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Gloomy Day- 타짜 OST 입니다. 암호닉 신청 가능하시구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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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면의 매마른 표정은 그대로였다. 지속적이면서도 숨막히는 정적. 그것만이 우리를 에워쌌고, 준면은 여전한 무표정 그대로 내게 입을 가볍게 맞췄다.
"안 되는 거."
"…."
"네가 더 잘 알면서."
"…."
"2년을 그렇게 같이 살았잖아, 우리."
"…."
"이혼은 못 하지."
안 될 걸 알면서도, 그 말이 마치 비수같이 내게 꽂혔다. 그의 칼날같은 그 말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동물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만큼 바보같은게 또 없다고 누누이 생각하던 나였으면서, 이혼이란 걸 생각했던 멍청한 내가 맞이한 결과였다. 무언가에 맞은 듯 뒷통수가 얼얼했다. 준면은 공허한 눈으로 허공만을 주시하는 나를 보고 말했다.
"자자."
그 날 밤, 미동도 없이 잠든 그의 품에서 나는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면제 없는 불면의 밤은 내게 독약이다, 따뜻하지 않은 품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그저 눈만 감고 있었어야 하니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오늘 저녁에 일찍 들어갈거야, 아주머니께 저녁 좀 차려달라고 전해.'
일주일에 두어번은 그런 날이 있다. 중요한 일 없이도 일찍 들어오는 그런 날.
차라리 그 개같은 계집이랑 놀아난다고 평소처럼 새벽 한 시에나 들어올 것이지, 괜히 남편 흉내나 내려는 심보로 생색내는게 꼴사납다.
그럼에도 아주 모순 적이고 미련한 것은, 분명 '아주머니께 저녁 좀 차려달라고 전해.' 했던 그의 문자를 등지고 식은 찌개가 담겨져 있는 냄비를 데우고 있다는 나였다. 냉장고에 랩이 씌워져 있던 반찬들을 하나 둘 식탁에 놓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김이 올라오는 밥까지 그릇에 담은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그를 기다렸다.
1초, 10초, 10분, 그리고 그 10분이 쌓이고 쌓여 100분이건 몇 백 분이건 될 때 까지. 나는 귀에 걸쳐진 시곗바늘 소리만을 위안삼아 미동도 않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찌개는 식고, 밥은 점점 모락 모락 피어나던 김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차갑던 내 맘이 이젠 얼어버리기 시작했고. 결국엔 거실로 자리를 옮겨 TV를 켰다.
'태성 그룹과 영민 그룹이 근 2년간 정유와 자동차 등…M&A로 한국 대기업 1위의 기반을 다지고 있습…'
'띡 띡 띡'
거실에는 딱딱하고 규칙적인 아나운서의 음성과 현관문 도어락 소리만이 울렸다.
"여보, 나 왔어."
나는 초침이 굴러가는 시계를 쳐다 봤다. 새벽 12시 30분, 밥을 차려놓으라던 그는 자정이 30분이나 지나고서야 들어왔다. 일찍 들어 온다며. 독기 서린 나의 말에 그는 코트를 벗어 내게 건네며 말한다.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나서."
'일이 늦게 끝나서.' 그 말에는 수 많은 뜻들이 내포 돼 있을 것이다.
"밥은, 먹었어?"
"응, 먹고 왔어."
"그럼 치워야겠네."
"씻을게, 당신도 얼른 자."
피곤하다는 듯 목을 매만지며 침실로 유유히 들어간 김준면. 그리고 고고히 그의 뒤를 따라 밟는 나. 물 소리가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다. 접어 들었던 코트를 반듯이 펴 옷걸이에 걸었다.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발코니쪽으로 가 툭툭 몇 번 털어 내는데, 툭 떨어진 무언가가 내 시선을 끌었다.
남색의 목걸이 케이스, 그리고 그 안에서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목걸이,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 주섬주섬 목걸이 케이스를 주워 닫았다. 그의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져 있던대로 나는 그의 안주머니 속으로 목걸이 케이스를 집어넣은 뒤 옷걸이에 걸린 그의 코트를 옷장 속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의 코트를 바라 보며 그저 그런 생각들에 잠길 뿐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밥을 먹었겠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선물을 고르는 동안에 너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난 당신이랑 2년이란 시간 동안 같이 살며 작은 선물 하나 받아 본 적 없는데, 그런 유치한 생각들.
식탁에 올려져 있는 이미 다 식어버린 식사들. 조용히 찌개 냄비의 뚜껑을 닫아 두었다. 그리고는 접시에 담긴 반찬 하나하나를 밀폐용기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 그리고 갈비찜, 어머님이 항상 해주셔서 싫증이 났다는 꼬막 무침까지.
"저녁 먹었어?"
머리를 탈탈 털며 말리던 그는 부엌으로 와 내게 물었다. 저녁을 먹었느냐고. 그런 것이 궁금했으면 진작에 왔어야 하는 사람이…, 나는 묵묵히 반찬을 다 치우고 그릇을 개수대에 넣어 놓고는 말했다.
"아니, 안 먹었어."
"왜?"
"당신 기다리느라."
"…."
식어버린 반찬 뜬 눈 앞에 두고, 내 남편은 지금쯤 밖에서 다른 여자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하는 답지않은 비참한 생각들을 하면서.
"근데 배고파지니까 후회된다."
내 팔을 잡아 끌어 부엌 유리문 앞으로 나를 세워둔 그는 묵묵히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생전 제 손으로 집안일 하나 해 본적 없었다던데, 미안함에 그러는 걸까 실소가 나와 고개를 돌려 한 발짝을 딛었다.
"아주머니한테 말씀을 드리라니까, 또 퇴근 시켰구나."
"…."
"되게 무섭게 미련한 거 알지, 당신."
당연히 내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준면의 한마디 뿐이었으니, 나는 그런 그의 말에 우뚝 멈춰섰다.
"응."
그릇을 벅벅 닦는 탓에 어깨가 달싹달싹 움직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소리 없이 조용히 침실로 들어왔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가끔 당신 보면 아무런 감정 없는 로봇같아."
그가 말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네가 뱉은 말은 감고 있던 눈을 번뜩 뜨게 할만큼 생경했다. 아무런 감정 없는 로봇이란 말에 나는 문 옆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하얀 색의 수조를 보며 생각했다. 다, 전부 다, 당신 때문이야.
"나도 내가 차라리 감정 없는 로봇이었으면 좋겠어."
"…."
그걸 하루에도 수 백, 수 천 번씩 절감해.
끝끝내 뱉지 못한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빙 돌았다. 팔베개를 해주고 있던 그는 무슨 뜻에서였는지 등을 휙 돌려 버렸고, 나는 오늘도 무감각이란 익숙함으로 그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꽁꽁 감춘다.
다시 눈을 감은 나는 이 집에 들어온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와 산지 언 2년 째, 감정 없는 로봇은 조용히 제 볼을 타고 흐르는 얼음 만큼 차가운 눈물을 외면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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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닉네임 신청해주실 때에는 가급적 최신화에 해 주세요, 눈에 띄게 [] 표시라던지 별, 하트 등과 같은 특수문자 표시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헷갈리고 실수를 한단 말이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