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야? 타투를 하겠다고? 거기다, 내 얼굴을?"
"응."
"그게 말이 돼?"
몇달간 다니엘은 내게 엄청 멋진 일을 계획 중이라 했다. 나는 물론 부모님에게 감동이라도 줄 일인가 싶어서 여태껏 응원을 해왔는데, 갑자기 2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오늘 이런 말을 하다니. 진짜 에네스의 말대로 다니엘은 나이도 어렸고 생각도 어렸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생각들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같이 지나가다 다니엘의 타투들을 보고 궁시렁대는 커플들을 보며 모기같은 새끼들이라고 소리를 꽥꽥 질러댔고, 언젠가는 '메동'이라며 나를 약올리기도 했다. 뭐, 이제야 안 사실인데 '메동'은 가나 말로 사랑해 라는 뜻이었다. 나는 다니엘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이번만큼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사랑할 필요는 없었다는 거다.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은 우리 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지도, 그렇다고 비인기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옛날보다 타투를 개방적이게 받아들이게 됐지만, 아직 내가 전신에 타투를 한 외국인 타투이스트와 사귄다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나와 가까워지다가도 점점 멀어졌다. 내가 선입견에 시달려서 다니엘에게 너무 화를 낸 건 아닌지 아까의 다툼이 미안해졌다. 다니엘에게서 온 카톡은 아직도 읽지 않았고, 문자도 확인하지 않았다. 다니엘이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나를 걱정한다고 해서 쉽게 사그라질 고집이 아니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누구야. 하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하고 방문을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에 현관 문을 잠군 후 내 방에 돌아왔다. 분명 문을 잠궜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을 꼭 감았다. 혹시라도 다니엘이 와줬으면 하는 바램에 핸드폰을 켰지만 대판 싸운 후라 양심에 찔려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다시 홀드키를 눌렀다. 이럴 때만 잠은 징하게 안 오고, 다니엘에게 화를 냈던 내가 미워졌다. 눈을 꼭 감고있자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쥐가 났나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진동은 점점 길어졌고, 눈을 떠보니 다니엘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 왜 이렇게 귀여워?
"응?"
- 지금 이불 안에 숨어있잖아.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창문 밖에 봐봐.
다니엘의 말을 듣고 창문을 보니 창 밖에서 다니엘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아까 그 똑똑 소리도 다니엘이 낸 소리였구나. 괜히 혼자서 바보같은 짓을 한 것 같아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니엘은 창문을 열어보라는 시늉을 했고, 나는 창가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미안, 니 허락도 없이 막무가내로 나와서."
"…."
"안 하기로 했어. 니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대신,"
"대신?"
"우리 결혼 하고 애 낳으면 그 때 하게 해 줘."
다니엘은 씨익 웃으며 나에게 장미꽃이 101송이 있다는 꽃다발을 줬다. 반전드라마에서나 나올 법 한 '이 한송이는 너야.' 라는 말과 함께. 장미꽃에 눈이 팔려있자 다니엘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다니엘을 바라보자 다니엘은 다시 한 번 더 씩 웃으며 '나' 라고 말하는 장미 한 송이를 꺼내더니 장미 잎들을 하나하나 떨어뜨렸다. 무슨 짓이지, 하고 계속 보고 있으니 꽃잎들 사이에서 반지가 하나 나왔다. 어안이 벙벙해있자 다니엘은 내 왼손을 가져가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운 후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러니까, 이게 영화 속에서만 보던 청혼인가? 다니엘은 내 표정을 보고는 귀엽다는 듯이 볼을 꼬집은 후에 다시 목을 가다듬고 내 손을 잡았다.
"원래는 2주년 이벤트 때 해주려고 했는데, 니가 화가 난 것 같아서 오늘 하는 거야."
"...아."
"잘 들어, 한 번만 말 할 거야."
"…."
"Please be my wife, 내 아내가 되어주세요."
똥글 완ㅋ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다니엘 아래 행복하세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