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사람들의 사연들은 제각각
빚지고 팔려왔거나 제발로 들어왔거나
거지같이 사는것 보다 여기서 팔려나가는게 더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다는데
난 전자라서 이 사람들이 이해가 가진 않는다
"벨, 12번방"
벨은 예명이다
누가 지었는지 네이밍 센스 한번 구리네 초인종 같잖아
뭐 계속 쓰다 보니까 정이 가는것 같기도 하고
"네네"
"너 들어가서 말 조심해!"
"아 예"
-드르륵
어? 이사람 구면이다
매번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술만 마시고 가던데 왠일로 비슷한 나이대의 남정네들을 끼고 나타났다
그 남정네들 옆에는 다 여자가 하나씩 붙어있고
"예쁜아 오빠 옆에 앉아봐"
오빠는 지랄
입 밖에 냈다가는 또 마담이 뭐라고 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남자 옆에 가서 앉았다
"우리 예쁜이는 이름이 뭐야?"
"벨"
"벨~? 그 초인종 벨?"
저게 무슨.... 두뇌 구조가 단순한가
잠깐, 저거 내가 생각했던거잖아?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벨이요"
"미녀와 야수? 예쁜이 야수야?"
너 정말 뇌가 청순하게 생겼을것 같아
"뭐래"
"와 도도해 합격"
합격? 나 무슨 시험 쳤나?
"헙"
갑자기 허리를 휘감아오는 팔에 놀라 숨을 참았다
"허리도 얇아 합격"
"그게 무슨..읍"
따지려는 입술을 막아오자 어깨를 쳤더니
혀로 입술을 한번 훑고 입을 뗀다
"달다, 너 합격"
"자꾸 뭐가 합격이라는거에요?"
"합격이라고 말 그대로"
"에?"
"그냥 조용히 내일을 기다려 야수가 미녀 데리고 갈테니까"
"저 사게요?"
"팔진 않을건데?"
"저를요? 왜?"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김마담이 나 성질 더러워서 아무도 안사갈것 같다고 그랬는데
"아무도 안사가서 내가 사가려고"
"아"
"장난이고
미녀는 야수가 데려가야 하거든"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다음날 밤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은 그 남자
아, 이름도 모르네?
하긴 내 팔자에 무슨
잠시 나대던 심장을 잠재운채 나도 함께 잠이 들었다
"예쁜아, 일어나"
내가 미친건가
한 여름밤의 꿈이 정말 꿈에 나오는구나
목소리도 진짜처럼 잘 들리고
손을 뻗어서 만져보면 얼굴도 진짜 만져지......어?
"벌써 이렇게 적극적이면 안돼 이쁜아"
"뭐야"
진짜야???? 헐
"오빠가 데리러 왔어 빨리 가자"
그렇게 짐가방과 함께 온 곳은 이 남자의 집
세상에 이런집이 진짜 있을줄이야
무슨 일을 하나 궁금해질 정도로 큰 집
빌게이츠세요?
아니 빌게이츠 집이랑은 비교도 안되지만 하여튼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다
"예쁜아 무슨 방 쓸래?"
"아무데나"
"아,니 방은 따로 있어"
"그럼 왜 물어봤어요?"
"방 많은거 자랑하려고"
아 네
"저기 왼쪽 끝에서 세번째 방에 짐 풀고 자"
"자?"
"혼자 못자? 오빠랑 같이 잘래? 오 괜찮은데?"
"아니 자 혼자 자"
"잘자 예쁜아 내 꿈 꿔"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