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다. 나무 밑 벤치에 앉아있던 순규는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내리감았다.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며 오색찬란한 얼룩들이 번쩍이는 모양을 순규에게 보여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나른한 상태로 앉아있는데, "왁!" 누군가 순규의 어깨를 한 팔로 감아쥐고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긴 생머리가 순규의 얼굴에 흘러내리며 은은한 샴푸냄새를 풍겼다. 순규는 괴성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우, 우왁! 누구야! "엉니, 많이 놀라쩌요?"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순규는 발버둥을 치는 걸 멈췄다. 윤아다. 윤아가 허리에 있던 손을 떼자 아쉬움에 입이 쭉 튀어나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했지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순규는 온 힘을 다해 투덜거리려고 노력했다. "너 진짜 죽을래? 내가 그 초딩 목소리도 내지말라 그랬구, 이렇게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윤아는 말없이 순규의 등을 안은채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순규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올려 윤아를 바라보았다. 윤아가 맑은 눈에 자신을 가득 담은 채 미소 짓고 있었다. 순규는 갑자기 심장이 불편해져서 홱 고개를 숙였다. 윤아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순규의 턱을 들어올려 얼굴을 마주보았다. 왜 눈을 피해요. 순규는 입을 앙다문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네가 예뻐도 도를 넘어 예뻐서 기분이 이상해진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때 윤아가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볼을 두드렸다. "언니 여기서 졸았죠? 볼이 축축하다." 순규가 입을 쩍 벌리고 황급히 윤아의 눈을 가렸다. 윤아가 깔깔거리며 순규의 몸을 놔주었다. 순규는 울상을 지으며 서둘러 볼을 문질렀다.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았나. 아, 쪽팔려. "이렇게 반응이 재밌으니까 더 놀리고 싶은거라고." "...뭐래." 윤아가 순규를 일으켜세웠다. 윤아가 눈짓 하는 곳엔 버스가 한 대 서있었다. 순규는 손을 바지에 대충 문질러닦고 윤아의 손을 잡았다. 윤아가 손을 꽉 쥐자 온 몸이 간질간질했다. 아으. "버스 언제 왔어?" "방금 전에. 나 많이 기다렸지." "어. 진짜 너 절벽에서 밀어버린다, 내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 나 술 안 마셔봤다구요, 이번 엠티 망했어." "나 안 도와줄거야." "치사하다. 언니는 술도 잘마시면서." 버스에 나란히 앉자마자 윤아가 순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 걱정되서 잠도 못잤어요. 좀 빌립시다." 당당한 말투에 순규가 킥킥 웃었다. 어깨가 덜덜거린다며 윤아가 장난스럽게 머리로 어깨를 콩콩 두드린다. 윽, 귀여워. 한참 뒤척이던 윤아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색색,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순규는 눈치를 보다가 흘깃 윤아를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 긴 속눈썹이 하얗게 빛났다. 순규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올려 무음카메라 앱을 실행했다. "한 장, 아니 네 장 정도만 찍을게, 윤아야." 소근거리며 셔터를 누르던 순규는 나온 사진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웬만한 연예인 싸다구 후려칠 미모다. 순규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놓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윤아는 여전히 잘 자고 있었다. 레전드 사진도 찍었고 윤아가 나 백허그 해주고, 심지어 어깨에 기대어 잠도 자고 있다. 그 외에도 짜잘짜잘하게 스킨쉽 많이 했어. 베스트 텐 안에 든다. 순규는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이따가 윤아한테 술 좀 먹여서 껴안아봐야겠다.' 애가 예쁘니까 온갖 복학생 선배들이 눈독을 들일 것이 분명했다. 그 선배들 술수에서 벗어나야돼. 순규는 잠든 윤아를 바라보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어제 처음 올려봐서 제일 약한게 15p인 줄 알았어요ㅠㅠㅠ 이렇게 멍청할 수가! 앞으로는 웬만하면 0p에요! ㅋㅋㅋㅋㅋ내가 님들 맘 다 알아여 꼬박꼬박 댓 달기 귀찮은거ㅋㅋㅋㅋ서로 즐기자고 보는건데 굳이 귀찮을 필요 없자나여 물론 댓글 달아주면 의견 적극반영이란 혜택이 있지만... 마지막 편이나 강불맠에만 조금 쎈 포인트 붙을거에요 민망하니까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