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너는 퇴근 할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집으로 와 뒹굴거리며 서류를 보고 있어.
얼마나 지났을까, 야근하고 연락한다던 학연이는 무소식이야.
갑자기 왜 변한건지 곰곰히 생각하는 중에 전화가 울려.
액정에 학연이의 이름이 뜨자마자 너는 전화를 받아.
"여보세요."
"으응, 별빛 씨..."
절대 야근한 목소리가 아니였어.
"뭐야, 취했어요?"
"네, 조그음."
"조금이 아닌데? 어디예요, 데리러 갈까?"
"아니요! 아니요, 저얼대 데리러 오지 마요!"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져서 덩달아 너도 눈을 동그랗게 떠.
"미안, 미안해요 별빛 씨.
나는 그 이재환인지, 그 사원처럼 별빛씨랑 정말로 친구랑 지내지도 못하겠고.
..., 나 끊을게요..."
미안하다는 말은 술 안취한 거처럼 딱딱 끊어서 잘도 말하더니 이내 쓰러지듯 작아지는 목소리에 네가 다다다 말하기 시작해.
"어딘데 목소리가 그래요. 내가 갈게요, 응? 어디야."
"괜찮아요... 내일 봐요, 끊어요."
정말 끊어져버린 전화에 너는 입만 벌리고 가만히 앉아있어.
사실 바보가 아닌 이상 학연이와 재환이가 너한테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너야.
선 본게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나?
결혼생각 없이 본거 알면서 왜.
밤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너는 아침에 속이 쓰릴 학연이를 생각해서 죽이랑, 김치도 매운 김치는 잘 못먹으니까 단무지 무침을 챙겨들어 출근해.
사원카드만 찍고 바로 학연이 사무실로 가자, 역시나 혼자 엎드려 있었어.
"저, 학연 씨. 나왔어요."
네 목소리에 고개를 벌떡 들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다가 다시 푹 엎드려버려.
"내가 어제 실수했어요?"
"아니요."
"..., 다행이네요."
"아침 안 먹었죠?"
평소처럼, 예전처럼 너는 웃으며 죽이랑 반찬을 앞에 놔 줘.
숟가락까지 쥐어주자 학연이는 멍하니 널 올려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한술, 두술 뜨기 시작해.
"어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과음했지 뭐예요."
"그랬구나."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까, 자꾸 술이 들어가서."
"응, 어제 많이 취한 거 같던데."
"전화한 건 미안해요. 그리고 죽 고마워요."
다시 싱긋 웃고는 정말로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서 너는 총총거리며 다시 네 부서로 와.
"뭐야, 오늘은 모닝커피 다른 사람이랑 하고 온거예요?"
"미안미안. 집에서 마시고 나왔어요."
"오, 일찍 일어났나보네요. 화장도 아주 정성껏이야."
"뭐래 맨날-"
재환이와 투닥투닥거리는 것도 일상이 된 요즘, 너는 점점 신경쓰이는 게 많아져.
그 여자와 홍빈이의 관계를 의심이라도 하라는 듯 홍빈이한테는 정말로 연락이 없었어.
그렇게 몇일이 지났어.
몇일동안 재환이와는 여전히 투닥거렸고,
[나 퇴근 찍었어요. 로비로!]
[응 기다리고 있으니까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와요.]
학연이와는 예전같은 그 선은 넘지 못하지만 조금씩은 다시 가까워지는 중이야.
[아 저는 퇴근 중이예요. 동료랑 같이 퇴근하거든요.]
[그러시구나. 저는 오늘 좀 빨리 퇴근해서 밥 먹고 있습니다.]
택운이와의 연락도 이어나가고 있지만, 역시나 찝찝해.
그리고 택운이와의 주말 약속을 다시 잡고, 만나기로 한 바로 전날에 일은 터졌어.
[지금 전화 됩니까?]
[네]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내일 못 만나겠다는 말에 너는 멍하니 대답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
"그리고,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죠."
"...,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으아니 의사양반!!!!!!!!
갑자기 저것이 무슨 소리란 말이여!!!!!!!!
갑자기 저것이 무슨 소리란 말이여!!!!!!!!
ㅎ
쏴리
그러고보니 40화가 넘었네요 벌써!
뭐 전개된 게 없는데 40화가 넘다니
무능력함의 증거군여 ㅇㄴㅇ
내 인티 메모장은 아직도 말썽이고 ㅇㄴㅇ...
이건 정말 추측이지만
50화 쫌 넘으면 끝날 거 같..같은데..!
이 글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는 감만 잡고 봐 주시길 @.@
그럼 이만총총