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8시 반, 민윤기 황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황자는 지난 13일 독일에서 열린 G9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끄러"
"시끄럽다구요. 아 진짜"
"아 거 비서양반~
황자님께서 거 테레비가 시그럽다 하시지 않소~"
"황자마마께도 중요한 뉴스이니, 구태여 시끄러움 더하지 마시고 가만히 입 닫고 가시지요."
"아니이.. 나 그래도 황잔데.. 막 입 닫으라 그러구.."
"하.. 이다지도 황자의 권위가 떨어져서야, 백성들이 나를 어찌 믿고
이 험난한 세상에 두 발 딛고 굳건히 설 수 있단 말인가.."
"나 황자 못해애애애애애액!!!!! 아니 안 해애애애애애ㅐㅇㄱ!!!!!
"분부하신대로 TV 껐사옵니다. 황자마마."
"그냥 볼륨만 줄이셨어도 되는데, 뭐 고마워요ㅎ"
〈황자로운 생활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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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제가 처음 황궁에 입궁했을 때, 저는 세계 최강 비서관이 되리라는 부푼 꿈을 품고 있었답니다. 당시 대한제국은 1998년 러시아가 새로이 참가한 이후 한 번도 추가된 적 없는 G8 국제회의에 참가국이 되어 G9를 구성하고, 국가 경제도 호황을 누리며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을 펼쳐나가는 국가로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26세의 젊은 엘리트, 민윤기 황자님이 계셨죠. 그런 황자님의 비서관을 뽑는다는 공고에 각국에서 지원자가 몰렸고, 거의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저는 황자님의 비서관으로 발탁되어 제 꿈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세계의 리더가 되실 분의 비서관이 되었으니까요.
처음에 황자님은 뉴스에서 보던 그대로의 모습이셨어요.
황자님은
"민생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가져오세요."
업무에 있어서는 언제나 카리스마를 잃지 않으시고
"저 오늘 자료 좀 찾아보다 갈게요. 먼저 퇴근해요."
그 어떤 공직자보다도 깊은 열정을 쏟으시면서도,
매 순간 민생에 좀 더 가까워지려 노력하시는 분이셨죠.
적어도 궐 밖에서는.
정확히 말하면 황자께서 머무시는 동궁전 밖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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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비서관이 된 후 1년 정도는 시보 기간을 가지면서 일을 배우고, 1년이 지난 후에 정식으로 황궁에 입궁해 황자님을 더욱 가까이에서 보좌하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광화문을 지나 제 처소에 짐을 풀고, 황자님을 뵙기 위해 동궁전 문을 딱 여는데,
황자께서 웬 망측한 춤을 추고 계시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