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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휘 전체글ll조회 1878l 4

 

 

 


 

한 번만 더 눈에 띈다면 내 너를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人圖

- 5 - 


 


 


 


 


 

정국과 함께 가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바쁜 발걸음을 옮겨 다녔다. 도대체가 뭘 사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쉴 새없이 돌아다니는 것인지… 점점 다리가 저려 옴에 한숨을 섞어 정국을 향해 물었다. 


 


 


 

" 도대체 뭘 살 것이시기에 이리도 쉴 새없이 돌아다닌단 말입니까? " 


 


 


 

나의 물음에 앞서 걸어가던 정국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고개만 돌려 나를 쳐다봤다. 


 


 


 

" 너. " 

" 예? " 

" 널 위해서 돌아다니는 거란 말이다. " 


 


 


 

날 위해서? 저게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정국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절 위해서라… " 

" 네 월말고사 때문에 내가 이리도 바쁜 걸음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 

" …? 제 월말고사와 마마가 무슨 상관입니까. " 

" 어허! 왜 상관이 없겠느냐! " 

" 무슨 상관인데요? " 

" 그건 당연히! " 


 


 


 

당당하게 말하는 정국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 좀 낮추라고 했다. 그러자 큼 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더니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하는 정국이다. 


 


 


 

" 벗이지 않느냐. " 

… " 

" 내 제일 아끼는 벗이 근심이 가득해 보여 조금 덜어주고자 싶어 이리 발 벗고 직접 나서주는데 그것이 싫은 것이냐? " 

" 아니, 뭐 그리 싫은 건 아니고요… " 

" 그럼 됐다. 월말고사가 얼마 있지 않은데 이리 여유 부리고 있을 새가 어디 있겠나. 다른 곳도 천천히 둘러보자꾸나. " 

" …예. " 


 


 


 

왠지 정국의 모습이 듬직해 보여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보고 있는데 다시 고개를 돌려 앞장서 걸어가는 정국의 뒷모습을 보다가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 


 


 


 

" 또 보게 되네요. " 

" 어! " 


 


 


 

서둘러 정국의 뒤를 따라가려는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 태형님! " 


 


 


 

다름 아닌 태형이 서있었던 것이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느닷없이 이쪽 세계로 넘어오고 난 이후 내가 알고 있는 몇 없는 사람들 중 한 명을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태형의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 그런 내 외침을 못 들을 리 없는 정국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정국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하고 내 앞에 서있는 태형을 향해 열심히 반가움을 표하고 있었다. 


 


 


 

" 기억해주시고 계셨네요. " 

" 네, 당연하죠! 그러는 태형님은 용케도 절 알아보셨네요? " 

" 선비님은 다른 분들보다 외모가 뛰어나셔서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 

" 아, 뛰어나다니 과찬이세요… " 


 


 


 


 

말은 과찬이라고 하면서 어느새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한 손으로 쥐고 있는 내 모습은 영락없이 여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거에 신경 쓸 때인가, 잘생긴 태형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도 먼저 알아봐 주고! 


 


 


 

" 오늘은 줄타기 안 하시나 보네요? " 

" 예. 장이 서는 날에만 특별히 공연하고 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매일 줄 위에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말이죠. " 

" 아 하긴 그렇겠지요. 그리고 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셨는데 연습을 할리도… " 

" 아닙니다. 연습이야 하기는 하죠. 하지만 오늘은 연습 대신 새로운 녹밧줄을 사러 잠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다 뜻밖에도 반가운 얼굴이 보여 이렇게 한 걸음에 달려왔던 것이고요. " 

" 아, 그러셨던 거군요. 녹밧줄은 사셨나요? " 

" 천천히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야죠. " 

" 그러시구나. " 


 


 


 

태형과 함께 얘기하는 동안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광대가 점점 아파짐이 느껴졌기에 알아챌 수 있었다. 


 


 


 

" 빨리 따라오지 못하겠느냐! " 


 


 


 

등 뒤로 정국의 외침이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 정국을 쳐다봤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미간을 마구마구 구긴 채 나와 태형을 보는 정국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또 시작이네… " 

" 저기 저 선비님은 성격이 조금 까다롭나 봅니다. " 

" 예. 가끔 보면 애 같다니까요. " 

" 그래도 선비님을 많이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 

" 저놈이요? 설마 헙. " 


 


 


 

시선을 정국에게 고정시킨 채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태형의 물음에 하나하나 대답하다가 나도 모르게 본성이 튀어나와 놀라며 서둘러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국을 놈이라고 하다니. 자주 붙어 다닌다고 해서 잠시 잊었는데, 저놈도 일국의 왕세자였지. 설마 실수한 건 아닐까 싶어 눈을 도르르 굴려 태형을 올려다보는데 뭐가 그리 재밌는 것인지 연신 큭큭 웃고 있는 태형이었다. 


 


 


 

" 놈이라. 많이 친하신가 봅니다. 이렇게 서슴없이 말씀하시는 걸 보니. " 

" 아, 아니 방금 그 말은 실수 그러니까 저 사람을 보고 말한 것이 아니라 나, 나요! 나 같은 놈이란 말이죠! 하하하. "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태형은 고개를 들어 내 뒤를 보고 있었다. 정국을 보고 있나, 싶어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내 뒤에 바짝 붙어있는 정국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런 나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정국은 다시 시선을 들어 태형과 마주했다. 


 


 


 

" 나보다 이놈이 더 좋은 것이냐. " 

" 아니 또 왜 이러십니까. " 

" 내가 오라고 했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이놈과 붙어서 무슨 얘기를 나눴던 것이냐. " 

" 무슨 얘기는… " 

" 혹, 내 험담을 한 것이냐? " 

" 에헤이,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슨 배짱으로 도련님을 험담한단 말입니까. " 


 


 


 

내 말에 영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정국은 그대로 내 손목을 덥석 잡아갔다. 갑작스러운 정국의 행동에 놀란 나는 아무 행동도 못한 채 그저 정국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너. " 


 


 


 

내가 아닌 태형을 마주 보며 말하는 정국. 그런 정국의 행동에 오히려 내가 더 긴장되었다. 무슨 얘길 꺼내려고 다짜고짜 반말인지 


 


 


 

 

" 한 번만 더 눈에 띈다면 내 너를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일침을 놓던 정국은 그대로 내 손목을 꽉 잡은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나는 그런 정국의 힘에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갈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나와 정국을 보고 있는 태형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 정국의 눈치도 보이고 해서 나는 입모양으로만 태형을 향해 사과를 했다. 그런 내 모습에 손을 흔들며 미소로 답하는 태형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전정국. 화를 또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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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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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디 고요한 방 안에서 눈을 감은 채 한참을 고민해 보이는 윤기. 그러다 살며시 눈을 뜨는 윤기였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익숙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림의 정체는 며칠 전 그녀가 그렸던 그림이었고 윤기는 그 그림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이 그림을 과연 전하께 내드려도 괜찮을까,라며. 오히려 전하의 심려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한참을 생각하던 윤기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림을 다시 그리라고 하였지만 시간은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자신의 제자가 그림을 만들어온다는 보장 또한 없었다. 이대로 제자가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한다면 그땐 어쩔 수 없이 이 그림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다 춘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이라고 오해가 생긴다면 이 그림을 그린 제자는 물론이니, 윤기 자신까지 큰 화를 피하진 못할 것이다. 어찌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깊어질 때쯤 마당에서부터 자신을 부르는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리. 손님이 오셨습니다. " 

" 모시거라. " 


 


 


 

과연 누가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일까 싶은 생각과 함께 탁상 위에 올려놓았던 그림을 치워냈다.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남자가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윤기는 서둘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전하, 여긴 어찌… " 

" 오늘은 어찌하여 민화백이 날 보러 오지 않았나 궁금하여 직접 오게 되었다네. " 

 송구합니다. " 

" 송구하긴, 아니다. 사실은 어순 차 나오게 된 것이다. 이왕 나온 거 민화백은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하여 기습으로 오게 된 것이고. " 

" 그러셨던 겁니까.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 

" 하하 놀랐다니, 성공인가 보구나. " 

" 여기 앉으십시오 전하. "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윤기를 보며 미소를 짓던 석진의 눈에 무언가 밟혔다. 자리에 앉으며 탁상 서랍에 미처 제 몸을 다 숨기지 못한 그것을 꺼내는 석진이다. 그런 석진의 행동에 다시 한번 놀라며 미처 다른 행동을 보이지 못한 채 안절부절하는 윤기였다. 석진이 발견한 그것은 그녀가 그린 그림이었고, 그림을 유심히 보던 석진이 윤기를 향해 한마디 건넸다. 


 


 


 

" 이것은? " 

" 전하, 그것은… " 


 


 


 

아무 말없이 그림을 보고 있던 석진의 입가에 미소가 작게 걸렸다. 


 


 


 

" 그 아이가 그린 것이로구나. " 

예 전하. " 


 


 


 

한참을 그림을 구경하던 석진은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그림에 대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 역시 민화백의 제자답구나. 어찌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 

… " 

" 불취비녀라. 뭔가 재미있군. 그 아이의 해석을 직접 듣고 싶기도 하고. " 


 


 


 

석진의 말에 아무 말없이 도화지를 들고 있는 석진의 손을 보고만 있는 윤기다. 


 


 


 

"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느냐. " 

" 아마 방에 있을 겁니다. " 

" 잠시 불러내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 화백? " 


 


 


 

그 애를 부르라는 석진의 물음에 잠시 갈등을 보이던 윤기는 이내 방 너머를 향해 크게 외쳤다. 여봐라, 밖에 게 누구 있느냐. 윤기의 외침에 부리나케 방을 향해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키가 작은 남자가 들어오더니 윤기를 향해 부르셨냐고 물어왔다. 


 


 


 

" 지금 당장 그 아이를 데려오거라. " 




윤기의 말에 곧바로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서서 쭈뼛거리는 남자의 모습을 알아챈 석진이 물었다.



" 왜 그런가. "
" 저 죄송합니다 나리. 지금 도련님께선 방에 계시지 않습니다. "
" 방에 없다고? "



남자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는 윤기. 그런 윤기의 모습에 죄 없는 남자의 머리는 더 숙여져만 갔다.




" 어디 간다고 말하진 않았느냐? "
" 그 쇤네가 방에 갔을 때에는 이미 안 계셨습니다. "
" 이 녀석이 말도 없이 어딜 간 거지… "



윤기의 혼잣말을 들은 석진은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 자네는 나가보게나. "
" 예, 나리. "



다시 방에는 윤기와 석진만이 남았고, 윤기는 고개를 돌려 석진의 얼굴과 마주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 송구합니다. 제가 진작에 확인하는 거였는데… "
" 송구할 필요 없다. "



석진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던 윤기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석진의 눈은 여전히 그림을 향해 있었고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쉽게 가시질 않고 있었다. 석진의 눈빛은 그림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구나. "
" 예? "



아니나 다를까. 윤기가 우려하고 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 이번 도화 고사 때 이 그림을 올리는 건 어떤가. "
" 아니 됩니다 전하. 그 그림은, "



남들이 보았을 때 그저 춘화로 보일 것이 뻔한 그림이었다. 사실 그렇게 춘화도라고 생각이 들지 않지만 분명 그를 시기하는 자들은 춘화도라며 저들끼리 억지로 말을 맞추겠지. 아무리 높디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들이라도 이 그림의 주인에게 불심을 가진 다른 이들은 결국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리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할지라도 우선은 그의 제자였다. 그러니 최소한 그를 위해 방비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윤기의 마음을 못 알아챈 것인지, 자신은 도무지 윤기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석진이었다.



" 전하. "



윤기는 다시 석진을 부르며 조금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전하의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전하의 시선과 같다고는 보지 못하다고 감히 말씀 전합니다. "
" 어찌하여 그렇게 생각하는가? "
" 그것이… "



말끝을 흐리던 윤기는 입술을 꾹 다물어 보이다 석진과 시선을 마주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 이 그림의 주인을 시기하는 이들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
" 어찌하여? 이 그림이 어떤 내용을 담았다고 하기에 그런가? 내 보기엔 그저 민화백 제자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 같은데. "




석진의 말에 얼굴에 물음표를 달고 윤기가 쳐다보자 자신이 뭔가 실수했다는 것이 있는 듯 헛기침을 해 보이는 석진이었다.



" 화공의 마음이 전해져 오다니요? "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물어보는 윤기를 슬쩍 보다가 시선을 피해 다시 그림을 보며 말하는 석진이다.



" 내 말은 그것이, 민화백 제자가 그린 그림 속의 주인공이 나였다면 이런 반응이었을까,라는 뜻이었다. 오해 말게나. "



왠지 변명 같게만 들리는 석진의 대답에 조금 의심쩍었던 윤기였지만 이내 들려온 석진의 말에 생각을 지워버렸다.



" 그나저나 대체 어떤 이가 그대의 제자를 시기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또 이 그림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대한다는 이가 도대체 누군가? "
… "
" 전부 다 말하게나. 내 좋게 넘어가지만은 않으리라. 내가 이 그림에 대해 호평을 내렸는데 감히 누가 불평한단 말인가. "
 전하. "
" 민화백 자네는 아무 걱정 마시게나. 아무리 총명하다고 소문난 자 들일지라도 결국엔 내 앞에선 쥐새끼 소리도 못 내는 이들뿐이니. 자네는 걱정 말고 이 그림을 올리게나. "



석진의 호언장담에 두 어깨 위에 내리고 있던 무거운 돌들이 떨어져 나간 듯 가벼워진 윤기는 그때야 미소를 지었다.



" 전하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 하하, 성은이 망극하다니. 나야말로 항상 민화백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 것 같소. 앞으로도 그 애를 부탁하네. "



마지막 석진의 그 말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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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과 헤어지고 정국의 손에 끌려온 곳은 다름 아닌 주막이다. 주막에 오자마자 비어있는 자리에 걸어가 털썩 앉더니 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앞에 앉으라고 눈짓해오는 정국이었다. 어린애 같은 정국의 모습에 한숨을 작게 내쉬며 그의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 왜 또 이리 심통을 부리십니까. "



내 물음에 대답은 안 하고 주방에 있는 주모를 큰 소리로 불러 술상을 시키는 정국이다.



" 대낮부터 술 마시고 어쩌시려는 겁니까? "
" 너는 술 마실 줄 아느냐? "



정국의 물음에 조금 뜸 들이며 생각했다.



" 못 마시는 건 아닙니다. "
" 그럼 됐다. "



꽁해 있는 정국의 모습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태형이 때문에 그러십니까. "



내 물음에 날카롭게 눈을 뜨며 고개를 휙 돌리는 정국이다.



" 대체 왜 그렇게 태형이를 싫어하는 겁니까. 그저 광대일 뿐인데… "
" 그것 때문이다. "
… "
" 그 녀석은 한낱 천민 신분일 뿐이면서 마치 자신이 양반이 되는 마냥 너한테 친한 척해오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
"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
" 넌 그래서 물러터진 거다. 조용히 하고 술상 나오기만을 기다리자꾸나. "



별것도 아닌 걸로 삐쳐있는 정국의 행동에 이번에는 내가 삐쳤다. 신분이 뭐가 문제라고, 그래 봤자 다 같은 사람인데. 지금이야 신분제도가 머리 아프게 돌아가고 있지만 내가 살던 시대에서는 그딴 거 없이 남녀노소 다 똑같이 대우받는다고. 아 물론,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조금 나뉘긴 하지만



" 저 그런데 본국에는 언제쯤 돌아가실 예정이십니까? "
" 그건 왜 물어보는 것이냐. "



왜 물어보는 정국의 물음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정국의 귀에 가까이 얼굴을 대고 조용히 말하려는데 그런 내 행동에 몸을 뒤로 빼는 정국이다.



" 뭐, 뭐 하는 게냐! "
 얘기하려고 그러죠. "
" 네, 네 자리에서 말하면 될 것을! "
"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이니 그렇죠. "



당황한 채 말을 버벅거리며 말하는 정국을 보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내려봤다. 왜 저런 반응이지? 설마 날 좋아하나 하지만 난 지금 남장 중인데? 미심쩍어서 정국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 하루빨리 세자비를 맞아서 국왕이 되셔야 하지 않으십니까? "



내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 눈을 빤히 쳐다보는 정국이다. 그런 정국의 눈을 마주하다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어 다시 몸을 뒤로 빼려는데 그런 내 어깨를 잡는 정국이었다.



" 너는 내가 하루빨리 세자비를 들이길 바라는 것이냐? "
… "
" 네게 있어 나는 그렇게 귀찮은 존재냔 말이다. "



그의 말에 아니라며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저으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려 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때마침 정국이 시켰던 술상이 나왔다.



" 아니 벌건 대낮에 사내 둘이서 뭐 하는 게요? "
" 예? "
" 아유 남사스러워라. "



혀를 쯧쯧 차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모를 보다가 황급히 정국과 나의 사이는 떨어졌다. 나와 눈을 못 마주친 채 바로 술병을 들어 술잔에 기울이는 정국을 보다가 입술을 삐쭉거렸다. 내가 언제 귀찮다고 했었나? 그냥 하릴없이 허구한 날 만나러 오니까 조금 철없어 보여서 그런 말을 한 거지. 속으로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름 아닌 민윤기였고, 깜짝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그냥 얼굴만 돌리면 될 것을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몸을 아예 웅크리고 숨겼고, 그런 내 행동에 뭐 하냐는 정국의 물음이 들렸다.



" 뭐 하는 것이냐. "
" 쉿! "
" 쉿? 일어나거라, 술상 뒤집어진다. "
" 그럴 일 없으니까 잠시만 기다려봐요! "
" 어허, 일어나래도? "
" 아니, 잠시만! 조금만 기다려봐요! "



틱틱거리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티격태격 싸우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거의 우리에게 꽂혔다고 본다면 볼 수 있다. 때마침 주막을 지나는 윤기의 모습이 살짝 보였고, 나는 더더욱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윤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천천히 몸을 들었다.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던 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참 속 좁은 놈일세. "
" 예? "
" 내 대답이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날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냐? "
" 그게 아닙니다. "



눈은 여전히 윤기의 행방을 쫓으며 대답하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정국의 물음이 들리지 않자 이상해져 고개를 돌려 정국과 눈을 마주했다. 눈을 마주하자 나를 노려보고 있는 정국을 볼 수 있었다.



" 왜, 왜 그러십니까. "
" 누굴 찾고 있는 것이냐. "
" 누구라뇨 아, 그게 실은"
" 태형이라는 녀석을 찾는 것이냐. "
" 예? "



뜬금없는 태형의 이름이 들리자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표정이 더더욱 굳어지는 정국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아니,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옵니까? "
" 그 녀석이 그리도 좋더냐. "
" 아니, 그것이 아니라, "
" 나와 함께 있는 것은 그리 충족스럽지 못하단 말이냐. "



뭔가 오해를 해도 제대로 오해한 정국의 모습에 황당해 아무 말없이 그저 정국을 쳐다봤다. 아니 그나저나 얘는 날 남자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거지?



" 그렇게 그 녀석이 좋으면 찾아가던지. "
" 참 나. "
" 만일 정말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그땐 정말 우린 더 이상 벗이 아니다. "



혼자 북 치고 장구치는 정국의 행동에 어이 없어져 정국 앞에 놓여있는 술병을 뺏어들어 술잔에 기울였다. 술잔에 술을 채우고 단숨에 들이마시고 난 후 정국을 쳐다봤다.



" 태형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스승님 봐서 그렇습니다. 이제 이해되셨습니까? "
" 스승? "
 " 예. 왜 제 말은 끝까지 들으려고도 안 하시고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노래를 부르십니까? 나 참 어이가 없어서. "



내 대답에 아무 말이 없는 정국이었고, 나는 술을 연거푸 마시다가 뒤늦게 생각이 떠올랐다. 도화 고사.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서둘러 그림을 그려야 할 텐데… 도저히 떠오르는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없어서 갑자기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아으, 스트레스.



" 야, 야 그만 마시거라. "
" 내버려 두십시오, 갑자기 열받았으니까. "
" 왜 열받았느냐? "
… "
" 나 때문이냐? "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정국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고 술잔을 비우면서 말했다.



" 도화 고사.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



내 대답에 아무 대답이 없는 정국이었고, 그런 정국의 모습에 더더욱 답답해져 술잔을 연거푸 기울였다. 잔에 따른 술을 원샷 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천하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 천하를 그리러 가야지. "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입가에 미소가 걸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 그거야… "



나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정국의 물음이 들려왔다.



" 그거라니, 무엇 말이냐. "
" 천하를 그리는 것입니다! "



활짝 웃으며 정국을 향해 대답하자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의 정국이었다.



" 그거였어, 천하 천하였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너밖에 없어! "



이번 도화 고사는 무사히 치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국을 향해 몇 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빠르게 그 주막을 벗어나 곧장 집으로 뛰어갔다. 그런 나를 벙찐 표정으로 보고 있던 정국의 표정이 변하더니 천천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5 | 인스티즈 

" 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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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5 | 인스티즈 


 


 


 

손에는 도화지를 든 채 한참을 윤기 방 앞에 서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손에 들고 있던 도화지를 살짝 펼쳐봤다. 이 정도면 합격하겠지?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조심히 윤기를 불렀다.



" 스승님. "



작게 윤기를 부르자 안에서부터 들어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다시 한번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의 등장에 내 얼굴을 한번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내려 내 손에 들려있는 도화지를 보는 윤기였다.



" 어쩐 일이냐. "
" 그림을 다시 그려왔습니다. "



윤기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도화지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내 손에 들려있는 도화지를 가져가 천천히 펼치는 그였다. 한참을 그림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 없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광대비상(廣大飛翔)


그 말을 내뱉고 난 후 아무 말이 없던 윤기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림 속에 써진 광대(廣大)는 크고 넓은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그 중심에는 줄 타고 있는 곡예사가 있었다. 뒤에 써져있는 비상(飛翔)과 연결 지어 본다면 단순히 줄타기하는 광대라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제자는 그저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고 문구를 남겨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제자가 무엇을 생각하며 그린 것인지 듣고 싶어진 윤기는 들고 있던 도화지를 내려놓으며 물어왔다.



" 해석해보거라. "
" 예, 스승님. "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한 그녀가 입술을 한번 축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스승님께서 보시고 생각하신 바와 같을 거라고 봅니다. "
""
" 단순하게 본다면 그저 그림 속의 광대가 줄타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깊게 본다고 한다면 해석은 이러합니다. 그림 속에 그려진 광대는 백성들을 뜻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써놓은 광대는 말 그대로 넓고 큰 천하를 뜻하는 것이고요. 비상은 아무런 구속 없이 하늘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를 연상시키며 그 뜻은 자유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리하여 통틀어 쉽게 해석한다면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은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녀의 말에 아무 말이 없는 윤기였고, 그런 윤기의 반응에 조금 불안해진 그녀였다. 혹시나 자신이 또 실수한 것인가, 싶어서. 긴장이 된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잠시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내려놓았던 그림을 둘둘 말고 있는 윤기의 손이 보였고, 그런 윤기의 행동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올려다 본 윤기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고, 둘둘 말던 그림을 정리하며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기특하구나. "
" 예? "
" 단순한 광대도 네 그림 앞에서는 무수한 대역이 되는구나. 통이다. "
" 그럼… "
" 이 그림을 올리도록 하지. "



윤기의 말에 천천히 광대가 올라가며 미소가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신이 난 그녀는 연신 윤기를 향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숙여 기쁨을 표현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돌아가라는 손짓을 하는 윤기였고,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방 뛰며 그의 방에서 나왔다. 그녀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윤기는 올라간 입꼬리를 천천히 내리며 서랍장 속에 넣어놓았던 도화지를 꺼내었다. 그가 꺼낸 도화지는 그녀가 일전에 그렸던 '불취비녀'라는 그림이었고, 그 그림을 내려다보고 있던 윤기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 이번 도화 고사가 끝나면 어떤 상을 내리시려나. "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은 윤기였지만 이내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떨치며 그림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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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화 고사는 무사히 지나갔다,라는 생각에 들뜬 나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길 위를 폴짝거리며 뛰어다녔다. 주변은 어느새 해가 져 검푸른 하늘만이 보였다. 기분도 좋은데 오랜만에 술이나 마실까. 물론 아까 정국과 갔던 집은 아니었고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들뜬 마음과 함께 주막집에 들어가 주모를 향해 술상 좀 내오라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 나를 보며 처음에는 미친놈 보듯이 보던 주모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보든 말든 저는 지금 아주 행복해서 다 괜찮게 느껴지네요~
자리가 비어있는 곳에 털썩 앉으며 밤하늘 위에 총총 박혀있는 별들을 올려다봤다.



" 진짜 어떻게 옛날에는 별이 저렇게 많을 수가 있지. "



아직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술에 취한 기분이 들었다. 한번 올라간 입꼬리는 떨어질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라가있었다. 덕분에 서서히 광대가 아파져오기 시작했지.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주방에서 술상을 들고 나오던 주모가 내 앞에 섰다.



"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고삐가 풀렸나. 왜 이렇게 쪼개고 있어? "
" 헤헤. 이모, 내가 오늘 기분이 지인짜 좋아서 그래요. 한 번만 눈감아주라 응? 응? "
" 어이구, 이모? 지금 나한테 끼 부리는 겨? "
" 이모 사랑해여~ "
" 이놈이 어디서 이미 술 처먹고 와서 끼 부리는 것이여. 어여 후딱 먹고 집에나 가. "



말은 틱틱 걸려도 넉살 좋게 웃으며 뒤도는 주모를 보다가 자세를 고쳐앉아 술잔에 술병을 기울여 가득 따랐다. 한 잔, 두 잔. 몇 잔이나 마셨을까.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고 몸은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달그락


" 응? 수울이 떠러졌네? 이모오~ 요기 한 병만 더 주세여~ "
" 혼자서 벌써 몇 병째야?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사내구실 못혀. "
" 흐흐, 걱정마이소~ 난 멀쩡혀! "
" 이따 먹고 도망갈 생각이나 하지 말아. "
" 에이, 설마아~ 오히려 내가 팁!을 줄게! "
" 팁? 그게 뭐여. "



어이없다는 웃음을 남기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모의 흐릿한 뒷모습을 보다가 술병을 들었다. 술잔에 조심스럽게 술을 따르려는데 그런 내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누군가가 빼앗아간 것이 느껴졌다.
누구야! 고개를 홱 돌려 술병을 빼앗아간 상대방을 노려보는데 그런 내 시야보다 먼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 그렇게 마시고 집은 어떻게 찾아가시렵니까. "
" 어? 김태혀엉~? "



팔을 쭉 뻗어 헤벌쭉 웃어 보이자 다시 한번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만 일어나시는 게 좋을듯싶습니다. 이미 많이 취하신 듯한데, "
" 실허, 실허~ 나 오늘 기분 지인짜 좋단 마리야~ "



내 대답에 한숨소리가 들려왔고 뒤이어 어딘가로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 내 수울~ 술 주구 가~ "



잘 보이지 않는 앞을 보며 태형의 뒷모습을 따라가는데 주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 술 도로 갖다 주려고 들어갔나? 괘씸한 놈! 입술을 삐죽이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데 잠시 후 주방에서 다시 나오는 태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장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들고 있던 술병을 술상 위에 다시 올려놓으며 말해오는 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 돈은 제가 냈습니다.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을듯싶습니다. "



내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는 태형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그런 내 허리를 잡으며 넘어질 뻔한 나를 세워주는 태형의 손길에 술기운이 조금 가신듯했다.



" 괜찮습니까? "
" 어, 으응 예… "



내 말에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옆으로 눕히며 태형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 왜 웃어요? "
" 아뇨. 제가 잡아드리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
" 어어, 자, 잠깐… "



털썩



태형이가 내 팔을 잡고 있었지만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앉게 되었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던 태형이 크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러다 내 앞에 등을 내보이며 쪼그려 앉는 모습이 보였다.



" 어 뭐 하시는… "
" 업히세요. 가택까지 모셔다드릴게요. "
"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조금만 있다 보면 금방 정신 차릴 수 있어요. 그럼 집에 혼자 갈 수도 있고… "
" 밤바람이 찹니다. 감기 걸리세요. "
" 괜찮아요… "



괜찮다는 내 말에도 꿈쩍 않는 태형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작게 내쉬다가 그의 등에 업혔다. 그제야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태형이었다. 얼마나 지나왔을까. 술집을 나오고 난 후 우리 사이에 한마디도 오가지 않은 탓에 가셨던 술기운이 다시 몰려왔다. 덩달아 태형의 등에 업혀가니 마치 유모차에 탄 기분이라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다.



" 도대체 어떤 좋은 일이 있으셨기에 그리도 술을 마신 겁니까. "



태형의 물음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아 술을 마시게 된 이유는 도화 고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그 덕은 바로 내 앞에 보이는 태형 덕분이었다.



" 고마워요, 태형님. 덕분에 이번 도화 고사 무사히 치렀어요. "
" 걱정거리가 덜어지셨나 봅니다. 경하 드립니다. "
" 헤헤. 덕분이지요. "



겨우 말문이 트인 시점에 시야에 별들이 담아졌다. 태형의 등에 업힌 채 다리를 살랑살랑 흔드니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들뜬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는 내일이면 기억나지 않을 얘기들을 태형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 으음~ 저기 태형! 있자나여, 사실 저는 이 시대 사람이 아니예여~ "
" 이 시대 사람이 아니면 뭔가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입니까. "
" 에이, 아니야~ 선녀라니~ "



술에 취한 탓에 지금 나는 남장 중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쑥스러워하며 태형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자 태형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런 태형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어차피 주변에 듣는 이도 없는데.



" 사실은 저는… "
… "
" 남자가 아니라 여자예요. "



그 말을 하며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서 꺄르르 거리며 웃었다. 나의 미친년 같은 행동에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는 태형이었다. 그리고 웃음을 멈추고 다시 태형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 그리고 저는 사실 이 시대 사람이 아니라, "
… "
" 미래에서 온 사람이에요. "



나의 말에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지며 걸음을 멈추는 태형이었다.



" 미래? "
" 응응. "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팔을 앞으로 쭉 뻗어 엄지와 검지를 접고 나머지 손가락을 전부 다 폈다.



" 300백 년 후에서 온 미래인. "
… "



쭉 피고 있던 팔을 접으며 태형의 귀 옆에 손을 동그랗게 말았고 손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 태형에게만 말해주는 거예여~ "



그 말과 함께 꺄르르하고 웃으며 천천히 몰려오는 잠에 빠졌다.그리고 벙찐 표정으로 서있던 태형은 그녀의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올려다보고 있던 태형은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5 | 인스티즈

 

 

 

" 300백 년 후에서 온 거면 후손일지도 모르는 건가. "



흥미가 생긴 듯 연신 웃고 있는 태형은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을 그리는 세상, 미인도(美人圖)






* * *

넘나넘나 오랜만에 돌아오게 된 소휘.. 제가 사실 그동안 독감때문에 회사보다 병원에 출석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어여.. 

하지만 이젠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는 시기ㅠㅠ여러분 요즘 홍역이 무섭게 커지고 있는데 진짜 조심하세요! 

오늘 편은 예전에 독방에서 열심히 짤로 풀었던 부분부분이 보여있는 화..! 


 


 

과 연 이 다 음 에 는 어 떤 장 면 이 나 올 까 ?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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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소휘
거의 한달만에 오게되었네요ㅠㅠ 컨디션이 좋지 못하니 모든게 다 싫고 귀찮더라고요ㅠㅠㅠ그래도 글쓰는 건 여전히 재밌네요...../
5년 전
독자2
작가님 ㅠㅠ 넘재믺어요 여주너무귀엽... ㅋㅋㅋㅋㅋㅋㅋ 태형이에게 모든걸 폭로
과연 그걸믿는지 궁금하네용옹
다음편도ㅜ너무궁금해유ㅠㅠ

5년 전
비회원71.165
진짜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3
헉 기다리고 있던 글이 드디어ㅠㅠ오늘도 넘 재밌게 읽었어요 다음편이 너무 기대됩니다ㅠㅠ작가님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4
앜ㅋㅋㅋ 여주 귀여워요 너무 ㅋㅋㅋ 재밌다 진짜 ㅠ
4년 전
독자5
어멐ㅋㅋㅋㅋ 여주의 비밀이 태형에게 들켜버렸구만 ㅎㅎ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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