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향수-나쁜남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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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5
나는 화장대에 앉아 조용히 블러셔를 광대 주변에 두드리며 그에게 물었다.
"이번에 에덴건설 매입했더라."
"응, 신설합병 진행 해야지."
그런 나의 물음에 그가 넥타이를 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나는 당신에게 끝물 자락으로 치닫는 에덴건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그룹의 계열사인 그의 태성건설과의 합병의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나를 자신의 아내로 보지도 않는 그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의 힐책같은 오지랖으로 치부 될 수 있으니,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 오늘 고등학교 동창회 있어."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무슨 동창회."
"말이 동창회지 그냥 친했던 반 애들이랑 모여서 밥이나 한 끼 먹는 거야."
무슨 시계를 팔목에 두를까 고민하던 나는 백금으로 만들어져 눈에 띄는 은색 시계를 팔목에 차며 말했고, 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자신의 재킷을 고르는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건지.
"당신 수면제 복용해?"
그는 침대 협탁 위에 놓인 내가 미처 치우지 못한 약통을 보며 말했다. 혹시 수면제를 복용하느냐고.
"응. 잠이 안 와서."
그저 간단한 이유였다. 잠이 안와서.
"우리 와이프께서 왜 잠을 못 드실까."
차가워서, 그래서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아. 당신 품이 금방이라도 날 얼려서 유리조각처럼 깨부실 것처럼 차갑거든. 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알겠다는 듯 코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이야~ 드디어 오셨어!, 우리 ㅇㅇ이!"
"어디 어디!"
퇴근 후 8시 경, 서울 강남 유명한 일식집에 갔다. 학창시절 죽어라 싸우고 화해하고, 또 끈끈한 우정으로 붙고 떨어지기를 번복, 이제는 그 수도 없는 추억들에 젖어 낯익은 얼굴들에 미소가 번질 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눈에 밟히는, 내 첫사랑 박찬열.
"너 태성그룹 회장 둘째 아들이랑 결혼 했다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쯤, 내 남편 얘기가 이리 저리 오고 갔다. 진짜 대박이다, 그럼 너 태성 안주인 되는 거야?, 하긴, 영민 사람인데 가당치. 웅성웅성 30명 가량의 사람이 부산스레 떠들어댔다. 너네 그 일 기억 나냐? 얘네 집에서 전교생한테 피자 돌린 거. 그렇게 대화의 주제는 내가 되었고, 웃으며 그 때의 추억을 자세히 풀어 말하는 도중에도 나는 박찬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유일하게 표정을 굳히고는 맨 끝 자락에서 맥주나 마시는,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근데 ㅇㅇㅇ 쟤, 박찬열이랑 엄청 알콩달콩 했잖아."
"박찬열네 집도 꽤나 부자인데, 같은 부류끼리 사귄다고 엄청 부러워 했었지."
"맞아 맞아, 네 남편 그거 알면 속 꽤나 썩겠다?"
글쎄, 그 인간은 그정도로 나에 대한 마음이 깊지 않은 인간이라서. 그저 침묵하고 또 침묵했다. 그것은 내가 박찬열과의 옛 추억이라는 구질구질한 것을 회상하는 중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와중에도 번잡하고 시끄럽게 박수를 치며 수다를 떨어대는 친구들은 오늘은 네가 쏘라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웃으며 알겠다고 대꾸를 했다. 여전히 시선은 박찬열에게 맞추면서.
'찬열아, 나 머리 묶어줘.'
'머리? 나 머리 잘 못 묶는데.'
'괜찮아, 얼른 묶어 달라니까?'
찬열이 서툴게 내 머리를 묶어 주던 그 날의 흐린 기억, 볼에 입을 맞춰 주었던 잔잔한 추억의 물결. 나, 그리고 박찬열, 경제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 따위를 이야기 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갈때까지고, 룸 안에 둘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고독히도 술을 홀짝이는 건 그렇게 둘 밖에 없었다. 누군가 박찬열과 나를 보면 영화 속 술 내기의 한 장면처럼 누가 더 많이 마시나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일 터였다. 그리고 먼저 멈춘 것은 박찬열이었다.
"애들 다 갔네, 어쩌지?"
내 자리로 성큼 성큼 걸어와 옆에 털썩 앉은 그는 눈을 맞추며 물었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 뭘 어째, 너도 나도 집에 가야지, 이제."
"대리 불러?"
"결혼은, 했냐."
"…."
"아내는, 좋은 사람이야?"
"어떻게 할래, 네 남편한테 전화 할 거야?"
"내 남편 지금 쯤이면 딴 년이랑 노느라 시간 없을 텐데."
"…."
박찬열은 내 말에 시계를 살폈다. 시간은 새벽 한 시 였고, 그 넓은 방 안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그러게 왜 그렇게 술을…."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
"찬열아, 나 사실, 어제 처음으로 울었고, 여기 와서 처음으로 웃었다."
"…."
"그 인간이랑 살면서, 처음으로."
내 남편은 날 사랑하지 않아, 나는 눈물을 흘리며 찬열의 어깨에 털썩 무너졌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말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에 단 한 번도 웃음기를 빼지 않고 말 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과는 술집을 가 본 적이 없으며, 절대로 누군가를 믿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사는 거 어떻게 말해, 다른 사람한테, 쪽팔리게, 씨발. 그렇게, 나는 확인했다. 이 악물고 버텨 오던 나에게도 한계라는 게 있음을. 찬열은 내 얼굴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나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찬열의 등을 감싸 안았다.
찬열의 슬프도록 검은 눈은 더욱 까만 빛을 내며 아파하는 ㅇㅇ을 눈에 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의 남편, 최고의 사업 파트너, 김준면.
"여보세요, ㅇㅇ이 남편 분 되시죠?"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준면은 새벽에 걸려온 전화에 인상을 쓰며 대꾸를 했다. 왜 늦은 새벽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걸려 온 전화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말인가. 그것도 모두들 곤히 잠들 시각에, 왠지 모르게 준면의 심기를 박박 긁는 남자는 대뜸 집 주소를 물어 왔다.
"집 주소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이 늦은 새벽에 주무시는 분 깨워서 술 취한 아내 데리러 오라고 할만큼 제가 매정한 놈은 아니라서요."
"내 와이프가 술이 취해서 뻗었다?, 그러면 그 쪽 주소를 불러 주는 게 훨씬 매너 있는 행동일 텐데요."
준면은 전화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핸드폰을 뒤에서 떼 확인 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전화는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그것을 확인 한 준면은 다시 귀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댔다.
"찬열아…, 됐어…, 나 알아, 우리 집 주소."
희미하게 들리는 ㅇㅇ의 목소리, 그것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준면은 이미 끊긴 전화가 화면에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까맣게 잠든 휴대전화의 화면을 주시했다. 주섬 주섬 가디건을 챙겨 입던 준면은 ㅇㅇ의 화장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찬 바람이 부는 발코니로 향한 준면은 푸른 달빛이 반짝이며 비추는 난간에 기대 마당 밖으로 보이는 차들을 예의주시했다. 가을 바람이 불어 왔다. 산들 산들 불어 온 바람에 의해 열어 둔 발코니 창문의 커튼이 나풀거리며 흔들렸다.
한 시간 쯤 됐을까, 보조석에서 함께 내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인과 그 여인을 부축해 주는 번듯한 남자. 준면의 눈동자에 가득 차오른 그 둘은 잠시 뒤 입을 맞추며 헤어졌고, 여인은 가방에서 주섬 주섬 열쇠를 꺼내 대문을 열고 마당을 밟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들을 2층 침실 발코니에서 지켜보고 있던 준면은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와 가디건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침대에 누운 준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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