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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l조회 1479l 3
 

 



괜찮아

w.Harvey







 

 

“ 하암..”

 

 


콘서트 연습에 녹음까지 쉴 틈이 없었다. 누군가 듣는다면, 비웃을지 몰라도 정말이었다. 연습하고 좀 쉴까 하면 녹음이 있었고 녹음 하고 좀 쉴까하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콘서트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내일 스케줄을 또 펑크낼까봐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괜히 부드럽게 말하는 매니저 형한테 가라고 언질하고 혼자서 연습하다가 새벽에야 끝났다. 씨발 존나 목아파. 원래 이럴 때까지 하면 안 되는 건데. 오늘 좀 미련했다.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와 기지개를 피며 가방을 거실에 내 던졌다. 국화차나 한잔 마시고 자야지. 지금부터 자서 이따 오후에 스케줄 하나 있으니까. 그때 일어나면 되겠다.

거실 쪽 불을 키는데 소파에 뭔가 있다. 원래 누군가 내 공간을 침범하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방송을 펑크 내는 한이 있어도 매니저형도 우리 집에서 못 자게 한다. 근데 이거 누구야.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는데 그 중 하나는 아닌 것 같고, 도둑이야? 라는 생각에 짝다리를 집고 팔짱을 끼고서 소파에서 강아지 마냥 수면을 취하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피부는 창백하고, 내려온 속눈썹도 풍성하다. 그래도 선이 굵직한 게 남자 같은데. 한참을 그 앞에서 미간을 좁히고 보다가 손으로 어깨를 툭 치니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 뭐야 너 ”

 


“ 아, 저, 그…….최민호씨죠 ?”

 


“ 너 뭐냐고 ”

 


“ 저, 그,..그러니까, 저는 새로온 매니저인데요. 그, 저,”

 


“ 근데 ”

 

 


“ 그 저는 새로 고용 됐거든요. JK엔터테이먼트에..그러니까 최민호씨 매니저거든요 제가. 근데 저기, 이사님이 여기에서 기다리고 여기서 살라고 해서요, 얘기를 대충 들었는데 이 매니저님이랑은 안 사신다고........”

 


“ 나가 ”

 


“ 네 ? ”

 


“ 나가라고 ”

 

 


이진기 개새끼 또 장난질이다. 얼굴 딱 보니까 이진기 스타일인데 괜히 또 장난질이구만, 근데 어쩌나 나 지금 기분이 좀 불쾌해지려하는데. 나는 내 집에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오는 게 정말 싫다. 집을 제외한 모든 곳에선 난 일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러가도 싸인을 해야 하고, 영화를 봐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 근데 집에서까지 그 지긋지긋한 일 얘기를 하자고? 웃기네. 자다 일어나서 부스스한 꼴로 입을 벌리는 모양새가 우습다. 그러고 보니 소파 옆에 짐가방이 몇 개 있긴 한데 그건 내가 신경 쓸 바 아니고. 아직도 멍하게 정신 못 차리는 팔을 꾹 잡아서 일으켰더니 아픈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일어난다.

 


“ 나가라고 ”

 


“ 이사님이..”

 


“ 여긴 내 집이거든? 좋은 말로 할 때 나가.”

 


내 말에 조용해진 그 입을 가만 보는데 자꾸 입술을 물어뜯더니 얼굴이 한순간에 침울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나는 냉장고에서 국화차를 꺼내 컵에 따라서 벌컥 벌컥 마셨다. 씨발 , 진짜 좀 쉬려했더니. 하는 생각에 다시 눈길을 주니 멍하게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리고 많기도 한 제 짐가방을 매고 들고 지고 하는데  좀 안쓰러워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집에 들여놓긴 싫다. 그 동선에 따라 시선을 죽 옮기는데 발걸음이 뚝 멈추더니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 실례 많았어요. 안녕히 계세요 ”

 


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문을 열고 나가는데 뭐야, 괜히 마음이 싸해지는 게 뭔가 기분이 별로다. 남한테 못되게 구는 건 늘 하는 짓인데 아..왜이래. 얼굴이 좀 그렇다. 뭐라고 표현하면 맞을지 모르는데 좀 그렇다 정말. 혹시 미련하게, 집 앞에 계속 있는 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현관문을 열었더니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라는 생각까지 미치는 머리를 세게 흔들고 안방침대에 벌러덩 누웠다가 발코니로 나가 밖을 봤다. 그러니 아까 그 꽃분홍색 후드를 입은 호빵이 저보다 무거워보이는 짐을 낑낑 들고 가고 있었다. 어쨌든 싫어, 내공간에 누군가 들어오는 거.

 


그래도 미련해 보이는 얼굴에 비해 미련하지 않아서 맘에 드네.

 

 

 

 

 

 

 

 

 

 

 

 

 

 

 

 

 

 

 

 

 

 

 

 

 

 


- 최민호 일어나라, 오늘 중요한 방송이야. 펑크 내면 소송 건다.

 

“ 아..씨발…….”

 

- 최민호 일어나. 이쁜아 일어나라 

 

“ 씨발 시끄러워죽겠네!!!”

 

 


자동응답인지 뭔지로 넘어갔는데도 굴하지않고 계속 시끄럽게 떠드는 이진기 목소리에 잠이 확 달아났다. 이 새끼가 진짜. 처음 소속사 건립했을때 와달라고 빌땐 언제고 이젠 건방지게 소송이야. 그리고 이쁜인 뭐야. 소름돋게. 나시 밖으로 들어난 발을 몇 번 문대다가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니 깼냐? 라며 큭큭 대는 목소리가 재수없어서 재수없다고 욕해줬더니 고맙다고 받아친다. 

 

 

 


- 자고있을줄 알고 전화했다. 방송시간 좀 준수해. 소송하기 전에. 큭큭.

 

“ 씨발놈, 와 달라고 빌땐 언제고 ”

 

- 너 없어도 이제 잘 돌아가 필요없어 나가도되 민호야.큭..

 

“ 아 시끄럽고, 끊어 아직 시간 안됐잖아 더 잘꺼야 ”

 

- 새끼..아, 이쁜이는 일어났어? 

 

“ 그게 뭔데? 헛소리질이야.”

 

 

 


큭큭..역시. 라며 중얼거리는 이진기 목소리를 듣다가 어제 그 허여멀건 호빵이 떠올라서 아, 걔? 하고 물으니 그래.하면서 

또 웃는다.

 

 

 


“ 너 그런 장난질 한번만 더 치면 죽여 버려 진짜. 어제 그냥 보냈어.”

 

- 큭큭..아 웃겨. 보내? 어딜? 걔 집 없어

 

" 뭐?

 

- 걔 지방에서 올라왔어. 아직 집안 구했다는데…….뭐 여관에서 잤겠지. 하여튼 최민호.

 

“ 그랬..겠지? 아무튼 그런 장난치지마 웃기지도 안고 씨발.”

 

- 몰라 난. 아무튼 기범이 니 매니저니까. 앞으로 계속 얼굴 볼 꺼다. 너희 집에 살았으면 좋겠는데.

 

“ 헛소리 집어치우고. 끊는다.”

 

 


그래, 라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거실에 아빠다리 하고 앉아서 멍하게 가만히 있었다. 집이 없다고? 괜히 좀 머쓱해져서 발코니를 한번 내려다 봤다. 혹시 막 밖에서 자거나..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요즘 모텔값이 얼마나 한다고. 하는 생각을 하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두어 번 눌어도 반응이 없으니 조용해 지는 게 별로 중요한일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카펫위에 벌러덩 누웠다. 괜히 맘쓰이네 쯧. 카펫위에 누워있으니 솔솔 잠이 와서. 눈을 감는데 초인종소리가 다시 울려서 차라리 열어주고 편히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열었더니 기범인가 뭔가 하는 애가 서있었다. 어제 차림 그대로. 혹시 밖에서 잤나 하고 몸 여기저기를 훑어보는데  말끔한 게 그런 것 같진 않아서 숨을 조금 놓았다. 근데 어제보다 더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라, 만져주고싶어서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가 정신 차리고 내렸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얼굴인가 봐.

 

 


“ 안녕하세요. 저, 조금 있으면 스케줄인데.모텔에서 나가야 돼는 시간이 돼서요..여기 조금만 있으면 안 될까요?”

 


“ 싫다면 ”

 

 


내말에 생각을 못했던 대답인지 우물쭈물 되던 연한 핑크빛 입술이 꼭 다물린다. 그리곤 하얀 손가락이 다시 제 짐 가방을 꾹 집는 게 보이고, 큰 눈도 도록거리면서 나를 관찰하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갔다. 원래 심성이 못되쳐먹긴 한데, 얘는 참 이상하다. 어제 처음 보긴 했지만 그냥 괴롭혀주고 싶게 생겼어. 하얀 얼굴을 보다가 문을 쿵 닫고 들어와버렸다. 1월이라 아직 추울 텐데 하는 생각도 머릿속에 있었지만 그냥. 정말 그냥. 아 몰라! 하는 생각에 카펫에 벌렁 누워서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 최민호 일어나

 

“ 일어났어”

 

 


아직 날이 쌀쌀한데 거실에서 자서 그런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정혁형의 전화에 대답하곤 주차장으로 내려오란 말에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진짜 싫다. 버라이어티 녹화인데 웃고 떠드는 거 취미도 아닌데다 웃기지도 않는다. 괜히 가서 앉아 있다가 시간만 버리고 오는 거다. 

대충 청바지 하나 꿰입고 모자 눌러쓰고 현관문을 여는데 앞에 누가 서있다. 덜덜 떨고 있는 등이 보여서 미간을 찌푸리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돌아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오셨네요. 하는 게 진짜 아니꼽다.

 

 


“ 너 왜 여기 있어.”

 


“ 시간도 애매하고..마땅히 가있을곳도 없어서요..이제 갈 시간 다 됐..”

 


“ 야!!! ”

 

 


내가 소리 지르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하는데 그 표정을 보다가 숨을 쉬었다. 내가 지금 왜 화가 나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남자새끼 이만한 추위에 몇 시간 떤게 뭐 대수라고 내가 지금 열이 나는 건지. 나를 보는 눈을 피하고 혼자 걸어 내려가니 뒤에 졸졸 쫒아오는게 느껴진다.

 

 


“저기..저 몇 개월만 같이 살면 안 될까요? 아직 집을 못 구해서요. 구할 때까지만…….있을게요.”

 


“ 싫다고 ”

 


“ 부탁..이에요 ”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눈을 내리깔면서 부탁할게요, 하는 말에 맘이 약해졌다. 아근데 나 진짜 누구랑 같이사는거 질색인데. 하는 생각에 머리를 막 엉클었더니 죄송해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 구하면 바로 나가 ”

 


“ 네! ”

 

 

 


 

 

 

 

*  *

 

 


 

 

 

 


“ 이것좀 드세요 ”

 


“ 뭔데 ”

 


“ 국화차요 ”

 

 


드세요 라면서 건네는걸 휙 뺏어서 벌컥 벌컥 마셨더니 조금 놀란 표정이다. 머그컵도 꼭 저 같은 게 내가 음미하면서 마셔주길 바랬던 거 같은데 나는 순전히 목관리 때문에 먹는거지 맛이 좋아서 먹는건 아니다. 다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놓으니 멍하게 쳐다보는게 느껴져서 정신줄 놓지말아라, 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산지는 두달이 조금 넘었다. 매일 매일 집구해서 나가라고 구박하기는 하는데, 면역이 됐는지 이제는 내가 그런말 하면 베시시 웃으면서 구하면요, 라고 말하고 만다. 차마 웃는얼굴에 욕지거리를 못해서 혼자 중얼거리고 마는거다 요즘. 하여튼. 달그락 거리면서 또 잡일하려고 하기에 야 그냥둬. 라고 소리지르니까 네 하면서 내 옆에 와 앉는다.

 

 


“ 아 , 내일 스케줄 알려드릴까요? ”

 


“ 다른건 필요없고 몇시 시작이야 ”

 


“ 두시 요 ”

 


“ 녹음 없지 ”

 


“ 네 ”

 

 

 

그럼 됐어. 라고 말하곤 티비에 집중을 했다. 얼마전부터 나를 키워준 스승님에게 목이 탁해졌다는 소리를 많이들었다. 참 억울한게, 목 때문에 담배도 안피고 집안도 왠만하면 먼지가 날리지 않게 환기도 자주 시키는 편인데. 믹키 인지 뭔지는 골촌데도 팬들이 목소리 영롱하다고 지랄이더만. 괜히 열받아서 인상을 팍 찌푸리고 내가 얼마전에 섰던 무대영상을 보는데 확실이 고음처리부분에서 목소리가 두갈래로 갈라지긴 한다. 그 부분이 신경쓰여서 두어번 다시 돌려보는데 옆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반팔을 입어서 들어난 팔을 두어번 슥슥 쓰다듬는다.

 

 

 


“ 왜그래 ? ”

 


“ 네? 아.. 그냥..아무것도 아닌데..”

 

 

 


조용히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타시 티비에 시선을 뒀다.  같이 살면서 참웃긴 김기범의 습관을 알게됐는데 그게 뭐냐면 얘는 밤이 되면 목소리가 작아진다. 하도 답답하고 궁금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밤에는 모두 자고 있는 거 같아서, 그래서 크게 말하면 남이 다 들을 것 같아서 크게 못 말하겠단다. 좀 가녀리고 그런 녀석이 그런 말을 하면 고개나 끄덕이는데 체격은 보통 사내인 녀석이 - 얼굴은 꽤 예쁘장하지만- 그런 말을 하니 웃겨서 코웃음 쳤더니 아무리 구박해도 똑같던 그 얼굴이 살짝 발그레 해졌었다. 그 생각에 괜히 또 옆을 돌아보는데 또 제 팔을 슥슥 부비고 있다. 왜 그러지? 하는 생각도 잠시 다시 내 귀에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티비에 시선을 돌려서 한참이나 봤다. 전에 내 목소리랑 비교도 해보고 하면서 한참을 그러는데 옆에서 자꾸 보스락 거리 길래 또 돌아왔더니 눈에 빨갛게 충혈 돼서 어스름하게 나를 본다.

 

 

 


“ 들어가서 자. 나 이거 좀 더 보다 잘 테니까.”

 


“ 그래도..”

 


“ 그래도 뭐 ”

 


“ 혼자자면 미안하잖아요. 나보다 더 고생 많이 하는데.”

 

 

 


제 습관처럼 조용히 내 뱉는 말에 웃음이 지어졌다. 내가 고생하는 게 뭐있다고. 상태를 보니 어서 자둬야 내일 멀쩡할 것 같은데 은근히 고집이 세다. 

 





“ 신경 쓰이니까 들어가서 자. 자꾸 안 들리잖아. 옆에서 부스럭대니까.”

 


“ 아.......몰랐어요.....정말....죄송해요. 저 그럼..들어갈게요.”

 

 


내가 말하니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꼭 저렇게 윽박지르고 겁줘야지 말을 듣지. 하면서 다른 테이프를 꺼내 넣고선 몇 번을 더 돌려봤다. 변성기가 오면서 목소리가 허스키해졌는데 스무 살쯤에 담배를 피웠던 적 때문인지 골초 이진기랑 계속 친구여서 그런지 스물 둘이 될쯤에 목소리가 탁해졌다. 나름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아...머리아파……. 괜히 목생각을 하니까 머리가 지끈거려서 국화차를 한잔 가득 따라 다 마셔버리곤 소파에 누워 오디오를 틀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면 살포시 잠이 들려는데 뭔가 낑낑 되는 소리가 들려서 일어났다. 나는 되게 둔하고, 재미없고,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데 김기범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주시를 안하면 만날 맹한 짓이나 하고, 말귀도 제대로 못 알아먹고 바보 같은 짓만 하니까. 오디오를 끄고 방문을 열었더니 이불을 쓰고 오들 오들 떠는 몸이 보여서 이마를 짚었다. 감기걸렸구만.

 

 


“ 김기범 ”

 


“ 으....흐....네...? ”

 


“ 가서 국화차 한 잔 떠와”

 


“ ..흐....네...”

 

 


어지간히도 추운건지 오들 오들 떨어대는걸 이불을 거둬내곤 국화차를 떠오라 시켰더니 오들 오들 떠는 걸음으로 걸어서 국화차를 떠온다. 그쯤 되면 안하겠다고 할만도 한데 얘는 웃긴게 내 말을 어기는 법이없다. 추운건지 제 팔을 몇 번이고 비비곤 내 앞에 잔을 내미는데 그 잔도 적지 않게 떨린다. 미련하기는, 이렇게 아프면 말을 해야지. 라는 생각에 언제 말하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침대에 앉혀 놓곤 국화차를 입가에 댔더니 아픈데도 몸이 움찔하는 게 느껴진다. 

 

 


“ 먹어 ”

 


“ 네? 제가 왜…….”

 


“ 먹어.”

 

 


나도 한번 말한 건 꼭 하는 타입인걸 이제야 안건지 고개를 끄덕이곤 제 손으로 잡으려는걸 내가 쥐고서 먹였다. 참새마냥 꼴깍 꼴깍 잘도 마시는 입술을 보다가 다 마신 잔을 콘솔에 내려놓곤 이마를 짚었더니 열이 장난이 아니라서 내가 가끔 비상일대 먹는 한약해열제를 입에 넣어 먹이곤 자라고 이불까지 덮어버렸다.

 

 


“ 끝까지 말 안하네. 아프면 말해야지 알지 ”

 


“ 민폐잖아요. 안 그래도 싫어하시는 거 알면서 얹..혀..살고 있고..일도 제대로 못하는데…….아프기까지 하면 정말 꼴불견이잖아요.”

 


“ 자라 ”

 


“ 네 ”

 

 


열이 좀 내린 이마를 만지면서 자라고 불을 끄고 나가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미련한 게 혹시 밤에 다시 열이 끓어도 모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 그래서 다시 달칵 문을 여는데 그새 잠이 들었는지 눈이 곱게 감겨 있다. 팔도 가지런히 가슴 쪽에 포개져 있고. 뽀얀 뺨을 손가락으로 슥 훑어보곤 바닥에 앉았다. 

 

 


“ 너 안 싫어해 임마.”

 

 


매일 김기범이 하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곤 가만히 들여다봤다. 나는 잔병치레는 정말 안하는 편인데 얘는 딱 병약하게 생겼다. 나도 덩치가 큰편은 아닌데, 얘는 작아보이고 품에 안아주고 싶게 생겼다. 고요하게 자는 얼굴을 보니  매 계절마다 감기 걸리고 일주일씩 앓아 눕는 모양이 선해서 웃곤 가만히 자는 머리칼을 쓱 쓸어 넘겼다.

 

 


“ 맘에 들어 너.”

 


 

 

 

 

 

 

* * * 

 

 

 

 

 

 

 

내 예상이 틀리진 않았는지 오늘도 비실비실 기운이 없어보여서 끌고 다니는 게 미안해서 정혁형한테 오늘은 형이 풀로 하자. 라고 했더니 버럭 승질을 내기에 입을 다물었다. 형도 나 하나만 관리하는게 아니니까. 그래도 얘 상태를 봐선 오늘 좀 무리하게 하다간 쓰러지겠는데. 원래부터도 별로 많이는 안먹는것 같던데 오늘은 입에도 안댔다. 아침도 그렇고 점심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가 죽따위 사줄 친절한 성격도 아닌데 옆에서 비실거리는 걸 보기는 좀 마음이 그러니까. 한참 운전을 하는 옆모습을 보다가 운전을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 젓는다.

 

 


“ 저 진짜 괜찮아요. 안 쓰러져요.”

 


“ 누가 쓰러진데 ? 교통사고날까봐 그래. ”

 


“ 꼭 그런 눈으로 보시면서.. 저 그렇게 비실거리진 않는데. 그리고 이젠 운전도 잘해요”

 


“ 웃기시네.”

 

 


내 말에 풋. 하고 웃더니 다시 운전대를 꾹 집는다. 이진기는 운전도 제대로 못하고 방송일도 전혀 모르는 초짜를 왜 쓴 거지, 이진기는 노련함을 좋아한다. 생 초짜는 전혀 NO. 키우는 재미가 있잖아, 라고 했더니 키워놓으면 머리꼭대기에 앉으려고 한다고 그 꼴 보고 싫어서 그런거안한다고. 그래서 소속 가수들도 웬만하면 전부 탑스타. 매니저도 고경력.근데 왜 이런 애를,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얼굴을 보는데 진짜 핏기가 없다. 

 

 


“ 이진기랑 이따 약속있는거 취소 못한다고 했다고?”

 


“ 네. 내일 미국출장가신다고…….오늘밖에 시간이 없으시데요. ”

 


“ 그거 나 혼자 갔다 올게. ”

 


“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 아 말 좀들어라 좀!!!!! ”

 


“ 아니 진짜..괜...”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는데! 너 바보야? 왜그렇게미련해! 이럴땐 감사합니다 하고 집에서 쉬는거야!!! 아후! 열받네 진짜! ”

 

 


내 말에 가만히 아무 말도 없는 얼굴을 보다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데 느껴졌다. 나는 챙김을 받는 쪽이었다. 행동도 바르지 못하고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높은 자리에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누군가를 챙겨야겠다는 느낌을 갖는 건 얘가 처음이다. 한낮 사귀었던 애인따위야 사실 잘 나가는 내가 애인이 없다고하면 어디 하자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외에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오히려 남들이 다 연애를 하니까 의무적으로 했었다. 근데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서 되게 혼란스럽다. 이것 좀 오그라드는데. 동방신기가 그러더라 첫눈에 반한다는 거 안 믿었었는데 널 보는 순간 믿게 됐다고. 흠. 

 

 


“ 감사합니다. 이번 스케줄만 끝나면 집에 가서 쉴게요.”

 


“ 야 너 나 놀려?!!! ”

 


“ 에? 그런 거 아닌데요.”

 


“ 아니긴 뭐가 아니야!"

 


“ 다왔어요 ”

 


“ 지금 말 돌리냐? ”

 

 


내 말에 대답도 안하고 웃더니 내리세요― 라고 말하곤 먼저 내린다. 저게 진짜! 하는 생각에 내려서 문을 쾅 닫으니 뒤에서 웃는 게 느껴진다. 오늘은 별건 아니고 그냥 음악방송 녹화. 귀찮아. 두 번째 밴에 타있던 코디들이 우르르 내려서 내 대기실로 들어가고 나도 미적거리면서 걸어오는 김기범을 기다리다 발걸음을 맞춰서 들어갔다. 오늘은 혼자두면 진짜 무슨 일 날거 같다. 풍기는 오로라가 진짜 있어. 더러운 연예계에서 7년을 몸담았던 사람이다. 이 정도쯤이야 금방 알지.

 

 


“ 많이 아프냐? 집에 갈래? ”

 


“ 괜찮아요 정말.”

 


“ 어디 좀 봐봐 ”

 

 


늘 습관처럼 살짝 숙여져있는 고개를 턱을 잡아 들게하고 이마를 짚었더니 열이 여전히 있다. 아 해봐, 해서 벌린 입안은 수분기가 없어서 푸석해보이고.근데, 그 입안에서 혀가 꿈질거리면서 움직이는 게 갑자기 발끝이 찌릿한 느낌이라서 얼른 시선을 피하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같이 가지.. 하고 작게 웅얼거려서 손목을 잡아 질질 끌고 들어왔더니 코디들이 성화다.

 

 


“ 아 오빠!! 진짜 맨날 왜 늦장 부려요! 빨리 앉아! ”

 


“ 야 시끄러워 ”

 


“ 머리도 이게 뭐야!! 죄다 눌리게 해와서! 미용실 안가는 날은 내가 머리감고 나오랬죠?!”

 


“ 시끄럽다고 ”

 

 


내 말에 쳇!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용히 머리를 만지작 되기에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보통 한 시간은 걸리는 머리에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가 다됐다는 소리에 눈을 떳는데 생각해보니까 예의주시해야하는 김기범은 안 본거다. 얘는 소리도 없이 움직여서 뭘 하는지 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른다. 놀라서 뒤를 도니 소파에 기대서 눈감고 조는걸 보고 심장을 쓸었다. 


리허설시작 시작이 다되가는데도 코디들을 다 밖으로 내몰고 조용히 잠든 얼굴을 보고 담요도 살짝 덮어주는데 하도 안 나와서 그런지 에프디가 불쑥 얼굴을 내밀고 말을 하려기에 입을 다물게 하고 얼른 나갔다. 불안하네. 진짜. 


리허설이 길어지는 바람에 거의 끝나자마자 방송이 시작됐는데 나는 거의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맨 처음으로 순서를 잡아서 제일 먼저 하고 바로 짐을 챙기는데 대기실에 아까 잠든 김기범은 아직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혹시 죽었나 싶어서 가까이 귀까지 가져갔었다. 그 정도로 미동도 없이 조용하게 잔다. 분 바른 것처럼 뽀얀 뺨을 손가락으로 슥슥 만지는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서, 일어나라고 조용히 말해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 방송 다 끝났다. 얼른 집에 가서 더 푹 자. ”

 


“ 네에…….”

 


“ 얼른 ”

 

 


덮고 있던 담요도 치우고 아직 비척거리는 걸 일으켜 세워서 정혁형이 모는 벤에 태우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 집에가서 국화차 마시고자. 그거 감기에도 좋으니까 ”

 


“ 네 ....... 따라가야 하는데..”

 


“ 한번만 더 말하면 화내.”

 


“ 네...잘하고 오세요. 기다릴게요. ”

 

 

 

 

 

 

 

 나를 빤히 보며 하는 말에 심장이 쿵쿵- 거리는 것 같아서 대답도 안하고 문을 닫곤 벤에 올랐다. 진짜 이거 팬이 보면 웬 개쪽이야. 신인도 아니고 데뷔한지가 얼만데 혼자 벤을 몰아 쪽팔리게. 괜히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회사 앞에 도착해서 뛰어 들어갔다. 사장실 문을 벌컥 여니 이진기가 소파에 누워서 디브이디나 보고 있는 꼴을 보고 혀를 찼다.

 


“ 왔냐.”

 


“ 개새끼야, 별거 아니면 취소하면 됐잖아.”

 


“ 큭...왜 취소한다고 했어? .”

 


“ 내가 그거까지 말해야돼냐?”

 


“ 김기범 때문이지? ”

 


“ 개소리 ”

 

 

 


테이블에 있는 맥주를 따라서 원샷하곤 소파에 털썩 앉으니 다 알아, 하면서 웃는다. 저새끼날 너무 잘 알아서 탈이다. 진짜, 내가 한마디만 툭 던져도 내 가슴 수심100미터까지 다 아는 놈. 앞에 놓인 맥주를 털어 넣으면서 소파에 팔을 걸고 몸을 기대기에, 마침 궁금하던걸 물었다. 왜 그렇게 초짜를 뽑았는지. 외모를 최고우선순위로 생각하니 그것 때문일까, 추측이 되긴 하는데 그게 또 잘 모르겠다.

 


 


“ 왜 뽑았을 거 같은데 ”

 


“ 알면 안 물어봐 새끼야 ”

 


“ 조건 ”

 


“ 뭐? ”

 


“ 연예계 생활이 몇 년인데 못 알아들어. 뒤대주고 들어온 거라고 이쁜이.”

 

 


이 씨발새끼가. 갑자기 한잔 먹은 맥주의 열기가 확 올라와서 진짜 온몸에서 열이 확확 도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더니 날 태연하게 올려다 보면서 너 왜 그러는데, 하는 의연한 말만 내 뱉고 있다. 진짜 지금 널 죽이지 않으면 분이 안풀릴것 같다 진기야.

 

 


“ 가수하고 싶다더라. 스물다섯에 무슨 가수. 맛있게 생겼길래 대주면 시켜준다고 했지. 일단 매니저부터 해서 얼굴 알리라고 했어. 일은 잘하냐? 밤에는 꽤 쓸만....”

 

 


진짜 못 참겠다. 나 친구한테까지 이러는 쓰레기는 아닌데 진짜 못 참겠다. 오징어나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하는 이진기 멱살을 잡아채서 바닥에 던지고 그 위에 올라가 패기 시작했다. 이진기도 맞고 있을 놈은 아니라 서로 치고 박고 피터 지도록 싸우는데 이진기가 한숨을 고르면서 말하려는 게 보여서 변명이라도 듣고 싶어서 나도 숨을 고르는데 또 씨발새끼가 개소리를 짓걸여서 얼굴이고 뭐고 발로 차고 밟았다. 미친 새끼.

 

 


“ 왜 아다 아니라서 아쉽냐?”

 

 

 

 

 

 

 

 

 

 

 

 

 

 

 

 

 


사장실을 나오니 내 꼴을 보고 놀라는 비서한테 들어가 보라고 말하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어쩐지 처음 그 얼굴이 너무 처연했어. 괜히 내가 모질게 군게 생각나서 손이 아플 정도로 핸들을 쥐고 급하게 차를 몰아 집에 도착했다. 문을 부서버릴듯이 열고 짧은 정원도 뛰다시피 걸어서 현관 문을 열었다. 근데 나 지금 왜 울 것 같은 거야. 씨발. 문을 벌컥 열었는데도 조용한 집이 이상해서 발소리를 내며 이층에 가보니 내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너무 열이 받았다. 가수하고 싶다며, 그런 말을 왜 믿어. 그런 걸로 왜 그런 짓을 해줘 그리고 왜 아무것도 아닌 나 같은 놈 뒷일하고 있어. 미련하다 했더니 진짜 미련한짓만해. 

 

 


“ 어...? ”

 


“ 씨발.”

 


“ 무슨일 있어요...? 왜 울어요?..”

 


“ 내가 쉬고 있으랬잖아!!!!”

 

 

“ 아니 난 그냥...”

 


“ 씨발!!!너 그 입 안 다물면 죽여 버려!!!”

 

 


내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잔뜩 놀란 표정이 보여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곤 부어서 아픈 볼도 상관없이 어금니를 꽉깨물었다. 울것같다. 진짜 펑펑 울 것 같다. 무슨 일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 너. 이진기랑 잤어?”

 


“ 네?”

 


“ 그 새끼랑 잤냐고!!! 몸 팔았냐고 너!”

 


“ .............”

 

 


김기범 어깨를 꾹 잡고 숨을 참았다. 나 지금 너무 제어가 안 된다. 진짜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 내 손에 한참이나 잡혀있던 김기범이 어깨를 조금 비틀어서 내 품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 더럽다고 생각해도 할 수 없어....그리고.......미안해요.....”

 


“ 나랑도 자. ”

 


“ 그런 사람 아니에요!!! 나 그런 애 아니에요. .”

 


“ 씨발 나랑도 자자고!!!!”

 


“ 그런 취급하지 말아요!!!! ”

 

 


내가 다시 잡은 어깨를 떼어내려 팔을 들어 떼어내는걸 다시 잡고 풀지 못하게 힘을 줬다. 

끝내는 우는걸 턱을 잡고 들어내서 눈을 맞췄더니 한참을 보다가 먼저 시선을 피한다. 

 

 


“ 나랑은 왜 안자는데 ”

 


“ 왜이래요 진짜!!!”

 


“ 나랑도 자. ”

 

 


다짜고짜 침대로 손목을 잡아끄니 딱 버티고 서서 안움직이는게 느껴져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나 지금 얘랑 몸이라도 안 섞으면 진짜 너무 열 받아서 제어를 못하겠다. 사랑하는데 .. 그런 거짓에 속았다는 것도 화가 났고, 그 더러운 새끼랑 더러운 이유로 몸을 섞었다는 것에 내가 다 억울해서 미치겠어서 그걸로 매일매일 죄책감에 시달리고 살았을 김기범이 눈에 선해서 진짜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덮어주고 싶다. 그런 기억. 근데 말이 곱게 안 나가 지금. 미치겠다. 그렇게 둘이 한참을 거리를 두고 서 있는데 김기범이 몸에서 힘을 빼는 게 느껴져서 슬쩍 얼굴을 봤더니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 그래서, 뭐 줄 건데요. 나 몸팔았어요.맞아요! 나 가수 시켜준다고 해서 바로 알겠다고 하고 침대에 누웠어요!! 근데! 당신은 뭐 해줄 수 있는데!!!! ”

 


“ 사랑해.”

 

 

“ ... ”

 


“ 사랑한다고!!! 왜 대답 안하는데 ”

 

 


내 말에 멍하게 나를 보는 게 느껴져서 성큼 성큼 다가가 멍한 얼굴을 붙잡고 키스를 했다. 

혀를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작은 입을 크게 벌리게 해서 내 맘대로 휘저었다. 차마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에 줄줄 흐르던 말던 뒷목을 잡고 허리를 감고 마구잡이로 키스했다. 근데 왜 난 우는 거야. 김기범도 우는 게 느껴져서 옷속에 다짜고짜 손을 넣고 여기저기 만지던 손을 거뒀다. 그러니 김기범이 갑자기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낸다.

 

 


“ .............진짜, 흐…….흐...흡...진짜 사랑해요?”

 


“ 거짓말안해 씨발.”

 


“ 흐…….어떡해..........”

 


“ 왜울어!! ”

 

 


우는 것도 미련해. 숨을 죽으면서 우는 모양새에 확 끌어안아버리니 숨을 트고 운다. 

그리곤 내 등에 들어오는 팔이 느껴지고 아직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끅끅 대는 등을 쓸어주었다. 울면서도 또 묻는 말에 머리칼을 쓰다듬는데 이번엔 제가 먼저 내 입술을 찾아 들어와서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자꾸만 입술을 떼어내려는 걸 놔주지 않고 계속 키스를 하니 나를 밀어내는 팔에 입술을 뗐더니 조용히 말해오는 입술을 봤다.

 

 


“ 나도...사”

 


“ 알아. 말하지 마 ”

 


“ 네 ?”

 


“ 떨리니까 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라면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 귀여워서 꼭 끌어안으니 하면 안돼요? 라고 묻는다. 그래서 나 잘때해 지금하면 죽인다. 라고 했더니 아까 왜 울었냐고 묻기에 키스를 해버렸다. 입을 막아버리는게 편하지. 

 

 

 

 

 

 

 

::

















괜찮아 epilogue

-Harvey








"야"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거머리, 아, 거머리는 이렇게 하얗지 않으니까. 아무튼 잠들어있는 이'걸' 떼어내려고 살짝 흔들었는데, 미동도 없다. 매니저라는게 이렇게 풀어져서야. 야. 야? 야! 일어나라고! 어쭈, 미간만 찌푸리면 다냐. 뭐, 오늘은 급한 스케쥴도 없으니까 좀 쉬다가 녹음실 가면 되겠네. 그나저나 이놈의 녹음 작업은 끝이 없어서 내 목을 이렇게 혹사시키냔 말이지. 안그래도 어제 이 거머리랑 이진기한테 소리를 하도질렀... 이진기? 이진기!!! 




"야, 매니저? 어이!"


"으응..."


"뭐래. 얼른 일어나"


"뭐에요... 아직 안나가도 되는데요?"


"알아. 나 이진기한테 갈거야"


"이사님?"


"그래, 그 새끼. 너네 이사님"


"최민호씨 이사님도 되는데..."


"아, 이사고 나발이고. 빨리 준비해"




네에, 하며 아직도 잠이 덜 깬건지 양 손으로 눈을 부비적 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김기범의 어깨를 붙잡고 다시 침대에 앉혔다. 악! 하는 쇳소리를 내던 김기범이 이내 얼굴가에서 손을 내리고 뭐냐는 듯 멀뚱히 나를 쳐다본다. 내가 이쪽에서 일 하면서 난다 긴다 하는 연예인들은 거의 다 만나봤다고 해도 크게 오버하는건 아닌데, 남녀를 불문하고 얘만큼 화장 안한 피부가 좋은 사람을 본적이 없다. 나도 모르게 김기범의 눈가를 엄지로 쓸어내렸다. 흠칫하며 숨을 들이쉬는게 다 보여서 또 피식 웃어버렸다. 아, 나 이렇게 잘 웃는 남자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대로 김기범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하다...가... 




"...나 씻는다"


"네?.. 아, 아, 네!"




씨발, 아침부터 아가리똥내 공유할뻔했네

뭐, 김기범은 그런거 안날 것 같기도 하다만.









"여기요, 국화차"


"어"


"저기, 아침은요?"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무슨"


"어, 그러네..."


"...점심은 밖에서 먹을거야"


"네에..."




너도. 라고 말하니 또 동그랗게 떠지는 눈이 나를 따라온다. 너도, 같이. 라고 말하면 신기하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있었고, 살풋 접히는 눈꼬리가 있었다. 네에... 말끝을 늘이며 부끄러운듯 목께를 만지작거리는 김기범의 턱을 그러쥐고 시선을 맞췄다.




"나 양치했다"




툭 내뱉은 말을 이해하려는듯 눈알을 굴리는 김기범의 입술을 그대로 삼켰다. 양치한다고 아침에 참았던게 좀 억울하기도 해서, 입술을 물어 뜯다시피 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은 놀란듯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꽉 잡아오기에, 나도 쥐고 있던 김기범의 턱을 놓고 대신 그 하얀 몸을 바스라질 듯 끌어안아 단단히 결박하고는 연신 숨 막히는 키스를 퍼부었다. 어제보니 우는 것도 예쁘던데, 하는 얄궂은 생각을 하면서 일부러 호흡할 여유도 주지 않고 마치 추궁하듯, 울리기라도 하려는듯 저돌적으로 몰아부쳤다. 




"음.. 최...민호씨, 시... 시간이요..."


"씨발"




가만히 있어도 유난히 붉던 입술이 번들거리고,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나의 얄궂은 생각에 답이라도 하듯, 젖은 눈가로, 김기범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낮은 목소리로 '나가야죠..' 라고 말하며 내 품에 파고든다. 











"여, 최민호가 이틀 연속 나를 보러오고, 왠일?"


"몰라 물어?"


"아아, 이쁜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새끼야!!"


"와 최민호, 그래도 내가 니 사장이다? 어제 나 팬걸로 짤려도 넌 할말이 없는거야 임마"


"그거야 니가 날 자를 수 있을 때 말이고"


"큭.. 그건 또 그렇네"


"김기범, 계속 내 매니저만 할거다"


"왜이래 최민호? 그런거 언제는 변경될 수 있다는거 알잖아. 니가 제일"


"이제 안바꿔. 나 간다"





다리를 휘적거리며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는 여비서의 목소리와 함께 사장실 안에 있는 이진기가 '이제 안심이네' 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 했어요?"


"뭐, 그냥"


"아... 이런거 물어보는거 귀찮으시죠. 죄송해요"


"야"


"네.. 네?"


"안 귀찮아. 물어봐 아무거나"


"하지만..."


"진짜 바보냐?"


"제가 왜요, 또!"


"그런거 물어봐도 안 귀찮은... 그런거잖냐"


"...'우리'가요?"


".. 그래. 우리가"


"최민호씨... 저 진짜 최민호씨 사.."


"야!!! 말 하지 말라고 아직!!"





언제 해야되는건데요 그럼! 
몰라, 나중에, 내가 해도 된다고 할 때. 
그런 때가 오긴 오는거에요? 
모른다고! 
왜 나는 말도 못하게해? 
와,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냐? 
ㅁ...뭐 최민호씨 저랑 동갑이거든요? 
최민호씨가 뭐냐, 최민호씨가?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글쎄














::








끝까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누나들 감사하고 사.....ㅅ.... 민호가 말하지 말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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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누나ㅠㅠㅠㅠㅠㅠ 완전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 ㅅ..사... 민호가 말하지말랬으니까 말 안 할래요!
12년 전
Harvey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저도사......ㅅ.....
12년 전
독자2
아 누나 완전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 누.....사...사....탕...
12년 전
Harvey
...........민호가 우리의 말까지 관리하는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3
좋다............
12년 전
Harvey
감사합니다 !_!
12년 전
독자4
아흐.. 달달하고 좋군요ㅎㅎㅎㅎㅎㅎㅎ 시간을 거슬러서 잘읽고 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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