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구남친 클럽 written by. 해쿵 황인준 / 이제노 / 이동혁 / 나재민 18년 인생 동안 시험이란 시험은 거의 다 망쳐왔다. 내 점수는 매번 레전드를 찍어왔고 한 번은 나름 열심히 푼다고 푼 사회 시험에서 내 성적표에는 6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6등급이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숫자는 6등급이 아닌 6점이었고 등급은 당연히 9등급을 찍었다. 이 망할 성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나는 학원에 등록했다. 전과목을 다루는 학원이었다. 정말 솔직히, 진짜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 학원에 잘생긴 애들이 많다고 들어서 다니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택시를 타고 학원에 도착했을 때는 학원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었다. 강의실에 대충 가방을 던져놓고 화장실에 거울을 보러 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매우 낯이 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분명 저 하얀색 후드티는 내가 봤던 후드티였다. 그냥 똑같은 후드인가보다 하고 나는 다시 강의실로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으며 강의실에 있는 내 자리로 향했다. 친구와 엽사 배틀을 한 탓에 추잡스럽게 쪼개면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앞을 봤는데 "..." 앞을 본 순간 나는 나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근데 쟤가 대체 왜 여기 있는거지? 지금 내 눈 앞에 나재민이 있는 것 조차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재민과는 고작 3개월 전에 헤어졌다. 너무 망할 인연이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학원 첫 날 부터 기분이 심히 잡쳤다. 나는 빠르게 시선을 피하고 다시 핸드폰에 고개를 쳐박았다.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재민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정말 낯 익었다. 흔하지 않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동혁의 목소리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눈을 떼 강의실 문 쪽을 바라보면 사탕을 입에 물고 나재민을 향해 걸어가는 이동혁을 볼 수 있었다. 헤어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진짜 무슨 이딴 상황이 다 있나 싶었다. 나재민이랑 이동혁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같은 고등학교 였다고? 그리고 둘이 아는 사이라고? 심지어 지금 나랑 같은 학원에 같은 강의실? 나는 이 운명을 만들어내신 하나님께 마음 속으로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 처벌은 생각보다 더 심했다. 강의가 시작하기 3분 전 이제노가 이동혁과 나재민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와 그 앞에 앉았고 이제노는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나를 발견했는지 흠칫 하더니 책을 꺼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 강의실에는 내 구남친 클럽이 형성될 판이다. 이제 황인준만 오면 완벽하겠네 하하... 응? 왜 하나님은 이런 예상들만 딱 적중시키는 걸까. 황인준은 학원 수업 종이 치자마자 가방 끈을 한 쪽만 어깨에 걸친 채 이제노의 옆자리에 앉았다. 겨우 10명 뿐인 강의실 안에 내 구남친만 4명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선생님이 강의실에 들어오셨고 수업을 시작했는데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보통 망한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쟤녜 넷이 친하다고? 무슨 이딴 경우가 다 있나 싶었다. 그리고 더 빡치는건 자꾸 이동혁이 뒤를 돌아봐서 시도 때도 없이 눈이 마주친다는 것이다. 나는 빨리 이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중학교 2학년이 거의 끝나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남자친구가 없음에 너무 서러워서 남소를 받기로 결정했다. 김예림이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꽤 잘생긴 얼굴에 바로 소개를 받겠다고 했다. 연락을 시작하고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을 때 주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황인준의 말투는 다정하지는 않았지만 답장은 빨랐다. 전화를 해도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바로 받았다. 말투가 약간 띠꺼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단답을 쓰지는 않았다. 황인준은 꽤나 급한 성격인 모양이었는지 처음 만난 당일 날 바로 사귀자고 말을 했다. 황인준은 스킨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손을 잡고 있을 때마다 귀가 터질 것 같았는데 어쩌면 그냥 부끄러워서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학생 때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사람이 교문 앞에 서 있으면 애들이 수군거렸었는데 황인준이 학교가 일찍 끝난 날 날 데리러 우리 학교 교문 앞에 서 있을 때 많은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특히나 황인준은 정말 잘생겼기 때문에 여자애들이 번호를 따려고 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귀엽게도 그때마다 황인준은 나를 더 다급하게 찾았었다. 황인준을 사겼을 때는 중2여서 그런지 나는 중2병에 아주 지독하게 걸려있었다. 나는 한창 자기애에 빠져있었다. 나는 내가 황인준과 사겨'준' 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행동으로도 티가 날 정도였다. 약속 시간에는 일부러 한 15분 정도 늦게 나갔었고 다른 남자애들이랑 연락도 서슴치 않고 했다. "성이름 내가 그만 좀 하라고 했잖아." 솔직히 나는 내가 아무리 쓰레기짓을 해도 황인준이 아무렇지 않아해서 그냥 나를 엄청 좋아하는 호구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나에게 따지려 들었을 때 나는 너무 당황했다. 정색하는 표정이 꽤 무섭기도 했었지만 미안하다는 애교로 넘어가줄 성격인 줄 알았는데 어지간히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건지 팔짱을 끼며 미안하다는 나를 밀쳐내고 헤어지자고 했다. 나는 그때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게 너무나도 자존심 상해서 황인준 앞에서 온갖 쓰레기같은 말을 다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페이스북에 저격글도 올렸다. *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고 나는 바로 강의실을 나왔다. 지금 저들끼리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전여친이었는지 수군대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학원 밖으로 벗어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벌써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막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을 김예림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전화를 걸고 입을 마음껏 털 예정이었는데 이제노가 내가 있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 맞다. 얘 나랑 같은 아파트 살았었지. 버스정류장에는 이제노와 나 딱 둘 밖에 없었다. 어색한 침묵 끝에 이제노의 시선은 앞을 응시하며 나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이제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 웃음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이었지만 여전했다.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눈과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는 여전히 예뻤다. "어 그러게." 대답을 하긴 했다. 너무 뻘쭘한 티가 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존나 잘생긴 이제노의 얼굴을 계속 보고 싶긴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이제노 한테는 조금 미안했다. 너무 착하고 좋은 애였는데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얘를 찼는 지 모르겠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어색함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괜히 할 짓도 없으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잘 지냈어?" "어? 어..." 이제노는 말투도 여전히 다정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막차라 그런지 자리는 만석이었다. 버스 손잡이를 잡은 채로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끼리 피부가 닿아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당연히 이제노와 나도 붙은 채로 갔다. 가뜩이나 어색해서 죽겠는데 전 남친이랑 이런 상황까지 마주해야 하는 내 인생은 진짜 좆같다. 머릿속으로 내 인생을 열심히 씹으면서 가고 있는데 버스가 급정거를 했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되고 나는 손잡이를 놓치고 머릿속으로는 이미 넘어질 걸 예상하고 내 18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눈을 꼭 감고 나름 마음의 준비까지 다 했는데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내가 넘어질 뻔 했던 방향은 이제노의 방향이었고 넘어지지 않은게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헷갈릴 정도로 민망하게 내 머리는 이제노의 가슴팍에 기대어져 있었고 이제노는 나를 팔로 감싸듯이 받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오늘 머리 안 감았으면 진짜 좆될 뻔 했다. * 중학교 3학년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학교는 전교 회장 선거를 했다. 심각한 얼빠였던 나는 내 남자친구를 고르는 것도 아닌데 순전히 얼굴만 보고 뽑았다. 이름은 이제노였고 웬일인지 내가 올해 처음 보는 애였다. 이제노는 얼굴도 잘생겼었지만 진짜 착해 빠져서 연락을 이어나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어. 안녕.” 이제노가 나한테 처음으로 얼굴 보고 한 말이었다. 연락만 열심히 하다가 학교에서 마주친 적은 없었는데 피구를 하다 넘어져 무릎이 심하게 까지는 바람에 보건실에 갔는데 거기 이제노도 있었다. 보건 선생님은 없으셨다. 이제노는 타이레놀을 먹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나를 보고 약간은 놀라면서 먼저 인사를 했다. “너 무릎 왜 그래? 괜찮아?” 그리고는 내 무릎을 보더니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진심으로 놀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제노는 마시던 물 컵을 내려놓고 나를 보건실 의자에 앉혔다. 급하게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어 발라주고 밴드를 찾아 붙혀주었다. 그렇게 아프지도 않아서 밴드만 붙히려고 온 보건실 이었는데 나는 내심 이렇게 잘생긴 애한테 상처 소독도 받아보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제노를 가까이서 봤었는데 내가 알던 것 보다 훨씬 더 잘생겨서 놀라기도 했다. “어쩌다가 다친거야.”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혼자 피구공을 던지다가 넘어져서 다친 것이었지만 조금 쪽팔리기도 해서 그냥 친구들이랑 스탠드에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는 도중에 축구공이 날아와서 피하다가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제노는 그 남자애들이 조심했어야 했다는 둥 좀 잘 보고 차야했다는 둥 나름 위로의 말을 해줬다. 나는 다시 보건실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이제노가 나의 팔을 잡으면서 혼자 걸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이 정도 상처 가지고 혼자 못 걸으면 그게 이상한 거였지만 나는 또 거짓말을 했다. “아... 좀 아프긴 한데...” 이제노는 자기가 반까지 데려다주겠다며 나섰다. 자신도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으러 왔으면서 내 상처나 치료해주고 심지어 반 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마음이 너무 예뻤다. 겨우 2층을 올라가는데 나는 이제노의 부축을 받으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상처를 치료해준 걸 고맙다는 핑계로 이제노한테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이제노는 밥은 자기가 사겠다며 아무튼 만나자고 했다. 그냥 이제노는 너무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만나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 기분을 신경썼고 무엇보다 웃음이 너무 예뻐서 그 웃음만 보고 사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나 너 좋아해.” 저녁 11시쯤 전화가 와서 무작정 하는 말이었다. 이제노의 성격으로 봐서 고백 따위 절대 못 할 성격인 것 같았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바람에 나도 당황했다. 나도 이제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했었고 이제노와의 연애는 꽤 오래갔다. 이제노의 다정한 성격 덕분에 우리는 그다지 싸우지도 않았었고 순조로운 연애를 할 수 있었다. 내 생일 선물은 스와로브스키 팔찌였다. 중학생 신분으로 15만원짜리 팔찌를 준 이제노는 분명 집이 잘 살았었다.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착하고 공부도 잘 하고 집도 잘 사는 이런 남자친구를 내가 다시 평생은 못 만날 것 같아서 나도 정말 잘 해줬었다. 나름 이제노에게 취집갈 생각도 밤마다 했었다. *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나는 다시 균형을 잡고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귀가 화끈거리는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나는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몇 분 정도가 지나고 버스는 우리 집 앞 정류장에 도착했고 나와 이제노는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우리 아파트에 도착했기 때문에 또 다시 이제노와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면서 걸어야했다. 엄마한테 전화 온 척 하고 뛰어갈까도 했는데 너무 병신같아서 그냥 나란히 걸었다. 가로등이 많아서 어둡지는 않았다. “팔찌 아직 하고있네.”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나 싶었는데 내 팔목을 내려다보니 2년 전 이제노가 선물해 준 스와로브스키 팔찌가 그대로 있었다. 헤어지고 계속 빼고 있었는데 얼마 전 화장대를 정리하다가 너무 예뻐서 다시 차고다녔었다. 어차피 이제노랑 학교도 다른데 다시 마주치겠어 하는 생각으로 하고 다닌건데 이렇게 들킬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지만 대답은 해야했다. “아 이거? 어... 그냥...” 미련 때문에 차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괜히 오해를 받을 것만 같다. 세상에서 제일 수치스럽고 도망가고 싶었다. 무슨 이런 병신이 다 있나 생각하겠지. 너무 민망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그냥 걸었다. 그리고 제발 집에 빨리 도착하길 빌었다. 제발 좀. “그거 너한테 잘 어울려.” “어?” “그러니까” “...” “계속 하고 다녀.” * 학원은 일주일에 3번씩이나 가야했다. 그 말은 즉슨 그 4명을 일주일에 3번이나 봐야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에 등록한 학원이지만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나는 학원을 갈 때마다 화장을 열심히 했고 나름 의식하면서 다녔다. 구남친들에게 잘 보여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넷 다 존나 잘생겼기 때문에 나한테는 당연히 소용이 있었다. 심지어 여고를 다니다 보니 더 잘생겨보였다. 학원에 지각을 했다. 늦게 일어나서가 아니고 괜히 고데기를 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머리를 감고 고데기를 또 하는 멍청한 짓을 하다가 버스 시간을 놓쳤다. 학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30분이나 늦은 시간이었다. 강의실 앞에서 어떻게 할 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뭐하냐 여기서.” 뒤를 돌아보니 후드티를 입고 있는 이동혁이 있었다. 가방을 매고 있는 걸 보니 이동혁도 학원에 늦은 것이 분명했다. 내 어깨 위의 손이 거슬려 그 손을 쳐다봤는데 그제서야 아차 하는 표정으로 어깨 위의 손을 내려놓았다. “늦어서.” 이동혁과의 추억은 그다지 예쁜 추억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대화가 달갑지는 않았다. “늦었으면 빨리 들어가야지. 들어가자.” 이동혁은 강의실 문 손잡이를 돌리고 나의 손목을 끌고 들어갔다. 생각 외로 학원 선생님께서는 왜 늦었는지만 물어보시고 그다지 혼을 내지는 않으셨다. 이동혁은 학원에서 주로 나머지 세 명과 함께 앞 쪽 구석에 앉았었는데 늦은 마당에 앞쪽 까지 가기가 좀 그랬던 것이었는지 내가 앉는 뒤 쪽 자리 옆에 앉았다. 이동혁과 함께 앉는 것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남은 자리가 없었기에 얼떨결에 나란히 앉게되었다. 작년부터 알았지만 이동혁은 공부를 정말 못했다. 물론 내 성적보다는 낫겠지만 이동혁도 공부와는 인연이 먼 사람이었다. “나 볼펜 좀 빌려줘.” 이동혁은 나를 톡톡 치더니 말했다. 나는 학원에 오면서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니냐고 했다. 까먹었다며 징징대는 이동혁을 보며 볼펜 하나 정도는 빌려줄 아량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필통 안의 볼펜을 꺼내어 이동혁에게 건냈다. 고맙다고 웃으면서 이동혁은 다시 선생님의 판서를 노트에 옮겨적었다. 글씨체도 작년에 내게 편지를 준 글씨체와 똑같았다. 순간의 추억회상에 피식하고 나도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는데 이동혁의 후드 주머니가 내 눈에 띄었다. 거기 안에는 급하게 숨겼는지 살짝 삐져나온 볼펜 한 자루가 있었다. —————————————————————————- 반가워용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