을 마주쳤다. 시선을 조금 내리니 부른 배를 소중히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이 보였다. 디오의 한 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듯 싶더니 다시 마틸드와 눈을 마주치고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후─하고 연기를 내뱉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끼쳐오는 매캐한 연기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코와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그녀의 엄마 또한 놀란 눈으로 디오를 바라봤지만 정작 디오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찬은 금방 올거에요. 여인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디오에게 말했다.


"기차역으로 당신을 마중나갔는데 만나지 못 하셨……."
"계속 세워 두실 건가요?"


다리가 아파서요. 디오는 여인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소파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풀썩 앉았다. 여인과 마틸드의 시선이 디오에게 닿았지만 디오는 그 시선들을 무시한 채 다리를 꼬며 연기를 뻐끔거렸고 그런 그의 행동은 군더더기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려보이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를 물어봐도 괜찮겠는가."


디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닭고기를 포크로 몇 번 쑤시더니 이윽고 손으로 잡고 뜯어먹기 시작했다. 디오의 맞은 편에 앉은 마틸드와 그녀의 어머니는 탐탁치 않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으나 찬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디오에게 말을 걸었다. 디오는 입에 들어가 있는 닭고기를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열 여섯이요. 그의 대답에 찬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들고있던 나이프를 잠시 내려 놓았다.


"편지에는 스무 살이라고 적혀 있던 것 같은데."
"열 여섯이라고 쓰면 읽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쳐박힐 것 같았거든요."


디오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성의 없는 말투로 답했다. 찬은 그런 디오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스무 살로 알고 읽었을 때도 놀라운 시였는데 말이야. 찬은 다시 나이프를 들었고 디오는 지저분하게 먹다 남긴 닭고기를 그릇에 턱─ 소리나게 놓고는 하쉬쉬를 꺼내들어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를 내뿜음과 동시에 디오는 거한 트름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그런 행동에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건 찬 뿐이었다. 두 여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디오를 흘깃거렸지만 디오는 그들에게 조롱 섞인 비웃음을 보냈다. 곧 찬은 식사를 끝마치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 놓으며 냅킨으로 입 주위를 닦았다. 디오는 여전히 입을 뻐끔거리며 회색 연기를 허공에 내뱉고 있었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데. 찬이 디오를 보며 말했다. 디오는 하쉬쉬를 한 번 더 들이마시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물잔에 재를 털며 대답했다.


"견자見者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인 중 한 명 이었으니까요."
"그 말은 평소에 내 시를 좋게 읽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거겠지?"
"뭐, 그렇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시 가지고 탁상공론하는 취미를 가진 꼰대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디오의 말에 찬은 크게 웃었다. 웃고 있는 건 찬 하나였다. 디오 맞은 편의 두 여인은 살면서 한 번도 경험 해보지 못한 류의 성격과 행동을 지닌 한 소년에, 낮설음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눈빛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시선의 중심인 디오는 그저 턱을 괸 채 포크로 닭고기를 쿡쿡 쑤시고 있을 뿐이었다.

 

 

 

 

마틸드는 화장대 앞에서 머릴 빗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 온 방 안에 맴돌았다. 침대에 앉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를 읽고 있던 찬은 거울에 비쳐 마틸드의 시선에 닿았다. 마틸드는 뒤를 돌아 찬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읽는 거에요? 마틸드가 찬의 어깨를 뒤에서 감싸 안으며 물었다. 디오의 시. 찬은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여전히 길고 하얀 젊은 손을 찬의 어깨에 두고서 그가 읽고있는 디오라는 이의 시를 훑었다.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때 마다 그녀의 검고 고요한 머리카락들이 잘게 흔들렸다. 그 디오라는 사람, 조금 이상한 사람 같아요. 그녀는 찬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녀의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범주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디오였지만 그는 엄연히 찬이 초대한 손님이었다. 혹시라도 찬의 기분이 상할까 염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찬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저 검은색 잉크로 단정하게 더럽혀진 하얀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그녀의 말에 대답할 뿐이었다.


"아니. 그는 이상하지 않아."


비상한거지. 그들 옆에 있는 촛불이 미세하게 흔들림에 따라 침대 위를 덮고 있는 마틸드의 그림자가 조금씩 일렁였다. 그녀는 찬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래도 전 당신의 시가 더 좋아요. 찬은 그제서야 온갖 단어들로 더럽혀진 종이에서 시선을 떼며 자신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바라보았다. 찬은 둥그런 탁자에 종이를 내려놓고 마틸드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에게 키스했다. 젖어있는 두 입술이 부딪히며 방 안을 울렸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어 온 서늘한 바람이 촛불을 건들고, 하나가 된 그림자는 촛불을 따라 이리저리 일렁이기 시작했다.

 

 

 

 

 

 

 

 

-

poète de l'amour 의 뜻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하쉬쉬는 저 시대의 예술가들이 애용하던 흡연하는 마약의 일종이구요.

생각했던 것 보다 좀 많이 짧아서 당황 ;_;

 

 

 

*개인홈과 동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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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앟ㅠㅠㅠㅠㅠㅠㅠ읽고 있으면 흑백 속에 찬열이와 경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ㅠㅠㅠ 아니면은 빛바랜 사진의 색처럼...그렇게요ㅠㅠㅠ
11년 전
난쟁이
오오... 감사해요ㅠㅠ 비유 너무 좋아요 사랑해여 독자1님 엉엉 ;_;
11년 전
독자2
신알신 신알신!!!! 저 독방에서 봤었는데 난쟁이님 글이였네요ㅠㅠㅠㅠㅠ경수 성격이 무심한듯 쉬크.... ㅎㅎ 유럽배경 내용이나 글에 막연한 동경같은 거 있는데ㅠㅠㅠㅠ아으ㅠㅠ진짜 좋아요ㅠㅠㅠㅠ잘봤습니다 암호닉 받으신다면 반달로 할께요!!!
11년 전
난쟁이
오 보셨군요! 반가워요 ㅋㅋㅋㅋ 네 반달님! 댓글 감사해요 하트하트
11년 전
독자3
비상한거지. 라는 찬의 말이 확 와닿네요. 영화 토탈이클립스의 내용과 겹쳐지는 장면도 있는 것 같아서 상상이 되기도 하구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11년 전
난쟁이
오 토탈이클립스 보셨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고 아끼는 영화..ㅠㅠ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4
저 첸첸벌레 기억하시나요?ㅠㅠ지금봤네요ㅠㅠㅠ이번껏도 정말애정하게만드네요ㅠㅠㅠ작가님사랑합니당♥
11년 전
난쟁이
당연히 기억하죠!! 제생에 첫 암호닉이신데 ;_; 감사해요 첸첸벌레님!!
11년 전
독자5
토탈이클립스..보고싶었는데ㅠㅠ 더욱 보고싶게 하는 글이에요 경수도 찬열이도 너무 좋아요ㅠㅠ 흡.. 진짜 매력매력!ㅠㅠㅠㅠ
11년 전
난쟁이
토탈이클립스 기회되면 꼭 보세요 야하긴 해도 참 좋은 영화..ㅠㅠ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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