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만히 그가 강가에 달아준 커다란 타이어 위에 앉았다. 등을 가볍게 밀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고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너도 내가 이렇게 구차하게 네 생각이나 하면서 사는거 싫지?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지만, 그냥 내 마음대로 생각할래.바람은 슬슬 불어오지만 무거운 내 몸과 타이어를 이리 저리 움직이게 할만한 세기는 아니었다. 사각거리며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한 너의 마지막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가 사랑했던 검고 짙은 눈썹 밑으로 곧게 감긴 너의 두 눈과 남자다운 입매. 그리고 누군가를 구하던 그 순간에도 너의 손가락에 끼워져있었을 반지. 그리고 드디어 눈물이 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네가 그립고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너를 사랑해. 너 없는 이 곳에는 모두와 함께 있어도 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사랑해 승현아. 속삭이듯 말하는데 불현듯 여긴 사람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딱 좋다던 네 목소리가 머리를 스친다. 그래서 사랑해 승현아! 소리친다. 눈물과 섞인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저 산을 넘어가지 못하고 내 마음과 네 몸처럼 산산조각난다. 이런 내가 어떻게 홀로 살아갈 수가 있겠어? 나는 두려움에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는다. 절대 헤어지지 않아. 천천히 상체를 수면으로 기울인다. 그런데 사실 너무 무섭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싫다면서 그 세상을 떠나려 밧줄을 꽉 붙잡는 내가 너무 역겹다. 하지만 곧,사랑해 승현아. 나는 손을 놓는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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