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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배드배틀키즈

메리제인 씀

**트리거 주의 







1. 남자는 생각한다. 온전한 나만의 것이 가지고 싶다고 말이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눈, 내어주지 않는 품, 현실을 직시하라는 어린 아이에게는 살짝 버거운 이야기를 쏟는 어미의 말에 부정도 긍정도 없이 그저 돌아봐 주길 바라며 주위를 몇 번. 자신을 향해 웃어본 적 없던 그 눈꼬리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에게 쏟아질 때 모든 건 산산조각이 났다. 이미 바닥으로 추락해 부서진 유리 같은 마음을 주워 담을 새도 없이 남자는 울고 만다. 펑펑. 우는 틈에도 어미는 안아주지 않고 되레 혀를 찼다. 너는 왜 그렇게 욕심이 많니. 욕심이 그렇게 많아서 세상을 어찌 살라고. 너 좋으라고 이러는 거야.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비킨다. 괜찮니? 라고 묻는 건 어미의 사랑과 품을 듬뿍 자란 도련님. 남자는 생각한다. 너는 다 가진 주제에 왜 자상하기까지 하냐고. 하지만 상처를 내거나 욕을 뱉으면 어미와 저는 갈 곳이 사라진다는 걸 안다. 이 휘황찬란한 집과 사랑이 가득한 곳에서 절대적인 것은 그였다. 젖형제라 할지라도 확실한 위와 아래로 취급 받았지만 형이라 불러도 좋다는 그 해맑은 웃음에 남자는 생각한다. 그래, 나중을 생각하자. 나중을 생각하니 즐거워진다. 나중엔 온전한 나의 신부와 나의 아이가 있겠지. 그 누구도 뺏을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온전한 것. 남자는 그래서 웃었다. 그래서 형이라 말했다. 질투 하나 나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영원히 어미가 자신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살 구멍이 조금은 트일 때까지 그래서 생겨난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도, 여자가 품은 자신의 아이도. 하지만 형은 아니었나 보다. 그는 오래전의 사랑을 다 잊어 먹은 사람처럼 변해갔다.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과 닮아 있었다. 혼자서 결핍의 구덩이에 파고든 사람.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남자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웃는다. 사랑하는 자신의 모든 것과 함께.


2. 하마터면 둘 다를 잃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남자의 표정이 굳어진다. 꼭 항상 남자에겐 이상할 만큼 채워질 수 없는 부재가 꼭 생겼다. 첫 번째는 어머니의 부재였고, 두 번째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부재였다. 태어난 아이가 여자를 닮아 조용했다. 울지도 않고 꼬물거리기 바빴다. 아이를 건네 안은 남자에게 의사는 부인은 운명했다 말했고 남자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때부터 생긴 맹목적인 집착. 우리 아이는 어떨까요, 여보? 라고 묻던 사랑스러운 피앙새가 떠오르다 이내 새장을 탈출해 저 멀리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린다. 정우. 정우라고 해요, 우리. 여자의 마지막 바램이었던 이름을 담자마자 서글픈 생각이 몰려 왔다. 여보. 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여자의 부재는 그 전 과거까지 얽혀 들여와 자신을 괴롭혔다. 자신의 아들에게만은 부재를 남기지 않으리라. 그의 눈에 밟힌 것은 이제야 차차 밝아지려는 자신의 젖형제. 웃는 낯짝이 어설퍼 보이면서도 행복해 보여서 남자는 한참이나 그와 그녀를 본다. 행복하지 않은 날의 행복을 엿본다는 건 질투심과 시기를 불러오기 충분했고 남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녀를 불렀다. 내 아들을 좀 돌봐주쇼. 비협조적인 말이긴 했지만 여자는 자신의 남자의 구세주같은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고 여자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아들을 보살펴야만 했다. 빼액. 빼액. 저 멀리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창문을 닫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어주며 다독이다가도 여자는 가끔 창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우리 아가, 잘 자고 있니. 자신의 남편을 들먹거리며 말하는 남자는 하루 아침에라도 남편을 죽이려는 의도가 충분했고 남편은 자신의 아이를 내버려둔 채 집을 떠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얽혀가고 있다. 도통 어디서 풀어야 할지 몰라서 여자는 입술을 씹다가도 아이가 부르는 목소리에 그래. 무얼 읽어줄까? 라며 책을 고른다. 비참했다.


3. 이 지역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습도가 차오르는 게 몸에 다 느껴질 정도로 비가 거세게 내리는 그날 밤, 남자는 생각했다. 모든 게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 같다고. 배가 고프다며 빼액 울기만 하던 어린 자신의 자식은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우울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사랑으로도 채워줄 수 없는 것. 이렇게 보니 자신을 닮은 게 우울 뿐이라서 남자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모두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를 닮았다. 갈색 머리카락, 갈색 눈동자, 웃으면 파이는 보조개까지. 사랑했던 모든 게 모래성처럼 사라지는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기분이 차오른다. 그리고 무심코 욕이 빗발친다. 여전히 자신이 가진 게 없었다. 도돌이표를 걷고 있었나. 손을 뻗어 쉽게 닿는 술을 먹으면 차츰 그 기억이 좀먹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자신을 바라보는 여린 자신의 자식의 눈에 경멸이 비쳤을 때 남자는 그 여린 목을 붙들고 있었다. 차라리 죽자. 이 결핍에 몸이 갉아 먹히기 전에 죽자.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가야. 죽자. 목을 부러트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진짜 금방이라도 숨을 꼴깍 넘길 것 같은 아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다. 붉게 변해가는 토마토 같은 얼굴, 켁켁거림이 잦아들 때 쯤 남자는 힘을 더 주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듯 손을 떼어낸다. 연신 기침을 하던 딸이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쿠당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게 머리를 부딪친 소녀가 숨을 멎는다. 남자는 그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NCT] 공주와 배드배틀키즈 ⒞ | 인스티즈




4. 기억을 조금 잃어 버렸다고 한다. 아니면 방어적인 무언가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소녀의 의지대로 그 기억은 지워졌다 말하는 의사의 말에 남자는 웃는다. 자조적으로 웃었다.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의사가 입원을 권유한다. 남자는 자리를 피했다. 소녀는 죽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의 기억을 지워버린 것 뿐이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여자는 눈물에 흠뻑 취한 얼굴이었다. 남자는 되려 화를 냈다. 자식을 두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네가 그러고도 엄마야? 문제를 일으킨 것은 자신인데 소리는 되레 사랑하는 사람에게 쏟아낸다. 소녀처럼 여자는 눈물에 흠뻑 취해 울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고작, 미안하다는 말 뿐이어서. 남자는 입술이 썼다. 곤히 잠든 소녀의 머리카락을 쓸던 여자는 소녀의 목에 남겨진 흉터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잘못한 건 자신이기 때문에 소녀의 목에 있는 흉터가 그대로 옮겨져 자신의 목에 새겨진 사람처럼 목이 갑갑하다 못해 졸려왔다. 똑같이 목을 조르려는 여자의 행동을 남자가 막아 세우며 말한다. 공주 엄마. 우리 살자. 딸에게 했던 말과는 다른 말. 그냥 도망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소녀는 하루 밖에 입원을 하지 않고 사라진다. 여자와 남자도 몇몇의 짐만 챙겨 그 말을 떴다. 그 날은 비가 오지 않은 이상한 날이었다. 그 날 새벽 소란스러웠다는 것만 빼고 마을은 여전했다. 여전히 고립된 마을엔 똑같이 어울리지 않는 집이 생겼다. 소년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여자를 기다린다. 떠나버린 건가. 보고 싶다.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 따스했던 웃음소리와 갈색 머리카락이 기억났다. 갈색 머리카락.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따스한 무언가. 처음으로 사랑을 준 사람을 잊을 리 없는 아들의 투정에 남자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다시금 어장을 쳤다. 고기가 도망쳤다면, 새가 도망갔다면 다시 잡으면 돼.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며, 찾을 거라며 아들의 머리카락을 쓸어준 무정한 남자는 상처를 내서라도, 희망을 밟더라도 자신의 아들에게 최고만 주고 싶었다. 욕심이었다.


5. 다시금 만난 그 눈동자엔 빛이 없었다. 안으면 자신의 품을 한껏 내어주던 행동이나 손이 올라오지 않고 그저 딱딱한 목석처럼 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그 여자는 소년에게 빌었다. 제발 좀 놓아줘. 푸석푸석한 갈색 머리카락.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반지르르한 악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소리를 지르며 그 얼굴을 짓눌렀다. 소년의 비명에 황급히 여러 사람들이 몰려 들어 여자를 떼어 놨다. 여자는 자신의 손끝에 묻은 피에 흐뭇하게 웃었다. 아프지? 너도 아파 봐야 돼. 너때매 우리 공주가... 우리 공주. 공주. 자신의 상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되려 웃는 여자를 울면서도 소년은 궁금했다. 말끝에 공주라고 말하는 그 대상도.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웃지. 왜 걱정을 해주지 않지. 왜 울어 주지 않지? 눈가에 생긴 상처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아릿함만 남았을 때도 소년은 여자의 말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왔을 땐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완벽히 돌아오지 않을까? 당혹감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를 향해 소년은 말한다. 나는 괜찮아요, 아빠. 근데 나 궁금한 게 생겼어요. 남자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공주가 누구에요? 안대를 써도 여전히 빛나는 한쪽의 그 순수한 눈동자에 남자는 함구를 하지 못하고 내일이 되면 알려줄게. 하며 자리를 비켰다. 소년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 쓰여진 안대를 만지작 거리며 홧홧한 감정을 되새긴다. 처음으로 받은 상처는 소리를 지를 만큼 아팠다. 공주. 공주. 공주. 소년은 이미 꽉 차버린 동화 서적들 중 공주가 나오는 책을 찾았다. 싱겁고 지겨웠던 뒷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힘들고 아프고 외롭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공주. 공주에겐 항상 왕자가 나타났다. 그 왕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공주를 데리고 떠난다. 그리고 맞는 해피엔딩. 아직, 소년도 맛보지 못한 결말이었다.


6. 여자와 똑같은 얼굴과 머리카락 그리고 보조개에 소년은 자신도 모르고 손가락으로 움푹 들어간 보조개를 찔렀다. 아야! 약간 큰 소리에 바로 손가락이 떨어졌지만 소녀는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으며 되려 소년을 비웃는다. 속았지? 라고 말하는 앙큼한 질문에 소년은 잠깐 입을 벙끗거린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소녀는 소년의 궁금증을 알려 하지 않고 그저 갖가지 놀이 기구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되묻는다. 이거 다 네 거야? 부럽다. 우와. 책도 많네. 쫑알쫑알. 묻지 않아도 끊기지 않는 말에 소년은 그저 서서 소녀가 멋대로 구는 행동을 빤히 지켜 본다. 네가 공주야? 그렇게 물었을 때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년의 눈을 봤다. 응. 내 이름은 공주야.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나를 그렇게 불러. 이젠 엄마만 그렇지만. 소년이 기억하는 공주들은 모두 슬퍼 보였는데 소녀에게선 그런 슬픔 따위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너는 공주가 아니야. 공주는 아프고 슬프단 말이야. 투정 아닌 투정에 소녀가 웃는다. 그래? 그럼 그런가 봐. 단조롭게 맞아 떨어지는 답에 소년은 할 말을 잃는다. 너도 왕자가 필요해? 소년은 그 물음이 뭔가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꼰다. 소녀는 아무 말이 없다 툭 답을 뱉었다. 아니. 너무나도 딱 잘린 대답에 소년은 입술을 벙끗거리기만 했다. 왜? 물음엔 물기가 있었나? 소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왕자는 공주가 엄청 힘들 때 구해줄 때만 오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공주도 아니고, 엄청 힘들지도 않은 걸? 소년이 봐도 소녀는 행복하게만 보였다. 그게 너무 부러웠다. 어째서 행복하냐고 물어보려다 이내 흥미가 떨어진 소녀의 얼굴에 덜컥 겁을 먹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 맛있어. 라고 말하며 숟가락으로 열심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녀의 옆 모습을 지켜본다. 너는 그럼 언제 힘들어? 소녀가 소년의 물음에 물음표를 달며 다시 묻는다. 네가 힘들면 네가 도와주기라도 하게? 너는 왕자니? 소년은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응, 나는 왕자야. 소녀가 소년의 답에 사르르 웃는다. 그래? 그럼 나중에 구하러 와. 엄청 힘든 날 보면 날 구해줘야 돼. 왕자와 공주의 새끼 손가락이 얽힌다. 왕자는 자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소원을 맘속으로 빌었다. 공주가 엄청 힘들길. 그래서 자신이 구할 수 있길.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에 소년이 다리를 동동 거린다. 이미 얽혀버린 실타래가 콱 묶여버린 순간이었다.


7. 폭우가 내리던 밤, 세차게 빗줄기가 창문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이 요란했던 밤. 소녀는 어미의 품에 있었다. 공주야, 가자. 그냥 떠나자. 나갈 채비를 다 마친 채 또 떠날 준비를 하던 그들의 앞에 남자가 나타났다. 비에 흠뻑 젖어선 무심한 얼굴로 가족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내뱉는다. 여자는 묻는다. 왜 하필 우리냐고. 왜 그러는 거냐고. 지긋지긋해 죽고 싶다고. 남자는 답이 없다. 그러더니 손에 든 총구를 결심한 표정을 한 여자의 남편의 다리에 명중시킨다. 요란한 총 소리에 소녀는 잠을 깨고 만다. 고통에 소리를 지르는 아빠와 우는 엄마. 그리고 번개가 내려쳐 잠깐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남자의 얼굴. 여자는 운다. 서럽게 울었다. 모든 게 엉켜가고 있다. 지긋지긋했다. 남자의 얼굴은 역광으로 소녀의 시선으로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매섭다는 걸. 남자는 비에 흠뻑 젖은 손으로 여자와 소녀의 사이를 갈라 놓는다. 총구는 바로 여자의 이마에 박혀있다. 방아쇠 한번이면 바로 여자는 죽는다. 소녀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남자의 행동에 심장이 마구 뛰었을 뿐. 여자에게 조용히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냥, 조용히 살아. 참담한 현실을 인식 시켜주듯 말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소녀는 생각한다. 꿈일까? 다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아버지도, 우는 어머니도, 이 남자도 모조리 꿈일까. 말도 안되는 상황 속 졸음이 몰려온다. 그것은 도피. 또 다시 소녀는 기억을 잃을 준비를 한다. 잊어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저 그런 재미없고 지루한 하루가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눈을 감는 소녀를 남자는 지긋하게 바라보다 이내 자리를 피했다. 말귀를 알아 먹었을 거라 생각했기에. 비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끙끙거리는 소리도, 우는 소리도 잡아 먹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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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그 알 수 없는 피로감과 몽롱함이 자꾸만 야금야금 몸 어딘가를 씹어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은 이마를 누군가가 시원한 손으로 한 번 쓸어준다. 김정우였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손엔 물에 살짝 젖은 수건이 쥐어져 있었다. 무슨 꿈을 그렇게 사납게 꿔. 힘들어? 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쩐지 위로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꿈을 꿨어, 아주 무서운 꿈. 사실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는데도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처럼 걸쳐 앉은 김정우의 종아리와 허벅지에 젖은 얼굴을 비빈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 그리고 방금 마친 샤워코롱의 냄새가 코와 얼굴 전체를 쓸고 간다. 너무 안에서만 있어서 그래. 김정우의 목소리는 마치 인어 같았다. 물에 살짝 티백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성질을 한 번 내는 꼴을 못 봤다. 가끔 도영과 루카스 그리고 마크까지 큰소리는 아니더라도 당부하듯 겁을 주곤 했는데 김정우는 마치 모든 걸 커버 쳐줄 것 같이 굴었다. 방관 아닌 방목 아닌 믿음이 어찌나 무서운지. 너는 어디까지 나를 믿어줄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다음 날 새벽에 돈을 튀고 이 마을 뜰 수도 있는 나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마음을 접게 되는 건 어차피 나를 찾을 걸 안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어디를 갔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얘는 알고 있었으니까. 소름 끼치게 싫다기 보단, 그 밀도 높은 애정이 싫진 않았다. 애정이 아니라 애증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김정우는 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모든 걸 가진 그가 내게 맹목적인 건 그저 단순한 유흥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도대체 왜? 물기에 살짝 젖은 손가락이 생각에 빠진 나를 깨우듯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속삭인다. 내일, 나가보는 건 어때? 권유 아닌 권유에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고 싶은 거 다 사도 돼? 언젠가 내 손에 쥐어주었던 집안에선 쓸데없던 블랙 카드가 떠올랐다. 김정우는 말한다. 알았어. 뭘 알았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또다시 그 특유의 권태에 빠진다. 재미없다, 너. 나의 말에 김정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오로지 내게만 들릴 만큼 아주 작고 미세했다. 마치 나를 쫓는 그의 시선처럼.


9. 재워줘. 아마 내가 아는 김정우는 한 번도 남을 재워준 적이 없을 거다. 보살핌만 받고 자란 그가 남을 어떻게 타이를까. 궁금해진 건 그냥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역시나 대답이 없던 김정우의 손이 어정쩡하게 나의 어깨에 닿는다. 킥킥. 속으로 뱉어내야 할 걸 나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쏟아낸다. 됐어, 됐어. 나는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가 이내 내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새벽 달빛에 젖은 김정우의 눈은 촉촉하다. 창가로 들어오는 말도 안되는 채광과 함께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김정우의 얼굴은 눅눅해서 나는 손을 뻗을 자리에 있는 김정우의 뺨과 턱을 아주 약간 살짝 닿아 긁어주니 이내 걸쳐 앉기만 했던 김정우가 몸을 더욱 들이밀어 나의 침대 위로 올라온다. 혼자 자기에도 충분히 넓었던 킹사이즈 침대는 두 사람이 누워도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공허했다. 살짝 닿고 떨어질 손을 어떻게든 닿고 싶어하는 어린 고양이처럼 김정우는 뺨을 손에 비비적 거린다. 나의 방금 전과 똑같이. 나는 내치지 않았던 그처럼 얌전히 그 행동을 쳐다보다 이내 팔을 내렸다. 팔 아파. 너도 그냥 자. 옆을 툭툭 치며 눈을 살짝 감았을 때 이불 표면의 소리와 함께 김정우의 숨결이 코끝에 살짝 닿는다. 김정우는 눈을 감고 있지 않고 있다. 여전히 눈을 감은 나를 본다. 그 시선에 잠이 누가 올까. 안 자? 나의 물음에 김정우는 못난 아이처럼 답한다. 응. 고집 센 아이인 게 분명해 나는 더듬거리며 김정우의 얼굴을 올라타 눈가를 가린다. 얼른 자. 별로 피곤하지 않던 대화에도 나는 잠이 다시 왔다. 잠이 무섭다. 잠이 나를 삼키는 것 같았지만 오늘은 내 곁에 있는 김정우 덕에 소름 끼치는 일 따위는 없는 듯 싶다. 내 손바닥을 간지럽히듯 녀석의 속눈썹이 사르륵 거리기 시작했다. 좀 더 힘을 줘 눈을 꾹 눌렀더니 이내 팔목을 살짝 잡아 내려 자기 입술에 손바닥을 비비적거리기 시작한다. 축축하고 뜨거운 주름 많은 입술의 표면이 채색이라도 하듯 손바닥에 입을 맞춘다. 축축한 입술에 살짝 축축한 입맞춤의 소리가 나고 나는 변태야. 라는 작은 목소리와 함께 말리지도 못한 채 하품을 했다. 좀 더 자고 싶다. 좀 더 잠에 빠지고 싶다. 피곤해. 상관하기 싫어. 라는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잠에 취할 무렵 간지럽던 숨결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애써 눈을 떴을 땐 김정우는 코앞까지 있었고 시선이 마주했음에도 김정우는 어깨에서 내려간 실크 이불을 그저 덮어줄 뿐이었다. 얼른 자. 지금까지 나를 재우지 않으려 고집 부렸던 게 누군데. 나는 한숨처럼 다시 눈을 감았고 김정우의 이마가 콩 하고 나의 이마에 닿는 느낌이 들었을 무렵 나는 김정우의 진득하게 달라 붙는 키스를 맛봐야만 했다. 물론 잠에 취해 기억 나지 않을 거라 말할 테지만, 김정우는 서투르게 내 입술을 야금야금 씹는다. 잠에 깨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만 아주 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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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서 죄송한 기분만 드네요 :( 현생에 살짝 치여 돌아 오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사실 아무 설정도 없이 시작했던 썰이어서 설정을 잡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이번엔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과거를 들고 왔어요!

너무 많이 기다려 주신 것 같아 이번 분량은 조금 길게(??) 준비 했습니다! ㅎ0ㅎ 부족한 제 글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많이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다음 편에서 뵈어요 여러분~

아. 그리고 저도 뭐 암호닉? 받아야 하는 건가요??? (처음이라 잘 모름)

모르는 게 많아서 암호닉이 그 약간... 뭐라고 하던데 잘 모르겠네요. 알려주실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피드백과 댓글은 저에게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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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도 글 너무너무 몰입도 있게 잘 봤어요!

암호닉은 저처럼 작가님의 글을 잘 읽고 있는 독자들이 작가님의 기억속에(?)남고 싶어서 남기는 애칭? 별명?같은거에요!

5년 전
비회원14.250
오 맨처음을 이해하니까 다 이해되는 군요 집착을 꼭 빼닮은 제우스,,,
5년 전
독자2
허억 과거이야기가 복잡하네요 여주가 상처받았을만 해요 ㅠㅠㅠㅠ 우리 여주 애들이랑 꽃길만 걸어라....
5년 전
독자3
사무실에서 조금씩 조금씩 읽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나가서 읽고 왔습니다ㅠㅠㅠㅠ 몰입 짱이에요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62.228
우아ㅏㅏ 좋아요ㅠㅠㅠ 티비보다 몰입안되서
티비끄고 정독!!!!!
항상 작가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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