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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운이 아프다. 전날 비를 맞았던 탓일까,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방학식 날 결석을 하게 된 이유가 나 때문인 것만 같아 괜히 마음 한구석이 좋지 않았다. 학창 시절 마지막 방학이라고 각 잡고 놀겠다던 윤도운이었는데 며칠을 꼬박 침대에서 지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지 부루퉁한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진다. 


 

"김여주 방학식 끝나고 영화 보러 갈래? 저번에 니가 보고 싶다고 한 거 개봉했더라." 


 

"미안한데 오늘은 갈 데가 있다. 우리 원필이 누나가 나중에 놀아줄게." 


 

"아 어디 가는데, 너 나 아니면 친구도 없잖아." 


 

"내가 친구가 왜 없어! 여튼 오늘은 안 돼." 


 

 보채는 김원필을 겨우 달래 집으로 돌려보냈다. 윤도운이 전복죽을 좋아했던가. 과자 초콜릿 같은 군것질거리도 조금씩 사 가야겠다. 


 


 


 


 

2-1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도 아저씨도 모두 출근한 모양이다.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러운데 사람 좋아하는 윤도운은 혼자 있는 동안 얼마나 더 적적했을까. 분명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을거다. 


 

"윤도운." 


 

"......" 


 

"일어나 봐. 야, 윤도운." 


 

"엄마... 와 이리 일찍 왔노..." 


 

"나 너네 엄마 아니거든. 빨리 일어나 봐." 


 

"어? 김여주가? 니 와 여있노 학교는, 아 오늘 방학식이지." 


 

 벌떡 몸을 일으키는 윤도운을 다시 눕혔다. 하루 사이에 초췌해진 얼굴이 얼마나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산 좀 잘 쓰지. 윤도운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착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자기가 피해를 보면서도 다른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점심 안 먹었지?" 


 

"엉." 


 

"아픈 만큼 더 잘 챙겨 먹어야 될 거 아냐. 죽 데우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와 감동. 나 진짜 여주 없으면 어떻게 사노." 


 

"... 말은 잘해. 너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지 마. 오늘도 나 아니었으면 밥 안 먹었을 거 다 알아." 


 

"역시 김여주. 니 가끔 보면 내보다 내 더 잘 아는 거 같은 거 아나." 


 

 몇 년 동안 신경이 너한테만 쏠려 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겨우 몇 분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온몸에 힘이 자꾸 풀려 부엌까지 겨우 걸어가 데워진 죽을 그릇에 담았다. 쟁반에 죽 그릇과 김치를 담아 방으로 돌아가니 어느새 윤도운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허리를 세워 앉아있었다. 


 

"오, 내가 또 전복죽 좋아하지." 


 

"얼른 먹어." 


 

"여주야." 


 

 진짜, 네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웃으면 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도운아. 


 

"...응." 


 

"내 먹여주면 안 돼?" 


 

"아프더니 미쳤구나?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니가 먹어." 


 

"아 내 아프잖아. 한 번만 먹여도." 


 

"윤도운, 장난치지 말고 빨리 먹어." 


 

"몰라 몰라. 내 김여주가 먹여줄 때까지 안 먹는다." 


 

"허..." 


 

 나쁜 윤도운. 나는 지금 너랑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조차도 너무 힘이 든다. 너무 떨려서 머릿속은 백지장인데 정신마저 놓아버리면 내 마음을 토해버릴까 봐 얼마나 기를 쓰는데. 


 

"... 아 해." 


 

"아싸. 김여주 최고." 


 

 그래도 도운아,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윤도운 밉다고, 짜증 난다고 속으로 수백 번을 외치다가도 네 웃는 얼굴 한 번만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짓는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기냔 말이야. 


 

"기치도 오려도." 


 

"다 씹고 말해." 


 

 젓가락을 쥔 손은 투박하게 나간 말보다 먼저 김치를 향했다. 어느덧 마지막 한 입이다. 


 

"아 진짜 잘 뭇다. 여주야 진짜 고맙다. 내가 다 나으면 떡볶이 사줄게." 


 

"... 약속 지켜라." 


 

"아 당연하지! 내가 언제 약속 안 지키는 거 봤나." 


 

 쟁반을 들고 방을 나서는 내 등에다 소리치는 윤도운에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설거지를 하는 내내 비져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도 기분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 나한테는 윤도운이 그랬다. 


 


 


 


 

2-2 


 

"가게?" 


 

"응." 


 

"데려다줄까?" 


 

"너 감기 더 심해지면 나까지 귀찮아져. 누워있어 그냥." 


 

"헤 알았다. 조심히 드가고 도착하면 카톡 해. 진짜 고맙고 미안타." 


 

"...도운아." 


 

"엉." 


 

"나는 니가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 갑자기 뭔 말이고." 


 

"다른 사람보다 너를 먼저 생각해줘. 괜히 다른 사람 우산 씌워주다가 지금처럼 이렇게 앓아눕지 말고." 


 

"니 설마 어제 비 맞아서 내 이래 됐다 생각하는 건 아이제. 니 우산이었잖아. 내가 좀 덜 쓰는 게 맞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니 때문에 내 아프다고 생각하는 거면 절대 아니니까 집어 치삐라. 아 와 울라 그러노, 내 아픈 게 그리 속상했나. 이리 와봐, 아이다 옮을 수도 있으니까 오진 말고. 울지 마." 


 

"어." 


 

"......" 


 

"속상해. 진짜 너무 속상해. 그러니까 제발 도운아," 


 

"......" 


 

"제발 아프지 마." 


 


 


 


 

2-3 


 

 아, 죽겠다. 어젯밤부터 몸이 무겁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조차 쉽지가 않다. 겨우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하니 윤도운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세 통 찍혀있었다. 


 

"여보세요. 전화 왜 했어?" 


 

"니 전화 와 이리 안 받노. 잤나." 


 

"방금 일어났어. 왜?" 


 

"아니 나 감기 다 나으면 떡볶이 사주기로 했잖아. 내 이제 다 나았거든." 


 

"나 오늘은 안 될 거 같은데." 


 

"아 와. 나 나가고 싶단 말이야." 


 

"오늘은 안 돼. 다음에, 다음에 먹자." 


 

"알았다. 근데 니 목소리 와 그라노. 어디 아프나." 


 

"아냐. 안 아파. 끊는다." 


 

 내가 아픈 걸 안 순간 윤도운은 나보다 더 유난을 떨 게 분명하다. 그리고 바보 같은 윤도운은 내가 아픈 게 저 때문이라고 자책하겠지. 윤도운이 걱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윤도운이 모르는 게 서로한테 좋을 걸 알아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2-4 


 

"아프면 말을 해야지. 혼자 앓고 이게 뭐고." 


 

 인기척에 눈을 뜨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침대 옆에 앉은 윤도운이 가장 먼저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내 이마에는 물수건이 올려져 있었다. 


 

"언제 왔어?" 


 

"방금. 니 진짜 못된 거 아나.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노." 


 

"아니 나는 너 괜히 걱정할까ㅂ," 


 

"됐다. 일나. 죽 무라." 


 

 조금은 화가 나 보이는 윤도운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숟가락을 잡자 윤도운이 숟가락을 뺏어들었다. 


 

"아 해." 


 

"야 됐거든, 내가 먹을 수 있어." 


 

"아 하라 했다." 


 

 한숨을 푹 내쉬고 한 숟갈을 받아먹자 목부터 열이 확 올랐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걱정하는 윤도운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나. 모든 게 안 봐도 비디오였다. 아무리 숨기려 거짓말을 해도, 나는 결국 윤도운의 손바닥 안이다. 한낱 거짓말로 서로를 속이기엔 우린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김여주." 


 

"... 응." 


 

"내는 진짜 내가 너무 싫다." 


 

"......" 


 

"나 때문에 니 아픈 거 같아가 내가 너무 밉고, 진작 못 알아챈 내한테 너무 화가 난다. 니가 내 아프다꼬 우리 집 왔을 때부터 내 옆에 못 오게 했어야 되는 건데, 바보같이 좋다고 죽까지 먹여달라칸 내한테 너무 화가 나." 


 

"......" 


 

"앞으로는 내 아파도 거들떠보지도 마라. 너야말로 나보다 니를 먼저 생각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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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도 속상하거든. 니 아프면 내도 속상하다고. 그러니까 제발 아프지 마 여주야." 


 

 심장이 멈춘 듯 호흡이 가빠졌다.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온몸에는 열이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이 모든 것을 감기 탓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도짜밈들 많이 늦었지요ㅠㅠ 

제 현생이 진짜.. 하 너무 바빠서 글을 써낼 시간이 도저히 없었읍니다. 

용서해주십시요. 

저뚜 글 진짜 빨리빨리 써오고 싶어요ㅠㅠㅠㅠㅠ 

무엇보다 우리 도짜님들 댓글 읽는게 너!무! 귀엽고 재밌거든요 

도짜밈들 맴=제 맴이어서 도짜밈들이 막 마음 아파하는 거 보고 그냥 도운이랑 여주 빨리 뽀뽀하고 연애하게 할까 생각도 했어요(코쓱 

좋아합니다가 막 2n편 이렇게 되는 긴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어지는 거 같아 죄송하네요 

다음 글이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ㅜ 최대한 빨리 데려올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늘 이유를 찾아요 


 

++ 

답댓은 성의 없게 다는 것 보다 안 다는 게 나을 것 같아 달지 않고 있습니다 

도짜님들 댓글 하나하나 몇백번씩 읽고 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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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차암나...쟤네만 몰라.. 자기들 썸타고 있는거..ㅠ자까님 빨리 연애 시켜버려 주세요!!ㅠㅠㅠ
5년 전
독자2
감샤합니댜...자까님.... 출근해서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글이엇슙니다...사랑해여...
5년 전
독자3
와 진짜 도운이가 죽먹여주면 저 그 자리에서 거품물고 쓰러져요ㅋㅋㅋㅋㅋ쿠ㅜㅜㅜㅜㅜㅜ감사합니다:D
5년 전
독자5
주접킹 주접떨러왔음다 작가님 당신 얼른와서 내 혐생의 낙을 줘요..도운.. 빨리 고백해 연애해ㅜ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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