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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훈. Jekyll

Jeykll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라고 믿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그 마음이 깨져버리고, 내 눈 앞엔 당신이 보이지 않지만

난 지금 이순간부터 당신을 그 누구보다 독실하게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넓은 자비로 제 소원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돌아가고 싶습니다. 단지. 우리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으로 저를 되돌려 주십시오.

당신을 믿지않은 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나를 되돌려 주십시오.

돌아가고 싶습니다. 단지. 그 뿐 입니다.

그 시간. 나와 아이가 행복했던 그때가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

그날, 처음으로 우리 둘의 하나뿐인 공통취향을 미친 듯 저주했던 날이었다.

우리 둘은 소극장의 공연을 즐거워 했다. 사람들의 수요가 적다보니 공연장 안은 언제나 한산했고, 우리는 마음껏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선호하던 데이트 코스였다.

아직까지 겨울이 다 가지 않은 보슬비가 내리던 봄날, 약속시간에 항상 10분, 20분 정도를 늦는 나는 그날도 너의 뚱한 전화통화를 들으며 소극장이 있는 골목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오늘도 이렇게 늦을거예요? 나도 그냥 공연 시작하면 올까보다.."

"미안미안, 일이 늦게 마쳐서. 오늘 공연 다 보고 맛있는거 먹자 아가."

"피. 알았어요. 얼른 와요. 나 공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

그날, 내가 10분. 아니 5분만 더 일찍 너를 만났더라면..

극장 앞에 도착해 두리번거렸지만 네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 극장 앞에 서 있었지만 5분이 넘도록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극장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라는 낯선여자의 목소리만 들릴 뿐, 끝내 네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공연시간은 지난 지 오래였고 점점불안해지기 시작한 손을 입에 가져다댈 때, 극장 옆 어두운 골목에서 누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바지를 붙들고 순식간에 내 옆을 지나치는 순간, 훅 끼쳐오는 악취에 그를 쳐다봤다.

그는 나를 흘끗 돌아보더니 서둘러 모습을 감췄다.

쓰레기통에서 뒹군 악취가 아니었다. 순간 머물렀던 그의풀린 눈까지. 모든걸 본 순간, 사고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그가 나왔던 골목안으로 미친듯이 뛰어갔고, 골목으로 들어가 몇 걸음 떼지 않아 너를 찾게 되었다.

"어.. 어? 아가.. 아가?"

내가 선물했던 새하얀 니트는 흙탕물에 뒹굴고 찟겨져 원래의 모양을 잃은지 오래였고,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전혀 씻겨내려가지 않은 붉은 선혈이 너의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갑게 젖어있는 너를 정신없이 흔들었지만 너는 날 눈에 담지 못했다. 그제야 너를 업고서 미친듯이 뛰어 거리로 향했다.

어떻게 찾았는지도 모를 병원에 너를 눕히고 떨리는 손가락을 애써 진정시키며 하나하나 번호를 눌렀다.

"어..어머니. 어머니 아가가.. 일훈이가 많이 아파요.. 아파요 어머니.."

너의 어머니는 서둘러 아버지와 병원으로 왔고, 너는 여전히 날 담지 못하고 있었다. 검사가 끝난 뒤, 몸에는 이상이 없지만 충격으로 네가 눈을 뜨지 않을 수 있다는 무서운 소리를 의사가 전했다. 어머니는 주저앉았고, 아버지는 그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 온 어머니는 내게 욕을 하지도 못하셨다. 그냥, 그냥 차라리 욕을 하면서 내 뺨이라도 때렸으면, 그랬으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그저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실 뿐이었다. 아버지 역시 망연자실하게 나와 네가 있는 병실만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우리 일훈이.. 일훈이 어떡하니 원식아.. 원식아.. 오랜만에 너 본다고.. 갔는데.. 갔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한숨만 쉬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아이가 생각나 어머니를 부축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렸을 적. 이사를 왔다며 떡을 돌리던 신혼부부.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던 15살의 그날. 5살배기 아가 너를 업고서 엄마,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을 뜨시던 어머니, 20살이 되자마자 내 잔에 소주를 꼴꼴꼴 따라주던 아가 너의 아버지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생각이 나 그저 어머니를 안고 토닥이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일훈이 일어나면.. 일어나면 잘 돌봐줘 네가 옆에 있으면 괜찮을거야"

"정말.. 괜찮을까요?"

어머니는 눈물을 매단 채 힘겹게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럼. 일훈이가 얼마나 널 좋아하는데..

정말.. 나를 바라봐주기만 한다면, 그래준다면 나는 내 영혼을 팔아도 행복할 텐데. 네 앞에서 제발 네 눈에 날 담아주길, 내게 무슨말을 해도 좋으니 날 내치지만 않길 빌었다.

하지만 신은, 아니 신이 없는 현실은 냉혹하고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3일만에 너는 눈을 떴다. 그리곤 나를 네 눈에 담았을때, 너는 악을 쓰며 울었다.

"저.. 저 사람 좀 내보내. 내보내 엄마! 저 사람 내보내라고!"

심장을 도려낸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아가는 날 차갑게 뿌리쳤다. 어머니는 널 설득하려 했지만 난 그저 문고리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나를 붙잡았지만 나는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보이며 날 잡은 어머니의 손을 살며시 떼어냈다.

"아가.. 아가 내가 많이 미안해. 미안해 아가.."

너는 끝까지 날 등진 채 여린어깨를 떨고 있었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너에게 다가갈 수 조차, 따뜻하게 안아줄 수 조차 없는 나를 자책하며, 그렇게 나를 내친 너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잠이 들 시간에 맞춰 너를 보러 병원에 들렀다. 그때도 똑같은 시간. 네가 곤히 잠든 새벽에 병실의 문을 열었다.

조그만 달빛이 비추던 그 병실. 문을 열자 너는 누워있지 않았다. 자지 않고 있던 너의 모습에 문을 닫으려 했지만 순간 내 눈에 비친 네 손목에 문을 열어제끼고네게 달려갔다. 너는 멍한 두 눈에 새까만 하늘을 담으며, 몇번이나 시도했던 손목의 상처에 다시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얼른 다가가 네 손을 잡았지만 내쳐버리는 너를 붙잡아 끌어안았다.

"아가. 아가 왜 그래. 왜 아프게 해. 응? 아가. 착하지. 그만하자, 그만. 응?"

아이처럼 엉엉 울지도 못하고 끅끅대는 너를 마냥 끌어안고서 토닥였다.

"아저씨, 아저씨 나 더러워. 더러워. 오지마요. 응? 오지마"

"미안해 아가. 아가 아저씨가 미안해"

몇번이나 밀어내는 너였지만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너는 마지막엔 그저 어깨만을 가늘게 떨 뿐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아저씨가 너무 미안해.."

"아저씨. 나 더러운데, 나 더러워서 아저씨를 안을수가 없는데,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자신의 더러운 몸에 내가 닿을까 나를 필사적으로 밀어냈던 것이고, 그 모습에 나는 너를 더 꼭 끌어안았다.

"아가, 아가 괜찮아. 아가 하나도안 더러워. 아가 너무 깨끗해. 괜찮아. 울지마. 쉬. 착하지? 울지마."

"흐윽. 흑. 아저씨. 나. 사실 아저씨가 너무 보고싶었어. 꿈에 그 무서운 사람이 나올때도, 치료할때도, 누워있을때도 아저씨 생각이 너무 났어. 근데. 나는 더러우니까, 아저씨 몸에 닿으면 안되니까.."

"쉬, 착하지. 괜찮아. 그만해도 돼. 아가 그만, 그만하자. 우리 힘든거, 그만하자"

숨이 넘어갈 듯 말을 이어가는 아가를 토닥여줬다.

-

신이 있다면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돌려주세요. 이 악몽같은 시간을. 그럴 수 만 있다면 제 모든걸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이 여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워요. 제가, 제가 다 짊어지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이 악몽같은 시간을 되돌려 주세요...

아이를 안고서 신을 불렀다. 가혹한 신은, 내 마지막 부탁을 들었을까..

-Fin-


 

이정재 X 이홍빈. My Star

"2015년 국제 영화제. 올해의 신인상은. '어느 황제의 고백'의 이홍빈 씨. 축하드립니다"

그저 아저씨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때문에 아저씨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을 자각하지 못했고, 웃으면서 떠밀어주는 동료 배우분들과 선배님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어리둥절한 채로 시상대로 올랐다. 아저씨의 미소짓는 얼굴과 손에 들려있는 트로피와 꽃다발. 그것들이 내 품에 들어오고 아저씨가 나를 안아 줄 때까지만해도 전혀 이 상황들이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수고했어 아가. 이제 시작이야. 아저씨 따라오려면 아직 한참 더 걸어야 하는거, 알지?"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 아저씨는 카메라의 각도를 오묘히 피해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그제서야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실감했다. 그리고선 눈가에 차오르는 눈물들을 벅벅 닦아내고 웃으며 소리쳤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도 기나긴 시간이 필요한 길일테니. 더욱 더 열심히. 힘차게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돌리고서 아저씨를 바라봤다. 아저씨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고, 나 역시 아저씨를 따라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같이 웃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처음으로 손에 쥐게 된 트로피. 그 트로피를 안겨줬던 내 하늘같은 연인. 나는 앞으로도 그와 함께 발맞춰 걸어나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겠지. 그러면 아저씨는 잠시 걸음을 늦춰 나와 같이 걸어가려 할 것이다. 황홀했던 그날의 밤. 우리에겐 잊지못할 하나의 추억이었다.

-Fin-


 

안녕하세요ㅎㅎㅎㅎㅎ 오랜만이에요ㅠㅠ 엉엉ㅠㅠㅠㅠ얼른 수능이 끝나버려야지 원.. 정말.. 요즘은 써지는 글도 없어서 예전에 썼던 글만 올리고 있네요.. 픂픂ㅍㅍ.ㅠㅠㅠㅠ재밌게 봐주시고.. 허헣ㅎㅎ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어서!!! 저..저 다시 필명을 바꾸려고 해요... 8ㅅ8..ㅠㅠㅠ 필명에 커플링 이름이 있는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뻐서 썼는데 너무 생각없이 쓴 거 같아서 계속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바꾸기로 결정을 했답니다ㅠㅠ 이번주 토요일에 글 한편과 함께 바꾼 필명으로 돌아올게요!!!ㅎㅎㅎㅎ 예전에 썼던 글은 다음주 토요일에 모두 바꿀 예정입니다!!ㅎㅎ 아아, '아가야'는 지금 필명으로 되어 있기에 'view'와 함께 바꾼 필명으로 다시 공유할 예정입니다!!ㅎㅎㅎ 계속 바뀌는 필명에... 죄송합니다ㅠㅠ 새로 바뀌는 필명은 '실론'입니닭!!!! 사랑해요...ㅠㅠ 러뷰ㅠㅠㅠㅠ

 

일정!!

6월28일 - 바꾼 필명으로 글 한편 가져오기

7월5일 - 전체 글 필명 교체, 텍스트본 필명 고쳐서 다시 공유.

 

암호닉 Heal님, 달돌님,요니별우니별님,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꼼도리님,코쟈니님,별레오님 꼭꼭꼭!!!! 바뀐 필명으로 다시 다 만났으면 좋겠습니다!!!!ㅠㅠㅠ 사랑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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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정인입니다!!
9년 전
독자2
와대박내가처음이야!! 두글다내용좋아요으악ㅠㅠㅠㅠㅠㅠ랍훈은 진짜취향저격.. 완전맘에드네요ㅠㅠㅠㅠ필명바꾸신다니 알람이올때만 들렸던곳을 28일날 와야겠네요ㅎㅅㅎ필명 예쁘네요 예뻐! 28일날 새글도 함께온다니까짱짱기대되고막그래요 연홍차라는필명도 이뻤는데 이젠 실론이라고불러야겠네요! 어색하지않게 실론님실론님해야징ㅇㅅㅇ 밤도늦었는데 얼른자요 나도자러가야지 28일날 봐요!^_^
9년 전
연홍차
엉어엉 ㅠㅠㅠㅠㅠ정인님 안녕하세요!!! ㅎㅎㅎㅎ 어제 못오고 두시간이나 지나서 온 나를 매우쳐요ㅠㅠㅠ 엉엉ㅠㅠㅠ 글 올리고 가장먼저 쓰는 답댓글이 정인님이라서 기분이 매우 조하요ㅎㅎㅎㅎㅎㅎ 앞으로도 계속계속 봤음 좋겠어요ㅠㅠ 사랑합니다!!ㅎㅎ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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