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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엑소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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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들이 떠나간 정전에는 자리를 뜰 기미도 없이 옥좌에 앉아있는 정국과 마른 침을 삼키고있는 석진 그리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정적만이 남아있다. 기분이 좋지않은 듯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정국의 표정을 살피던 석진은 다른이는 들을수없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쉰다.

적어도 석진이 아는 정국, 그는 10살이 되던 해를 기점으로 감정을 표출하는데 아주 무딘 사람으로 변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무표정이라는게 감정이라 할 수 있다면 두가지만을 남긴 채 다른 것은 다 지워버렸나 싶을 정도로.그는 대게 싸늘하다 느낄 정도로 무표정한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아주 가끔씩 무언가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표정을 불러오는 건 거의 정전을 드나드는 신하들이라는 걸 석진은 알고있다. 지금도 아까 전 한 신하가 꺼낸 말이 계기였기에.







[방탄소년단] 안개비 07 | 인스티즈 

 








"전하, 소식을 들은지는 오래되오나, 명국의 공주를 궁에 들이셨다 들었사옵니다."




"예. 지금 올라오기엔 꽤 늦은 소식이긴하네요. "




정국은 무신경한 눈으로 수많은 신하들 중 앞으로 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나이가 지긋한 대신을 쳐다본다. 정국은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를 내나 속으로는 또 저 양반이네.하며 진절머리를 내고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앞에서 말을 꺼낸 대신은 평소에도 정국이 무슨 말만 하면 사사건건 반대를 들고 일어나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정국의 말대로 되긴했지만, 그런 골치 아픈 혹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가 저런 말로써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의 화두를 트는 이유를 정국은 대충 알고있었다.


그에게는 딸이 한 명있다. 그것도 정국과 나이가 비슷한. 


언젠가 그와 정국이 사적으로 얘기를 나누게되었을때, 그는 그런 말을 꺼낸적이 있다. 자신에게 혼기가 가득찬 여식이 하나있는데, 그 아이가 아주 명랑하고 총명하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뭐, 그런 말. 지금과 다름없이 그때도 정국은 나라를 위해 혼인을 하셔야합니다- 매일 읊어대는 신하들로 인해 혼인으로 골치를 썩고있었기에, 여식이라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그의 속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내 여식과 혼인을 해 사돈을 맺는 것이 어떻냐- 


물론 혼인을 해서 정국에게 손해가 갈 것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이지. 
그는 청국에서 왕실을 제외하고 권력으로 제일 가는 집안 다섯을 꼽아보라하면 그의 집안을 빼고 다섯을 꼽는 이는 없을 정도로 이 나라에서 꽤나 권세있는 집안의 사람이었고, 그런 그의 집안과 사돈을 맺어 관계를 돈독히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정국에겐 이익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정국은 그리하지 않았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크게 두가지 이유로 답할 수 있었다. 


첫째는 어린 나이에 즉위한 정국을 만만히보고 그가 모를거라 뒤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그에게 더 큰 권력을 쥐여주고 싶지않았음이고, 둘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부터 보고 배운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의 허무함이었다. 정국의 주변에는 굳이 그의 집안이 아니라도 석진의 집안을 중심으로 왕권을 강력히 뒷받침해주고있는 이들이 많았고, 만약 사돈을 맺게된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궁에 들어와 죽기전까지 외로이 살아갈 그의 여식이 불쌍하다 생각했다.


이미 국방이며 민생이며 밀려드는 정사들로 눈감을새도 없이 바빴던 정국은 그녀를 사랑해 줄 자신도 없었으며,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해도 그 마음이 영원할 거라는 자신도 없었다. 자신이야 마음이 변한다면 아버지가 그랬듯 새로운 여인을 맞으면 되겠지만, 그녀에겐 자신만큼 그리 쉬이 다가올 일이 아니란 걸 알고있었기에 정국은 그의 제안을 무시했고, 그와 비슷한 다른이들의 제안또한 거절하며 그리 살았다.




그런데 자신이 갑자기 명국의 공주를 데려와 왕후로 삼겠다고 했다는 소식에 그는 어이가 없었겠지.



한번 거절당했지만 언젠가 자신의 여식을 꼭 올리리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자리를 갑자기 패전국의 공주가 가로채간다니, 믿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 말도 안되는 소식이 진짜라는 걸 확인하고난 후엔 아마 마음이 조급해졌을거라 감히 추측할 수 있다.

이때까지 그가 조용히 있었던 이유는 그의 여식이 차지하진 못했지만 다른 이 또한 아무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텐데, 갑자기 위협받는 왕후의 자리에 아마 속이 타들어가겠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리도 다른 신하들이 많은 자리에서 대범히 저런 말을 꺼내는 것이겠고.






"혼인을 목적으로 궁에 들이셨다 들었사온데, 드디어 혼인을 결심하셨다니 정말 국가의 경사가 아닐수 없습니다. 다만... "




"……"




"전하의 뜻이 다 있으시겠지만 망국의 공주를 왕후까지 삼는다니, 청국의 위상이 얼마나 하락할지 조금 염려되옵니다. "






청국의 위상이 아니라, 자신의 여식에게 돌아가야할 왕후의 자리에 대한 염려겠지.정국은 나라를 걱정하는 척 잘 포장된 말을 내뱉는 그가 그저 어이가 없다.
수많은 신하들로 가득 찬 정전이지만 들리는 것이라곤 그들의 숨소리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공의 말씀을 들어보니 공주가 꽤 탐탁지 않으신가봅니다. "




"제가 어찌 감히 전하의 여인께 그런 불경한 마음을 품겠사옵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주께 전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야할 왕후의 자리를 하사하실만큼 그분이 중요한 분이신가입니다. 전하의 결정을 탓하는 것은 결코 아니나 지엄한 왕후의 자리를 나라를 위해 결정하시는 것이 청국의 발전에.."




"그럼 공주 대신 누구를 왕후에 세우는 것이 나라를 위한 결정이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명국의 공주 대신 누가 왕후에 올라가는 것이 좋을지, 공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청산유수 말을 쏟아내던 나이가 지긋한 대신은 뜻밖의 정국의 질문에 사고가 멈춘 듯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의 뒤로 웅성거리는 다른 신하들 사이로 한 신하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부족한 소신의 생각이오나, 지금 앞에 서있는 백유의 여식이 총명하고 그 성품 또한 어질다 들었사옵니다."





"그렇단 말입니까. 공의 여식이 이리도 왕후로써 촉망받는데 공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왕후가 되기엔 한참 부족한 아이이오나,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누가 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가르치겠습니다."





"그럼 됐네요. 지금 당장 그대의 여식을 입궐시키고, 혼인식을 준비하라 하죠. "






이게 무슨 뜻밖의 행운인가. 그저 왕후의 자리를 계속 비워두고싶어 말을 꺼냈을 뿐이지 자신의 여식을 그자리에 올릴 의도까지는 없었던 나이가 지긋한 대신은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그리도 자신의 제안에 한결같이 거절을 표하던 정국이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겨 저런 말을 하는건지, 마음 한구석에선 작은 불안이 피어오르나 당장은 기쁨이 더 크기에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드디어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는구나.





"아, 물론 그리도 총명하고 어진 공의 자식에게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마는, 이 나라의 지엄한 왕후가 될 이에게 청국의 위상을 떨어뜨릴만한 일은 없겠죠? "





"네...?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무슨 뜻으로 저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의미심장한 정국의 질문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던 그의 마음에 작게 피어오르던 불안이 이리저리 번지기시작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나,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안타까워하며 그를 달래는 듯한 정국의 말투에 서서히 번지던 불안이 결국 확신이 되어 그를 뒤덮는다.
내가, 정국을 너무 만만히 보았구나.





"석진공, 지금 당장 백유의 가문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라 하세요. 왕후가 될 이가 있는 가문이니, 어느 하나라도 빠뜨리지않게 아주 철저히 진행해야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하들은 백유에 대한 연민의 마음에 쯧, 혀를 차다가도 그 감사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느 나라의 높은 관직에 사소한 비리하나 저지르지 않은,그것이 설령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털어서 먼지 한 톨 나오지않는 관리가 있겠는가. 백유는 권력에 대한 조급함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집안까지 망치는구나.

그리고는 생각했다. 저것은 정국이 백유를 희생양으로 삼은 자신들을 포함한 다른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감히 왕후의 자리에 오르고싶다면, 그 값을 아주 혹독히 치른 뒤에야 올라갈 수 있을거라는 경고. 그것도 물론 그값을 치른 뒤 목숨이 부지되어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그렇게 평소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고민하던 백유를 왕후의 자리와 엮어 한번에 보내버린 정국은 분명 기분이 아주 좋아보여도 모자랄 판에 어딘가 굉장히 맘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있다. 그런 그에게 오늘 날아든 상소문들을 읊어야하는 석진은 아주 죽을맛이다. 자신의 옆에 있는 탁자에 얹어진 상소문들을 한번 힐끗 쳐다본 석진은 내일로 미룰까 잠시 생각하다 내일이라고 다르겠냐며 가장 위에 놓여있던 상소문을 하나 집은 뒤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연다.





"전하, 오늘 도착한 상소문입니다. "





"아,네. 말하세요."





상소문을 펼친 석진은 또박또박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글을 읽어내려간다.





" 미호지역으로 얼마전 편입된 명국의 백성들 중 일부가 물건을 훔치고, 상인들에게 주먹을 휘두른 뒤 도망쳐 대부분의 주민들이 아주 큰 불편을 겪고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사소한 일로 치부하였으나, 점점 그 강도행위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기에 미호지역의 모든 백성들은 명국인들의 편입에 절대 반대..."





"됐습니다. 다음."





"관령지역에 치료약조차 찾을수 없는 끔찍한 역병이 돌고있습니다. 명국인들을 매도하려는 건 아니나, 그 병의 발병시기와 명국인들이 관령으로 들어온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걸로 보아 명국인들이 병을 몰고 온 것으로..."





"다음."





" 소한지역으로 편입된 명국인들의 퇴출을 요구합니다. 노비로써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은 채, 음식을 훔쳐 달아나는 일이 빈번..."





"명국백성들에 대한 상소문은 빼고, 다른 것부터 말해주세요."




계속해서 연이어지는 비슷한 내용의 상소문들에 정국은 고개를 살짝 숙여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석진을 바라본다. 명국백성이 관련되지 않은 상소문을 말해달라는 정국의 요청에 손에 있던 상소문을 내려놓은 석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채 아무것도 읽지않는다. 이 많은 상소문 중 명국백성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




"전부 명국백성들의 퇴출을 요청하는 상소문입니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정국은 기가 찬 듯 얕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다. 

저 수많은 상소가 전부 명국인들에 대한 것들이라니, 그들이 청국에 들어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심지어 모든 명국인들이 청국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두 나라의 경계에 있는 지역의 주민들만 이주했을 뿐이었는데.





"강도를 일삼는다는 건 그들 때문이라고 쳐도, 역병이 도는 게 어찌 그들의 탓이 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분명히 동등한 청국백성으로서 그들을 이주시키라 명시했거늘 어찌 노비라는 말이 상소에 오르내리는 겁니까?"





격분한 목소리로 석진을 쏘아붙이던 정국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고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키려하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상소문을 미리 한번 검토했던 석진은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정도가 심한 정국의 반응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그가 목소리가 높아질만큼의 분노를 보이는 것은 정국의 어머니의 장례식날 이후 이번이 딱 두번째였기에.





"이제 고작 한나라를 시작했을뿐인데."





어찌 이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는지...정국은 속이 답답한 듯 연신 한숨만 내쉰다.

언젠가부터 그의 목표는 모든 나라를 통일해 황제가 되는 것이었다. 언제라고 정확히 집어말할수는 없지만 굳이 따져보면 명국의 왕이 어머니의 장례식에 다녀간 이후부터였다. 그는 사실 스스로의 결단으로 왕이 된 것은 아니다. 그저 남아있던 왕실의 혈통이 자신 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레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일 뿐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고 그렇게 말할수있다. 그런 그에게 처음부터 재위 기간 동안 이루고싶은 목표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는 사실 즉위 당시엔 삶의 이유 또한 잃은 상태였다.


가족이 전부였던 그에게 8살 이후의 삶은 그 어린나이의 그가 느끼기에도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매일같이 후궁들의 궁을 드나들며, 어머니의 방에서는 새벽 내내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주변을 둘러봤을땐 어머니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밖에 없었기에, 정국의 유년은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그 어둠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가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모든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것 하나뿐이였는데, 그 믿음의 끝은 다신 돌아올수 없는 아버지의 죽음 뿐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까지. 한순간에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후엔 끝을 알수없는 허망감이 그를 뒤덮었다. 한나절을 쉬지않고 울부짖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기고간 유일한 유산인 왕의 자리를 보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머니와 내가 평생 원했던 건 아버지의 존재 하나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서 자신한텐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리 하나만을 남겨놓고 가셨냐고.



그런 그에게, 왕으로서 살아가야할 새로운 이유를 제시해줬던 게, 명국의 왕이었다.

10살 이후로 한번도 청국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던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방문해 그를 찾아왔을 때 정국은 잠시 당황스러움을 느꼈으나, 그것에 신경 쓸 만큼 마음에 여유가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그것을 걸고 넘어가지않았다. 그래도 한 나라의 왕이니 이런 자리에는 참여해야겠다 싶어 온 것이겠지, 저녁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겠지 생각했으나, 예상은 빗나가고 그날 밤 그는 혼자서 슬픔을 쏟아내고있던 정국의 방에 찾아왔다.

정국은 한참을 울어 충혈된 눈가와 축축한 목소리로 그를 맞았다.




"...청국까지 오실줄은 몰랐는데, 이리 친히 방문해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왕과 왕후가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떴는데, 어찌 찾아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가 전하의 즉위까지 겹쳤고. 



들고있던 차를 한번 들이킨 명국의 왕은 잔을 내려놓은 후 정국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나, 초점없는 눈으로 다른 곳만 보고있던 정국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정국을 한번만 봐도 대화를 계속 이어갈 상태가 아니었음을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었지만, 명국의 왕은 그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왕후는 운이 좋더군요."





"......"





"어느 나라에서 지아비에게 버림받은 왕후의 장례를 이리도 성대하게 치뤄준다는 말입니까. 함께 죽은 게 다행일 정도입니다."





저게 그 왕후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아들의 앞에서 할 말이던가. 계속 멍하니만 있던 정국은 충격적인 그의 말에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닐까 믿기지않는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본다. 정국의 얼굴만 보다 드디어 정국과 눈이 마주친 명국의 왕은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냐는 듯 이마를 살짝 올리며 웃는다.





"왕후에겐 과분한 죽음이지요."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비참히 여생을 살다 그가 죽자 며칠 뒤 따라죽었다... 어느 곳의 설화라 해도 믿겠습니다."





정국은 여전히 지금 듣고 있는 말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그의 입에서 나오고있는 말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진짜라면 이 남자는 무슨 억한 심정이 있길래, 이런 날에 굳이 이 곳 까지 찾아와 나에게 나의 어머니를 능멸하는 말을 하는 것인가? 아직도 모든 게 멍하다. 울다 지쳐 쓰러져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현실에 대한 지각이 흐릿하다.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정국을 쳐다보던 명국의 왕은 남아있던 차를 끝까지 들이킨 후, 챙, 소리가 나게 찻잔을 내려놓은 후 고개를 살짝 저으며 쯧, 혀를 찬다.





"아직 어린 나이라 그러신지 슬픔이 잘 추스려지시지 않으신가봅니다. 즉위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으셨으니,그럴수도 있다 생각합니다만,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신다면..."



성난 민심으로 인해 어머니 뒤를 따르실수도 있겠네요.




코웃음을 친 그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라는 말만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한 말들을 정국에게 떠넘긴채 방을 떠났다. 홀로 방에 남겨져 한참을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가만히 있던 정국은 서서히 그가 남기고 간 말들이 악몽이 아니라 현실임을 알아챈다. 미친 사람. 세상에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만큼 추악하고 끔찍한 사람. 그날 밖에서 정국의 분노를 들은 사람들은, 아마 모두 한결같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가 울부짖는 소리는 좌절과 분노 그리고 다른 모든 감정들이 섞여있는 절규에 가까웠다고, 아주 처절한 절규.



그날 이후로 정국에겐 하나의 목표가 생기게 된다.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능멸하고 간 명국의 왕에게 자신이 겪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혹독한 절망을 안겨주는것.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정국은 왕으로 살아야만 했고, 왕이라는 자리가 그에게 남아있었다는 것을 전과 달리 다행으로 여겼다.


그는 많은 생각의 끝에 명국 정벌을 결심하고, 그 후 명국의 왕을 죽이기를 결심한다. 물론 자신처럼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한명씩 없애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명국의 왕후는 죽은 뒤였고, 그에게 자식이 있다는 건 알지 못하던 때였다. 

목표의 실현을 위해 자세한 계획을 구상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는 끔찍한 혐오의 감정은 그대로였으나, 조금 더 다듬어진 형태의 감정이 따라왔다. 감정의 정제는 정국이 복수 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돌아보게하는 계기가 되었고, 복수를 위한 명국 정벌에서 더 나아가 청국을 위한 다른 나라의 정벌까지 꿈꾸게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 그가 세웠던 목표를 달성한 현재의 정국을 지탱하는 유일한 목표가 되었고, 그것을 이룬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수 없었으나, 아무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이루는 것 뿐이라고 단언할수 있다.


석진은 가끔 이루기 힘든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세우는 정국이 가련하다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때 그는 성숙해져야만했고, 주변이들이 안겨주는 사소한 행복에 웃음 지을때 그는 누구하나 의지할 사람 없이 한시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환경 속에서 버텨야만 했다. 그나마 석진과 태형이 그의 곁에서 그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했지만, 그가 자라온 배경이 섣불리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최고의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왕이 어디 불행할 틈이 있냐고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그는 충분히 불행하고, 가련한 사람이었다.




석진은 그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의 불행을 흔적도 남지않게 덮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전하."




"...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이루려고 하시지마세요."




"......"




"한번에 많은 걸 처리하는 것보다, 한개를 정확히 마무리하시는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추상적인 석진의 말을 정국은 한참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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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화를 실수로 올렸다가 삭제하고 다시 올렸는데... 
처음 올린거에 구독료가 설정되어있었는데 한 분이 읽으셨더라구요...죄송합니다 어흑흑...
그래서 오늘은 구독료 5했읍니다...0도 아니고 왜 5냐하면 왜냐하면 몇분이나 제글을 읽으시는지 궁금하기 때문...
제가 랜선으로 드릴수있는...ㄱㅏ장큰사죄입니다...제마음 아시죠?

 


+)자꾸 신알신 울려서 죄송합니다...이게 왜...저번에도 그렇ㅎ고...모바일인티 새글에 안올라가는지.....................
굉장히....당혹스럽네요.......이제보니 글도 메모장에서 복붙 두번이나했네요 일분도 안됐는데 대체 실수몇개를 하는건지...저는진자어휴진짜...
또심지어 미리보기 사진에는 밑에 짤이 뜨네요 어휴진짜어휴 공간스런 혼란입니다...


 

 

[방탄소년단] 안개비 07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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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명국왕 진짜 제가다 ㅂㄷㅂㄷ이네요 소중한 정구기한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27
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몰입해서 읽어주시니 저는 행복합니다 감사해요💜
5년 전
독자2
작가님 재밌어용옹 잘보고있습니당!! 신알신울리면 저는 행복합니다아
5년 전
27
감사합ㄴㅣ다...💜 신알신 자주 울려드릴수 있게 노력할게요!!
5년 전
독자3
요즘 자까님 글 보는 재미로 삽니다ㅠㅠㅠㅠ글 넘 제 취향저격 탕탕ㅜㅜㅜㅜㅜㅜ
5년 전
27
초라한 제 글을 보는 재미로 사신다니...너무 감동이에요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92.193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ㅜㅠㅜㅠ
5년 전
27
재밌게 읽어 주시면 저는 행복합니다 감사해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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