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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돌아올 回 돌아볼 顧 기록할 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

 

 

[EXO/백도] 변백현 회고록 | 인스티즈

 

_

 

나는 어휘에 서툴다. 그러므로 나의 감정을 시와 같이 자세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하소연은 할 수있었다. 글솜씨도 없고 말 주변도 없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할때도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때도 으레 있었다. 물론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도.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 총 11명은 EXO-K와 EXO-M 으로 나뉘어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3대 기획사에 들어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고 아이돌답게 청소년은 물론이고 2~30대 까지의 우상 혹은 별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하나가 되자며 매일을 결심했고 그렇게 차근차근 개개인의 꿈을 이루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본보기와 사랑이 될 수록 다른 누군가에게 질타와 시기를 받았고 우린 아직 견딜 수 있고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며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기도 했다. 한참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20대를 우리는 단 하나에 투자를 했고 시간을 쏟아부었다. 나름의 댓가도 있고 보람도 있었지만 우리들도 사람인지라 때때로 벗어나고 싶을 때도 몇 번 있었다. 공인이라 쉽게 행동과 말을 하지 못했고 번번히 고등학교 중학교 동창을 만나기위해 진땀을 빼야하기도 했다. 말도 되지 않는 열애설에 휩쓸려 의지해왔던 팬들의 등을 보아야했고 어머니의 꾹 잠긴 목소리를 들으며 힘들지 않다고 행복하다고 말한 후 전화 통화를 끊어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단합과 사랑에 대해 배웠다.

 하나를 알자 하면 둘을 알아야 했고 사람들의 기대치는 열에 다달았다. 우리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코디누나가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뒤에서 개구진 목소리가 들려오며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눈을 떠 고개를 돌리니 손가락이 볼을 쿡 찔러온다. 영양가 없는 장난에 피식 웃곤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K 멤버에 속했고 그런 너 또한 K 멤버였다. 고된 스케줄에 피곤해 신경이 날카로울때면 너는 항상 장난을 치곤 했다. 때로는 귀찮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고마운 점도 없지 않아있었다. 너는 항상 긍정적이였고 밝은 아이었다.

 이제부터 말이 정리되지 않는다. 몇번이고 글을 썼다 지우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그저. 문장 하나를 지어내지 못하겠고 너를 떠올리지 못하겠다. 누군가 내 머릿속을 열어보고 글을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한 번 말하지만 나는 어휘에 서툴다. 내 감정을 쉽사리 표현 할수 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나의 손가락과 감정, 생각들을 오직 하나에 맡길 것이다. 백현아. 네가 날 도와줘.

 변백현이 죽어버렸다. 언제부턴가 너는 휴대폰을 잡고 놓지 않았다. 멤버들이 장난으로 여자친구라도 생겼냐며 툭 치면 너는 미쳤냐며 등을 퍽퍽 때리기도 했다. 너는 웃는 모습이 워낙 예뻐서 밉다가도 금방 좋아졌다. 마음이 좋아졌다. 가슴이 좋아졌다. 생각이 좋아졌다. 너는 아마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을 것이다. 몇번이고 너를 죽이는 글들에 너는 스크롤을 내려야 했다. 너는 공인이고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너의 팬이니까. 언젠가 숙소에서 악플을 다는 안티팬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넌 무슨 문제를 그렇게 어렵게 받아드리냐며 화사하게 웃곤했다. 안티팬도 팬이라며. 너의 모습을 바라보는 팬이라며.

 너는 자살을 할 수 있을만큼 용감한 아이는 아니었다. 네 이야기와 관련되는 것들이 하나둘 뉴스, 신문, 기사, 다른이로 부터의 연락으로 취해졌다. 티비를 틀면 너의 이야기가 나왔고 인터넷을 키면 너의 이야기가 나왔고,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너의 이야기를 꺼냈다. 너는 모든이의 우상이었다 백현아. 티비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활발한 모습으로 여러 팬들의 마음을 녹여주던 너는 나의 우상이었고 팬들의 우상이었다. 너의 자살소식을 전해들은건 이른 새벽 너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다급한 전화로 부터였다. 나는 그 날 밤 어찌도 피곤하던지 다른 멤버보다 훨씬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공허한 숙소에서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렸다. 나의 전화는 아니었고 옆방의 리더 형의 전화였다. 형의 전화 벨소리는 항상 우리들의 노래 였다. 질리지도 않냐고 물어보면 형은 항시 베시시 웃었다. 이 질문을 한 것도 너였다. 처음 벨소리를 들었을 땐 형의 전화이므로 받지는 않았지만 곧 끊기는 벨소리에 다시 눈을 감았다. 또 한번 울리는 벨소리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날 밤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들던 형이 생각나서였다. 방으로 들어갔고 시끄럽게 울리던 전화를 받아 천천히 거실 쇼파에 앉았다. 너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준면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응?”

 “무슨 일이세요..?”

 너의 어머니의 말을 끝으로 나는 현관에 보이는 아무 신발을 신고 숙소 밖으로 뛰어나왔다. 지겹기도 하지. 밖은 까만머리 사생들만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냥 미친 듯이 뛰었다. 어제 환하게 웃으며 잠깐 집에좀 다녀온다는 너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해야했다. 같이 갈래? 하며 묻던 너의 배를 툭 친 내 손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어머니의 전화내용을 다 듣기도 전에 나는 현관문을 뛰쳐나왔다. 손에 든 것도 준면이 형의 휴대폰이었다. 아무 택시나 잡아 차에 올랐다. 새벽공기는 차가운데 목은 짓눌러지는데 숨이 차 올랐다 함께 눈물도 차 올랐다. 드라마속의 내용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드라마같은 인생을 꿈꿨는데 우린 미처 그 사실을 몰랐다. 드라마는 항상 절정이 있다는 것.

  병원에 막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이미 수축하신 너의 어머니는 신발도 신지 않으신채로 수술실 앞에 무릎을 꿇고 계셨다. 어머니를 의자에 앉힌 후 퉁퉁 부어오른 너의 어머니의 발을 보았을 때 비로소 현실임을 깨달았다. 너는 자살을 했다. 너는 집으로 가 곧장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와 간단한 인사 그리고 형의 웃음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너의 어머니는 너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해서 푹 쉬게 하려고 방 문도 두드려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말을 하시다가 말을 멈추셨다.

“방에 들어가볼껄, 그럴껄 그랬어”

…….

 지쳐보이는 너를 위해 네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려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는 아직 어두운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방에 켜진 불을 보고 방에 들어간 후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으실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너의 형을 깨워 다급히 사실을 알리고 같은 멤버인, 그리고 리더인 준면이 형에게 전화를 거셨다. 너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은 후 피가 흥건하게 묻은 수건을 손목에 감고 있었다. 피가 얼마나 흐르던지 수건을 적셔 바닥에 뚝뚝 떨어져 웅덩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의사들은 마음을 다듬으라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조금의 희망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엉엉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기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기적을 바랬고 기적을 기다렸다. 아무런 댓가 없이 기적을 기다리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늘상 퇴짜를 맞기 쉽상이다. 난 널 잊고 싶지 않다. 난 널 잃고 싶지 않다. 너의 어머니는 너를 간절히 기다리고 소망하고 계신다. 너의 모든 사람들은 너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너는 이제 돌아와 그들의, 나의, 어머니의 등을 토닥여 주면 된다. 그럼 모든 일이 용서가 되는거다. 왜 사람을 이리도 힘들게 만드냐고, 걱정했다며 꿀밤을 두어대 맞을지언정 그 작은 주먹에는 많은 감정들이 실려있을테니 너는 행복할것이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고 기다리신다. 부디 너의 어머니의 얼굴을 봐서도 너는 돌아와야한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멤버들은 하나 둘 병원으로 모였다. 어머니의 옆에는 다수의 너의 또래들의 남자들이 눈물을 보였다.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으신지 너의 어머니는 탈수증세를 보이셔 잠깐 휴식을 취하셨다. 병원으로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시끄럽고 더러운 새끼들이다.

 너의 장례식날은 많은 사람이 들렀다. 사람이 들렀다 간 자리는 언제나 섭섭하고 따분했다. 너무 아까웠다 너는. 너는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사람들의 행복덩어리였으며 우상이었다. 어른들은 마른세수를 했으며 아이들은 주저앉아 눈물만 흘렸다. 작별이라는 것은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이다. 너의 환하게 웃는 얼굴 또한 모든이의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수건이 젖어 더이상 눈물을 닦아낼 수 없을 정도에 다달았을 때, 넌 희미하게 멀어져갔다.

 사람들은 너의 죽음을 연민했다. 너는 죽기에 너무 젊었고 무한한 가능성이었으며 말로는 표현 못할 사람이었다. 너의 장점을 세알리기는 너무나 많아 지칠정도였기에 너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었다. 그런 너의 자살은 세상을 어둡게 했다. 숙소의 불이 꺼지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은 멤버들은 간간히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창가를 두드리는 바람소리에 멤버들은 몸을 뒤척였다. 한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진득하게 붙어오는 기자들과 뉴스에 우리는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했다. 너의 옷과 짐들은 여전히 너의 방에 그대로 치우지 않고 있지만 자꾸만 공허한 마음에 몇번이고 너의 방문을 열어본다. 혹시나 늦잠을 잘 자는 네가 오늘도 늦잠을 자고 있을까 해서. 너의 방에 들어가 너의 향기를 맡을 때면 네가 다시 눈 앞에 그려져 내 머리를 만졌다. 너는 아직 그대론데, 네가 머물던 그 자리 그대론데 단 한가지 변하고 있는건.

너의 향기가 점점 없어져가는 것이다.

 

 

 너의 죽음은 이렇게 시드나 했다. 영향력있는 이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치며 하나둘 뜯어 가느라 사람들은 현대사회에 다시 적응을 하였고 각자의 길을 걸으며 너를 하나둘 잊어 일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이 더욱 슬펐다. 너는 어쩜 유서하나 남기고 가지않아 더욱 더 미련이 남았다. 인정없는 녀석, 정없는 사람아 너는 왜 남은 우리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우리는 시간이 흘러도 너를 잊지 못했다. 활동은 모두 끊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우린 너를 잃고 나서 서로가 붙어있지 않으면 불안에 떨곤했다. 잠깐 편의점에 나갈때도 수시로 전화를 했고 심지어는 따라가기도 했다. 우린 그렇게 너의 휴유증에 한참을 시달렸다.

‘위아 원’ 이라 외치던 우리는 입을 맞췄다. 때로는 하나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 생각해보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인듯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선택일지도 모를것 같다. 우리는 2014년 8월 이후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일시 해체를 선택했다. 팬들에게 가혹한 고통이라 많은 악성 기사들과 댓글들이 난무를 했지만 우리는 그만 체념을 했다. 네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도 아마 그들때문이라 생각을 하고 우리는 너를 이해하리라 했으니.

 멤버들은 각각 휴식을 가졌다. 나는 지금 노트북을 켜 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너는 하늘의 달이 되어 달빛으로 유유히 떠다니며 우리는 비춰주고 남은 너의 생애를 모든이의 희망으로 바뀌길 바란다.

너를 사랑하디 사랑하던 너의 작은 친구였던 도경수가.

사랑하는 나의 친구 변백현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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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이런글 오랜만에 봐서그런가 짠하네요..
잘읽고 가요!

9년 전
독자2
너무 가슴아프네요 지금도 백현이 마음이 이해되고 힘들어할 멤버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다른 멤버들의 마음이 새삼스레 다시 한번 느껴지고 악플이라는 것이 정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수 있다는게 너무 슬픈 현실이네요 잘보고갑니다. 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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