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훈] 우리_회사_이사님인_내_남자친구가_알고_보니_존나_부자였다.txt
Written by. Yin-Yang
꿈 없이 죽어라 공부한 덕에 나는 꽤 괜찮은 대학에 입학했다. 단지 폭넓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공부를 해왔지만, 막상 선택의 폭은 넓어도 내 흥미에 맞는 직업은 전혀 없더라. 그렇다고 평생을 백조로 살 수는 없을뿐더러, 알바를 하기에도 내가 노력해서 만든 이 스펙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나는 학교를 자퇴한 후, 울며 겨자 먹기로 여러 대기업들에 원서를 썼고, 결국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의 인턴이 아닌 어엿한 직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에 다니면서 만나게 된 내 남자친구. 나랑 겨우 4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이사님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내 남자친구는, 알고 보니 이 회사 회장님의 막내 손자인 존나 부잣집 자제였다.
(부제: 심지어는_남자친구가_취미로_일하는_거라며_월급도_안_받는다는_소문도_돈다.)
사실 내가 부잣집 아들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드라마로 인한 약간의 상상은 있었지만, 그조차도 상상에만 그쳤을 뿐,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도 동기와의 달달한 사내연애를 꿈꾸었지, 나보다 한참이나 높은 사람과의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한 사내연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들이댔던 사람은 세훈 오빠였다. 처음에는 세훈 오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나한테 잘 대해주는 사람이니까 가깝게 지냈었다. 자기의 직급에 대해 별 말 없길래 나는 다른 부서의 일개 사원일 줄 알았지.
"OO씨, 내가 아까 탕비실 지나가다 봤는데, 혹시 이사님이랑 아는 사이야? 아니, 둘이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길래…."
탕비실에서 마주친 세훈 오빠와 잠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탕비실 앞을 지나가던 우리 부서 수정 씨가 나를 따로 불러내어 이사님과 아는 사이냐며 물었을 때, 나는 그제서야 세훈 오빠가 우리 부서를 총괄하는 그 이사님인 것을 알았다.
세훈 오빠가 이사님인 걸 알고 난 후, 나는 세훈 오빠를 점점 멀리했다. 회사에서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마주친다 해도 세훈오빠를 피하거나 간단히 인사만 하고 얼른 자리를 떴다.
"OO아.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요?"
어떤 날은 세훈 오빠가 자기한테 뭐 화난 게 있냐며 나를 붙잡았다. 나는 세훈 오빠에게 화난 게 전혀 없었지만,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렇다고 또 오빠가 이사님이라서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하기엔 뭔가 좀 아닌 것 같고. 결국 난 우물쭈물하다 어색하게 웃으며 내 부서로 돌아갔다.
Yin-Yang ; 음과 양
사람은_자신과_전혀_반대인_사람에게_끌리기_마련이다.
그날 이후, 세훈 오빠도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는 듯했다. 처음엔 내게 인사밖엔 하지 않는 세훈 오빠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무뎌졌고, 세훈 오빠에 대한 미련도 싹 없어졌다. 그리고 세훈 오빠는 나에게 있어 단지 이사님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때쯤, 인연은 갑자기 내게 찾아왔다.
"……."
아무것도 모른 채 동기들에게 회식에 끌려간 곳에는, 세훈 오빠가 있었다.
* * * * *
사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뭐, 대충 기억나는 건, 내가 그날 세훈 오빠의 앞자리에 앉았다는 거 정도? 또는 그날 죽도록 술을 마셔댔다는 거나, 2차로 노래방에 가서 2시간 동안 마이크를 사수했다는 것.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식을 한 이후로 세훈 오빠와의 관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것도.
"OO아, 어제 술 너무 많이 마시더라. 속은 괜찮아요?"
내가 세훈 오빠를 밀어내면 밀어낸 만큼 나에게 다가오는 세훈 오빠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아침에는 음료수 같은 걸 내 자리에 놓고 가고, 밥을 먹으러 갈 때에는 나와 같이 먹으려 하고, 퇴근을 할 때에도 나를 제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이런 세훈 오빠의 갸륵한 지극정성에 나는 그에게 넘어갔고, 결국에는 세훈 오빠와 사내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1. 앞으로 쓸 세훈이의 카톡 글은 이 글을 기반으로 하여 쓸 생각이에요. 제 글을 볼 때마다 이 글의 전개를 기억해주세요. (사실 그래봤자 세훈이와 독자님들의 러브라인밖에 없음) 그리고 부서 내에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나올 예정이에요. 미리 스포를 하자면, 아마도 저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을까 싶어요. ^^;;;
2. 그리고 중간에 제 필명의 뜻을 눈치채신 독자님 계신가요? 사실 '잉양'은 제가 영어 독해 문제집을 풀다가 나온 단어에요. 근데 마침 음과 양이라는 뜻이 이 글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글 중간에 한 번 끼워봤습니다. ㅋㅋㅋ
3. 이제 방학을 맞아 남는 게 시간뿐인 시간 부자가 됐어요. 그래서 글 연재 텀이 잦아질 것 같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럼 다음 글에서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